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맥을 싫어하는 이유

윈도우와 맥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데 윈도우에 비해 맥은 점점 더 마음에 안 듭니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맥을 싫어하는 이유

이건 ‘싫어하는’ 시리즈의 세 번째 글입니다. 이걸 시리즈로 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왔지만요. 이전에는 내가 컨플루언스를 싫어하는 이유, 내가 노션을 싫어하는 이유를 소개했습니다. 기왕이면 좋아하는 이유를 통해 강점을 설명하면 더 긍정적인 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이런 제품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좋습니다. 좋다기 보다는 훌륭합니다. 그런 특징을 굳이 한번 더 이야기해 각자가 자사 웹사이트에 광고하는 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싫어하는 이유는 평소에 분명히 뭔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데 그런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의해 두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싫어하는지 알 수 없이 그저 싫은 감정만 남기도 해서 정리해 두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업적인 사용은 아니었지만 System 7 시대부터 사용했고 2천년대부터 한동안 공백기를 거친 다음 모든 사람들이 맥에 열광하기 시작할 때 다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맥을 사용할 때는 미디어를 빼기 위해 미디어 아이콘을 휴지통에 버려야 하거나 창 닫는 인터페이스가 익숙한 윈도우 오른쪽 상단이 아니라 윈도우 왼쪽 상단에 있다는 점 등이 색달랐습니다. 그 시대에 사용하던 맥은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을 함께 실행할 수 없을 정도로 사양이 낮았는데 준비하던 자격증의 실기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그리고 쿽 익스프레스를 사용해야만 해서 기출문제의 구성요소를 파악한 다음 각 도구를 차례로 띄워 구성요소 각각을 만든 다음 마지막으로 쿽 익스프레스에서 조립하며 지금의 복사, 붙여 넣기 대신 저장, 가져오기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한번은 타임라인에 ‘옛날 기계에서는 복사, 붙여 넣기를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지나가는 것을 봤는데 답변은 ‘복사, 붙여 넣기를 할 필요가 없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2023년 여름 현재 2년 된 M1 맥북 에어가 맥을 사용하는 핵심 기계입니다. 메인으로 사용하는 기계는 윈도우 기반인 델 에일리언웨어이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기계들 역시 모두 윈도우 기반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 씩 윈도우, 맥, 아이폰을 오가게 되는데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는 마치 서로 다른 기계로 구성된 커다란 기계 한 대 처럼 동작해 사용 경험이 나쁘지 않았지만 이 사이에 윈도우가 끼어들면 마치 맥은 윈도우가 없는 것 처럼 행동해 여러 일상 작업을 아주 골치 아프게 만들곤 했습니다

한동안은 진지하게 메인 기계를 맥으로 바꾸면 이런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일 때문에 여전히 윈도우를 사용해야 했고 또 PC 기반으로 나오는 게임 대부분이 윈도우 우선으로 출시되는 세계에서 게임 만드는 직업을 유지한 채 메인 기계를 맥으로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맥북 에어는 여전히 가볍고 단단하며 단순하게 돌아가는 꽤 괜찮은 랩탑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맥은 맥 자신과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를 제외한 그 어떤 기계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행동해 눈밖에 나는 중이었는데 그 미움이 조금씩 커지는 중이어서 이유 없는 미움으로 바뀌기 전에 왜 맥이 슬슬 미워지고 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기본 값으로 화면 중앙 하단에 아무 기능도 없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예쁜 쓰레기 독이 마음에 안 듭니다. 처음에는 아무 기능도 없는 독이 그저 넓은 자리를 차지한 꼴이 보기 싫어 고통 받았습니다. 독은 앱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한 런처 역할과 어느 앱이 실행 중인지, 또 앱 각각이 어떤 상태인지 표시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시대가 흐르며 사용할 앱의 종류는 점점 더 늘어나 여러 작업에 사용할 여러 앱을 독에 늘어놓기 애매해졌고 독에 표시되는 앱의 현재 상태 정보는 점점 더 의미 없어졌습니다. 자주 찾는 디렉토리는 파인더에 나타나니 굳이 독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휴지통은 그냥 파일에 대고 Del 키를 누르면 되니 이 역시 독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화면 한 구석에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꼴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알프레드 같은 타이핑 기반 런처에 정착하며 없애버렸습니다. 독을 없앴지만 맥 사용에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맥은 앱에 따라 화면 최상단의 메뉴 바가 현재 포그라운드에 있는 앱에 따라 바뀝니다. 한때 윈도우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 적이 있고 누가 먼저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OS/2 마지막 버전에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인터페이스는 그저 이런 특징을 가진 인터페이스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면 최상단이 항상 메뉴바에 의해 점유되어 있고 포그라운드 앱에 따라 이 메뉴가 바뀌는 특징은 특징이라기 보다는 불편한 점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포그라운드 앱에 따라 메뉴바 구성이 바뀐다는 말은 항상 마우스로 익숙하게 조작해야 할 메뉴바가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상황에 맞는 메뉴가 나온다고 표현하면 괜찮아 보이지만 그런 역할을 하라고 컨텍스트 메뉴가 이미 이런 역할을 합니다. 맥에서 메뉴 바는 그때그때 메뉴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메뉴를 사용하려 할 때 먼저 지금 포그라운드에 떠 있는 앱이 뭔지 확인한 다음 올바른 앱을 포그라운드에 올리고 나서 메뉴 바에 접근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한 경우는 파인더인데 파인더에 해당하는 메뉴를 사용하려면 데스크탑을 클릭하거나 파인더 앱을 실행해야 하는데 메뉴 바를 사용하기 전에 항상 상황을 확인하고 올바른 앱을 포그라운드에 올리거나 실행해야만 하는 점은 메뉴 바를 자신 있고 또 익숙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다음으로 제 관점에서는 앱 익스포제와 미션컨트롤의 구성은 이상하거나 제 작업 스타일에 맞지 않거나 현대의 사용 스타일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한때 한 앱에서 여러 도큐먼트를 다루게 만든 MDI 형태 앱이 많던 시대에는 한 앱에 의해 열려 있는 여러 도큐먼트를 펼쳐서 보여주는 방식이 의미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어지간한 앱은 대체로 SDI 형식이며 여전히 MDI 방식을 사용하는 앱은 자체 탭 관리 기능이 있습니다. 자체 탭 관리 기능이 있는 MDI 스타일 앱에는 대표적으로 탭 기반의 웹 브라우저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앱 익스포제는 도큐먼트 간 전환이 빠르지도 않고 펼쳐진 여러 도큐먼트 섬네일의 시인성이 좋지도 않습니다. 앱 익스포제를 실행해 둘러볼 시간에 컨트롤 탭을 연타하면 이미 전환을 마칠 수 있기도 하고요.

미션컨트롤은 제 컴퓨터 사용 스타일과 안 맞는 것 같은데 저는 단위 작업에 필요한 앱들을 열어 작업하고 나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때 이전에 사용한 앱들을 종료합니다. 여러 단계에 걸친 작업 사이에 유지되는 앱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열려 있는 지라와 컨플루언스 위키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작업 목적 그룹 별로 여러 앱이 열려 있고 이들 각자가 그룹 모양으로 표시한 모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미션컨트롤이 멋대로 배치한 앱 그룹이 작업 효율을 올려주거나 현황 파악을 도와주지도 않고요. 그냥 커맨드 탭을 연타하면 앱 사이를 더 빨리 전환할 수 있고 앞에서 소개한 알프레드 같은 타이핑 기반 런처를 통해 앱을 더 빨리 실행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윈도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만 맥에서 조작하는 인터페이스들은 하나같이 굼뜨고 뭔가 한 박자 씩 느립니다. 물론 멋진 애니메이션과 반투명 효과와 눈치 채기도 힘들 정도로 사려 깊은 여러 효과를 위해서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빠른 앱 간 전환이나 탭키를 연타해 하이라이트를 옮기는 상황에서 윈도우에 비해 항상 더 느리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사실 본격적인 성능이 필요한 작업으로 넘어가면 딱히 느리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기본적인 앱 실행, 메뉴 조작, 인터페이스 조작 같은 일상 작업은 하루에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사용하는 입장에서 윈도우가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한글입력과 한영전환. … 그냥 할 말이 없습니다. 윈도우에서 타이핑 하다가 맥에서 타이핑 하면 화가 납니다. 한영전환 할 때마다 혈압이 점점 더 오릅니다. 이 혈압이 오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설정 변경 방법을 적용하다 보면 혈압이 오히려 더 오를 뿐입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사진 관리 방식이 이상합니다. 저는 그저 방금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아이폰에서 맥으로 옮겨진 사진을 파일 모양으로 어딘가에 좀 올리고 싶을 뿐인데 사진을 꺼내려면 내보내기를 해야 합니다. 뭔가 과거의 애퍼처 앱 같은 관리 방식의 연장 처럼 보이는데 현대에 ‘컴퓨터’에서 이럴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컴퓨터에서는 맥이 존재하기 이전 시대에도 자료를 디렉토리와 파일로 다뤄 왔고 아이폰에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파일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을 때 느끼던 이상한 고통스러움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대의 아이폰에서는 파인더 앱을 제공하지만 ‘컴퓨터’인 맥에서도 여전히 지난 수 십 년의 전통에 따라 정보를 파일 모양으로 다루는 것이 기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사진을 어디에 올리려고만 하면 사진은 파일이 아니며 이를 ‘파일’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항상 내보내기 작업을 해야 하는 건 좀 이상합니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맥으로 작업하면 더 눈이 아픕니다. 맥북 에어 화면을 볼 때도 그렇고 맥을 모니터에 연결해서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시간에 걸쳐 모니터를 보며 일하다 보면 윈도우 기계에 비해 확실히 눈이 더 피곤합니다. 어쩌면 채도가 더 높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잠깐 모든 윈도우를 내리고 데스크탑을볼 때는 예쁘고 또 그런 모양으로 애플스토어에 진열된 기계들이 더 돋보이게 만들지만 장시간 지켜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픕니다. 아마 어떤 설정을 좀 조정해 색상 정확도를 조금 희생 시키면 윈도우 처럼 눈이 덜 아픈 상태로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눈 아프게 느껴지는 상태가 기본 상태라는 점은 좀 의아합니다. 가령 TV를 사서 메뉴를 살펴보면 전시 모드가 분리되어 있고 이 모드를 선택하면 밝기와 채도를 올려 화면을 돋보이게 만들지만 이는 전시 모드일 뿐 보통 때 이 모드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서기 2023년 여름에도 여전히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한때는 드랍박스 이외의 파일 동기화 서비스들이 모두 다 오동작 하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100만 파일이 넘는 파일시스템은 오직 드랍박스만이 ‘50만 파일이 넘어 오래 걸릴 겁니다’라고 궁시렁거리지만 제대로 동기화 해 내 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원드라이브도 이 정도 규모 파일을 군말 없이 제대로 동기화 해 내며 이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와 마찬가지로 윈도우에 완전히 통합되어 여기에 돈을 낸다면 굉장히 편안하게 동작합니다. 다만 원드라이브 역시 맥에서는 잘 동작하지 않는 것 같지만요. 한편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는 맥에서 같은 규모의 파일을 동기화 시키지 못합니다. 동기화를 마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럴 거면 돈은 왜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략 맥을 쓸 때마다 싫은 감정이 드는 이유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아이클라우드는 사진 보관을 위해 돈을 내지만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를 안 쓰면 되니까 상관 없고 눈 아픈 문제는 채도를 조금 낮추면 되니까 괜찮고 사진을 파일 모양으로 다루는 요구사항은 어차피 아이클라우드 대신 드랍박스 쓰니까 괜찮고 인터페이스가 굼뜬 건 제가 천천히 조작하면 되니까 괜찮고 미션컨트롤과 앱 익스포제, 그리고 스테이지매니저는 그냥 커맨드 탭, 컨트롤 탭 하면 되니까 문제 없고 독은 이미 없앤 다음 런처로 대신했으니까 그럭저럭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글입력과 한영전환만은 용서가 안 됩니다. 이미 다른 입력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윈도우의 기본 입력기에 비해 어이 없을 정도로 빠른 타이핑, 빠른 한영전환, 글자 완성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인터페이스를 조작할 때 글자가 사라지는 등의 윈도우에서는 겪어 본 적 없는 어이 없는 문제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역시 맥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음악을 만드는 대신 글자를 타이핑 하는 선택을 한 자신이 애플의 올바른 소비자가 아니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맥을 괜히 샀나 싶은 생각이 막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