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양서라는 별도 문서가 필요했을까?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종종 기획서와 별개로 다른 문서들을 요구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와 이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해 게임디자이너 직군으로 여러 문서를 작성해 봤지만 여전히 기획서라는 문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로 어떻게 작성해야 할 지 잘 모르겠느냐 하면 완전히 새로운 주제에 대한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려면 일단 이전에 작성했던 기획서를 하나 열어 이전에 대략 어떤 식으로 작성했었는지 파악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새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할 지경입니다. 그렇게 매번 새로운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할 때마다 이전에 작성했던 기획서를 참고하는 제 모습이 하도 한심스러워서 뭔가 이런 한심스런 행동을 피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가 기획서에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기로 합니다. 그러니까 기획서라는 문서에 제가 이 문서를 읽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쩌다 이런 기능이 게임에 들어가야 하게 됐는지 전후 사정을 짧게 설명하고 이런 상황 때문에 이 기능에 대해 이 문서를 통해 정의하게 됐다는 말을 하고 이어서 기능을 정의하는 식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작성 방법이 성공적이었을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개인 선에서는 새 문서를 작성할 때 쪽팔리게 이전에 작성했던 문서를 열어 이전에는 어떻게 썼었는지 살펴보고 이에 맞춰 새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할 일이 꽤 줄어들었습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문서를 마치 제가 이 주제를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문서를 앞에 띄워 놓고 브리핑 할 때 훨씬 더 진행하기가 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