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퀘스트를 수락할 필요가 있나요?
이전부터 퀘스트를 시작할 때 퀘스트를 ‘수락’하는 단계가 필요한지 고민했었습니다. 퀘스트 종료 단계는 필요합니다. 명시적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니까요. 퀘스트 하나 단위로 자동 진행되는 사례처럼 퀘스트 하나하나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됨을 환기해야 하기 때문에 퀘스트 수락 단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퀘스트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강조될 때에도 항상 퀘스트 수락 화면을 거쳐야 하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이번에 히트2 퀘스트 수락 화면을 보면서 의문이 더 깊어졌습니다. 퀘스트 수락 화면은 대강 퀘스트 이름, 설명, 보상 정보로 구성되고 위 스크린샷의 사례에는 퀘스트 설명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퀘스트 이름은 퀘스트가이드 등 온갖 다른 장소에 사용되니 어쩔 수 없이 입력해야 하지만 퀘스트 설명은 거의 수락 화면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작성하는데 드는 비용에 비해 효용은 낮은 편입니다. 예상할 수 있듯 거의 읽히지 않습니다. 또 메인퀘스트는 보상 정보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성장 과정을 지원하는 보상을 지급 받을 뿐입니다. 보상을 보고 퀘스트를 선택하는 제2의나라의 제비상회 퀘스트나 리니지 시리즈의 아인하사드의 신탁이나 디아블로 이모탈의 현상금 사냥 같은 경우에는 퀘스트를 수락할 때 보상 정보가 중요하지만 이 사례에서는 보상 자체의 가치나 정보의 중요도가 높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퀘스트 수락 과정을 넣는데 특별한 고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 게임을 생각해봐도 새로운 퀘스트를 받을 때 수락 과정을 거칩니다. 수락 과정이 너무나 당연해서 수락 과정을 없애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인데요, 이 화면은 생각보다 정보로써 가치가 적고 만드는데 비용은 높습니다. 또한 유저가 이 팝업을 보고 할 행동은 빠르게 수락하고 다음으로 진행하는 것 뿐입니다. 수락하지 않고 팝업을 닫는 취소 버튼 역시 별 의미가 없습니다. 퀘스트를 취소하는 경우는 동시 수행할 퀘스트 수에 제한이 있어 더 이상 퀘스트를 받을 수 없거나 보상을 보고 퀘스트를 취소하는 것 정도인데 메인퀘스트는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메인퀘스트는 어차피 수행해야 하므로 취소 기능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제2의나라가 퀘스트 각각을 에피소드 단위로 포장하고 수락과 보상 단계를 거치도록 만든 것은 퀘스트 수락과 보상 과정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좋은 사례입니다. 반대로 여느 비슷한 장르 게임에서 퀘스트 수락 화면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만 수행할 수 있거나 직접 NPC를 통하는 대신 NPC가 원격에서 대사만 하며 시작되는 퀘스트는 퀘스트 수락 단계가 없기도 합니다. 더 가벼운 퀘스트이기 때문에 수락 단계를 생략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수락 단계가 필요 없는 것은 오히려 메인퀘스트 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이 장르 게임을 개발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럴 기회가 있다면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