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는 메모에도 유용해요.
이전에 개인 할일관리 사례를 통해 설명한 대로 개인 할일 관리에 지라를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었습니다. 지라는 혼자 사용하기에는 약간 과하고 조금 복잡해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강하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조금 추가하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과감히 덜어내면 강력한 기능을 대부분 유지하면서도 꽤 단순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 사용해 가면서 취향이나 상황에 맞춰 조금씩 도구의 동작을 고칠 수 있는 장점과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 지라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할 때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널리 활용되던 지라 소프트웨어만 있었는데 제작사인 아틀라시안도 지라가 여러 상황에 폭넓게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기존 지라를 튜닝한 지라 서비스 매니지먼트나 지라 워크 매니지먼트 같은 조금씩 다른 지라 파생 상품을 출시했는데 지금에 와서 살펴보면 개인 할일 관리에 사용하기에는 지라 워크 매니지먼트가 좀 더 목표에 가깝게 커스텀 된 상태인 것 같아 보입니다.
지라를 할일 관리에 사용할 때 장점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이야기했고 2023년 봄 현재 미래에 공개될 글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굳이 길게 이야기 할 것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세계에는 여러 가지 할일 관리 도구가 있는데 할일 관리 도구를 사용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어떤 할일 관리 도구가 자신에게 맞는지 잘 모르겠으며 미래에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 잘 모르겠고 그 때마다 도구를 바꾸는 수고를 할 생각을 하면 벌써 부터 머리가 아파지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지라 소프트웨어를 할일 관리 도구로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지라는 개인 영역에서 할일 관리 영역을 넘어 메모하는데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짧은 텍스트를 잠깐 적어 놓을 때 아이폰에서 애플 노트 앱을 사용했습니다. 단순하고 여러 기계에 잘 동기화 되고 검색도 나름 잘 됐기 때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애플 노트 앱을 사용할 때 중간에 애플 기계가 아닌 기계가 단 하나만 끼어 있어도 모든 일이 귀찮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중간에 윈도우 기계가 끼어 있으면 윈도우 기계에서 여전히 웹을 통해 노트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아이폰이나 맥에서 네이티브 앱을 사용할 때 만큼 빠르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한동안은 텍스트나 사진을 빠르게 메모하고 또 여러 기계에서 빠르게 열람하기 위해 메신저 앱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런 용도가 있음을 알았는지 메신저 개발사들이 각자 자기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놓아 이런 용도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노트의 경우 적어도 노트를 서브디렉토리에 분리해 놓을 수는 있었고 한 번 이렇게 분리해 놓으면 한동안 신경을 꺼도 정리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메신저에 보낸 메시지는 그저 한 줄로 늘어서 있을 뿐이라 이들을 그때그때 관리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온갖 메모가 뒤섞인 쓰레기통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잠깐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용도에 지라를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지라는 마치 위키처럼 티켓을 비선형으로 저장하고 검색을 통해 아무때나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노트처럼 서브디렉토리를 설정할 필요 없이 그냥 메모할 일이 생기면 새 이슈를 만들어 제목을 적고 티겟을 저장하면 끝입니다. 만약 조금 더 쓸 말이 있다면 티켓 내용을 사용하면 됐는데 보통은 내용까지 적을 만큼 긴 메모를 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또 추가할 내용이 생기면 지라에 답글을 달았는데 노트에 메모할 때에 비해 나중에 추가한 메모와 처음에 작성한 메모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어 도움이 됐습니다. 한 메모는 시간이 지나며 그 주제에 대한 새로운 생각, 새로운 상황 변화, 추가 정보 따위를 기록할 일이 생기는데 노트에 이를 추가해도 아무 상관 없지만 지라 이슈에 답글 모양으로 달아 두면 시점을 확인할 수도 있고 각 답글의 수정 이력을 따로 볼 수도 있어 노트 하나의 수정 이력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메모가 발전하고 또 보강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메모를 통합할 때도 큰 도움이 됐는데 기존 노트 앱이나 메신저 앱에서는 서로 다른 노트의 내용이 결국 같은 노트로 통합되어야 할 내용이었을 때 이전 노트들로부터 내용을 복사해 새 노트를 만들더라도 이전 노트와 연관성을 유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전 노트는 이제 쓸모 없으니 삭제할 수도 있지만 그 노트들은 각각이 그 상태에 도달하기까지의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통합 전 노트를 찾아 볼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아주 드물게 통합 전 노트에 이전 맥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위기에서 벗어날 일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또한 지라는 이슈들을 서로 여러 관계로 연결해 둘 수 있기 때문에 이슈를 통합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더라도 통합 당한 기존 이슈들을 여전히 연결해 둘 수 있어 미래에 현재의 메모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찾아볼 수 있고 만약 맥락을 잃었다면 맥락을 다시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라는 메모장으로써 아주 훌륭하게 동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크고 근본적인 이유로 모든 메모를 하는 이유는 결국 이 메모에 기반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함입니다. 회의 때 메모를 작성했다면 이는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함이거나 이 회의로부터 나온 어떤 실행 계획을 수행하기 위함일 겁니다. 또 메모에 아이디어를 기록했다면 나중에 아이디어를 검토해 발전시키거나 버리는 일로 바뀔 것이고 책이나 영화 제목을 메모했다면 이를 검토해 구입해서 읽거나 영화 표를 예매하기 위함이기도 하고요. 모든 메모를 하는 이유는 이 메모에 기반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함인데 마침 지라 자체가 그런 행동을 관리하는 도구인 덕분에 메모를 굉장히 쉽게 할일 모양으로 발전시키고 이 할일을 하게 만든 메모들과 연결해 할일의 목표와 맥락을 잃지 않고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해 줍니다.
결론. 이전에도 여러 번 비록 기업용으로 개발된 도구이더라도 지라는 개인 할일 관리에 굉장히 유용하다고 주장해 왔고 또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데 할일 관리 뿐 아니라 메모에도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