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대안 분산 서비스에 대한 회의적 의견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 이해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 일론이 트위터를 휘저으며 여러 사람들의 생계를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고 AT 프로토콜에 대한 글을 안 읽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절대 안 망할 것처럼 보였던 여러 서비스들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쇠락을 겪어 왔습니다. 가령 야후, 마이스페이스, 블랙베리 같은 회사들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현대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들도 영원하지 않을 겁니다. 어처구니 없는 모습으로 끝을 맞이할 수 있고 트위터도 예외가 아니며 아직 끝은 아닌 것 같지만 어처구니없긴 합니다.
트위터 코퍼운더 잭 도시는 트위터에 한 가장 큰 실수로 이런 서비스를 회사 형태로 만들었다는 점을 꼽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강력한 텍스트 배포 서비스는 이 서비스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개인이나 회사 단위로 운영하기에는 그 책임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트위터는 적어도 지금으로는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이 전 세계적인 텍스트 배포 서비스를 통해 느슨하게 연결되어 아무말이나 하던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다른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마스토돈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뒤에서 잠깐 이야기하겠지만 이 서비스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트위터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또 사람들이 미래에 트위터를 대신할 서비스로 블루스카이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들이 달성하겠다고 하는 목표를 살펴보면 트위터와 비슷한 전 세계적인 텍스트 배포 서비스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의 주요 기능을 설명한 문서를 간단히 읽어보고 나서 걱정이 좀 들었습니다.
대략 분산기술 아이디어에 기반한 빠르고 개방된 네트워크입니다. 트위터처럼 네트워크를 단일 서비스를 통해 구동하는 대신 여러 분산된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구동합니다. 필요에 따라 개인, 기업이 자체 호스팅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마스토돈이 이런 형태입니다. 여러 서버를 통해 구동 되지만 같은 채널에 모여 이야기하는 IRC 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계정 이동성이 있어 데이터나 소셜 그래프를 잃지 않고 서비스를 옮길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는 핸드폰 번호이동과 비슷한 개념인데 통신사를 옮겨도 내 번호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고 주소록이 변경되지도 않는 동작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타임라인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현대에 알고리즘은 내가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데 이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상호운용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좀 모호합니다. 이미 프로토콜 스스로가 여러 서비스에 걸쳐 분산될 수 있는데 별도 상호운용성을 언급한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프로토콜의 구현체를 구동하는 서비스가 아닌 다른 서비스에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추측해 봅니다. 가령 블로그에서 트윗을 임베드 하는 식의 사용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여러 서버에 분산되어 동작하는 IRC 같은 서비스인데 개인이 서비스를 이동함에 따라 데이터와 소셜그래프가 유지되는 텍스트 배포 서비스를 위한 프로토콜과 이를 활용한 리퍼런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리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도에 회의적입니다.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접근 방식 때문인데요, 트위터가 전세계적인 텍스트 배포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에 하루가 멀다 하고 고래를 띄우던 시대를 겪으며 견고하게 갈고 닦였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대규모 서비스가 멀쩡하게 돌아가던 이유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강력한 중앙화된 주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산 서비스는 근본적으로 서비스 유지 책임 역시 분산되어 있다는 의미인데 책임이 분산되면 원활한 동작과 빠른 장애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프로토콜이 이런 상황에도 단단하게 동작할 것을 기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금전적인 이득 없이 멀쩡히 동작한 분산 서비스는 없어 보입니다. 강력한 금전적 동기에 의해 비트코인 네트워크나 PoS로 이전하기 전 이더리움 네트워크, 비트토렌토 네트워크가 동작한 사례는 있긴 합니다. 마스토돈을 이 목록에 넣을 수 있을까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론이 트위터를 아무리 망가뜨려도 분산된 주체에 의해 운영되는 서비스가 현대 인터넷 사용자들이 익숙해진 일관된 사용 경험을 줄 수 없을 겁니다. 다른 서버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검색되지 않는다든지 다른 서버에서 만든 백업을 복원하려고 했지만 잘 동작하지 않는다든지 트위터 초창기에 겪던 올린 글이 긴 딜레이 후에 나타나는 등의 온갖 문제들이 단지 단단하게 설계된 프로토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 당장 대안 서비스를 찾아 나서거나 특정 대안 서비스에 큰 기대를 가지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운영 책임을 분산하는 서비스는 지금처럼 불안한 시대에 나타나곤 했지만 강력한 금전적 동기나 강력한 권한을 가진 중앙화된 운영 주체가 있지 않은 한 잘 동작한 사례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주기적으로 트위터 아카이브나 다운로드 해 두는 정도인데 그나마 트위터 아카이브는 누군가 시간을 들여 구현해주지 않는 이상 나 혼자 읽어보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