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길드에 가입해야 하나요?
사실 길드에 꼭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 그럴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점차 길드 같은 커뮤니티 기능을 플레이어에게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이도록 설계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왜 현대 게임디자인에서 길드 같은 커뮤니티 요소를 게임플레이에 필수적으로 설계하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과거에 길드는 선택이었습니다. 길드는 좀 더 큰 파티로 인식되었습니다. 내 플레이어캐릭터 머리 위에 길드 이름이 나타나는데 혹시 이 이름이 게임 커뮤니티 내에 널리 알려진 이름이라면 이로부터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게임이 필드 PvP를 허용한다면 머리 위에 떠다니는 길드 이름만으로 여러 상황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처음 보는 플레이어가 나를 공격해 오고 이 행동으로 인해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연관된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길드장이 길드원들에게 자원과 보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플레이는 근본적으로 게임에 더 큰 애착을 가지게 만듭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어느 순간 권태기가 찾아올 수 있는데 이 때 길드와 길드에 의해 일어난 여러 경험을 생각하면 권태기를 견디고 다음 대규모 업데이트까지 버틸 마음이 생깁니다.
현대의 길드는 과거 길드로부터 자생적으로 나타나던 효과를 게임이 직접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는데서 시작합니다. 과거 채팅창을 통하던 출석체크는 이제 길드 인터페이스에 통합됐습니다. 출석 버튼이 있기도 하고 길드 화면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출석체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차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해 볼께요. 출석체크는 그 자체로 개개인에게 작은 보상을 줄 뿐 아니라 일정 인원이나 비율 이상을 달성하면 조금 더 큰 보상을 모두가 받습니다. 이전에는 길드마스터의 행정업무였던 출석체크가 자동으로 동작하는 보상을 지급하는 메커닉이 되었습니다. 길드마스터가 굳이 출석을 종용하지 않아도 보상에 의해 알아서 동작합니다.
이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길드에 가입하면 버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길드원들의 활동은 길드시스템에 포인트를 적힙하는데 이 포인트에 따라 더 좋은 버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 플레이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전투력 1이 아쉬운 PvP에서는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 모어야 합니다. 길드 역시 이 안에 들어가며 길드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버프를 끌어모으기 위해 나 자신의 행동과 길드에 포함된 다른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종용해야 합니다. 길드에 가입된 각자가 더 오랜 시간 플레이하고 길드에서 요구하는 정해진 플레이를 꼬박꼬박 수행하게 됩니다. 느슨한 길드라면 괜찮겠지만 길드원들을 강하게 관리하고 모두가 PvP에 관심이 있는 길드라면 내 조그만 느슨함은 순식간에 나를 길드에서 지울 겁니다.
여전히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길드원들이 PvP에 관심이 없다면 길드 버프만으로는 길드원들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길드 랭킹을 만들었습니다. 길드 랭킹은 길드원 간에 직접 투닥거리게 만드는 하드코어한 요소는 아닙니다. 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길드원들의 행동에 따른 포인트 적립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목록을 제공합니다. 이 목록의 상위에 올라가면 또 다른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랭킹 보상은 재화 형태보다는 버프 형태일 때가 많은데 길드 랭킹에 상위에 오른 플레이어들은 이미 재화가 보상으로써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버프 역시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전투력 1이 아쉬운 상황에서는 쉬이 지나칠 수 없습니다. 출석체크와 길드에서 요구하는 플레이 뿐 아니라 길드 전체의 랭킹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모든 메커닉들은 과거의 길드 역할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과거에는 커뮤니티 요소로 게임에 권태기가 찾아올 때 게임에 좀 더 남아있을 이유로써 주로 작용했습니다.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길드의 기능은 커뮤니티를 가장한 최상위 컨텐츠를 위한 성장 기능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길드는 개발 계획에서 주로 커뮤니티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현대의 길드는 성장 컨텐츠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질문에 답해 보면 개발자 관점에서 플레이어들을 길드에 가입 시켜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는 장차 찾아올 권태기를 방어하기 위해서이고 현대에는 또 다른 성장 요소로써 동작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