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소메트릭 뷰 게임 돌아보기
아이소메트릭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이소메트릭 게임에 대해 좀 알아봤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다양한 게임 프로젝트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종종 GDC에 나타나는 일생을 게임 개발에 매진하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온갖 게임을 개발해 보신 경험을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런데 저나 제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들도 그분들과 비교해 그리 짧지는 않은 일생의 일부를 게임 개발하는데 사용했으면서도 그분들만큼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어째서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한국 게임 시장의 특수성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시장에서 어느 한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 모두가 비슷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PC 기반 MMO 게임이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시장에 수많은 팀들이 같은 장르 게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성공하고 또 누군가는 시장에 나와보지도 못한 채 우리들의 처우에 맞게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각각의 프로젝트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MMO 게임은 아주 빨리 만든다면 2년 남짓한 기간 안에 출시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만, 중간에 아주 조금만 삐끗하면 순식간에 개발기간이 1년 단위로 늘어나기 십상입니다. 한동안 몇 년에 걸쳐 개발했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마케팅 용어로 늘어놓기도 했는데 처음엔 그렇게 긴 시간에 걸쳐 개발하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렇게 오랜 기간이 걸렸다는 말은 중간에 여러 차례 삐끗했거나 삐끗하고 있는 상황을 그냥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오랜 세월에 걸친 개발이 그리 달가운 말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한 번 정도 삐끗 하는 바람에 개발 기간이 3년 정도 걸린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출시 시점까지 일했다면 이미 3년이 흘렀습니다. 여기에 라이브에 한 2년 정도 있었다면 순식간에 5년이 지나가버립니다. 멋진 무대에서 자신의 오랜 개발 경험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경험을 쌓을 동안 우리들은 단 한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을 뿐입니다. 물론 그분들이 경험한 더 규모가 작고 완결성 있는 게임들과 우리들이 경험한 훨씬 더 복잡하고 멀티플레이 환경이며 서비스를 멈추지 않는 이상 영원히 완결되지 않는 게임은 서로 상당히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들은 똑같은 메커닉을 만들더라도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의 동기화를 고려해야 하고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특정 보상이 게임 전체에 걸친 경제시스템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주의 깊게 설계해야 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연달아 몇 개를 하고 나면 분명 MMO 게임을 만들 때 하지 말아야 할 여러 가지 실수를 피해 갈 수 있고 이런 행동들이 회사가 경험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많은 돈을 주는 이유이긴 할테지만 다양한 장르의 완결성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참여하며 그분들이 얻은 노하우와 우리들이 제한된 장르 게임을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하고 라이브하며 얻은 노하우는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은 더 보잘것 없는 경험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게임을 만들며 MMO 프로젝트 몇 개에 참여했는데 덕분에 MMO 게임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 게임에서 발생하는 양극화 문제의 완화 방안 따위에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의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보니 재미있게도 제가 경험한 MMO 게임 중 여러 개가 거의 같은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흔히 쿼터뷰라고 부르고 구글에서 검색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아이소메트릭 뷰라고 불러야 하는 그런 모양의 게임입니다.
사실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은 국내에서 MMO를 개발한다면 거의 선택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뷰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백뷰 또는 숄더 뷰라고도 부르는 3인칭, 다른 하나는 아이소메트릭 뷰입니다. 이 세계에 처음으로 MMO 장르가 나타날 때부터 아이소메트릭 뷰가 사용되었으며 그후 출시된 수많은 같은 장르 게임들이 거의 같은 뷰를 차용했습니다. 3D 그래픽이 기본이 되자 이 게임들은 다시 캐릭터 등 뒤를 따라가는 모양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게임들은 3D 그래픽에 기반하면서도 과거 아이소메트릭 뷰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위치에 카메라를 두고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이런 게임들 역시 만들다 보면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알게 되는데 가령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에서 바닥은 굉장히 희소한 자원입니다. 그래서 바닥에 뭔가를 표시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여러 게임에서 바닥에 스킬 범위, 이동 경로, 다음에 일어날 공격 위치 따위를 표시하곤 하지만 이런 정보가 늘어날수록 애써 제작한 아름다운 배경이 가려지고 게임은 결국 바닥에 그려진 여러 가지 인디케이터들에 따라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양상이 되고 맙니다. 우리들이 액션 게임을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조금은 더 느슨한 진행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친 플레이를 요구하는 MMO 게임으로는 썩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아이소메트릭 뷰 MMO 게임을 여러 차례 만드는데 참여했으면서도 정작 저 자신이 아이소메트릭 뷰의 특징이나 역사, 이런 뷰가 처음 고안된 이유 같은 좀 더 역사적이고 또 학문적인 배경을 얼마나 알고 있나 생각해보니 같은 뷰의 상업용 게임을 여러 차례 개발하면서도 정작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생업으로 그런 게임을 만들면서도 그런 게임의 본질적인 측면을 알고 또 이해하지 않는다면 선조들이 이미 했던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르고 또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기회를 날려 버릴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말도 안되는 쪽팔림을 감수하고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작정입니다.
일단 동아시아에서는 흔히 쿼터뷰라고도 하는 아이소메트릭 뷰가 정확히 뭘 말하는 것인지부터 알아봅시다. 아이소메트릭 뷰는 삼차원 공간을 이차원 평면에 투영해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게임 속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현실감과 시인성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제공해 여러 장르에 걸친 게임에 응용되어 왔습니다. 아이소메트릭 뷰는 초기 아케이드 게임으로부터 시작해 현대의 좀 더 복잡한 MMO 게임이나 전략 게임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아이소메트릭은 그리스어 ‘이소스’, ‘멭릭’이라는 단어로부터 유래했는데 이는 각각 ‘동등’, ‘측정’을 의미합니다. 이를 연결하면 동등한 측정이 되는데 이는 삼차원 공간을 이차원에 투영한 각 축이 이루는 각의 비율이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소메트릭 뷰는 삼차원 상의 세 좌표 축이 서로 이루는 각이 120도를 이룹니다.
이는 물체를 정면에서 볼 때 물체를 중점으로 삼아 카메라의 롤을 45도 회전시킨 다음 다시 요를 약 35도 회전 시킨 상태와 비슷합니다. 게임에 따라 수평으로 회전하는 각도가 달라져 좀 더 탑뷰에 가까운 형태나 좀 더 사이드뷰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이 결과 흔히 바둑이나 장기, 체스 게임에서 보드를 수직 축으로 45도, 수평 축으로 35도 돌린 형태와 같게 됩니다. 이러한 아이소메트릭 투영 방식의 특징은 소실점이 없어 모든 선이 중점으로부터 멀어지더라도 모두 평행하게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삼차원 공간을 모니터에 튜영할 때 물체가 카메라로부터 멀어질수록 원근법에 의해 더 작게 표현되지만 아이소메트릭 투영은 모든 물체의 크기를 가상의 카메라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관계 없이 동일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일관성은 게임 속 세계의 여러 물체에 대한 일관성 있는 시각적 의사소통에 효과적입니다.
아이소메트릭 투영을 사용한 초기 게임들은 1980년대 초반에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트레저 아일랜드, 잭슨 같은 게임들이 있습니다.(참고) 이들은 삼인칭 시점에서 3차원 공간을 표현합니다. 비슷한 시대에 개발된 앤트 어택은 아이소메트릭 투영을 사용할 뿐 아니라 45도 회전된 세계에서 동서남북 방향 이동 뿐 아니라 상하 이동을 제공했습니다. 이후 출시된 나이트 로어는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에 큰 발전을 이뤘는데 이들은 3D 스타일을 대중화시켰고 3차원에 기반한 퍼즐을 도입했습니다. 이 게임이 사용한 그래픽 엔진은 이미지 마스킹을 사용해 이미지가 서로 겹치지 않고 엇갈린 상태로 통과하는 모양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당시 컴퓨터가 지원하지 않는 Z-Order를 구현해냈습니다. 이렇게 1980년대가 지나며 아이소메트릭 뷰는 롤플레잉 게임과 전략 게임의 시각적 스타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전략 게임에는 파퓰러스가 있고 롤플레잉으로는 폴아웃, 발더스게이트,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디아블로가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출시된 디아블로는 아이소메트릭 뷰를 사용한 롤플레잉일 뿐 아니라 현대에 흔히 액션 롤플레잉, 핵 앤 슬래시라고 부르는 게임플레이를 만들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시대에 걸쳐 아이소메트릭 뷰를 차용한 MMO 게임 개발에 참여하며 시대마다 각기 다른 게임을 리퍼런스 삼곤 했지만 어느 시대에나 항상 디아블로의 새 시리즈를 참고하곤 했습니다. 2025년 현재에는 디아블로 4를 참고하며 ‘x팔. 10년 전에는 디아블로 3을 참고했는데 이젠 4를 참고하고 있어.’라고 한탄하기도 합니다.
현대에는 3D 그래픽 기술 발전으로 완전한 3D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되어 과거처럼 3D 환경을 표현하기 위한 아이소메트릭 뷰 채용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소메트릭 뷰는 여전히 현대 게임에서 아이소메트릭 뷰의 사전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아이소메트릭 뷰는 유저가 현재 상태와 환경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여러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MMO 장르 중에서도 PvP를 중시하는 게임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게임에 따라 카메라 옵션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평소에는 삼인칭 시점으로 더 풍부한 그래픽을 즐기다가도 플레이어를 강한 경쟁으로 내모는 PvP 컨텐츠를 플레이 할 때는 아이소메트릭에 가까운 시점으로 바꿔 플레이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심즈 4, 디아블로 4와 같은 게임들은 엄밀한 아이소메트릭 문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아이소메트릭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소메트릭 투영은 삼차원의 각 축이 120도 각도를 이루고 가상의 카메라로부터 멀어지더라도 원근법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이제는 3D 그래픽으로 이를 표현하면서 카메라 가까이에서는 아이소메트릭과 비슷해 보이지만 카메라로부터 멀어질수록 원근법에 의해 크기가 줄어들며 화면 밖 어디선가 소실점이 생기는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아이소메트릭 뷰라고 부르면서도 이 표현이 사전적인 의미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딱히 이들을 부를 마땅한 표현이 없어 여전히 아이소메트릭 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완전한 3D 그래픽에 기반하면서도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이 뷰를 차용하는 이유는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 공간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아이소메트릭 뷰의 기술적 특징과 장점을 살펴보면 먼저 명확 가시성을 들 수 있습니다. 특정 뷰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삼차원 공간의 각 차원을 동등하게 표현해 복잡한 구조를 이해할 때 효과적입니다. 게임에서는 전략 게임이나 실시간 멀티플레이 MMO 게임에서 복잡한 게임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 안내도도 층 사이를 높게 과장한 형태의 아이소메트릭 모양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 방식이 아니면 사실상 3차원으로 복잡한 역 구조 전체를 한 번에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 다음으로 효율적인 리소스 사용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소메트릭 뷰는 초기에 3차원 공간을 2차원에 투영하기 위해 도입되었는데 실제 3D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3차원 공간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하드웨어 요구 사양을 실제 3차원으로 구현하는데 비해 크게 절약할 수 있어 모바일 게임에 아이소메트릭 뷰가 자주 차용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 일관된 시각적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2차원 아이소메트릭 뷰에서 가상의 카메라로부터 거리가 달라지더라도 항상 사물은 일관된 크기로 표현됩니다. 이 역시 복잡한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어 복잡한 전략 게임이나 멀티플레이 롤플레잉 게임의 현재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완전한 3D 그래픽을 흔히 사용할 수 있는 현대에도 아이소메트릭 뷰는 여러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모바일 게임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되었습니다. 눈의 피로를 줄이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용자 정사에 어울리며 스마트폰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준으로 구현하기에 알맞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아이소메트릭 뷰는 타이쿤 장르에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맵, 건물, 사람이나 자동차, 자원 등 여러 요소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게임 플레이와 의사결정이 쉬워집니다. 또 아이소메트릭 뷰를 기존 프랜차이즈를 재해석하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령 라라그래프트 고 시리즈나 히트맨 고 시리즈는 각각 툼레이더 프랜차이즈와 히트맨 프랜차이즈를 퍼즐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들은 턴 방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지만 유튜브에서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을 검색해보면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를 아이소메트릭 뷰로 분류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미루어 실시간으로 동작하는 메커닉으로 재해석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또한 아이소메트릭 디자인은 현대적인 인터페이스 트랜드로도 널리 활용됩니다. 앞서 언급한 지하철 역 안내도 뿐 아니라 지도에서도 건물과 거리, 자동차 등의 시각적 요소의 시인성을 유지하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 그래픽 디자인 트랜드에에서 3D 모델에 아이소메트릭 디자인을 적용해 복잡한 구조의 3차원 표현을 유지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단순화하는데 사용합니다.
한편 최근 개인적으로 크게 감명 받은 아이소메트릭 뷰 기반 게임에는 Closer the Distance가 있습니다. 실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게임의 아이소메트릭 뷰 상에서 캐릭터의 위치에 따라 동적으로 생성되는 건물들이 어떻게 사라져야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건물의 구조에 의한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례를 찾다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만, 게임에 접근한 목적과 달리 여러 가지를 느끼고 또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비극을 마주한 가족과 친구, 마을 주민들 사이의 유대에 관한 감정적인 이야기를 담은 게임입니다. 누군가는 이 장르를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시각적 스타일은 독특한 접근을 통해 게임의 감정적 깊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심즈 시리즈를 연상시키면서도 더 예술적으로 접근합니다. 마을은 ‘가을의 황금빛 갈색 색조’ 위주로 구성되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색채 선택은 게임의 핵심 테마인 상실과 슬픔, 치유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돕습니다. 마을에는 양 목장, 묘지와 교회, 전망대, 해변, 캠프파이어, 작은 놀이터 등 다양한 장소가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기반으로 단순한 아이소메트릭 뷰를 넘어서 플레이어가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현재 선택된 캐릭터 주변을 회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카메라 제어는 활동하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경험에 따라 몰입감을 줍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건물의 벽이 알맞게 투명해져 실내와 실외에 따른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아이소메트릭 뷰 뿐 아니라 다른 시각적 요소들을 사용해 기획 의도를 알맞게 풀어냅니다. 가령 낮과 밤의 색온도 변화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시간대에 따른 감정적 뉘앙스를 전달합니다. 가령 해질녘의 주황색 조명은 캐릭터들이 흩어져 각자의 집에 돌아가며 느끼는 일종의 외로움을 강조하지만 한밤중의 청색 톤은 고민, 또는 고뇌를 보여줍니다. 또한 주요 인물의 심리 변화에 따라 주변 환경의 채도가 조절됩니다. 슬픔에 잠긴 장면에서는 회색조가 우세해지고 화해의 순간에는 따뜻한 색상이 부각됩니다. 또한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을 주로 사용해 내러티브의 단서로 삼을 수 있는데 묘지의 무채색 색상, 해변의 따뜻한 색상, 놀이터의 파스텔 톤 등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아이소메트릭 뷰에 기초한 카메라 활용으로 서사를 더 두드러지게 표현했습니다.
가령 와이드 앵글로 조망하는 마을 전체는 캐릭터들의 고립을 강조하지만 내로우 앵글로 조망하는 캐릭터들 각각은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일어나는 여러 캐릭터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카메라는 마을을 가로질러 빠르게 전환된ㄴ데 이 때 카메라의 급격한 변화가 시간의 동시성을 시각화하는데 기여합니다. 또한 이렇게 빠른 카메라 이동이 끝날 때 사건이 실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상황과 필요에 맞춰 카메라와 캐릭터 사이에 있는 벽이 알맞게 사라져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밤 시간대에는 주로 빛을 내는 가로등, 촛불, TV 화면 등을 중심으로 구성해 어둠 속에서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데 이는 영화 촬영 기법으로부터 힌트를 얻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으로부터 여러 가지 영감을 받아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의 핵심 메커닉은 다른 장르 또는 다른 뷰 게임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시점과 공간 인식에 차이가 있는데 아이소메트릭 뷰는 2차원 평면에 3차원 공간감을 주기 때문에 유저는 더 넓은 게임 세계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는 탑다운이나 1인칭 또는 3인칭 시점과 달리 전체적인 상황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전략적 판단을 더 쉽게 만들어 줍니다.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은 실시간 및 턴 기반 전투 모두 나타납니다. 롤플레잉 장르에서는 디아블로처럼 실시간 액션이나 디비니티 같은 턴 기반 모두 사용됩니다. 서구권에서 널리 인기 있는 1인칭 또는 3인칭 액션 게임들이 주로 실시간 전투에 집중하는데 비해 아이소멭릭 뷰 게임은 전투의 속도와 흐름에 집중해 유저가 더 전략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듭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아이소메트릭 뷰를 차용하면서도 캐릭터나 배경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조절해 캐릭터를 더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종종 아이소메트릭 뷰의 근본적인 목적과 장점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이소메트릭 뷰를 채용한 여러 전략 게임이 여러 유닛을 한 번에 조작하는 형태임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더 넓은 영역의 상황 전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특징에 따라 여러 캐릭터에 걸친 플레이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반면 1인칭이나 3인칭 게임은 주로 한 번에 한 캐릭터에 집중합니다. 때문에 아이소메트릭 뷰를 도입했다면 유저가 한 번에 여러 대상의 상태를 살피도록 만드는 플레이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디아블로 같은 오래된 아이소메트릭 게임은 한 캐릭터에 집중하면서도 아이소메트릭 뷰를 유지하고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는데 디아블로 같은 액션 롤플레잉 혹은 핵 앤 슬레시 장르 게임은 한 명의 캐릭터를 조작하지만 전장에 나타난 여러 적들을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는 점은 이 게임에 아이소메트릭 뷰가 어울린다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소메트릭 뷰는 초기 하드웨어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해결 방법으로 시작해 오늘날에는 복잡한 구조에 대한 시인성을 증대시키는 목적을 위한 한 가지 표현 방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현대 게임들은 여전히 아이소메트릭 뷰와 유사한 뷰를 제공해 복잡한 상황에 대한 시인성을 개선해 플레이 경험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의 완전한 3D 그래픽은 게임의 기본적인 경험을 아이소메트릭 뷰에 가깝게 유지하되 필요한 경우 시점을 부드럽게 전환해 강조하고자 하는 대상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또 아이소메트릭 뷰로 바라보던 세계가 사실은 완전한 3D로 구성된 보다 현실적인 세계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내 유저의 몰입도를 올리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