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 공유 회고

2022년 글 공유 회고

앞서 2022년 글쓰기 회고를 했습니다. 요약하면 이전에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2022년에는 이 상태가 좀 나아져 뭘 좀 쓸 수 있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쓴 글을 온라인 상에 몇 가지 방법으로 공유해 봤는데 각 방법을 설명하고 방법마다 잘 된 점, 잘 안 된 점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는 생각의 멱살에서 설명한 대로 글은 한 가지 생각을 끊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어서입니다. 한편 그런 글 중 일부를 온라인 상에 공개해 놓는 이유는 예쁘게 표현하면 인정 욕구 때문이고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거 다 자랑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왕에 인정 욕구를 충족하려면 글을 더 잘 쓰면 좋을 테니 글쓰기 회고 같은 것을 하는 거고 한편으로는 기왕에 공유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면 기분이 좋을 겁니다.

구글 검색에 노출

글을 올리는 이 웹사이트는 네이버 블로그 같은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현대 인터넷에서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은 웹사이트는 사실 딥웹이나 심지어 인트라넷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발견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어디든 플랫폼에 연결된 장소에 웹사이트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노출해야만 합니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곳은 구글인데 구글 검색에 노출 시키려고 보니 구글 검색에 등록하려면 웹사이트를 소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컨플루언스는 증명 방법 중 어떤 것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도메인을 통한 소유 증명이 불가능했는데 이는 컨플루언스 제작사인 아틀라시안이 12년째 해결하지 않고 있는 문제입니다. 구글에 노출되지 않고서는 인트라넷에 글을 쓰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아틀라시안이 12년 동안 커스텀 도메인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방법을 찾기로 합니다.

cloak.ist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어 테스트해본 다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DNS 설정을 바꿔 저 서비스를 가리키면 서비스가 중간에서 실제 웹사이트를 읽은 다음 도메인 하위 주소로 보내줍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중간자 공격과 비슷한 원리이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허용한 동작이라는 차이는 있습니다. 이 서비스 역시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일단 구글에 웹사이트를 노출 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구글 검색에 노출되면서 유입 검색어를 알게 됐고 이 검색어로부터 글 쓸 힌트를 얻게 되었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는 개인적으로 크게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아니어서 검색어에 따라서는 열심히 글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틀라시안이 지금처럼 커스텀 도메인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한동안 이 서비스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매일 노출

구글 검색에 노출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단 한 가지 플랫폼에 의존해서 웹사이트를 노출 시키는 건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지는 못합니다. 큰 기업들이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거나 블록체인에 정보를 기록하는 서비스들 역시 멀티 체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처럼 여러 플랫폼에 노출해야 인정 욕구를 더 잘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 글쓰기 회고에 설명한 대로 트위터에 매일 오전마다 글을 하나 씩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전에 쓴 다음 인터넷에 공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굳이 웹사이트에 찾아와서 읽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한 글이라도 이전에 트위터를 통해 공유한 적이 없다면 공유하고 있습니다.

매일 직접 트윗을 작성하거나 예약 트윗을 작성해 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수동 작성은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테고 예약 트윗은 예약을 하는데까지는 좋았지만 이를 한번에 수정하거나 예약된 상태를 쉽게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동작을 대신 해 주는 서비스를 찾아보니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버퍼가 요금이 제일 낮아 한동안 사용했습니다. 버퍼는 여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걸쳐 동시에 한 가지 컴페인을 수행하고 캠페인 효과를 한 곳에서 파악할 수 있었는데 트위터에만 글을 공유하는데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캠페인을 단일 채널에 수행하고 그 효과를 컴페인 단위로 확인하는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공유된 링크는 사람들이 거의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링크를 클릭하게 만들기 위해 눈에 띄는 이미지를 만들어 넣는 기능이나 같은 글을 서로 조금씩 다른 시간에 공유하거나 최적의 공유 시점을 측정하는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다만 이 서비스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글을 공유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사이의 차이를 비교할 수 없어 이 서비스의 제안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또 연말에 트위터가 불안해지면서 마스토돈을 시작했는데 버퍼는 마스토돈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점에 지금 정도의 기능을 사용하는데 버퍼에 지불하는 금액이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버퍼 사용을 중단하고 버퍼의 기능을 아이폰 오토메이션으로 대체하게 됩니다. 예약을 수립하는데 구글 캘린더를 사용해 이전보다 예약 현황 파악과 변경은 훨씬 편해졌습니다. 단 캠페인 단위 일정 수립이나 캠페인 단위 통계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버퍼가 편리하기는 했지만 아이폰 오토메이션으로 비슷한 기능을 만들어 쓸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앞으로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추가로 글을 공유할 일이 생겨도 큰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익숙한 블로그 모양으로 노출

글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공유하면서 다른 글보다 게임디자인 글이 더 자주 읽힌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 상에 웬만큼 검색해봐도 양산형 모바일 게임의 몇몇 메커닉을 공개적으로 설명한 곳이 많지는 않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아니면 검색을 통해 글을 읽은 사람들은 항상 그 글을 대강 훑어보곤 탭을 닫아 버렸습니다. 내 스스로가 뉴스 사이트에서 하는 행동과 똑같아서 웃겼습니다. 근본적으로 기존에 즐겨 사용하던 웹사이트 모양과 전혀 다른 컨플루언스 위키를 그대로 사용하는 특성 상 글은 읽을 수 있지만 웹사이트를 내비게이팅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혹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전에 익숙하게 사용하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 웹사이트에 진입한 다음 조금 더 내비게이팅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거나 쓰는 사람들에게는 아래로 스크롤 하면 계속해서 다른 글이 나타나는 전통적인 블로그 모양의 웹사이트가 더 익숙할 거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래서 게임디자인 관련 글만 블로그 모양으로 보여주는 게임디자인 블로그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위키 모양 웹사이트와 비교해 확실히 블로그 모양은 방문자가 글을 좀 더 오래 스크롤 했습니다. 한 페이지에 글 다섯 개가 나타나도록 했는데 적어도 글 다섯 개가 노출된 다음 탭이 닫힐 때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가 웹사이트 모양이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스크롤을 내렸는데 글이 더 많이 튀어나와서 그냥 계속해서 스크롤 한 것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더 많이 노출하는 효과보다는 습관적인 스크롤 시간을 조금 더 길게 만들고 있다는 쪽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블로그 모양으로 글을 제공해 효과를 얻으리라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중입니다. 게임디자인 블로그는 1년 동안 유지할 예정인데 그 기간이 끝나면 주소는 유지하겠지만 웹사이트 자체는 워드프레스 블로그 대신 컨플루언스로 대체할 작정입니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위키로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고요. 글을 더 친숙한 모양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주 의미 없지는 않겠지만 예상한 것 만큼 의미 있지는 않았고 오히려 웹사이트르 별도로 유지하는데 드는 노력을 없애는 편이 더 의미 있을 겁니다.

결론

2022년에는 구글 검색에 노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글 공유, 익숙한 모양으로 게임디자인 글을 공유하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구글 검색은 의미가 있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글을 공유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모양으로 글을 공유하는 것은 썩 의미 있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현대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매체를 통해 웹사이트를 채우고 있는데 스스로도 어떤 주제는 글보다 영상을 먼저 검색해 누군가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설명을 1.5배속 이상으로 재생하며 빠르게 훑고 있는 실정입니다. 긴 글이 나타나면 이를 읽을지 말지 고민부터 하게 되고 긴 글과 영상이 있다면 영상을 선택하는 자신을 보며 글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현대에 빽빽한 글은 도서관 모양의 광장을 장식한 가짜 책 정도 의미만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현대에 인기 있는 매체로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쓰는 글이 영상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아직 있을까요? 글이 글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유통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남은 시간 동안에는 글 모양을 유지한 채로 방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우선은 글을 이메일 같은 또 다른 방법을 통해 공유할 방법을 생각해보고 또 웹사이트 이외에 다른 매체를 통해 글을 공유할 방법을 고민할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