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배달 사용 전략

세이브 배달은 배달을 더 빨리 받거나 늦게 받는 장치가 아닙니다. 배달을 영원히 못 받을 상황에 그나마 배달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장치입니다.

세이브 배달 사용 전략

지난 세이브배달은 배달원에게 이익인가?를 작성해 공개한 다음 관련 검색어를 통한 유입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이브 배달은 쿠팡이츠 앱에서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지 않고 같은 경로 상에 있는 여러 집 - 거의 두 집인 것 같음 - 을 한 번에 배달하는 옵션으로 이론적으로 배달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을 기대할 수 있는 대신 배달 요금을 약간 덜 낼 수 있습니다. 또한 배달원 입장에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두 건 이상의 배달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으니 단위 시간, 혹은 단위 거리를 이동할 때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야기를 쓸 때 한 고민은 이론적으로는 단위 시간 안에 배달원의 수익을 늘릴 수 있지만 업무 복잡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수익 증가 뿐 아니라 실수 가능성의 증가로 인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습니다. 배달원 입장에서 일이 훨씬 어려워지므로 오히려 배달비가 더 높아야 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 글을 올린 다음 유입된 검색어를 살펴보니 검색을 시도한 분들은 세이브 배달이라는 옵션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세이브 배달을 하도록 설정해 주문하면 배달이 얼마나 더 빨리, 혹은 더 늦게 올 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 역시 똑같은 검색어로 검색을 시도해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 어느 지역의 특정 시간대에 세이브 배달을 시도했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다는 체험담이 여럿 보였고 아마도 검색을 시도한 분들이 원한 건 저런 글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 체험담을 원했는데 중간에 갑자기 글자로 가득한 이상한 블로그가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 탭을 닫아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 역시 유입된 검색어와 같은 검색 결과를 살펴보며 이런 글들은 검색 결과로써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정보로써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본적으로 세이브 배달을 통해 배달이 얼마나 빨리 올 지, 혹은 얼마나 늦게 올 지는 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쿠팡이츠만이 통계적 방법을 통해 알아낼 수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같은 시간, 지역 조건에서 같은 배달을 한집 배달을 사용하는 경우와 세이브 배달을 사용하는 경우를 비교 실험할 수 없거나 비교 실험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올 지 예상하는 것 자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배달 시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세이브 배달 옵션을 선택했거나 그렇지 않거나 여부도 있기는 하지만 주로 그 시간대의 교통 상황, 가게 각각이 배달원의 도착 전에 주문 준비를 마쳤는지 여부, 해당 시간대와 지역에 주문 수 대비 배달원 수 등에 달려 있습니다. 빠른 배달을 위해 배달원 각각이 위험한 주행, 신호위반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객 관점에서 배달 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해당 시간대화 지역의 주문 수 대비 배달원 수입니다. 가게에서 아무리 빨리 주문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배달원이 할당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배달이 계속해서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이브 배달은 한 번에 두 집 이상의 배달을 수행해 배달원의 단위 시간 당 수익을 올리고 고객의 배달료를 줄이려는 목적이 없지는 않지만 이 옵션의 가장 큰 효과는 특정 시간대의 주문 수 대비 배달원 수의 불일치에 의한 지연을 완화하는데 있습니다.

배달업이 큰 인기를 얻은 코비드 기간 동안에는 배달 수요가 늘어나 배달원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시간이 흘러 배달 수요가 줄어들어 배달원 수 역시 늘어난 속도와 비교할 만큼 빠른 속도로 감소했습니다. 배달원의 감소는 당근에 올라오는 중고 스쿠터 매물을 살펴보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데 스쿠터에 대해 잘 모르지만 달리기 위한 용도 보다는 아무래도 배달을 위한 용도였을 것 같아 보이는 매물들이 간간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주말 저녁 배달이 왜 이리 지연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고객들은 이런 상황에 관계 없이 배달이 늦어지면 배달 플랫폼에 항의하거나 주문한 가게에 항의하곤 하기 때문에 정작 배달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인 배달원들은 고객들로부터 직접 클레임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달 플랫폼이 배달원들에 대해 가혹한 규칙을 적용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이 오히려 이 규칙들이 배달원들의 위험한 운행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달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시작하거나 종료할 수 있기 때문에 날짜, 지역, 시간,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배달원 수요에 항상 대응할 수 있지 않습니다. 갑작스런 한파가 찾아온 어느 날 저녁 시간대에 배달원 수는 줄어들었지만 주문 수요가 늘어났다면 이 날은 배달을 요청한 고객들 대부분은 늦은 배달을 경험하고 주문을 받은 가게들은 그저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을 뿐인데 고객들로부터 클레임을 받게 될 겁니다. 배달 플랫폼은 이런 상황에 배달 요금을 올려 유휴 상태인 배달원들을 유인하려고 하지만 이미 업무를 종료하고 플랫폼의 시스템을 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배달원 입장에서 배달 요금이 올랐다고 해서 즉시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해서 밖에 나갈 정도로 높은 유인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단위 시간 당 두 배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업무를 종료한 배달원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배달비를 나눠 부담하는 고객과 가게는 배달 시스템이 동작하기를 원하지만 두 배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세이브 배달은 바로 이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세이브 배달은 배달원에게 단위 시간 당 더 높은 수익을 주기 위해, 고객과 가게가 부담하는 배달 비용을 줄여 주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배달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때 배달 비용을 올리더라도 수요 증가에 맞춰 배달원들이 즉시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점에 이미 업무 중인 배달원들이 업무를 계속하고 또 이들의 단위 시간 당 수익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모든 배달이 세이브 배달 옵션으로 실행되면 이론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배달원이 두 배로 증가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세계에서는 모든 주문을 두 가게와 두 목적지를 묶어 비슷한 이동 경로 안으로 묶을 수 있지 않을 테고 또 모든 고객들이 아마도 배달이 더 늦을 가능성이 높은 세이브 배달 옵션을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세이브 배달 옵션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배달원이 두 배로 증가하는 효과를 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음식을 주문하는 입장에서 세이브 배달 옵션 선택은 조금 더 기다리는 대신 비용을 아주 조금 낮추는 역할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수요 관점에서, 그리고 고객 관점에서 세이브 배달의 존재는 배달 시간이 무한히 지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옵션입니다. 지난번 세이브배달은 배달원에게 이익인가?가 검색을 시도한 사람들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검색 결과에 나타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같은 목록에 있던 여러 체험들 역시 제대로 된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세이브 배달 인터페이스 사용 방법, 세이브 배달 중간 인터페이스, 배달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그냥 이 옵션이 동작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 그래서 검색을 시도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한 집 배달과 비교해 얼마나 더 빨리, 혹은 늦게 배달되는지를 알려주지 못합니다. 사실 어떤 검색 결과도 그런 질문에 답하지 못하며 통계적인 답은 오직 쿠팡이츠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배달을 가속하지는 못하지만 배달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무한대로 배달이 지연되는 상황을 피하는 방법으로 작동합니다.

앞서 소개한 한파 시나리오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어느 주말 저녁 갑작스레 예보에 없던 한파가 몰아 닥쳤고 배달원 상당수가 업무를 종료합니다. 그런데 주말 저녁은 여러 집에서 배달 주문을 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고 특히 쿠팡이츠 스스로는 이전의 배달 정보를 모두 알고 있기에 앞으로 일정 시간에 걸쳐 배달원이 얼마나 부족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 본인 뿐 아니라 가게들도 그간의 경험을 통해 갑작스런 한파가 몰아 닥친 주말 저녁에는 배달원 수가 급감해 배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가게들은 이 상황에 미리 대응해 업무를 일찍 종료하거나 평상시에도 배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기피 지역으로부터 들어온 배달을 재료 소진을 이유로 취소 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집 배달 대신 세이브 배달 옵션을 선택하면 배달 수요에 비해 배달원 수가 더 적은 상황에서 배달이 무한히 지연되는 대신 조금 늦더라도 세이브 배달로 묶여 그래도 배달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세이브 배달은 그저 배달 요금을 절약하고 그 댓가로 약간 늦을 지도 모르는 배달을 조금 더 기다리라는 옵션이 아니라 배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배달이 진행될 가능성을 올리는 방법으로 동작합니다.

정리하면 세이브 배달은 이렇게 동작하기는 하지만 배달원의 단위 시간 당 수익을 올리거나 배달을 시킨 고객 각각의 부담을 줄여 주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세이브 배달은 수요 대비 배달원 수 사이에 급격한 차이가 발생할 때 업무 중인 배달원들의 효율을 올려 배달이 크게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그 댓가로 배달원 각각의 단위 시간 당 수익이 조금 증가하지만 배달 난이도가 함께 상승하므로 그저 두 건에 해당하는 배달 요금을 받는 것만 생각하는 것은 썩 좋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고객 관점에서 배달 수요가 증가하지만 배달원 수는 감소할 거라고 예상되는 상황, 가령 주말, 저녁, 기상 악화 등이 일어날 때 평소처럼 한 집 배달을 시도해 배달 시간이 급격히 늘어날 것을 예상한다면 세이브 배달로 옵션을 바꿔 그나마 배달이 도착하도록 하기 위해 세이브 배달 옵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