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더 오래 살아남는 편이 낫다

단기적으로는 머릿속에서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열정을 불태워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평균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더 오래 살아남는 편이 낫다

한번은 타임라인을 훑다가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일터를 벗어나서도 이어서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의견을 읽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는 일터에서 하던 생각은 일터에 남겨 두고 일터를 떠나면 일 생각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같은 사람이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단지 그 장소를 떠난다고 해서 즉시 멈출 수 있지도 않으며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일터 밖에서도 계속해 일터 밖에서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춘 사람들에 비해 장기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틀린 이야기이기도 한데 이 두 가지 관점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릴 때는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일터 밖에서도 계속해 다음에 일을 계속할 때 우위를 점하는 상태가 올바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일터 밖에서 겉으로는 일하고 있지 않았지만 적어도 머리 속으로는 어느 정도는 항상 일하고 있었고 고민거리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본 다음 그 중 내일 이어서 해볼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미리 정리한 상태로 다음 날 출근해 거기부터 일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딱히 효율적이지 않았던 것 같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여러 사람과 함께 일을 할 때 이미 어제 밤에 생각해 보고 문제가 있다는 사실 까지 미리 생각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같은 주제가 나오면 여기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집에 가서 생각해 온 결과를 이야기할 때 나름 신뢰를 얻어 이전에 비해 조금씩 비슷한 상황에서 일하기 편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다시 두 가지 이유로 이 상태는 지나친 상태까지 진행됐는데 사실상 퇴근한 다음 적어도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일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은 쉬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다음 날 출근해서 일 하려고 보면 잠도 잘 잤고 밥도 잘 먹었는데 이상하게 피곤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를 자주 겪었습니다. 이로부터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다음에야 이 상태가 머릿속이 제대로 쉬지 않아 문제가 생긴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런 나날이 계속되자 사람들에게 종종 신경질적으로 굴기 시작했는데 이미 생각해서 답 나온 주제에 대해 똑같이 다시 설명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에 따라올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문득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절대 안 되는 거였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진행되지 않은 분들, 또 생각에 따라오게 만드는데 다른 분들보다 더 어려움을 겪던 분들께 짜증을 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열정이 없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누구나 알다시피 열정은 총량이 정해져 있어 열정에만 의지해 일하면 어느 순간 열정이 고갈되는 순간 일을 계속해 나갈 동력이 한 번에 사라져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 열정은 다루기 어려운 물질이어서 원하는 곳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필요보다 더 많이 사용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또 그런 상태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방금 이야기한 대로 절대로 그래서는 안되는 행동과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몸도 마음도 힘들어지고 또 어릴 때 가지고 있던 바로 그 열정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했고 또 그만큼 사랑하던 일은 순식간에 매일 반복되는 의미 없는 일로 바뀌고 돈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도 습관을 쉽게 바꿀 수는 없어 여전히 일터를 떠난 다음에도 일터에서 하던 고민을 계속했는데 덕분에 일터에서 효율이 분명히 떨어진 상태였지만 일터 바깥에서 한 생각을 통해 그 상태를 어느 정도 극복해 전체적으로는 이전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수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여전히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적어도 머릿속으로는 일을 계속 했고 이 상태는 머리를 쉬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몸은 명시적으로 쉬게 만들 수 있지만 머릿속은 명시적으로 쉬게 만들기 생각보다 어려우며 머릿속을 쉬게 만들려고 억지로 상황을 만들면 머릿속은 지금까지 해 왔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쉬는 상태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으로 인식해 불안해 하기도 하고 아무리 의미 없는 무슨 일이라도 하려고 그게 무엇이든 볼거리나 읽을거리를 찾거나 뭐라도 들으려고 하는 통에 머릿속을 쉬게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 몸을 써서 하는 행동을 시작하면서 명시적으로 머릿속이 이전처럼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이어서 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는데 장거리 자전거를 타면서 몸이 계속해서 다른 활동을 하고 머릿속은 그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면 몸은 힘들지만 머릿속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면서 뭔가 말로만 듣던 ‘기분 전환’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태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일터에서는 일을 주제로 생각을 하고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몸으로 다른 일을 하고 동시에 머릿속으로도 다른 생각을 하거나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게 됐는데 비로소 머릿속을 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이 때부터 오랜 시간에 걸친 운동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이전과는 생각이 달라졌는데 단기적으로는 열정에 의존해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일터 바깥에서도 계속해 생산성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고 이는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은퇴 연령이 높아지면서 우리들은 지금 시대와 비교해 훨씬 늦은 나이에도 일을 계속해야 하고 사회에 계속해서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에는 커다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기적으로 최선을 다하는데 집중해 머릿속을 쉬게 만드는 요령을 훈련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과 회사 양쪽 모두에 손해입니다. 만약 회사가 개인을 계속해서 교체하며 앞으로 나아갈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교체된 개개인의 생각은 전달될 때마다 훼손되어 결국은 더 느린 속도로 나아가게 됩니다. 또 개인은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다쳐 한정된 자원인 열정을 더 빠른 시점에 소모해 버리고 무력해질 수 있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이기도 하고요.

앞서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일터를 떠나서도 계속하는 자세는 정신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사회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과 잠깐 의견을 주고 받다가 단기적으로는 그런 행동이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약간 어릴때 제가 하던 강경한 주장 같은 느낌이 들어 거기까지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터에서 하던 생각과 일터 바깥에서 하는 생각을 구분해 일터에서 하던 생각을 일터 바깥까지 들고 나오지 않는 요령이 필요하고 이런 요령은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으며 일단 익숙해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멀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잠깐 일한 다음 평생을 무기력하게 보낼 계획이 아닌 이상 한정된 자원을 필요한 곳에 활용하고 명시적으로 몸을 쉬게 만드는 것처럼 머릿속 역시 명시적으로 쉬게 만드는 요령을 훈련해야 합니다. 결국 시간이 흐른 다음에도 완전히 소진되지 않고 계속해서 평균 수준의 생산성을 유지해 결국 더 많은 경험을 얻고 더 많이 성장해 살아남은 사람이 결국 더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