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은 욕설이기 때문에 욕설이다

욕설을 그 의미대로 해석해 평가하고 막을 것인지는 욕설의 순기능에 따라 조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욕설은 욕설이기 때문에 욕설이다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나서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스토돈에서 아무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개개인의 발언으로 시작된 싸움이 확대되어 결국 서버 단위의 차단이 일어났는데 서로 다른 마스토돈 서버 운영자 분들이 마치 따로 입을 맞춰 온 것처럼 똑같은 공지사항을 붙여 넣으며 특정 서버를 영구히 차단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차단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서버로부터 한 서버를 영구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여러 서버 공지사항이 한 타임라인에 연달아 나타나는 모습은 기묘하다 못해 기괴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마스토돈이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편안하게 아무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계기가 됩니다.

고민의 결과는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상에서 개인 입장이라면 조금 더 자유롭게 이야기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발언과 그에 따른 결과를 자기 스스로 감당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 처럼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여러 서버 관리자 분들의 심기를 한 번에 건드리면 여러 서버로부터 차단될 수는 있지만 계정 하나 단위에 일어나는 일이니 어쩌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이전에 작성한 글이 아깝기는 하지만 새 계정을 만드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으니 다른 계정을 만들어 지금까지 하던 것과 같이 계속해서 글을 쓰면 됩니다. 하지만 개인 입장이 아니라면 행동에 훨씬 조심해야 합니다. 가령 자신이 특정 서버 관리자라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특정 서버의 관리자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서버 관리자 계정으로 말할 때와 개인 계정으로 말할 때를 완전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전히 개인 계정은 개인으로써 비교적 편안히 별 위협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버 관리자임을 숨기지 않는다면 이제 이 개인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게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이든 여러 서버 관리자님들을 한 번에 열 받게 만들면 여러 서버로부터 서버 단위로 차단될 수 있으며 이 결과는 같은 서버를 사용하는 여러 사용자들께 큰 피해를 주는 결과로 돌아옵니다. 계정 하나 단위로는 새로운 계정을 만들기 그리 복잡하지 않지만 서버 단위로 차단되어 서버를 폐기하고 새 서버를 만들거나 다른 서버로 이사해 새 계정을 만드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고작 소셜 그래프를 옮겨준다고 해서 모든 것이 옮겨진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서버 구성원 전체에 대한 반영구적인 사형 선고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형상관리도구 을 사용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도통 일어나지 않는다는 온갖 이상한 오동작들을 겪으며 과연 이 깃이라는 형상관리도구가 대규모 바이너리 파일의 버전관리를 포함한 다양한 용도에 활용되는 상황이 올바른지 여러 모로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세계는 깃무새로 가득해 버전관리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깃이 튀어나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깃 말고도 좀 더 특정 요구사항에 적합하게 개발되었거나 오랜 역사에 걸쳐 스스로를 증명해 낸 검증된 형상관리도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형상관리도구가 오동작하거나 윈도우 환경에 맞춰 사려깊게 개발되지 않은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정상 동작하지 않을 때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상당히 열이 받곤 합니다. 분명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상황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붙여 넣을 커맨드를 설명하는 웹사이트는 많았지만 그 커맨드가 동작하지 않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언급하는 웹사이트는 없거나 거의 없었습니다. 한번은 깃이 또 아무 이유 없이 멀쩡히 삭제 가능한 index.lock 파일을 삭제할 수 없다며 드러누웠고 화가 날 데 까지 난 저는 마스토돈에 욕설을 섞어 이딴 도구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격한 감정이 포함된 글을 남깁니다.

몇 분 만에 이 글에 대한 모더레이션 요청이 들어왔는데 지금 사용하는 마스토돈 서버는 직접 운영하고 있어 스스로 쓴 글에 모더레이션 요청을 보내면 그 요청이 저 자신에게 도착하게 되어 있습니다. 모더레이션 요청을 하신 분 역시 그 사실을 알고 계신 듯 글을 쓴 저와 관리자인 저를 구분하지 않고 올바르지 않은 말을 사용했고 욕설에는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너무 짜증이 나서 쓴 글이었지만 이 모더레이션 요청의 말에는 틀린 점이 하나도 없었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글을 삭제하는 선에서 모더레이션을 완료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다른 모더레이션 요청을 처리해본 적이 없어서 실제 모더레이션 요청은 어떻게 나타나고 또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는데 그 과정을 실제 상황을 통해 알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아무리 열을 받아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함부로 욕설을 말하는 건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개인 입장이 아니라 서버 관리자 입장에서 함부로 행동했다가는 이전에 살펴본 대로 서버 단위로 여러 서버에 걸쳐 차단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행동에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사건을 조금씩 곱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지배적인 생각은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함부로 욕설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개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서버 관리자 입장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이상 함부로 책잡힐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는 욕설 자체가 잘못된 일인지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당시에 욕설은 CW를 사용해 가려 놓은 상태였는데 애초에 액티비티펍 네트워크의 CW 기능은 그런데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싶었습니다. 가령 NSFW라고 적은 CW로 내용을 가려 놓으면 평소와는 조금 다른 내용을 올릴 수도 있고 어떤 좋지 않은 소식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싶을 때 CW로 이 사실을 미리 알린 다음 이런 주의사항에 동의하는 사람들에 한해 CW를 직접 열고 글을 읽고 그림을 보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시 욕설을 포함한 글 역시 CW로 가렸고 CW에 욕설이 포함되어 있다고 적었었는데 CW로 가려진 욕설이 모더레이션 요청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욕설을 말하는 행동은 썩 교양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서도 욕설을 습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주로 범죄자로 그려지는 것을 봐도 그 이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회에서도 욕설을 자주 말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욕설을 말하는 행동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을지는 고민해보게 됩니다. 욕설은 분노를 줄여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복잡한 감정을 짧고 간결하게 배설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만약 복잡한 상황 때문에 화도 나고 곤란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웃기고 길게 생각해보니 슬프기도 해서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바로 그 때 짧고 강한 욕설 한 마디가 이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고 상황을 배설하게 도와 주며 배설을 통해 상황을 이겨내고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욕설은 그 어원을 찾아보기 시작하면 그 어느 것 하나도 똑바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면전에서 할 수 있지 않습니다. 오랜 역사에 걸쳐 터부시 하거나 두려워 했던 것으로부터 천하게 여긴 것, 사회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것, 모두가 피해 다니기를 원했던 것, 그런 상황들이 현대까지 이어져 오며 그 어원에 의한 의미는 약해지고 단어 자체가 가진 강한 표현과 뉘앙스만 남아 현대에 욕설이 됐고 의미를 생각하면 함부로 말하기 어렵겠지만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앞에서 말한 다양한 효과를 위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욕설은 주로 실제 그 욕설의 어원으로부터 비롯된 의미 자체로 사용되기 보다는 욕설이라는 강한 표현과 이 말이 활용되는 문맥 상의 뉘앙스가 더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어원과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 욕설을 내뱉었다고 해서 그 집단을 비난하는 의미로 사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현대에 욕설은 그 의미보다는 효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상에서 욕설 사용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을 보고 생각해봤습니다. 비록 욕설의 어원에서 비롯된 의미는 그 욕설이 가리키는 어떤 집단과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낮춰 말하는 표현일 수 있지만 그 단어가 사용된 맥락으로 미루어 과연 그 단어가 어원으로부터 비롯된 바로 그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욕설은 욕설로써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곡해해 받아들이기 쉽지만 어원에 따라 언어를 판단하려고 마음 먹으면 현대에 말하기에 안전한 어원을 가진 단어들만을 선별해서 사용하는 것 또한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일 겁니다. 욕설 그 자체를 놓고 생각해보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욕설이 사용된 언어의 맥락, 사회적 맥락을 감안하면 어원으로부터 온 바로 그 의미와는 아무 상관 없이 그저 강한 배설의 언어로써 역할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욕설을 과도하게 지적하고 사용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봅니다. 물론 욕설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럴 수 없을 때 욕설이기 때문에 감정을 배설하지 못하고 그대로 마음에 쌓아 두고 답답해 한다면 이는 올바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일종의 배설 욕구를 충족하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마침 욕설은 그런 배설 욕구를 가장 빠르고 편하게, 그리고 복잡한 어휘력 없이도 충족할 수 있게 해 주는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이런 도구를 그저 어원에만 근거해 사용을 가로막는 건 문제를 제기하는 자신에게, 그리고 욕설을 통해 빠르게 배설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언어가 변화해 가는 역사적 맥락에 그리 유용한 움직임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