정신 차려보니 구글을 안 쓰고 있었다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자주 사용하던 구글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고 놀랐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구글을 안 쓰고 있었다

사실 ChatGPT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그리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OpenAI에서 대화형 프롬프트 인터페이스로 자바스크립트를 생성하는 데모를 시연합니다.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사람이 만들지 않고 사람은 그저 기계에게 원하는 동작을 설명하면 기계가 그에 맞는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생성하고 이를 그대로 수정해 동작을 살펴보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화면 위쪽에서 돌이 떨어지고 화면 아래에 있는 사람을 좌우 방향키를 움직여 조작해 돌을 피할 때마다 점수를 얻고 돌에 맞으면 게임이 끝나는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사람이 코드를 손 댈 때는 웹에서 검색한 에셋의 주소를 붙여 넣을 때 뿐이었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아무렇게나 주워 온 이미지에 의해 동작하는 일종의 게임은 시각적으로 볼 품 없었지만 이를 구동하는 코드 거의 전부를 기계가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주 멀지는 않은 미래에는 과거 우리들의 사장님이 그랬듯 개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잘 모르는 얕은 사고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남발해 개발팀 전체, 나아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는 이상한 개발이 일어나곤 해 전혀 선호하지 않아 왔던 즉흥적 의사결정에 의한 개발이 가능해지고 이런 방법이 의미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꽤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거대언어모델이 무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타나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게 될 때 까지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갔습니다. 내 질문에 아주 그럴싸하게 답하는 대화형 프롬프트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 본 적이 거의 없는 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의 놀라움은 호돌갑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고 또 저 기계가 작성하는 답변을 신뢰해 제가 하는 일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참 동안 개인적으로는 저 서비스를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거나 거대언어모델이라고 부를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뭐라고 부르긴 해야 했으니 약간 비하하는 의미를 담아 ‘말하는 기계’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마치 ‘Mechanical 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게 정확한 동작 방식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기계가 답한 결과를 함부로 신뢰할 수도 없는 그저 ‘그럴싸해 보이는’ 텍스트를 늘어놓는 기계를 만들어 놓고 이를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건 전혀 올바르지 않다고 본 개인적인 생각에 의한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What Is ChatGPT Doing … and Why Does It Work?’을 읽어보고 나서 오히려 강해졌는데 긴 글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기계학습에 의해 구축된 거대언어모델은 근본적으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에 기반해 사람의 뇌를 사용해 작성된 텍스트로부터 규칙을 찾아내되 이 규칙은 한 단어가 다른 단어를 가리키는 백터 구조로 서술 되며 이런 백터 구조가 기계의 추측에 따른 다른 단어와 여러 차원에 걸친 연결 관계를 구축해 놓은 것입니다. 기계는 이미 사람의 프롬프트를 받기 전에 이미 아주 많은 단어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프롬프트를 읽은 다음 사람의 입력을 기다리며 사람이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 앞에 있던 보이지 않는 프롬프트를 합쳐 단어와 단어가 연결된 다차원 백터 구조 속에서 그 다음에 올 단어를 결정하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이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이 결과를 신뢰해 사용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계가 어떤 사고의 과정을 흉내낸다고 보기 어렵다는, 마치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을 보던 관점에서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애초에 프롬프트를 포함한 기다란 문장의 끝에 올 그 다음 단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말하는 기계’에 어떤 지능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뜨거운 키워드로 바뀌고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세계대전 만큼이나 엄청난 돈을 쏟아 붓기 시작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합니다. 한번은 사람들과 지방에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아무 이야기를 하다가 도무지 양치질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양치질을 하게 설득할 방법을 말하는 기계에게 물었더니 말하는 기계가 양치질 하는 단계를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는 한 편으로 프롬프트 텍스트 그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기계가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말이 사람의 맥락을 파악하기는 어렵고 이를 어떤 지능이라고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또 다른 면으로는 기계와 의사를 주고 받을 방법이 텍스트 뿐일 때 사람이 자신의 상황과 맥락을 텍스트에 담아 설명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는 회사에서 사람들과 일할 때 종종 채팅으로 말하다가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 때 바로 자리로 찾아가 이야기를 계속해 언어적인 방식 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방식을 모두 사용해 의사소통을 해야 간신히 오해를 최소화 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말하는 기계는 근본적으로 프롬프트 텍스트 뒤에 이어지는 단어 하나하나를 블랙박스의 확률에 따라 만들어낼 뿐이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텍스트 뭉치가 사람이 다시 읽어보기에 어떤 의도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긴 현상이 이 말하는 기계를 어떤 지능이라고 부르며 엄청난 돈을 쏟아 붓기 시작한 이상한 현상을 만들어낸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말하는 기계에 돈을 대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그저 프롬프트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에 돈을 내고 사용할 만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여러 사람들이 시험 삼아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 아틀라시안 클라우드의 중요한 세 가지 새 기능 소개에서 아틀라시안이 컨플루언스에 말하는 기계를 도입할 예정이며 이 기능이 곧 여러 사용자에게 롤아웃 될 거라고 발표합니다. 이 시점에 이미 유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말하는 기계 서비스가 있었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미 유료로 사용하고 있는 컨플루언스 위키에서 말하는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컨플루언스의 제작사인 아틀라시안은 ‘버추얼 팀메이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컨플루언스 검색창에 마치 다른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자연어로 질문하면 이를 기존 검색처럼 곧이곧대로 비교해 결과를 내놓는 대신 자연어에 기반한 검색을 수행한 다음 검색 결과를 다시 자연어에 기반해 결과를 설명하는 문장으로 바꿔 돌려주는 방식으로 동작하게 될 거라고 주장했는데 이 개념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컨플루언스에는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각각의 시점마다 여러 사람이 작성한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들이 여러 문서에 걸쳐 흩어져 있었는데 이들 중 어떤 문서는 너무 오래되어 현대에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서는 이런 상황에 견디다 못한 누군가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재작성해 올바른 절차를 나열하고 있기도 했는데 이런 절차를 검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문서의 절차가 올바른지 직접 시도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들이 하는 행동은 사람들에게 현 시점에 적합한 절차를 나열한 문서가 어떤 것인지 직접 물어보는 것인데 컨플루언스 위키에 기반한 말하는 기계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굉장히 의미 있게 동작할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컨플루언스 위키 역시 꽤 긴 시간에 걸쳐 사용해 오면서 온갖 문서를 작성해 말하는 기계를 굳이 도입하지 않더라도 이미 어떤 주제에 대해 구글에 검색하기 전에 제 개인 위키에 먼저 검색해 혹시 과거의 제가 만든 기록을 찾아 이 단계에서 검색을 끝낼 수 있기도 하는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여기에도 말하는 기계를 도입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컨플루언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원하는 방식으로 동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컨플루언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 말하는 기계는 각각의 페이지를 작성할 때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을 요약하거나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에 기반한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얻는데는 의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했던 버추얼 팀메이트처럼 여러 문서를 읽은 상대에게 질문하는 것 같은 방식으로는 잘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프롬프트에 특정 범주의 문서들을 살펴본 다음 이에 기반해 답해 달라는 식의 질문은 짧지만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서에 걸쳐 텍스트를 수집해 아주 긴 프롬프트로 바꿔 말하는 기계에게 건낸 다음 짧은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방식의 동작은 지금의 아틀라시안이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틀라시안 스스로도 그런 종류의 질문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아주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러 문서를 살펴보고 답하라는 종류의 프롬프트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한 똑같은 에러 메시지를 보여주었고 이런 동작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앞서 말하는 기계의 동작 원리를 대강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아틀라시안이 말하는 기계에 대한 기술적 기반을 수직계열화 해서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그저 거대한 위키 소프트웨어와 거대한 이슈트래커를 제작해 왔을 뿐 말하는 기계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반 기술과 이를 구동하기 위한 거대한 하드웨어를 직접 준비할 수 있을 만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들 역시 널리 알려진 말하는 기계를 직접 만드는 주체들에 돈을 지불하고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을 텐데 여기에 짧은 질문을 위해 여러 문서를 읽어야 하는 상황은 질문 하나에 답하기 위해 토큰을 얼마나 많이 생성해야 할 지, 또 답변으로 얼마나 많은 토큰이 돌아올지 예측할 수 없어 이에 필요한 비용 역시 예측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아틀라시안은 버추얼 팀메이트라는 개념을 제안했지만 수직계열화 하지 않은 주체에게 사용량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비용을 지불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컨플루언스 위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의 수준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한편 내가 입력한 프롬프트 이전에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긴 프롬프트에 이어지는 다음 단어를 추측하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말하는 기계를 불신하고 있던 어느 날 가끔 만나 온갖 이상한 이야기를 일삼는 사람들을 만나 똑같이 온갖 이상하고 바보같을 뿐 아니라 전혀 생산적이지도 않은 온갖 대화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다가 말하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모인 사람들 중 한 분은 말하는 기계를 회사의 여러 업무에 도입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계셨는데 가령 현장에서 들어온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입된 여러 문서와 메모 조각들을 살펴보고 이들을 알아서 형식에 맞는 모양으로 정리하는데 말하는 기계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말하는 기계가 등장하기 이전 시대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냥 고정된 형식의 문서를 모든 현장에 배포하고 이 형식에 맞춰 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어떤 상황에서는 잘 동작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상황에는 전혀 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개선해 온 의사소통 방식과 기록 방식을 함부로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려고 했다가 강한 반발, 생산성의 저하, 사기 저하 같은 더 큰 문제를 겪을 가능성도 있기에 함부로 이런 시도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현장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식에 따라 기입한, 그리고 그들 끼리, 혹은 사람이 정리할 수는 있는 형식의 문서들을 말하는 기계가 살펴보고 이를 형식에 맞춰 정리할 수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또 다시 말하는 기계가 형식에 맞춰 정리된 정보를 보고 프롬프트에 대한 그 다음 단어를 추측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에 따라 실제 동작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저는 여전히 이 말하는 기계를 딱히 신뢰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이 소프트웨어에 어떤 지능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도 않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 저는 그저 다음 단어의 추측을 반복하기만 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이 소프트웨어가 출력하는 그저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텍스트를 신뢰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던 한 분의 이야기는 제 생각을 완전히 바꾸도록 해 줍니다.

“사람이라고 자기가 뭐라고 하는지 알고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순간 뇌정지가 왔고 손에 든 맥주잔을 떨어뜨려 깨지 않기 위해 테이블 위에 내려 놓은 다음 ‘어???!??!?’ 라고 말하며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습니다. 말하는 기계가 근거하고 있는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의 이동을 모사한 것입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할 때 과연 그 말의 온전한 의미를 이해하고 말하고 있을지 생각해봤는데 전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사람들은 긴 말을 할 때 그 말을 시작할 때 그 말을 끝맺는데까지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간에 뇌가 준비한 것보다 말을 더 빨리 할 경우 ‘음…’, ‘에…’ 하며 뇌가 다음 말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시간 동안 기다리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또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람이야말로 제가 ‘말하는 기계’가 그저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른 체 그저 다음에 말할 단어를 찾기를 반복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말하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또 제가 어떤 말을 할 때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과연 제대로 알고 말하고 있을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들이 슬랙으로 이야기하다가 뭔가 의사전달이 잘 안 된다고 느끼면 파티션 여러 개를 건너 오피스 반대편에 있는 사람 자리에 찾아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텍스트만으로는 서로 의사전달에 필요한 일종의 프롬프트를 전달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언어적, 비언어적 프롬프트를 직접 전달하기 위한 행동에 불과할른지도 모릅니다. 사람인 저 자신도 제가 하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다음에 올 말을 계속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한다면 말하는 기계를 신뢰하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뀝니다. 아직 이 말하는 기계에 어떤 지능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이를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 말하는 기계가 그저 다음에 나올 단어를 추측하는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동작하고 있다는 점 만으로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저 자신도 그런 식으로 동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날 제가 말하는 기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여전히 저는 거대언어모델에 기반한 여러 동작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여전히 말하는 기계라고 불렀고 여전히 이 서비스에 돈을 내고 사용할 결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컨플루언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의 기능을 좀 더 사용하려고 노력하기는 합니다. 가령 생각의 멱살에서 제 신체적, 정신적 특징 때문에 생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록 수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 때문에 제 위키에는 제 온갖 생각이 여러 문서에 걸쳐 흩어져 있습니다. 또 한 페이지에 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생각을 이어 나가다가 중간에 다른 일로 전환하기 위해 생각을 중단하면 나중에 다시 이 생각을 이어서 하기 위해 그 페이지로 돌아와 이전에 작성한 글의 마지막 몇 문단을 살펴보며 이전에 했던 생각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종의 로딩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 때 이전의 몇 문단을 읽어야 할 지는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마지막 한 문단만 읽어보고 생각을 이어가려다가 문단을 읽던 도중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위쪽으로 더 스크롤 해 더 이전 문단부터 읽어 내려오기를 반복해 어느 날은 그냥 이전에 작성한 생각 전체를 다시 읽은 다음 이어서 그 다음 문단을 작성하며 생각을 이어가야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생각을 이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보니 저 자신이야말로 말하는 기계가 동작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는 제가 기대한 것처럼 여러 컨플루언스 위키 문서에 걸쳐 동작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현재 작성 중인 페이지에 기반해서는 잘 동작했기 때문에 이전에 하다가 멈춘 생각이 기록된 페이지를 열어 생각을 이어갈 때 페이지 전체를 읽는 대신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에게 지금까지 작성한 페이지를 요약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특정 문단, 특정 챕터 하위의 글을 요약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전에 멈춘 생각을 계속하기 위한 컨플루언스 페이지에 돌아와 이전에 작성한 문단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하기 전에 일단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에게 내용을 요약하게 만들어 그 요약을 살펴본 다음 그대로 생각을 이어가거나, 어떤 문단을 다시 읽어야 할 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여기까지 글을 작성한 다음 멈췄다가 다시 이어 작성한다면 글을 다시 읽어보고 흐름을 따라잡는 대신 다음과 같이 지금까지 작성한 글을 요약하게 만든 다음 이어서 바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저자가 ChatGPT와 같은 대화형 AI의 초기 경험과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AI의 가능성을 신뢰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AI의 작동 방식이 인간의 사고 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Atlassian의 Confluence에 도입된 AI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여전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합니다. 저자는 AI가 단순히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더라도, 이를 통해 얻는 결과가 의미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결국, AI와 인간의 사고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작성한 회의록을 요약하거나 기획서를 작성한 다음 맨 위에 ‘세 줄 요약’을 붙일 때는 기계보다는 제가 직접 맥락을 이해한 상태에서 이를 작성하는 편이 더 결과가 나았기에 저 혼자 볼 요약을 작성하는데는 말하는 기계의 도움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요약은 여전히 제가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슬슬 주변에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기계에 돈을 내고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돈을 낼 필요 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디지털 - 휴먼 API (2024)에 소개한 대로 제 핵심 생각 도구, 기록 도구는 컨플루언스였고 여기에 돈을 내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컨플루언스에 직접 연동되어 동작하는 말하는 기계가 있었기에 굳이 돈을 또 내고 말하는 기계를 구입해 사용하지는 않아도 되는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사용하는 전화 회사에서 퍼플렉시티라는 또 다른 말하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의 유료 제품을 1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이벤트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전화 회사는 약 이십 몇 만원 어치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라고 광고했지만 그래봐야 또 다른 말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굳이 저런 걸 또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화 회사가 주장하는 이십 몇 만원 어치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등록해서 딱히 손해 볼 것 같지도 않았기에 등록해 보았는데 이 서비스 역시 여느 말하는 기계와 마찬가지로 그저 뭔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인터페이스처럼 보였고 이 첫인상은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처음 ChatGPT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 말하는 기계가 현대 인터넷과 분리되어 있어 의미 있는 최신 정보에 기반한 답변을 하지 못하던 시대에 생긴 선입견과 달리 퍼플렉시티는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본 다음 이를 말하는 기계에 보내 정리한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옵션을 살펴보니 이들도 이들 스스로 말하는 기계의 개발과 유지에 따르는 모든 기술을 수직계열화 하기 보다는 다른 말하는 기계를 개발하는 회사의 제품을 유료로 사용하되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기반해 검색을 수행한 다음 검색 결과를 요약하고 이를 다시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근거한 서로 다른 정리 프롬프트에 따라 처리한 다음 결과를 다시 종합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동작했고 이는 아마도 제가 질문 하나를 던지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말하는 기계에 서로 다른 여러 프롬프트를 보내 답변을 얻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말이 길었는데 결론은 퍼플렉시티는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직접 읽어본 다음 꽤 괜찮은 답변을 합니다.

#mytetration (1)을 시도해 보면서 이 과정을 설명한 영상에 환경을 구축하다가 막히면 ChatGPT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퍼플렉시티를 사용해 보면서 이게 말이 되며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퍼플렉시티가 스스로 말하는 기계의 기반 기술을 수직계열화 하는 대신 이들도 OpenAI의 말하는 기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퍼플렉시티를 사용하는 저 역시 ChatGPT에게 똑같이 질문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령 저는 디지털 - 휴먼 API (2024)에 소개한 대로 여러 가지 용도로 형상관리도구인 퍼포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퍼포스 서버를 유지 관리하는데 필요한 여러 질문을 퍼플렉시티에게 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 문제 해결 절차 따위를 아주 구체적인 모양으로 돌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때 이를 구글에 검색해 나타나는 결과를 하나 하나 살펴보며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기록이 있다면 이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었지만 비슷할 뿐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면 이 문서를 보고 다시 제 상황에 맞춰 재해석하거나 재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또 어디에도 제 상황과 일치하거나 비슷한 상황이 없다면 이런 문의를 할 수 있는 곳에 물어봐야만 했는데 이 과정 역시 별로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여러 작업을 도와주는 온프레미스 서버를 운영하는데 이 기계에 직접 랜선을 연결해 주변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해 놓고 잘 살고 있습니다. 초기 응답이 조금 느리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무선으로 동작하는 서버는 제 여러 요구사항을 잘 처리합니다. 하지만 여러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본 어떤 커뮤니티의 질문은 서버를 무선 네트워크에 근거해 구동할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고 여기 달린 답변은 다들 그저 그러지 말라고, 문제가 많다고, 누군가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봤다는 듯 텍스트로 한숨을 쉬는 등 별로 긍정적이지는 않은 답변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왜' 그러면 안되는지 말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뭔가 질문 하려 할 때 항상 이런 부정적인 답변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기계에 질문하기 시작하자 말하는 기계는 그저 인터넷을 검색해 정보를 찾아 정리해줄 뿐이었고 제가 얼마나 바보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지에 완전히 신경 쓸 필요가 없게 해 줍니다. 이전 같으면 방금 설명한 것 같은 적대적이고 부정적이면서도 실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하는 질문을 위해 시간을 낭비해야 했고 또 수많은 레딧 게시물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답글을 따라가는 등 시간으 써야 했지만 이제 완전히 그러지 않게 됩니다.

브라우저의 주소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여전히 구글에 검색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지만 이제 브라우저의 탭 하나에 항상 퍼플렉시티를 열어 놓고 당장 필요한 작업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른 바보 같은 질문을 마구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주로 제가 컴퓨터를 사용하다 겪는 여러 트러블슈팅이나 매뉴얼을 읽어 이를 해석한 다음 따라 해야 하는 종류의 작업을 정리하는데 사용합니다. 사실 여러 작업은 그저 매뉴얼을 잘 읽고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되는 종류의 작업이었지만 매뉴얼은 각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하나하나 반영하고 있지는 않기에 매뉴얼과 제 상황이 다르다면 이 사이의 차이를 알아내 조심스럽게 작업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버전에 따라 매뉴얼이 변경되었는데도 실수로 다른 버전의 매뉴얼을 첨고하다가 이를 너무 늦게 깨달아 시간을 낭비하곤 했는데 말하는 기계에 기반한 검색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라집니다. 특히 말하는 기계는 이제 매뉴얼을 살펴보고 제 상황에 맞는 매뉴얼을 선택한 다음 이를 요약해 보여줄 뿐 아니라 결과를 보고 제 상황을 추가로 알려주면 제 상황에 맞는 절차를 다시 안내해 주기도 해서 검색 효율을 엄청나게 끌어올려 줍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퍼플렉시티에 기반해 검색하기 시작한 다음 시간이 좀 지난 어느 날 문득 지난 몇 주에 걸쳐 구글 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다음 구글에 검색할 때 제 행동과 목적은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하기보다는 과거 네이버에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가 다음이고 다음에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가 네이버였던 것처럼 그저 어떤 웹 페이지의 링크를 얻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구글을 사용하던 용도가 어느 순간 완전히 퍼플렉시티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질문할 때 겪어야 하는 수치스러운 상황을 겪지 않게 해줄 뿐 아니라 여러 페이지를 살펴보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야 하는 과정을 완전히 건너 뛰어 결과를 직접 얻을 수 있게 해줬고 이를 구글로 재현한다면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에 걸친 검색과 조사를 몇 초에서 몇 십 초로 줄여 줍니다. 퍼플렉시티가 이를 제공한 전화 회사의 주장 대로 거의 30만원에 가까운 1년 이용 요금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이유는 어쩌면 사용자들의 습관을 바꾸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1년 뒤 무료 사용 기간이 종료될 때 과연 구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이 위기라는 말을 접하며 구글이 제시하는 검색 품질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웹사이트들이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을 너무 쉽게 어뷰징 할 수 있게 된 나머지 검색 결과에 엉뚱한 페이지들이 상위에 올라오는 등 구글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이건 순전히 구글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웹사이트딜이 어뷰징을 하든 말든 구글은 자기 스스로 어떻게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제시해야만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말하는 기계에 본격적으로 기반한 검색 서비스가 나타났고 저 자신은 처음에 많이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생산성을 급격히 향상시킨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으며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니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편안하게 사용하던 검색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검색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고 또 기계에게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데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게 됩니다. 적어도 이 무료 사용 기간이 끝날 때 까지 굳이 말하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구글에 직접 질문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미래에 이 서비스에 계속해서 돈을 낼 것인지, 그러니까 이전 까지는 구글이 광고에 기반해 무료로 제공하던 검색을 유료로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여기에 돈을 지불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돈을 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바로 원래대로 습관을 되돌려 구글로 돌아가는 대신 확실히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시점이 되면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회사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일어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말하는 기계의 핵심 기술을 스스로 수직계열화 할 수 있는 곳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예상 만큼 큰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래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당장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여러 주에 걸쳐 더 이상 구글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오랜 세월에 걸친 습관이 지난 몇 주 사이 순식간에, 그리고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