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보상판매 경험
몇 년에 한 번 아이폰을 바꾸면서 항상 사용하던 아이폰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습니다. 너무 오래돼서 그냥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거나 중고로 팔거나 중 하나를 선택해 왔습니다. 오래된 폰을 가지고 있으면 혹시 폰이 박살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임시로 심카드를 꽂을 폰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폰을 거의(전혀) 떨어뜨리지 않았고 또 폰을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임시 폰은 이미 OS 업데이트가 오래 전에 중단되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메시징이 가능하다면 굳이 임시 전화를 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고로 팔게 됐는데 이건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당근이 적성에 맞아 남편 빼고 모든 것을 판다고 하시던데 일단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한번은 자전거와 인도어 트레이너를 팔아야 했는데 모두 별 일 없이 끝났지만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이폰을 바꿀 때는 애플 보상판매를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애플 보상판매는 책정 비용이 낮은 것 같습니다. 조사하지는 않았는데 애플 보상판매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하자 이 말을 들은 거의 모두가 말렸습니다.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애플 보상판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귀찮던 나는 애플 보상판매를 신청했습니다.
애플 기계를 처음 구입할 때 경험은 이전 만큼은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지금도 흥미롭습니다. 상자 안에서 꺼낸 제품은 이제 예상할 수 있는 동작을 하지만 포장은 여전히 단단하고 고급스럽습니다. 최근에는 비닐을 없애면서 비닐을 아무렇게나 찢어 구겨 옆에 치워놔야 하던 경험이 없어졌습니다.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 결과로 포장을 여는 경험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애플 웹사이트에서는 자원 재활용에 대해 꽤 멋지게 광고하고 있어 보상 판매 경험도 기대했습니다. 물론 보상 판매 안내 웹사이트는 애플 웹사이트가 아니고 애플 웹사이트와 비슷한 테마로 꾸민 재활용 업체 웹사이트였는데 애플 웹사이트와 비슷하긴 하지만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아서 인지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새 아이폰과 별도 택배로 보상판매에 사용할 상자가 도착했는데 인상이 나빴습니다. 일단 상자 바깥과 안쪽에 비닐 포장과 에어캡을 사용했는데 분명 비용이 낮을 거란 사실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신제품은 충전기조차 제공하지 않고 또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재활용 상자에는 비닐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어 아쉬웠습니다. 또 상자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났는데 아마도 잘 관리되지 않는 창고 같은 곳에 쌓여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심하진 않았지만 가까이 가면 곰팡이 냄새가 났고 이 상자가 쌓여 있을 창고 내부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신제품 상자는 비닐을 없애면서 도구 없이 종이를 뜯어 열 수 있는 메커닉을 사용했지만 재활용상자는 다시 포장할 때 반드시 테이프가 필요합니다. 전에 쓰던 아이폰을 비닐에 넣고 에어캡 주머니에 넣고 상자에 넣은 다음 상자를 닫고 비닐 테이프를 잘라 붙여 포장해야 했는데 이 과정 자체에는 이상할 것이 없지만 신제품 상자와 비교하며 아쉽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상자를 들고 세븐일레븐 매장에 가서 배송하며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싶었지만 상자가 제 손을 떠나자 기억은 희미해졌고 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이번 달 생활비로 사용되고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