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기 메커닉의 역사와 발전
전투 메커닉이 있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흔히 마주치는 그로기 또는 스태거 메커닉은 언제 시작되었고 또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고 현대에 이를 게임에 적용하려 할 때 고려할 점을 살펴봅니다.
젠레스존제로에서 노란색 게이지가 가득 차 주황색으로 변할 때, 그리고 파이널판타지 13에서 적의 체력 아래에 떠오르는 게이지가 끝에 도달했을 때. 이들이 바로 그로기, 스태거, 혹은 브레이크라고 부르는 메커닉입니다. 그로기 시스템을 정의하면 플레이어의 공격 행동이 누적되어 일정 임계값에 도달했을 때 적이 일시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되는 메커니즘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화된 정의이며 현대게임의 그로기 시스템은 좀 더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입니다[^왕왕왕 초보자를 위한 젠레스 존 제로의 전투 메커니즘 소개]. 젠레스존제로에서 그로기 시스템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캐릭터가 적을 공격할 때 대미지와 동시에 충격력이라는 별도 수치가 전달되고 이 값이 임계값을 넘으면 적이 그로기 상태에 빠집니다. 이 상태에 들어간 적은 움직이지 않으며 플레이어는 극대 콤보를 집중적으로 넣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로기 상태의 적에게 입히는 미지가 증폭된다는 점입니다[^젠존제의 시스템 알아보기 -그로기편-]. 파이널판타지 7 리메이크는 그로기 시스템을 다르게 디자인했습니다. 적의 약점 속성으로 공격하면 스태거 게이지가 증가하고 이것이 최대에도 도달하면 적이 스태거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 플레이어의 모든 공격은 더 많은 대미지를 입히며 특정 기술을 사용하면 추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시에서 보듯 그로기는 게임마다 서로 형태와 이름이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합니다. 공격을 통해 리소스를 축적하고 임계에 도달하면 적이 약해지거나 무방비 상태가 되며 플레이어가 극대의 보상을 받는 구조입니다[^What's your favorite type of stagger bar mechanic?].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그로기, 스태거, 브레이크, 기절, 다운 등 게임에 따라 다양하게 부르고 있지만 근본적인 메커닉은 동일합니다[^초보자를 위한 젠레스 존 제로의 전투 메커니즘 소개].
그로기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먼저 현대 게임의 전투 시스템 생태계 속에서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여러 게임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먼저 피해 시스템으로 플레이어와 적이 체력이라는 공통 리소스를 감소시킵니다. 다음으로 상태이상 시스템으로 독 빙결 마비 등 임시 약화 상태를 부여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로기 시스템은 축적형 리소스로 순간적 약화를 유도합니다. 과거에 게임들은 주로 적의 체력을 0으로 만드는 단순한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공격 버튼 연타만으로 게임 진행이 가능했던 시대입니다. 이러한 게임은 전술적 깊이가 부족하고 장시간 플레이 할 때 반복감이 높습니다. 그로기 시스템의 등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플레이어는 이제 적에게 대미지를 입히는 것 뿐 아니라 약점을 찾아 그로기를 유도하고 그로기 상태에서 극대의 보상을 얻는 여러 단계의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Overall Thoughts on Stagger/Break systems?]. 이 구조는 플레이어에게 언제 그로기를 발동할 것인가, 어떤 캐릭터의 공격으로 그로기를 만들 것인가, 그로기 상태에서 누가 딜을 넣을 것인가라는 연쇄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합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이 더 깊고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Trails of Cold Steel’의 디자이너들도 이를 인식했습니다. 브레이크 게이지 시스템은 게이지가 찼으니 추가 대미지를 주는 개념 이상으로 브레이크를 발동시킬 것인가,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플레이어에게 제시합니다.[^Need your Thoughts on Trails turn-based combat mechanics! (Student Dev Here)]
현대 여러 게임이 그로기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게임디자인의 핵심 가치인 플레이어의 만족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첫째, 전투의 리듬감을 살립니다. 게임 전투는 음악과 비슷한 구조를 가집니다. 약한 공격, 그로기 축적, 그로기 발동이라는 세 단계는 마치 클래식 음악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리듬감이 있을 때 플레이어는 지루함을 덜 느낍니다. 100시간 이상 플레이할 때도 게이지가 찰 때 특별한 느낌이 든다고 페르소나 5 커뮤니티가 평가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Persona's Combat System Is Brilliant]. 둘째, 약점 시스템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만약 모든 적이 아무 공격이나 반복하면 결국 죽는다면 게임에서 제시하는 약점 정보는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로기 시스템이 있으면 약점 공격은 강력한 전략이 됩니다. 약점을 명확히 찌르는 플레이어와 무시하는 플레이어의 전투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Octopath Traveler's combat system: "Breaking"]. 셋째. 보스 전투의 특별함을 만듭니다. 일반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는 원칙적으로 같은 규칙을 따르지만 그로기 임계값을 차등화해 전투 경험을 완전히 달리 만듭니다. 일반 몬스터는 한 두 번의 약점 공격으로 그로기 되지만 보스는 더 많은 약점 공격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차등화는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보스는 더 특별하다는 느낌을 줍니다[^I think the "stagger system" is honestly one of the greatest additions to the RPG genre in many years]. 넷째, 플레이어 참여도를 극대화합니다. 그로기가 없는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수동적입니다. 정해진 공격 루틴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로기 시스템이 있으면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변합니다. 어떻게 빠르게 그로기를 만들지, 그로기 상태에서 누가 딜을 넣을지, 다음 보스는 어떤 약점을 가졌는지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플레이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팀을 구성하고 전략을 준비합니다[^A game design principle, technique, or theory you most stand by]. 붕괴 스타레일의 성공은 이를 설명합니다. 게임이 출시되자 커뮤니티는 약점 속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속성 조합이 효율적인지, 각 보스마다 어떤 팀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글과 영상이 만들어져습니다. 그로기 시스템이 게임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Optimal Honkai Star Rail Enemy Weakness Coverage]. 다섯째, 게임의 기준을 올립니다. 현대의 대작 게임에서 그로기 시스템이 없는 게임을 찾기 어렵습니다. 파이널판타지 13 이후 거의 모든 턴제 JRPG가 그로기를 도입했고 세키로의 포스처 시스템 이후 소울라이크 게임들도 유사한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게임디자인 커뮤니티가 그로기 시스템이 게임을 더 낫게 만든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Octopath Traveler's combat system: "Breaking"]. 최근 여러 게임 매체들도 게임 리뷰에서 그로기 시스템의 구현 품질을 별도의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대형 게임들이 전투시스템, 그래픽, 스토리 정도를 평가했던 것과 비교해 일어난 변화입니다.
현대 게임에서 그로기 시스템이 왜 이렇게 광범위하게 도입되었을까요. 단순히 게임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일까요? 그로기 시스템은 게임 디자인의 여러 차원에서 구체적인 목적을 수행하며 각각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로기 시스템이 왜 필요하고 어떤 목적으로 설계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게임디자이너들이 전투시스템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의미 있는 선택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게임학자 Michael Matías는 게임의 가치는 플레이어가 내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선택의 개수에 정비례한다고 말했습니다[^게임 메커닉은 균형 잡혀 있어야 한다.]. 그로기 시스템이 없는 게임을 상상해봅시다. 플레이어의 선택지는 ‘일반공격’, ‘특수스킬’, ‘아이템사용’, ‘방어’ 정도로 단순합니다. 이 선택지는 대부분 적에게 얼마나 많은 대미지를 입힐 것인지의 단일 목표에 집중됩니다. 즉 우월 전략이 존재하기 쉽습니다. 만약 특수 스킬이 항상 일반 공격보다 효율적이라면 플레이어는 항상 특수스킬만 사용하게 되어 게임의 다양성은 사라집니다. 그로기 시스템을 도입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Octopath Traveler’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예로 들어봅시다. 플레이어는 이제 여러 연쇄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첫째, 현재 실드를 즉시 브레이크 할 것인가, 아니면 BP를 모을 것인가 입니다. 지금 약점 공격 2회로 브레이크 할 수 있지만 BP를 3개까지 모으면 5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보스가 강한 공격을 할 위험도 있습니다. 둘째. 누가 그로기를 만들 것인지입니다. 검 캐릭터가 약점이므로 검 캐릭터가 브레이크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마법사가 다른 약점으로 먼저 축적하고 검 캐릭터가 마무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셋째. 브레이크 상태에서 누가 딜을 넣을 것인지입니다. 고화력 딜러를 예약해 두었는지, 아니면 현재 행동 중인 캐릭터로 즉시 공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적을 고려한 자원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번 전투에서 BP를 다 쓸 것인지, 아니면 다음 전투를 대비해 자원을 절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쌓이는 의사결정들은 각각이 게임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보스라도 플레이어마다 다른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그 전략들이 모두 타당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략적 깊이입니다. 게임디자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의미 있는 선택의 다양성이라고 부르며 현대 게임 설계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Trails of Cold Steel’의 게임디자이너들도 브레이크 게이지 시스템을 통해 이를 구현했으며 커뮤니티는 이를 게임이 플레이어의 전략성을 존중한다는 평가로 돌려주었습니다[^게임기획서 전투/스킬 시스템 가이드 문서].
게임 역사에 반복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방어만 하는 형태의 게임플레이입니다. 특히 턴제 게임에서 이런 문제가 심각했습니다[^턴제 게임의 약점과 균형]. 가령 어떤 턴제 게임에서 방어 액션이 효율적이라고 해 봅시다. 피해를 80% 감소시키고 공격력은 150% 증가시키는 버프를 받을 경우 플레이어의 선택은 방어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버프가 쌓이면 한 번 강공격 해 피해를 받지 않고 승리합니다. 이런 게임플레이는 게임디자이너의 의도와 반대입니다. 게임은 공격과 방어의 균형 있는 사용을 원하지만 플레이어는 방어가 최고라는 우월 전략을 발견했습니다[^게임디자인 속 저주의 딜레마]. 그로기 시스템은 이 문제를 우아하게 해결합니다. 방어 중심 플레이로는 그로기를 적극적으로 제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이렇게 설계되어 있다고 해 봅시다. 모든 공격은 그로기 게이지를 증가시킵니다. 방어는 그로기 게이지를 증가시키지 않습니다. 방어 중인 플레이어도 보스의 약점 공격으로 그로기 게이지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로기 게이지가 차면 공격 및 방어 여부에 관계 없이 플레이어는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이 구조에서 순서 방어 플레이가 불가능해집니다. 플레이어는 적극적으로 그로기를 관리하기 위해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가며 사용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게임 설계자가 의도한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전투가 실현됩니다. 실제 여러 게임이 이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Trails’ 시리즈의 모든 브레이크 게이지는 플레이어와 적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에 적용되며 순서 방어만으로는 이길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게임이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Trails of Cold Steel III and IV]. 또한 그로기 시스템은 강제 참여를 만듭니다. 플레이어는 뒷자리에서 방어만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적극적으로 게임의 핵심 메커닉과 상호작용 해야만 합니다.
여러 게임이 약점 개념을 채택했습니다. 불에 약한 적, 물리에 강한 적, 빛에 특히 약한 적 등입니다. 하지만 약점 시스템이 게임에서 실제로 중요한 전략이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What makes a good "Stagger" system?]. 약점 공격의 보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떤 턴제 게임이 일반 공격은 대미지 100, 약점 공격은 대미지 150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플레이어는 약점 공격을 하면 좋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특히 보스 전투에서 약점보다 가장 높은 대미지를 주는 기술이 항상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Octopath Traveler: Spoiler-Free Review]. 그로기 시스템은 약점에 극적인 보상을 부여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스타레일의 설계를 봅시다[^Weakness Break And Toughness in Honkai: Star Rail, Explained]. 일반 공격은 대미지 50, 약점 공격은 같은 대미지에 강인도 30 감소, 강인도가 0이 되면 다음 약점 공격부터 180% 대미지가 증폭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약점 공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왜냐 하면 약점 공격이 유일하게 브레이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All Honkai Star Rail elements: Effects, weaknesses, and more]. 결과적으로 스타레일 커뮤니티는 어떤 속성 조합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끊임없이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약점 시스템이 게임 플레이의 중심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Optimal Honkai Star Rail Enemy Weakness Coverage].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약점 강화가 팀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약점이 중요하면 다양한 속성의 캐릭터를 모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게임의 캐릭터 수집 시스템도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An explanation of all the Star Rail mechanics the game doesn't tell you:]. ‘Octopath Traveler’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게임의 여섯 가지 무기 약점과 여섯 가지 마법 약점은 모두 동등하게 취급되며 약점 공격이 유일한 그로기 축적 방법입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모든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팀을 자연스럽게 구성하게 됩니다[^Octopath Traveler's combat system: "Breaking"]. 커뮤니티는 이를 게임디자인의 우아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억지로 약점을 강제하는 대신 게임디자인 자체가 약점을 중요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게임디자이너들은 전투가 얼마나 빨라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너무 빠르면 플레이어가 따라가지 못하고 너무 느리면 지루합니다[^Tips for creating fast-paced combat?]. 그로기 시스템은 전투의 리듬감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게임 전투의 기본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모든 게임 전투는 근본적으로 리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특정 리듬에 맞춰 행동하고 게임은 그에 맞춰 반응합니다. 가령 0초에 플레이어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투는 0.3초에 히트 이펙트가 터지며 이 때 적 피해 처리가 일어나고 0.5초 시점에 피해 애니메이션이 재생됩니다. 0.8초 시점에 적 턴이 시작되여 1초 시점에 적이 공격하고 1.3초 시점에 플레이어의 방어 애니메이션이 재생됩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다가 그로기가 발동되면 기존 리듬이 브레이크 상태로 바뀌고 그로기 상태의 적은 무방비 상태로 느린 애니메이션을 재생하고 플레이어는 극대 대미지 콤보로 빠른 연속 공격을 펼칩니다. 이 때 전투 리듬이 급격히 가속됩니다. 이런 가속과 감속의 반복이 바로 게임 전투의 박자감입니다. 그로기 없이는 모든 전투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로기가 있으면 플레이어는 각 전투 단계에서 기대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Looking for feedback on boss attack telegraphs & parry rhythm readability]. 실제로 ‘Devil May Cry 5’의 설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모든 보스는 음악적 박자에 맞춰 공격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플레이어의 스턴, 스태거도 이 박자의 일부입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이 리듬 게임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대로 그로기가 잘못 구현된 게임은 어떻게 될까요. ‘Lies of P’의 경우 그로기 상태의 적이 여전히 공격을 수행할 수 있어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나는 시간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전투의 박자감이 깨지고 플레이어는 답답하다고 평가했습니다[^Problems with Lies of P].
참여도는 게임디자인에서 중요한 지표입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참여하는지를 나타냅니다[^턴제 게임의 약점과 균형]. 그로기가 없는 게임을 생각해봅시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매 턴 가장 강한 공격 선택, 버튼 누르기, 적 턴 기다리기의 반복입니다. 이 경험은 매우 수동적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이 시키는 대로 따를 뿐 능동적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로기 시스템을 도입하면 현재 실드 상태를 확인하고 약점 공격 누적 계획을 수립한 다음 지금 브레이크 할 것인지, 아니면 기다릴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또 그로기 상태를 감지하고 어느 캐릭터가 딜을 넣을 것인지 선택하며 다음 행동을 미리 계획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게임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게임이 약점이라는 신호를 보내면 플레이어는 ‘약점으로 공격하겠다’고 응답합니다. 또 게임이 그로기 게이지가 80%라고 신호를 주면 플레이어는 언제 터질지 예측하겠다고 반응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반복이 높은 참여도를 만듭니다. 이런 높은 참여도의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지루함을 덜 느끼며 시간이 빨리 가고 또 다시 하고 싶다는 평가를 줍니다. 존레스젠제로의 그로기 시스템이 이를 극대화했습니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실시간으로 그로기 게이지 45%, 67%, 그로기 상태 활성화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지금 해야 할 행동을 알고 있습니다[^젠존제의 시스템 알아보기 -그로기편-].
그로기 시스템은 자동으로 팀 내 역할 분담을 만듭니다[^Monster Hunter Wilds – Combat Critique]. 그로기가 없는 게임의 팀 구성은 단순합니다. 가장 높은 공격력, 가장 높은 방어력, 최고 효율의 힐러 조합이 항상 최적입니다. 다른 조합은 쓸모없습니다[^Octopath Traveler: How to Design JRPG Combat]. 이에 비해 그로기 시스템을 도입하면 그로기 생성 역할인 약점을 공격하는 캐릭터들이 생깁니다. 불 약점, 얼음 약점, 번개 약점을 담당할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또 그로기 활용 역할인 그로기 상태에서 극대 딜을 넣는 캐릭터가 생깁니다. 고화력 대미지 딜러, 크리티컬 특화 딜러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지원 역할로 그로기 생성과 활용을 돕는 캐릭터가 생깁니다. 이들은 버프 제공 및 약점 노출 전문가로 구성됩니다. 이렇게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게 됩니다[^Optimal Honkai Star Rail Enemy Weakness Coverage]. 더 중요한 점은 이런 역할 분담이 팀 빌딩의 재미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 캐릭터와 저 캐릭터를 조합하면 어떤 느낌이 될 지, 약점 두 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지, 이번엔 다른 팀으로 도전할지 등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Persona's Combat System Is Brilliant]. ‘Persona 5’의 바톤 패스 시스템이 좋은 예입니다. 한 캐릭터의 약점 공격으로 추가 턴을 얻고 이를 다른 캐릭터에게 양도하면서 팀의 모든 멤버가 한 번의 콤보에 참여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이 팀이 정말 협력한다는 느낌을 박습니다. 이것이 현대 게임이 선호하는 설계 철학입니다. 게임디자이너가 플레이어에게 이 캐릭터를 써야 한다고 강요하는 대신 게임 메커니즘 자체가 이 캐릭터를 쓰면 재미있다고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입니다[^Monster Hunter Wilds – Combat Critique]. 결론적으로 그로기 시스템의 역할과 목적은 단순히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체의 경험을 풍부하고 싶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략적 사고, 능동적 참여, 팀 협력, 리듬감 있는 전투 이 모든 것이 그로기 시스템 하나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I think the "stagger system" is honestly one of the greatest additions to the RPG genre in many years].
그로기 시스템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게임디자인의 발전을 추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1991년 격투 게임에서 태어난 단순한 메커니즘이 현대의 모든 장르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봅시다. 현대적인 의미의 그로기 시스템 시작은 ‘Street Fighter 2’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게임은 처음으로 가드 크러시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The Fighting Game Glossary by Infil - Guard Crush]. 가드 크러시는 매우 단순하게 동작했습니다. 플레이어가 방어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연속으로 적의 공격을 받으면 가드 게이지가 감소합니다. 가드 게이지가 0에 도달하면 플레이어의 방어가 깨지고 그 순간 적의 공격이 통과해 대미지를 입힙니다[^Street Fighter Wiki - Guard Break]. 이 메커니즘이 혁신적인 이유는 방어 중심 플레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트파이터 이전 격투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방어 버튼을 계속 누르면 거의 무적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가드 크러시의 도입으로 플레이어는 언제까지 방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가드 크러시는 플레이어에게 공격할 기회를 강제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수비 중심의 플레이는 언젠가 반드시 뚫렸고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공격에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 격투 게임에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가드 크러시가 방어의 약점을 드러냈다면 ‘Street Fighter Alpha 3’은 공격의 누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했습니다[^Street Fighters Alpha 3 stun animations]. 이 게임은 Dizzy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여러 번 공격을 받거나 특정 콤보로 피격되면 캐릭터가 ‘어지러운’ 상태가 되는 메커니즘입니다. Dizzy 상태에 빠진 캐릭터는 움직이지 못하며 적은 자유롭게 추가 공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Dizzy의 중요성은 누적된 피해가 전투의 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잘못된 콤보로 여러 번 맞으면 갑자기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그로기의 핵심인 누적과 갑적스런 약화를 구현한 것입니다. 격투 게임의 가드 크러시와 Dizzy는 이후 여러 그로기 시스템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가드 크러시는 방어 누적을 통한 방어 불가능 상태를 유발하고 Dizzy는 공격 누적을 통한 피격 누적으로 무방비 상태를 만드는 것으로 이 두 개념을 합친 것이 현대의 그로기 시스템입니다.
2천년대 초반 RPG 장르는 그로기 같은 메커닉이 거의 없었습니다. 게임은 단순히 적의 체력을 0으로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Xenosaga Episode II’는 이를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습니다[^General tips for Episode II?]. 제노사가 에피소드 2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매우 정교합니다. 게임의 모든 적은 특정한 존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XENOSAGA Episode 2 (PS2 – PAL) *2 DISC EDITION*]. 가령 적의 패턴이 C, B, A 순으로 진행된다면 플레이어는 이 순서대로 공격해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정확한 순서대로 공격하면 적은 브레이크 상태가 됩니다. 브레이크 상태에 도달한 적은 다운 혹은 에어본 상태가 되며 이 상태에서 1.5배에서 2배 대미지를 넣을 수 있습니다. 제노사가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혁신적인 이유는 플레이어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격투 게임처럼 감각적인 타이밍이 아닌 정확한 패턴을 따를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턴제 RPG에 적합한 메커니즘입니다. 다만 제노사가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너무 복잡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적마다 달라지는 패턴을 외워야 했고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커뮤니티는 이를 흥미롭지만 번거롭다고 평가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13의 등장은 그로기 시스템의 역사적 분기점입니다[^Final Fantasy XIII]. 파이널판타지 13은 제노사가의 정확한 패턴 방식 대신 누적된 공격 강도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게임의 모든 적은 체인 게이지를 가지고 있습니다[^Final Fantasy XIII’s combat continues to influence the series]. 이 게이지는 검사, 마법사의 공격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전사의 공격으로 천천히 증가하지만 감소 속도가 감소합니다. 또한 공격을 멈추면 빠르게 감소합니다. 게이지가 임계값에 도달하면 적은 스태거 상태가 됩니다. 스태거 상태의 적은 대미지 계수가 상승해 높은 배율의 대미지 증폭이 일어나며 특정 대미지로 런치 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공격하지 않으면 상태가 해제됩니다. 파이널판타지 13 스태거의 핵심은 플레이어의 역할 선택이 곧 그로기 메커니즘으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검사와 마법사를 써야 체인을 빠르게 채울 수 있었고 전사를 써야 감소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팀 구성의 다양성을 만들었습니다. 커뮤니티의 평가는 압도적이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나타난 최고의 메커니즘, 스태거는 전투 시스템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가디언들은 파이널판타지 13의 스태거를 턴제 RPG에 그로기를 완벽하게 응용한 첫 번째 성공 사례로 인정했습니다[^FF XIII battle system is one of the best]. 위키피디아에서 파이널판타지 13을 설명하며 명시적으로 스태거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적들은 스태거 바를 가지며 특정 수치에 도달하면 스태거 상태가 됩니다. 스태거는 대미지를 증폭시키고 때로는 적을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이후 파이널판타지 7 리메이크나 파이널판타지 16 등은 스태거 시스템을 계승했으며 현대 JRPG들도 유사한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격투 게임과 JRPG에서 발전한 그로기 메커니즘은 액션 게임, 특히 소울라이크 장르로 확산됩니다. 다크소울이 도입한 포이즈 시스템은 그로기의 개념을 매우 달리 해석했습니다[^Poise | Dark Souls 3 Wiki]. 포이즈는 보이지 않는 스태거 게이지입니다. 작동 방식은 플레이어 및 적이 공격을 받을 때마다 포이즈 대미지가 발생하고 포이즈 값이 높을수록 포이즈 대미지가 감소합니다. 누적된 포이즈 대미지가 임계값에 도달하면 스태거가 발생합니다. 포이즈의 혁신성은 패스트 롤과 포이즈의 선택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는 가벼운 갑옷을 통해 빠른 회피를 획득하지만 포이즈가 낮거나 무거운 갑옷을 통해 느린 회피와 높은 포이즈를 획득할 수 있었고 이는 스타일의 자유도를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스태거에 강한 캐릭터 혹은 빠른 회피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크소울의 포이즈는 플레이어와 적이 같은 규칙을 따른다는 공정성을 제시했습니다. 적도 포이즈를 가졌고 플레이어도 포이즈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블러드본은 소울 시리즈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블로드폰은 패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Visceral Attack’이라는 그로기의 극치를 만들어냈습니다[^Parry | Bloodborne Wiki]. 먼저 적의 공격 직전에 총으로 패링하면 적이 스태거 상태로 변합니다. 플레이어는 근처로 접근해 R1 버튼을 눌러 내장 뽑기를 발동해 높은 대미지와 체력 회복을 얻습니다. 내장 뽑기의 파괴력은 엄청납니다. 성공하면 적의 상당한 체력을 한 번에 날릴 수 있었습니다. 이는 그로기 상태의 극대 보상의 정점입니다[^Visceral Attack | Bloodborne Wiki]. 블러드본의 설계는 공격적 플레이 강제입니다. 패링을 방어 중심이 아닌 적의 공격을 역으로 이용하는 공격적 메커니즘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항상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커뮤니티는 이를 소울 시리즈 중 가장 만족스러운 메커니즘이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너무 강하지 않은지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했습니다. 한편 세키로는 그로기 개념의 정교한 진화를 보여주었습니다[^Posture | Sekiro Shadows Die Twice Wiki]. 세키로의 자세 시스템은 체력과 별개의 자세 게이지가 있어 적의 공격이 플레이어의 자세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패링 역시 적의 자세에 영향을 주며 완벽한 패링은 자세에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Sekiro combat system explained - Posture, Perilous Attacks and how to Deflect, dodge, counter unblockable attacks and more]. 가장 중요한 역신은 공격과 방어가 동등하게 자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공격하면 적의 자세가 증가하고 적이 공격하면 플레이어의 자세가 증가합니다. 또한 순수 패링도 자세에 영향을 주므로 순수 방어 플레이는 불가능합니다[^So I went to understand how the stagger mechanic works]. 포스처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상대는 데스블로우 당합니다. 보스의 경우 데스블로우는 극대 대미지를 주고 플레이어는 약한 스태거 상태가됩니다. 세키로의 자세 시스템에 대한 커뮤니티의 평가는 극찬이었습니다. 포스처 시스템은 소울 시리즈의 무적 상태 적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와 공격적 플레이를 유도하는 우아한 메커니즘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Soulslike Games With The Best Stagger Mechanics].
앞서 소개한 파이널판타지 13 이후 JRPG는 그로기 메커니즘을 세련되게 발전시켰습니다.'The Legend of Heroes: Trails of Cold Steel'은 파이널판타지 13의 스태거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더욱 투명하고 전략적으로 해석했습니다[^Trails of Cold Steel III and IV]. 트레일의 브레이크 게이지 시스템은 모든 적이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 게이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 종류에 따라 다른 브레이크 대미지가 들어가며 브레이크 게이지가 최대치에 도달하면 언밸런스 상태가 됩니다. 언밸런스 상태는 기술 사용 불가 및 방어력 감소를 유발합니다. 트레일의 혁신은 브레이크를 의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Need your Thoughts on Trails turn-based combat mechanics! (Student Dev Here)]. 플레이어는 즉시 브레이크를 시작해 빨리 끝내거나 브레이크를 연기해 보스의 위험한 공격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레이크 타이밍을 조정해 팀의 강한 공격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트레일 커뮤니티는 브레이크 게이지를 파이널판타지 13보다 더 투명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평가했으며 시리즈에 걸쳐 동일한 메커닉을 유지하면서도 질리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평가했습니다[^The Legend of Heroes: Trails Through Daybreak Review]. 페르소나 5는 약점 추가 턴 개념을 계승하면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Persona's Combat System Is Brilliant]. 페르소나 5의 ‘원모어 + 총공격’은 약점 공격을 통해 추가 턴을 획득하고 다른 캐릭터에게 바톤 패스를 통해 추가 턴을 제공합니다. 또 모든 적이 다운 상태일 때 총공격을 시전해 극적인 컷씬 연출과 다중 대미지를 줍니다. 페르소나의 설계는 턴제 전투가 액션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약점, 추가 턴, 바톤 패스, 약점, 바톤 패스의 연쇄는 마치 실시간 게임의 콤보시스템처럼 느껴집니다[^Why I think Persona 5 Royal absolutely nails turn based combat]. 총공격은 그로기의 극적인 표현입니다. 배경이 붕괴되고 모든 캐릭터가 동시에 공격하며 2D 포즈로 표현되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오랫동안 플레이해도 총공격이 질리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Octopath Traveler’는 턴제 그로기 메커니즘의 완벽한 구현으로 평가받습니다[^Octopath Traveler's combat system: "Breaking"]. 12가지 약점이 모두 동등하게 취급되며 약점 공격으로 실드 포인트를 감소시킵니다. 실드가 0이 되어 브레이크 상태가 되면 방어력이 50% 감소해 두 배 대미지가 적용되며 BP를 축적해 최대 3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점 공격과 브레이크, 최대 BP를 사용해 총 5배의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옥토패스의 혁신은 의사결정의 순간이 모두 의미 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는 지금 브레이크 할 지 아니면 BP를 더 모을지, 약점을 누가 공격할지, 그리고 브레이크 후 누가 딜을 넣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이 모든 선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Octopath Traveler: Spoiler-Free Review]. 커뮤니티는 이 게임을 턴제 JRPG 역사상 최고의 브레이크 시스템이라고 평가했고 출시 후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옥토패스의 시스템을 새로운 게임의 그로기 시스템과 참고하며 비교하고 있습니다[^Octopath Traveler II might have the best turn based system ever.].
2025년 초겨울 기준 최근 5년간 서브걸쳐 게임들이 그로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블루아카이브는 보스 전투에만 특화된 그로기를 도입했습니다[^Blue Archive/Total War]. 블루아카이브의 그로기는 일반 적은 스턴, 공포, 기절 면역, 레이드보스는 그로기 게이지가 있어 그로기 게이지를 0으로 만들면 그로기 상태에 진입합니다. 그로기 중 모든 공격에 보너스 대미지를 줍니다. 블루아카이브의 설계 철학은 일반 컨텐츠와 레이드의 완전한 분리입니다. 일반 적과 보스는 완전히 다른 규칙을 따릅니다[^Total War]. 커뮤니티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보스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전술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스타레일은 속성 기반 그로기의 완성형을 제시했습니다[^Weakness Break And Toughness in Honkai: Star Rail, Explained]. 스타레일의 약점 격파는 모든 적이 강인도를 보유하며 약점 공격으로 강인도를 감시시킵니다. 강인도가 0이 되면 약점 격파가 발동되어 속성 별 지속 대미지와 행동 지연이 일어납니다. 격파 효과는 배수로 격파 대미지를 증폭합니다. 스타레일의 혁신은 모든 시스템이 약점과 격파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팀 구성, 캐릭터 선택, 유물 옵션 등 모든 것이 속성 커버리지와 격파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Optimal Honkai Star Rail Enemy Weakness Coverage]. 커뮤니티는 어떤 속성이 최상의 조합인지를 논의했고 수많은 팀 빌딩 가이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스타레일이 게임 커뮤니티 활성화 측면에서도 성공했음을 의미합니다[^An explanation of all the Star Rail mechanics the game doesn't tell you:]. 림버스 컴퍼니는 스태거를 역할 별로 차등화했습니다[^Limbus Company has to show Stagger Threshold in its UI!]. 림버스의 흐트러짐 경계선은 모든 유닛이 동일한 메커니즘의 적용을 받으며 역할 별로 다른 흐트러짐 경계값을 가집니다. 흐트러짐을 발동하려면 속성 누적 및 특정 스킬이 필요하며 흐트러짐 상태에서는 공격력이 감소하고 추가 대미지에 취약해집니다. 림버스의 설계는 완벽한 일관성을 보여줍니다. 플레이어도 적도 같은 규칙을 따르되 역할에 따라 차등화되었습니다. 커뮤니티는 이를 공정하고 깊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고난이도 보스 전투에서 전술적 깊이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같은 그로기라는 이름을 가졌더라도 게임 장르에 따라 구현 방식과 전술적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장르 별로 그로기 시스템이 어떻게 달리 동작하는지 또 게임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액션 게임의 그로기는 실시간성과 타이밍에 기반합니다. 액션 게임에서 그로기는 순간의 판단을 요구합니다. 플레이어는 적이 스태거 상태가 되는 순간을 감지하고 즉시 반응해야 합니다[^Handling stagger in combat systems]. 가령 데빌메이크라이 5에서 플레이어가 적을 일시적으로 스턴시키면 0.5초-1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반격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시간 내에 플레이어가 특수 공격을 발동하지 않으면 기회가 사라집니다[^Need Help. I do not understand the bosses.]. 이것이 턴제 게임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턴제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언제 공격할지 천천히 고민할 수 있지만 액션 게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한 긴박함이 있습니다. 몬스터헌터 월드의 스태거 역시 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몬스터가 스태거 상태가 되면 플레이어는 2초-3초 내에 집중 공격을 해야 합니다. 이 시간을 놓치면 몬스터가 다시 일어나며 다음 스태거 기회는 언제 올 지 모릅니다[^An in-depth video breakdown of how Monster Hunter's boss fights are designed]. 액션 게임의 그로기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게이지 형태로 구현됩니다. 다크소울의 포이즈가 대표적입니다[^Poise | Dark Souls Wiki]. 앞서 설명한 대로 마크소울의 포이즈 메커니즘은 포이즈 값이 착용한 갑옷의 무게에 따라 결정되고 공격을 주고 받을 때마다 포이즈 대미지가 누적되며 임계값에 도달하면 스태거 상태가 됩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게이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는 몇 번 더 맞을 수 있을지를 감각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게임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세키로의 포스처 시스템은 이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습니다. 포스처 게이지가 화면 아래에 표시되지만 적의 포스처 게이지도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몇 번 방어할 수 있을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Posture | Sekiro Shadows Die Twice Wiki]. 액션 게임의 그로기에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로기 상태가 극도로 짧다는 점입니다. 대신 그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효과적입니다[^FF7R's battle system is so. much. FUN.]. 블러드본의 내장 뽑기가 좋은 예입니다. 패링으로 스태거시키면 플레이어는 즉시 적 근처로 달려가야 합니다. 적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R1을 눌러야 내장 뽑기가 발동됩니다[^Visceral Attack | Bloodborne Wiki].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의 중요성입니다. 1프레임이라도 늦으면 공격이 발동되지 않는데 이것이 바로 게임의 난이도이자 쾌감의 원천입니다.
턴제 게임 대부분에서 그로기는 시간의 압박이 없는 대신 전략적 깊이가 있습니다[^턴제 게임의 전술과 전략]. 턴제 게임에서 그로기는 여러 턴에 걸쳐 축적됩니다. 플레이어는 지금 브레이크 할 것인지, 다음 턴까지 기다릴 것인지를 차근차근 계산할 수 있습니다. ‘Octopath Traveler’의 사례를 살펴봅시다. 턴 1에서 A 캐릭터가 약점을 공격해 실드 1을 감소시킵니다. 턴 2에 보스가 공격하고 턴 3에서 B 캐릭터가 약점을 공격해 실드 1을 감소시킵니다. 턴 4에서 C 캐릭터가 약점을 공격해 실드 1을 감소시킵니다. 턴 5에 플레이어는 다음 약점 공격으로 브레이크 하려면 누가 공격해야 할 지 의사결정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실드가 절반이 남아 있다는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다음 보스가 강한 공격을 할 거라는 미래를 예측한 다음 지금 브레이크하면 보스의 강한 공격을 방어할 수 있지만 딜을 넣을 수 없다는 대안을 비교하고 BP를 3개 모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 브레이크 하자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턴제 게임의 가치는 이런 사고할 시간에 있습니다. 급박하지 않으므로 플레이어가 최선의 선택을 할 기회가 있습니다. 턴제 게임은 거의 모두 그로기 게이지를 명확히 표시합니다[^Octopath Traveler: Spoiler-Free Review]. ‘Trails of Cold Steel’의 브레이크 게이지[^Need your Thoughts on Trails turn-based combat mechanics! (Student Dev Here)]는 적 체력 위에 숫자로 표시됩니다. 플레이어가 정확히 몇 번의 약점 공격으로 브레이크 될 지를 알 수 있어 계획 수립이 쉽습니다. 한편 스타레일의 강인도[^All Honkai Star Rail elements: Effects, weaknesses, and more]는 적 위에 빨간색 게이지로 표시되고 강인도가 감소할 때마다 게이지가 줄어드는 것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브레이크의 진행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명확한 표시는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칙을 이해했다는 신뢰를 만듭니다. 숨겨진 수치나 예측 불가능한 메커니즘은 플레이어에게 불신을 줄 수 있습니다. 턴제 게임의 그로기는 장기 전략과 결합됩니다. ‘Trails of Cold Steel’의 보스 전투를 살펴봅시다. 턴 1-3에는 약점 공격으로 브레이크 게이지를 약 30% 축적합니다. 턴 4-5에서 보스의 위험한 공격을 예상해 회피 및 방어로 시간을 법니다. 이어서 턴 6-8에서 브레이크 게이지를 추가 축적해 야약 70%를 만듭니다. 턴 9-10에서 보스가 강화 버프를 시전에 브레이크 할 수 없어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브레이크 시점을 연기합니다. 턴 11-13에서 브레이크 게이지를 완성해 브레이크를 시작합니다. 턴 14에 브레이크 상태에서 강한 스킬로 극대 대미지를 줍니다. 전체 과정은 8-12턴 정도 소요되어 플레이어는 이 모든 턴을 계획하며 진행해야 합니다. 턴제 게임의 그로기는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마라톤 전략의 성격을 가집니다. 액션 게임처럼 순간의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 전투 중 언제 그로기를 발동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격투 게임의 그로기는 프레임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합니다[^프레임데이터]. 격투 게임의 스턴은 콤보 누적으로 발생합니다. 캐릭터는 체력 수치처럼 일정한 스턴 내구력이 있어 공격을 받으면 깎이고 시간이 지나며 회복됩니다. 이 회복량을 초과하면 스턴에 걸리게 됩니다. 가령 스트리트파이터 6은 스턴 내구력의 초기값은 100이고 약한 공격은 5, 중간 공격은 10, 강한 공격은 20만큼 스턴 내구력을 감소시킵니다. 플레이어가 약한 공격 3회, 중간 공격 2회, 강한 공격 1회를 연속으로 적중시키면 적의 스턴 내구력은 65만큼 감소합니다. 아직 스턴에 걸리지 않았으므로 플레이어는 다음 공격을 추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턴 내구력이 회복됩니다. 플레이어가 쉬고 있으면 적의 스턴 내구력이 천천히 증가하기 때문에 콤보는 끊김 없이 연속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격투 게임의 그로기는 단순히 공격으로만 동작하지 않습니다. 방어를 부수는 메커니즘도 있습니다[^Guard Break]. 가드 크러시[^Guard Crush]는 플레이어가 방어 중 가드 게이지가 축적되고 가드 게이지가 최대가 되면 가드 브레이크가 발생해 방어 불가 상태가 되어 모든 공격이 적중하게 됩니다. 이 메커니즘은 방어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게임 철학을 반영합니다. 플레이어가 계속 방어만 하면 적이 차근차근 가드를 부숴 결국 공격이 적중합니다. 이 장르의 스턴 시스템은 정밀한 프레임 단위의 계산에 기반합니다. 기술이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지속되며 거두는 시간이 얼마나 되고 또 맞거나 막히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프레임 단위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령 어떤 격투 게임에서 캐릭터 A의 약한 펀치는 4프레임에 착지, 히트하면 6프레임 동안 적 경직이 발생하고 캐릭터 A의 중간 킥이 6프레임이 착지하도록 콤보가 설계되어 있다면 A가 약한 펀치를 먼저 날리고 중간 킥을 바로 이으면 콤보 상태가 됩니다. 약한 펀치가 착지한 후 적이 경직되는 6프레임 동안 중간 킥이 착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프레임 단위의 정밀도는 게임에 깊이를 만듭니다. 전문 플레이어들은 프레임을 분석해 불가능해 보이는 콤보를 발견합니다.
서브컬처 게임의 그로기 시스템은 레이드 보스와 일반 컨텐츠를 분리합니다[^Blue Archive/Total War]. 블루카아이브의 그로기 시스템[^Total War]은 일반 스테이지에서 스턴, 공포, 기절 상태이상이 불가능하고 그로기 메커니즘이 없습니다. 이에 비해 레이드 보스는 그로기 게이지가 있고 그로기 게이지를 0으로 만들어 그로기 상태에 진입하며 그로기 상태일 때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이 설계는 난이도를 분리합니다. 일반 스테이지에서는 편하게 진행하고 경쟁 컨텐츠에서는 난이도 높은 메커니즘과 마주하게 됩니다. 스타레일의 강인도[^Optimal Honkai Star Rail Enemy Weakness Coverage]는 약점 공격으로만 강인도를 감소시켜 강인도 0을 만들어 브레이크 상태를 만듭니다. 브레이크 종류에 따라 물리 브레이크는 출혈 지속 대미지, 화염 브레이크는 화상 지속 대미지 및 대미지 증폭, 번개 브레이크는 행동 지연을 일으킵니다. 이는 속성 선택이 그로기 효과를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약점을 공격하는 것 이상으로 속성 약점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이 장르는 그로기 시스템을 통해 팀 다양성을 강제합니다[^Monster Hunter Wilds – Combat Critique]. 스타레일의 모든 보스는 3개-5개 약점을 가지고 있어 한 캐릭터로 모든 약점을 커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4명의 팀에 최소 3개 이상의 다른 속성이 필요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캐릭터 수집 동기를 만듭니다. 플레이어는 화염 약점을 담당할 캐릭터, 번개 약점을 담당할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모으게 됩니다[^Octopath Traveler: How to Design JRPG Combat]. 나아가 최적화된 팀 빌딩은 여러 캐릭터의 버프 및 디버프를 조율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가령 캐릭터 A는 약점 공격으로 브레이크를 생성하고 캐릭터 B는 브레이크 특화로 지속 대미지를 극대화하며 캐릭터 C는 전체 팀 공격력 버프를 주고 캐릭터 D는 생존력을 지원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커뮤니티의 논의를 만들어냅니다.
소울라이크 게임의 그로기 시스템은 체력과 완전히 독립된 메커니즘입니다. 다크소울의 포이즈 시스템을 살펴보면 최대 체력 500, 포이즈 대미지가 최대 100 중 85까지 누적된 상태일 때 한 번의 무거운 공격으로 포이즈 대미지 30을 추가하면 포이즈 브레이크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최대 체력임에도 스태거 됩니다. 이는 포이즈 관리라는 새로운 전투 요소를 만듭니다. 플레이어는 가벼운 갑옷을 착용해 빠르게 회피할 수 있지만 쉽게 스태거 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거운 갑옷은 스태거 당하기 어렵기 대문에 유리하지만 회피 속도가 느리고 회피 시간이 증가합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세키로의 포스처 시스템은 이를 정점에 올렸습니다[^Sekiro combat system explained - Posture, Perilous Attacks and how to Deflect, dodge, counter unblockable attacks and more]. 공격을 통해 적의 포스처를 증가시킵니다. 방어는 나의 포스처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적과 동등하게 동작합니다. 완벽한 패링은 내 포스처를 유지하지만 적의 포스처를 증가시킵니다. 이 설계의 중요성은 방어 중심 플레이거 불리하다는 점입니다. 방어를 많이 하면 자신의 자세도 빠르게 차오르므로 결국 적극적 공격이 필수적입니다. 소울라이크의 그로기는 위험한 만큼 보상이 큰 구조입니다. 블러드본의 내장 뽑기는 패링에 실패할 경우 무방비 상태가 되어 적의 공격이 적중하게 되지만 내장 뽑기에 성공하면 극대 대미지 및 체력 회복을 얻습니다. 이는 공격적 플레이를 권장하는 게임 철학을 반영합니다. 방어만 하면 안전하지만 지루하고 공격하면 위험하지만 짜릿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 때 플레이어는 보스에게 패링으로 스턴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하고 또 지금 내장 뽑기를 날릴 수 있을지 판단합니다. 그리고 타이밍을 놓쳤다면 적은 비용으로 다음을 노리게 되는데 이런 반복이 바로 지루하지 않은 전투의 비결입니다.
게임을 설계할 때 마주치는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보스와 일반 몬스터를 어떻게 달리 만들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로기 시스템의 적용 방식이 이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I think the "stagger system" is honestly one of the greatest additions to the RPG genre in many years]. 일반 몬스터와 보스의 그로기를 차등화하는 가장 직관적인 이유는 난이도 곡선 때문입니다[^Octopath Traveler: How to Design JRPG Combat]. 만약 모든 적이 동일한 그로기 시스템을 적용받는다면 일반 몬스터는 1회 약점 공격으로 그로기가 시작되고 보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적이 같은 방식으로 약해져 난이도 차이가 없어집니다. 이를 차등화할 경우[^Boss (video games)] 일반 몬스터는 1회 약점 공격으로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 빠른 전투를 유도하고 보스는 10회에 걸친 약점 공격을 통해 그로기 상태를 만들도록 해 긴 전투를 의도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스가 특별한 난이도를 가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에 위계 구조를 만듭니다. 일반 몬스터, 정예 몬스터, 중간 보스, 메인 보스로 진행하며 각 단계마다 그로기 임계값으로 위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론적으로 게임 AI는 완벽합니다[^Boss Fight Design – The Checklist!]. 타이밍 계산에 절대 실수하지 않고 모든 공격 패턴을 최적으로 실행하며 플레이어의 행동을 완벽하게 읽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Fourth wall]. 반면 플레이어는 인간이므로 반응속도에 한계가 있고 실수할 수 있으며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로기 메커니즘을 차등화 하는 것입니다. 보스에게 그로기 임계값을 높이면[^Video Game Boss Design For Shmups] AI가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 증가해 플레이어가 역전 가능한 기회가 늘어나 전투가 좀 더 공평한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렇게 할 때 플레이어가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보스가 더 강한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한 메커니즘을 사용한다고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보스 전투는 단순한 적과 싸움이 아니라 내러티브적 이벤트입니다[^Game Design Technique #14: Mastering the Boss Fight]. 가령 1장 보스는 주인공이 처음 마주친 강한 적으로 성장의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중간 보스는 주인공의 동료가 배신해 감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최종 보스는 게임의 모든 테마다 결집된 상징으로 절정 역할을 합니다[^Boss Battle Design and Structure]. 각 보스 전투는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그로기 메커니즘의 차등화는 이 신호 중 하나입니다. 보스에게만 강조된 그로기 시스템은 이 적은 일반 몬스터가 아니라는 신호를 줘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올리고 전투의 기억을 선명하게 만듭니다.
파이널판타지 13의 설계는 모든 적이 같은 규칙을 따르되 매개변수만 다르다는 철학에 기반합니다[^Overall Thoughts on Stagger/Break systems?]. 일반 몬스터의 스태거는 체인 게이지가 50 수준으로 낮고 스태거 이후 회복 속도 역시 약 3턴으로 빠르며 스태거 중 대미지 배율이 1.5배입니다[^Stagger (Final Fantasy XIII)]. 반면 보스의 스태거는 체인 게이지가 300-500 정도로 훨씬 높고 스태거 이후 회복 속도가 6턴-8턴으로 느리며 스태거 중 대미지 배율이 2배 이상입니다. 파이널판타지 13의 스태거 시스템은 모든 적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수치 차등화로 보스를 특별하게 만드는데 이는 공정하며 도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Why are the same enemies easier to stagger sometimes then others?]. 이러한 접근의 장점은 플레이어가 배운 전략이 모든 전투에 적용되는 규칙의 일관성, 높은 체인 게이지를 통해 명확한 난이도를 표시하는 투명성, 그리고 보스 전투가 자연스럽게 길어지는 게임 길이 조절에 있습니다. 반면 페르소나 5는 완전히 달리 접근합니다[^Persona 5 battle system]. 일반 몬스터의 약점 시스템은 먼저 약점이 있습니다. 가령 불에 약한 식입니다. 약점 공격으로 다운 상태를 만들 수 있으며 다운 중 추가 턴을 획득합니다. 바톤 패스로 다른 캐릭터에게 턴을 넘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적절한 약점 공격을 통해 빠르게 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보스는 약점이 없어 일반 몬스터와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 할 수 없습니다. 대신 패턴 학습과 상황 대응을 요구합니다. 이는 극단적인 차등화로 수치만 다른 수준이 아니라 메커니즘 자체가 다릅니다. 일반 적과 보스가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는데 이는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결국 매우 흥미로운 설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Anyone else thinks this is kinda of an issue with bosses?]. 이 접근의 장점은 보스마다 다른 패턴을 학습해야 하므로 전투 다양성을 장대합니다. 또 플레이어가 일반 적에게 배운 기술이 보스에게 작동하지 않으므로 다시 배워야 하는데 이는 성장을 표현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보스 전투가 근본적으로 달라 새로운 느낌을 줘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한편 ‘Octopath Traveler’는 파이널판타지 13과 같이 같은 규칙, 다른 매개변수를 채택했습니다[^Octopath Traveler's combat system: "Breaking"]. 일반 몬스터는 1개-3개의 실드 포인트, 약점 공격 1회-3회를 필요로 하며 전투 시간은 1턴-2턴수준입니다. 반면 보스는 실드 포인트가 3개-6개, 약점 공격 10회-20회가 필요하며 8턴-12턴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게임의 혁신은 이 차등화가 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는 일반 적으로 약점 찾기를 배우고 정예 적으로 약점 조율을 배우며 보스로 장기 전략을 배우게 됩니다. 각 단계가 이전 단계의 확장이어서 게임의 학습 곡선이 자연스럽습니다.
소울라이크 게임들은 규칙의 완전한 일관성을 택했습니다[^Poise | Dark Souls Wiki]. 다크소울의 포이즈는 플레이어, 일반 몬스터, 보스 모두 동일한 포이즈 계산을 적용합니다. 또한 모든 무기는 동일한 포이즈 대미지를 가지며 결과적프로 플레이어가 강한 무기를 사용하면 모든 적을 경직 시킬 수 있습니다. 엘든링의 포이즈 브레이크는 모든 적이 동일한 포이즈 값을 가지되 보스는 더 높은 포이즈 값을 가지지만 여전히 같은 규칙을 따릅니다[^Poise | Elden Ring Wiki]. 이 접근은 플레이어가 할 수 있으면 적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철학에 기반합니다[^Sekiro's posture system solves the issue of damage sponges and "invulnerable" enemies (Wall of text ahead)]. 이 접근은 AI만 특별한 규칙이 있다는 느낌이 없어 공정합니다. 강한 무기로 모든 적을 경직시키는 빌드 발견의 재미를 통해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보장합니다[^How to Stagger Enemies in Elden Ring]. 또한 같은 규칙을 사용하므로 한번 배운 규칙을 모든 전투에 적용하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스에 별다른 메커니즘이 없어 보스의 특별함이 약화됩니다. 보스를 그저 더 강한 일반 몬스터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How to stagger enemies in Elden Ring]. 또 포이즈 값에 의존하므로 난이도 조절에 한계가 있습니다[^Stance break seems weak?]. 때문에 강력한 무기가 모든 적을 쉽게 제어할 수 있게 되어 밸런싱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에 비해 블루아카이브는 완전히 반대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일반 스테이지의 상태이상 시스템은 스턴, 공포, 기절 모두 면역이고 적들은 상태이상으로 약해지지 않습니다[^Total War]. 순전히 대미지와 방어만으로 전투해야 합니다. 반면 레이드보스는 그로기 게이지를 가지고 있고 그로기 상태일 때 추가 대미지를 받아 일반 스테이지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합니다. 이 설계의 장점은 보마일 게임 특성 상 빠르게 일반 컨텐츠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레이드 보스는 경쟁 컨텐츠이므로 전략적 깊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커버하고 또 두 메커니즘이 섞이지 않도록 완전히 분리해 설계 난이도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스타레일은 모든 적에게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극단적은 수량 차등을 선택했습니다[^Weakness Break And Toughness in Honkai: Star Rail, Explained]. 일반 몬스터의 강인도는 강인도 30-90 수준으로 1회-2회의 공격으로 브레이크를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All Honkai Star Rail elements: Effects, weaknesses, and more]. 보스는 일반 몬스터의 10배 수준의 강인도를 가지며 2개-4개의 독립된 강인도 게이지를 가지고 있고 각 게이지마다 다른 약점 공격을 요구합니다. 게이지 별로 약점이 순환해 첫 번째 게이지를 브레이크 시키면 두 번째 게이지의 약점이 변합니다[^Understanding Honkai Star Rail Enemy Terminology]. 나아가 스타레일은 일반 강인도는 속성 기반으로 동작하게 하고 경로 기반의 조화, 보존, 파괴 효과를 채용했습니다. 이 기반 위에 보스는 둘 이상의 독립된 강인도 게이지를 가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모든 적이 같은 강인도 시스템을 가지는 규칙의 일관성을 가지도록 만들고 보스의 게이지 크기와 다양성이 커 극단적 차등을 두었습니다. 이를 통해 약점 커버 및 경로 특화 캐릭터를 모두 요구해 팀 구성을 강제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로기 메커닉은 게임의 장르와 의도에 따라 달리 설계해야 합니다[^I think the "stagger system" is honestly one of the greatest additions to the RPG genre in many years]. 턴제 JRPG라면 ‘Octopath’의 우아한 수량화가 적절하고 소울라이크라면 완전한 일관성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Sekiro's posture system solves the issue of damage sponges and "invulnerable" enemies (Wall of text ahead)]. 또한 서브컬처 게임이라면 스타레일과 같은 절충안이 현대적인 트렌드입니다. 중요한 점은 선택한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플레이어가 그 규칙을 이해하게 하는 것입니다.
게임에서 경쾌함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단순히 빠른 템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듬감 있고 플레이어의 행동이 즉시 반영되며 답답하지 않은 전투 경험을 말합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로기 시스템을 매우 신중하게 설계해야 합니다[^Looking for feedback on boss attack telegraphs & parry rhythm readability]. 경쾌한 보스 전투의 핵심은 그로기가 너무 길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0.5초 이하는 너무 짧아 플레이어가 기회를 잡지 못해 답답해할 수 있습니다. 1.5초-2초는 기본 공격의 2회-3회 정도의 길이로 적당합니다. 하지만 3초 이상으로 길어지면 전투 리듬이 붕괴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몬스터헌터 월드의 스태거는 이를 실현했습니다. 몬스터가 스태거에 빠지면 플레이어는 2초-3초 동안 집중 공격을 가할 수 있는데 이 시간은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을 만 하며 뭔가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또한 극도로 만족스러운 콤보를 가능하게 합니다[^An in-depth video breakdown of how Monster Hunter's boss fights are designed]. 이 시간이 왜 중요할까요. 게임의 리듬감을 생각해봅시다. 보통 액션 게임의 음악 박자는 120BPM-140BPM 정도입니다. 이는 약 0.5초마다 한 반자를 의미합니다. 2초는 4박자, 즉 한 마디에 해당합니다. 플레이어는 음악적 본능으로 지금이 공격 기회임을 인식하고 이 마디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로기에서 벗어난 보스는 즉시 강한 공격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투 템포가 다시 느려집니다[^Understanding Nioh 2’s Ki System: Mastering Stamina and Flow]. 인왕 2의 설계를 살펴봅시다. 플레이어가 보스의 기력을 모두 소진시키면 그로기 상태가 됩니다. 그로기 중 플레이어의 강공격 2회 정도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로기가 해제되면 즉시 보스는 새로운 기력 게이지를 채우며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 디자인은 그로기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전환되는 느낌을 줍니다. 플레이어는 이제 보스 공격 차례라고 인식하면서도 전투 리듬을 끊지 않습니다. 한편 플레이어는 지금이 그로기 상태인지를 즉시 알아야 합니다. 시각적으로는 보스의 색상 변화, 다른 애니메이션, 화면 플래시 등을 사용할 수 있고 청각적으로는 음성 효과 및 음악 변화, 그리고 촉각적으로는 진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몬스터헌터 월드에서 몬스터가 스태거 상태가 되면 무릎을 굽히고 침을 흘리는 애니메이션을 재생합니다. 명확한 신호이므로 플레이어가 지금이 기회라는 점을 완전히 인식합니다. 젠레스존제로는 그로기 게이지가 주황색으로 변하고 게이지 위에 그로기 텍스트를 표시합니다. 플레이어가 게이지에 집중하고 있지 않아도 색상 변화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경쾌한 보스 전투에서는 플레이어가 행동을 결정해야 합니다[^An in-depth video breakdown of how Monster Hunter's boss fights are designed]. 여기서 플레이어 주도권이란 그로기 상태에서 어떤 공격을 할 지 선택하고 그로기를 사용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으며 그로기 후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플레이어 주도권이 없는 사례에는 그로기 상태에 진입한 다음 추가 입력을 요구하거나 특정 버튼을 눌러야만 강공격이 가능하고 또 플레이어의 선택이 아닌 게임의 강요에 의해 그로기가 시작되는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Problems with Lies of P].
그로기를 디자인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살펴봅시다. 모든 그로기 상태에서는 플레이어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신호가 있어야 합니다. 몬스터헌터 월드의 스태거는 좋은 사례입니다. 몬스터의 무릎이 내려가고 입에서 침이나 혈액이 흘러내리며 눈이 흐려집니다. 이 모든 것이 시각적으로 명확합니다. 이 때 플레이어는 화면을 자세히 보지 않아도 몬스터가 스태거 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P의 거짓’의 그로기는 그로기 게이지가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아 플레이어가 언제 그로기가 되는지 알 수 없어 전투가 답답해집니다[^Groggy/Stagger System - Good/Bad?]. 그로기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최소한 의도한 공격을 완료할 시간을 보장 받아야 합니다. 인왕 2의 기력 시스템을 생각해봅시다. 보스의 기력을 모두 소진시켜 그로기 상태에 진입하면 플레이어가 1.5초 동안 강공격 1회, 다음 1.5초 동안 강공격 2회차를 이은 다음 보스가 회복을 시작하는데 이 때 1초가 추가로 남아 총 4초에 걸쳐 플레이어는 2회의 강공격을 완료하고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이 행동이 의미 있었다는 만족감을 줍니다. 보스가 그로기에서 벗어나는 속도는 게임의 난이도를 결정합니다[^An in-depth video breakdown of how Monster Hunter's boss fights are designed]. 보스의 회복 능력을 통해 그로기 시간을 단축하고 플레이어 대미지를 통해 보스 회복을 지연스킬 수 있습니다. 또한 보스 체력이 많을수록 그로기를 반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왕 2에서 보스의 기력 회복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기력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는 스킬이 있어 플레이어가 그로기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느낌을 줍니다. 이는 플레이어 숙련도에 따른 보상을 만듭니다. 경험 많은 플레이어는 보스 회복을 지연시켜 더 많이 공격할 수 있고 초보 플레이어는 기본 그로기 시간만 가지게 됩니다. 한편 그로기에서 플레이어 공격으로 전환이 부자연스러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인왕 2의 그래플 공격을 좋은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보스가 스태거에 진입하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보스에게 다가갈 시간이 생깁니다. R1을 누르면 그래플이 자동 발동됩니다. 이 과정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이라고 느낍니다. 플레이어가 배운 그로기 메커니즘이 모든 보스에 걸쳐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DT'd Stun Mechanics]. 몬스터헌터 월드는 모든 몬스터 스태거 지속 시간이 약 2초로 동일하며 모든 몬스터가 같은 회복 속도를 보입니다. 플레이어는 내가 배운 것이 다음 보스에도 적용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데 이는 게임의 신뢰성을 높입니다. 그리고 그로기 임계값이 너무 낮거나 높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젠레스존제로는 공격에 따라 10, 20, 25의 그로기 게이지 수치를 가지며 그로기 임계값은 100 정도로 설정됩니다. 이 설정에서 최소 약한 공격 10회는 너무 길어 지루하고 강한 공격 3회는 너무 짧아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현실적인 약한 공격 5회-7회, 강한 공격 1회-2회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적당합니다.
이어서 그로기 디자인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살펴봅시다. 일단 3초 이상 지속되는 그로기는 전투 리듬을 깨뜨리고 플레이어에게 무엇을 해야 할 지 혼동을 주어 지루한 전투를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가령 5초 짜리 그로기 상태가 있을 때 그로기가 시작된 다음 플레이어가 약 2초에 걸쳐 공격을 수행해 그로기 상태를 마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은 3초가 무의미하게 흐르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약점 공격이 아니니 일반 공격이나 환경 오브젝트 등으로도 그로기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은데 이는 플레이어가 약점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해 그로기 전략을 단순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는 팀 구성의 다양성을 감소시켜 캐릭터 수집 게임의 수집 메커닉 동작을 방해합니다. 추가 동작을 요구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로기 상태 진입 후 추가 버튼 입력을 강요하는 ‘P의 거짓’의 사례를 살펴봅시다[^Problems with Lies of P]. 퍼펙트가드를 통해 그로기에 진입합니다. 이 때 R2 홀드를 통해 1초 동안의 차지를 요구하는데 홀드를 끝내며 강공격이 발동되고 강공격 중 그로기가 해제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강공격을 완료하지 못하게 만들어 그로기를 답답하게 만듭니다[^Groggy/Stagger System - Good/Bad?]. 그로기 상태에서 보스의 반격을 허용하는 디자인도 좋지 않습니다[^The DLC boss fights are great visually but atrociously bad in terms of mechanics]. 근본적으로 그로기의 의미를 상실시킵니다. 플레이어가 안전한지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극도로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로기 게이지를 표시하지 않는 것도 썩 추천하지 않는데 플레이어가 언제 그로기 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그로기 게이지를 표시하면 플레이어가 얼마나 더 공격해야 하는지 파악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게이지가 없으면 플레이어가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신뢰를 쌓기 어렵습니다. 게임에 따라 이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로기 게이지를 표시하는 쪽이 디자인 상 더 안전합니다. 같은 약점 공격이 때로는 그로기를 발생시키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일관성 유지 실패도 피해야 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 규칙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그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 떨어지는 돌, 함정 등의 환경오브젝트로 그로기 상태를 만드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플레이어의 개입이 감소해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줍니다. 이는 전투 주도권 상실로 이어집니다. 대신 플레이어의 약점 공격을 유일한 그로기 방법으로 설정하는 쪽이 더 낫습니다. 또 그로기 상태에서 너무 큰 속도 변화를 주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게임이 예측 불가능해지고 플레이어의 준비 시간이 부족해져 신뢰도를 감소시킵니다.
몬스터헌터 월드의 스태거는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무릎이 꺾이고 침흘 흘리는 명확한 신호는 즉시 인식할 수 있게 만듭니다. 또한 2초-3초는 기본 콤보를 넣을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시간입니다. 또한 모든 몬스터에 일관된 규칙이 적용되며 스태거 중 아무 공격이나 넣을 수 있어 플레이어의 주도권을 유지합니다[^An in-depth video breakdown of how Monster Hunter's boss fights are designed]. 데빌메이크라이 5의 스턴 연쇄 역시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각 보스마다 공격이 음악적 박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턴은 1초-2초 정도로 짧은데 이는 콤보를 넣기에 적당한 기회입니다. 플레이어는 스턴 후 어떤 기술을 쓸지 선택해야 하며 스타일 포인트, 이펙트 등을 통해 보상을 시각화합니다[^Need Help. I do not understand the bosses.]. 인왕 2의 기력 시스템 역시 좋은 사례입니다. 플레이어와 적 양쪽 모두 기력을 관리해야 합니다. 기력 회복 타이밍, 그래플 공격 등은 기술적인 깊이를 제시합니다. 기력 소진은 위험하지만 보상이 커 위험과 보상 사이에 의사결정을 강요하며 무기마다 다른 기력 효율을 통해 다양한 전략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반면 ‘P의 거짓’의 그로기 시스템은 그로기 게이지를 표시하지 않아 플레이어가 언제 그로기가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Groggy/Stagger System - Good/Bad?]. 또한 퍼펙트가드, R2 홀드, 차지 등의 복잡한 입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플레이어 모션 중 보스의 새 공격이 시작되어 타이밍이 불일치해 그로기 상태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그로기가 성공했는지에 대한 불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해 플레이어를 답답하게 만들어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엘든링의 포이즈 브레이크[^Poise | Elden Ring Wiki]는 빌드를 강제합니다. 포이즈 브레이크를 사용하려면 STR 빌드가 필요합니다[^Stance break seems weak?]. 포이즈 브레이크는 매우 강력하거나 무의미하며 같은 무기로 어떤 적은 브레이크 되지만 다른 적은 브레이크 되지 않습니다[^How to stagger enemies in Elden Ring]. 이에 대해 포이즈 브레이크는 강력하지만 활용도가 낮으며 특정 빌드에서만 가능해 게임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블러드본의 내장 뽑기는 메커니즘이 과도하게 강력합니다. 내장 뽑기 성공은 극대 대미지와 체력 회복을 제공해 거의 자동으로 승리합니다[^Visceral Attack | Bloodborne Wiki]. 패링을 배우면 게임이 너무 쉬워져 난이도 곡선이 붕괴됩니다. 이는 패링 이외의 전략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실시간 및 턴 하이브리드 전투 시스템이란 턴제 규칙을 따르면서도 플레이 중 마치 액션처럼 느껴지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에서 그로기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해야 할까요[^Metaphor: ReFantazio combines real-time and turn-based battles because its director wanted to integrate "the idea of manga and movie-style combat"]. 용과같이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을 처음 경험하면 플레이어는 이 게임이 전제인지 액션인지 혼동하게 됩니다. 공식적으로는 턴제이지만 모든 진행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용과같이의 그로기 시스템은 턴제 규칙과 액션 게임의 느낌을 극대화한 사례입니다. 이 전투가 액션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이 0.5초 이내로 완료되어 매우 빠르고 카메라가 동적으로 움직이며 환경오브젝트와 상호작용 가능하고 이펙트가 연속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빠르게 진행되는 액션을 경험합니다. 페르소나 5는 그로기 개념을 사용해 실시간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만들었습니다[^Why I think Persona 5 Royal absolutely nails turn based combat]. 턴 1에서 플레이어가 약점을 공격해 추가 턴을 획득합니다. 이 추가 턴을 통해 곧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갑니다. 턴 2에서 바톤 배스로 다른 캐릭터에게 턴을 넘겨 다음 캐릭터가 약점을 공격하게 만듭니다. 턴 3에서 약점 공격으로 또 한번의 추가 턴을 획득하고 바톤 패스를 사용합니다. 4턴에서 모든 적이 다운되어 총공격 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과정은 2초-3초 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내가 한 행동이 즉시 반영되는 실시간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Metaphor: ReFantazio’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New Metaphor: ReFantazio Information Details its New Hybrid Battle System]. 패스트 배틀은 실시간 액션으로 동작하는데 약한 적에게 주로 사용하고 카메라로 타겟을 고정합니다. 회피, 대시 및 실시간 공격을 수행해 몇 초 내로 전투를 종료합니다. 스쿼드 배틀은 턴제로 진행되며 강한 적에게 사용하고 명령 기반으로 공격합니다. 약점을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디렉터 가츠라 하시노는 약한 적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빠르게 처리하고 강한 적은 영화나 만화 같은 박진감 있는 전투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Metaphor: ReFantazio combines real-time and turn-based battles because its director wanted to integrate "the idea of manga and movie-style combat"].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애니메이션 속도가 경쾌함의 핵심입니다[^Persona Series Director Discusses Appeal of Turn-Based Gameplay, Process Behind Main Character Creation]. 일반 공격 애니메이션은 0.3초 정도, 약점 공격은 0.5초, 그로기 진입에 0.8초, 그로기 상태의 강공격에 약 1초를 소요해 총 2.6초에 걸쳐 진행하는 페르소나 5가 액션처럼 느껴지도록 만듭니다. 만약 애니메이션이 훨씬 느리다면 같은 시퀀스가 지루하고 답답한 전투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지금 누가 움직이고 잇는지를 항상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공격 중일 때는 카메라가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심에 보여주고 인터페이스는 현재 공격자를 강조해 표시합니다. 플레이어의 공격 볼륨을 올립니다. AI 캐릭터가 공격 중일 때는 카메라가 AI 캐릭터를 향해 회전하고 인터페이스 역시 AI를 강조합니다. AI 공격음 볼륨을 올리되 플레이어 캐릭터와는 다른 톤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적의 턴일 때는 카메라가 적을 중심에 보여주고 배경 변화 역시 적 공격을 강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행동 중인 대상을 판단하는데 혼란을 겪지 않게 됩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그로기는 여러 턴을 단일 시퀀스로 압축합니다[^Learn how to make turn-based battles from Persona 5]. 공식적으로는 턴 1에 약점 공격, 턴 2에 추가 턴 획득, 턴 3에 바톤 패스, 턴 4에 다른 캐릭터의 약점 공격이 일어나는 순서로 작동하지만 플레이어는 이를 한 번의 콤보로 느낍니다. 이는 게임 규칙 상 4턴이지만 플레이 경험 상으로는2초-3초에 걸친 단일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그로기는 게임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어야 합니다. 페르소나 5의 총공격은 먼저 배경이 붕괴하고 모든 캐릭터가 동시에 동격하며 2D 포즈로 캐릭터를 표현하고 여러 카메라 각도 전환이 일어나며 효과음 및 음악이 극대화되어 총 5초-6초 정도 진행됩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이것이 특별한 순간이라는 신호를 명확히 전달합니다. 용과같이 시리즈의 특징은 환경오브젝트의 즉시 사용입니다[^Persona's Combat System Is Brilliant]. 주변에 자동판매기가 있고 그로기 상태에서 자동판매기 사용 아이콘이 표시됩니다. 이 때 플레이어가 버튼을 입력하면 즉시 자동판매기로 이동해 적에게 자동판매기 공격으로 높은 대미지를 줍니다. 이 모든 과정이 턴 내에 발생하지만 마치 플레이어의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페르소나 5와 페르소나 5 로얄은 약점 공격을 통해 추가 턴을 획득하고 바톤 패스로 다른 캐릭터에 연결해 모든 적을 다운시키고 총공격을 수행합니다. 매 약점 공격마다 카메라를 전환하고 총공격에는 배경이 붕괴하고 2D 캐릭터를 연출하며 여러 각도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시각적 설계를 보여줍니다. 이 사례의 성공 요인은 매 전투마다 같은 패턴이지만 질리지 않는 일관된 리듬과 추가 턴 획득 후 선택이 필요한 플레이어 주도권 유지, 총공격이 게임의 절정인 극적 강조, 마지막으로 바톤 패스로 모든 팀원이 참여하는 느낌을 주는 팀 협력의 시각화로 들 수 있습니다. ‘Metaphor: ReFantazio’는 패스트 배틀을 약한 적에 한해 제한하고 액션 기반 회피 및 공격을 통해 전투하며 몇 초 안에 끝나도록 만들었습니다. 스쿼드 배틀은 강한 적일 때 전환해 아머 게이지 시스템 기반에 약점 공격을 통해 아머를 파괴하고 턴 기반 전투를 시작하게 합니다. 플레이어 선택이 자유로워 약한 적이어도 원한다면 턴제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게임 방식을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고 약한 적은 빠르게, 강한 적은 느리게 진행하도록 만들어 난이도를 동적으로 유지합니다. 또한 아머 게이지 시스템이 시각적으로 명확한 점도 성공 요인입니다. 페르소나 3 리로드는 추가 턴 획득 후 다른 캐릭터로 전환해 추가 턴을 획득하기 때문에 페르소나 5에 비해 더 빨리 진행됩니다[^Persona 3 Reload Review]. 테우르기아는 각 캐릭터의 궁극 스킬로 게이지를 조건별로 빠르게 채울 수 있습니다. 그로기 상태에서 발동하면 최대의 효율을 얻도록 만들어졌습니다[^Persona 3 Reload's New Theurgy System Explained]. 시각적으로는 캐릭터 교체에 약 1초가 소요되며 궁극기는 특수 배경에 입체감 있는 효과를 사용합니다. 이는 페르소나 5의 기본을 유지해 친숙함을 제공하고 캐릭터 교체와 테우르기아 전술을 추가해 새로운 깊이를 만들어냈습니다. 화려한 연출을 사용하고 페르소나 5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어 성공 사례로 평가합니다[^Persona 3 Reload (P3R) Battle System Guide and Tips]. 반면 페르소나 5 로얄은 바톤 패스 도중 특정 캐릭터가 조합되면 쇼타임이 발동됩니다. 이 때 추가 QTE 입력을 요구하는데 QTE에 성공하면 큰 대미지를 주지만 실패하면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이는 턴 1에 약점 공격 후 턴 2에 추가 턴 획득, 턴 3에 바톤 패스, 턴 4에 쇼타임이 발동되어 QTE 입력을 요구하고 차지 준비를 거친 다음 실제 강공격이 실행되는데 이 과정 중 보스가 아무때나 다시 공격할 수 있어 대단히 답답하게 느껴집니다[^Persona 5 Royal is the game that finally got me into turn-based combat]. 특히 쇼타임 발동 조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쇼타임이 상황에 따라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Persona 5 Strikers' pacing is a huge improvement from its source material]. 클레어 옵스큐르는 게임이 실시간인지 턴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Clair Obscur: Expedition 33 - Redrawing the Rules of RPG Combat]. 턴제처럼 느려 보이지만 실시간 반사신경이 필요하고 실시간처럼 빠르지만 턴제 규칙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헛갈리게 만듭니다. 실시간 방어는 QTE 기반인데 방어하지 않으면 피해가 큽니다. 때문에 턴제임에도 반사신경 게임이 됩니다. 타이밍의 불확실성 역시 좋지 않습니다. 지금이 적 턴인지 내 턴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언제 입력할 수 있는지 역시 불확실합니다. 이는 턴제의 장점도 액션의 장점도 모두 잃어버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한편 스타레일은 그로기 시스템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습니다. 공격 누적을 통한 그로기 상태 진입에서 속성 기반 약점 시스템과 그로기 시스템의 결합을 보여줍니다[^Weakness Break And Toughness in Honkai: Star Rail, Explained]. 스타레일의 모든 적은 체력과 별개의 강인도 게이지를 가집니다. 강인도는 30-540으로 30의 배수로 설정되며 각 브레이크 유짓은 강인도 30입니다[^Honkai Star Rail: Explanation Of Break Effect And Toughness Break Mechanics]. 일반 몬스터는 30-90 사이의 강인도를, 보스는 300-600의 강인도를 가집니다. 스타레일의 모든 공격은 일반 대미지와 약점 대미지를 동시에 줍니다[^All Honkai Star Rail elements: Effects, weaknesses, and more]. 불속성 캐릭터의 공격은 일반 대미지로 체력 50 감소, 약점 대미지로 불속성에 약한 적의 강인도 30을 감소시킵니다. 약점이 아닌 적에게는 약점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Optimal Honkai Star Rail Enemy Weakness Coverage]. 이는 플레이어에게 명확한 강제를 만듭니다. 약점 속성이 없으면 강인도를 깎을 수 없어 브레이크를 발동할 수 없습니다. 강인도가 0이 되면 브레이크 상태가 됩니다[^Tutorial/Weakness Break]. 브레이크 상태가 되면 먼저 방어 불가능한 고정 피해를 입고 브레이크 효과 스탯으로 대미지가 배수로 증가합니다. 또한 속성 별로 지속 대미지를 입는데 물리는 출혈 2턴, 불은 화상 2턴, 얼음은 2턴, 번개는 쇼크 2턴, 양자는 얽힘 2턴, 허상은 금고 2턴의 지속 피해를 입힙니다. 여기에 행동 지연이 추가되어 기본 25%의 지연에 얼음 속성은 100% 지연으로 한 턴 스킵, 양자 및 허상은 브레이크 효과로 배수 증가합니다. 가령 일반 적의 불속성 강인도가 브레이크 되면 브레이크 대미지 200을 입고 화상을 입어 2턴 동안 턴마다 30의 대미지를 입으며 행동이 약간 지연됩니다. 같은 상황에서 얼음 소성 보스가 브레이크 되면 브레이크 대미지 500을 입고 얼음 대미지를 2턴 동안 턴마다 100씩 입습니다. 또한 딜레이 100%가 적용되어 한 턴을 완전히 스킵하게 됩니다. 이러한 규칙을 보스에게도 일관되게 적용하기 위해 강인도 크기를 구분했습니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으로 일반 적은 강인도 30, 정예는 90-150, 보스는 300-600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모두 속성 기반 약점으로 동일한 규칙에 기반해 수치만 차등화 해 플레이어가 이전에 배운 전략을 모든 전투에 적용할 수 있게 합니다[^Toughness]. 여기에 보스가 여러 독립적인 강인도 게이지를 가지게 했습니다[^Honkai Star Rail 2.2 Leaks: New Mechanic May Change The Game Forever]. 보스 체력 100%-80% 구간에서는 물리, 불 약점으로 동작아는 강인도 게이지 1을 사용하고 보스 체력 79%-50% 구간에서는 번개 및 양자 약점으로 동작하는 강인도 게이지 2를 사용하며 보스 체력 49%-0% 구간에서는 얼음 및 허상 약점으로 동작하는 강인도 게이지 3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플레이어는 이에 대응해 물리 및 불 팀으로 1번 게이지를 브레이크합니다. 이어서 보스 약점이 변경되며 이는 2번 게이지의 등장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번개 및 양자 팀으로 2번 게이지를 브레이크하며 이런 방식을 반복합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여러 차례의 브레이크 기회를 획득하고 각 브레이크마다 다른 티무언이 필요해 자연스럽게 팀 다양성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Honkai Star Rail Guide: Beat the New Version 2.2 Weekly Boss]. 한편 임포지션 위협도 시스템은 스타레일의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일반 강인도는 속성에 기반하는 반면 임포지션 위협도는 조화, 보존 파괴 등 경로에 기반합니다. 보스는 물리와 불 약점의 강인도 300과 조화 경로 캐릭터로만 감소시킬 수 있는 임포지션 위협도 250을 동시에 가집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리 혹은 불 속성으로 약점을 커버해야 하고 경로 특화 캐릭터도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는 팀 구성 자유도를 망가뜨려 메타를 고정시키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속성 기반 그로기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먼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All Honkai Star Rail elements: Effects, weaknesses, and more]. 모든 적에게 동일한 약점 메커닉을 적용하고 수치를 차등화하되 기능을 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Optimal Honkai Star Rail Enemy Weakness Coverage].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배운 전략을 모든 전투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으로 약점을 명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모든 적의 약점을 명시해 플레이어가 약점을 즉시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숨겨진 약점은 플레이어를 좌절하게 만듭니다. 또한 속성 커버리지를 강제해야 합니다. 모든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도록 압력을 가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속성 캐릭터를 수집할 동기를 만들어내 가챠 게임의 수집 욕구를 자연스럽게 자극합니다[^An explanation of all the Star Rail mechanics the game doesn't tell you:]. 여기에 브레이크 효과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브레이크 효과 스탯의 명확한 역할을 부여해 높은 브레이크 효과는 더 강한 지속 피해와 행동 지연을 일으켜 플레이어가 브레이크 효과 특화 빌드를 만드는 동기로 작동합니다[^Honkai Star Rail: Explanation Of Break Effect And Toughness Break Mechanics]. 마지막으로 이러한 특징을 결합해 팀 시너지를 극대화합니다. 약점 담당과 브레이크 효과 특화 및 지원 역할을 분담하면 각 캐릭터가 명확한 역할을 가져 게임의 깊이가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게임 커뮤니티가 최고의 그로기 시스템으로 평가하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새로운 게임과 비교되며 기준 역할을 합니다. 이번에는 장르 별로 최고의 평가를 받은 그로기 시스템들을 살펴보겠습니다[^I think the "stagger system" is honestly one of the greatest additions to the RPG genre in many years]. 파이널판티지 13의 스태거는 스태거 게이지가 명시적으로 표시되는 규칙의 투명성, 어태커 혹은 블레스터의 선택이 명확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전략적 선택[^Overall Thoughts on Stagger/Break systems?], 그리고 일반 적부터 보스에 이르는 규칙의 일관성을 유지했습니다[^Stagger (Final Fantasy XIII)]. 이는 이후 모든 시리즈가 유사한 스태거 개념을 계승해 현대 JRPG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세키로의 포스처 시스템은 플레이어와 적 양쪽 모두 포스처에 영향을 받아 공격과 방어의 균형을 이루었습니다[^Sekiro combat system explained - Posture, Perilous Attacks and how to Deflect, dodge, counter unblockable attacks and more]. 디플렉트하면 포스처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어 완벽한 패링에 보상하며 플레이어와 적이 같은 규칙의 적용을 받아 극도의 공정성을 보입니다. 이후 게임들의 표준이 되었으며 공격적 플레이를 강제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습니다[^Sekiro's posture system solves the issue of damage sponges and "invulnerable" enemies (Wall of text ahead)]. 또한 이후 여러 소울라이크 게임이 이 개념을 모방하게 됩니다[^Soulslike Games With The Best Stagger Mechanics]. 몬스터헌터 월드의 스태거 시스템은 몬스터의 무릎 꺾임으로 즉시 인식할 수 있는 명확한 신호, 2초-3초의 기본 콤보를 입력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절한 시간, 그리고 모든 몬스터가 같은 규칙을 사용하는 일관성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는 이후 몬스터헌터 라이즈, 월드, 아이스본에서 같은 시스템율 유지했고 액션 게임의 스태거 설계에 기준을 제시합니다. ‘Octopath Traveler’는 브레이크와 BP의 우아한 상호작용으로 훌륭한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또 지금 브레이크 할 것인지 아니면 브레이크를 미룰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의사결정의 다양성을 지향하고 난이도 증가가 자연스럽습니다. ‘Octopath Traveler II’에서 시스템을 계승했고 현대 턴제 게임의 스태거 시스템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Trails of Cold Steel’의 브레이크 게이지는 플레이어가 몇 번 공격해야 브레이크를 일으킬 수 있는지 확실하게 전달하는 투명한 게이지 시스템과 브레이크 시점이 전투의 핵심이 되는 전술적 활용, 그리고 여러 시리즈에 걸쳐 장기간 시스템을 유지해 일관성을 유지했습니다. 진여신전생 5는 1턴에 승리할 수 있지만 ㅂ턴에 패배할 수도 있는 긴장감을 제공[^Shin Megami Tensei V: Vengeance Review – The Gold Standard, Refined]하고 플레이어와 적이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상호성 유지, 그리고 약점 순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게임플레이를 보이는 전술적 깊이를 제공합니다. 페르소나 5의 추가 턴은 먼저 총공격 연출이 매번 신선하다는 시각적 연출의 극화, 바톤 패스로 모든 팀 멤버가 참여하는 팀 협력의 시각화를 통해 장시간 플레이에도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1991년 스트리트파이터 2의 가드 크러시에서 시작된 그로기 메커니즘은 지난 30년 넘는 시간 동안 게임디자인 요소로 진화했습니다. 방어 파괴 메커닉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략적 깊이, 전투 리듬감, 팀 구성 다양성의 원천, 그리고 게임 난이도 곡선의 조절 도구로 기능하도록 발전했습니다[^Final Fantasy XIII]. 커뮤니티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시스템들의 공통점은 복잡도가 아니라 명확성이 중요했습니다. 이들은 시스템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선택을 제공[^Why I think Persona 5 Royal absolutely nails turn based combat]했으며 규칙의 공정성을 유지[^Sekiro combat system explained - Posture, Perilous Attacks and how to Deflect, dodge, counter unblockable attacks and more]하고 학습 곡선을 존중했습니다. 현대의 그로기 시스템은 선택과 자유도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Metaphor: ReFantazio combines real-time and turn-based battles because its director wanted to integrate "the idea of manga and movie-style combat"]. ‘Metaphor: ReFantazio’의 선택 가능한 하이브리드, 스타레일의 다층적 메커니즘, 림버스 컴퍼니의 역할 별 차등화는 모두 플레이어가 자신의 스타일로 선택할 수 있는 깊이를 제공합니다[^Metaphor ReFantazio's Combat Is So Unique It May Revolutionize JRPG Combat]. 이러한 현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설계 원칙은 게이지, 인터페이스, 피드백을 명확하게 하고 예외 없이 모든 적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며 플레이어의 주도권을 유지하도록 주의하고 그로기 달성에 시각적으로 보상하며 새로운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들을 지키는 그로기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은 진화합니다. 34년 전 스트리트파이터 2가 보여준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라는 그로기의 핵심 철학은 유지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