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빌드 공개 안 하면 우리 망하나요?

한번은 우리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표현해 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빌드를 준비하면서 계획을 리뷰 하는 도중 왜 굳이 이런 상태로 급하게 빌드를 공개해야만 하는지, 또 좀 더 제대로 만들어 공개하는 편이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이자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자 제안을 들었습니다.

이런 의견은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기획자 입장에서 이 일을 진행하지 말자는 공격처럼 인식될 수 있고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악의적인 공격을 하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을 항상 공격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면 개인적으로 고통을 받을 뿐 임무를 수행하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런 공격 아닌 공격에 하나하나 대응하다 보면 리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사기를 끌어내리고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는 보통 리뷰를 진행하는 사람은 기획팀에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사람일 때가 많고 반대로 리뷰에 참여하는 사람은 다른 팀의 상대적으로 직급이 높거나 더 중요하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임 개발 업계가 상대적으로 스탭들 사이에 관계가 수평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며 오히려 수평적이지 않은 관계가 수평적인 겉모양 속에 숨겨져 있어 오히려 묵시적인 규칙을 찾아내기 어려워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한편 어쨌든 임무를 수행해 내야 하는 입장에서 협업 부서들 사이 리뷰 자리에 이런 굳이 이렇게 해야 하느냐, 또 지금 이렇게 안 한다고 망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식의 발언은 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고민해본 적이 없거나 직급에서 밀리는 등의 열세에 놓인 기획자 입장에서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