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W 젠가
이전에 어두컴컴한 이야기 하나와 단순한 이야기 하나를 했으니 이번에는 ‘이상한 이야기’ 하나를 해 볼까 합니다. 트위터에서 이야기하다가 P2W 젠가를 생각해볼 일이 있었는데 이 생각을 정리하면 이상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젠가는 나무토막을 쌓아 기둥을 만든 다음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나무토막을 뽑아 위에 쌓기를 반복해 맨 먼저 기둥을 무너뜨린 사람이 패배하는게임입니다.
이 젠가를 P2W 방식으로 설계하면 어떤 모양이 될 지 생각해봤습니다. P2W 젠가는 먼저 게임을 할 개인들이 모입니다. 각자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쌓아 올릴 나무토막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팀을 만듭니다. 같은 팀끼리 나무토막을 쌓아 올리게 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각 팀 별로 각자가 돌아가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무토막을 쌓아 올립니다. 지정해 둔 시간이 경과하면 게임을 중단하고 나무토막을 가장 높이 쌓아 올린 팀이 승리합니다. 승리한 팀 구성원은 기둥 높이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습니다.
이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나무토막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고 또 나무토막을 많이 가진 사람들끼리 팀을 이뤄야 합니다. 나무토막은 상점에서 유료 재화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료 재화로만 구입하게 만들면 분명 불만이 생길 겁니다. 나무토막을 상점에서 인게임 재화로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인게임 재화는 젠가 테이블 옆에 있는 가위바위보 머신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길 때마다 얻습니다. 가위바위보에 지면 재화를 얻지 못합니다. 가위바위보 머신은 한 대 뿐이어서 한 명 당 하루에 할 수 있는 가위바위보 횟수가 제한됩니다. 유료 재화를 사용할 때에 비해 시간을 투입해야 하지만 가위바위보가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불만이 줄어들 겁니다. 또 이벤트를 통해 얻은 전용 재화로 나무토막을 구할 수도 있는데 가상의 샌드위치 가게를 이용할 때 주는 쿠폰번호를 입력해 전용 재화를 얻은 다음 이를 나무토막과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게임의 특징은 일단 게임이 시작된 다음에는 번갈아가며 각자가 가진 나무토막을 차례대로 쌓아 올리지만 겡림이 시작되기 전에 나무토막을 미리 마련하는 플레이에 의해 게임 결과가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개발은 크게 나무토막을 쌓아 올리는 핵심 플레이와 나무토막을 입수하는 플레이로 구분해 각각을 고도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진행됩니다. 개발할 때 고려할 점은 나무토막을 쌓는 경험 자체가 재미있어야 하고 또 나무토막을 입수하는 경험이 나무토막을 쌓는 경험을 기대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젠가와 P2W 젠가는 약간 달라 보입니다. 게임에 이기기 위해 나무토막을 쌓는 핵심 플레이가 중요하지만 게임 시작 전에 나무토막을 미리 준비하는 플레이 역시 무척 중요합니다. 나무토막을 미리 준비하는 플레이를 합리적으로, 또 본 게임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P2W 젠가 디자인에 중요한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