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액티비티펍 지원은 기회이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액티비티펍 지원은 이상한 기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아닐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액티비티펍 지원은 기회이다

현대 인터넷에 기반한 미디어에 남겨진 사람들의 반응은 이전 시대에 비해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상의 여론으로 인식되어 답글의 의견들이 정치에 더 큰 의미를 가지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는데 이는 과거에 비해 의견을 더 쉽게 표출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수의 의견이 과대표되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며 이들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한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미디어에 편안한 방식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 요즘 세상에는 답글을 다는 기능이 없는 미디어를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는 기본적인 답글 뿐 아니라 실시간 이벤트에는 답글을 단 상대적인 시점에 맞춰 답글을 확인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주로 업무용 정보시스템으로 사용되는 컨플루언스마저 인라인 코멘트 기능으로 문서의 정확한 위치에 메시지를 남기는 기능을 지원함과 동시에 페이지 자체에 답글을 달며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이쯤 되면 답글 기능은 엔터테인먼트와 업무 영역 모두를 아우르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는 미디어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거의 표준에 가까운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 상에 공개된 거의 모든 미디어에 답글을 남길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미디어가 답글 다는 기능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 모든 미디어에 답글이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미디어에는 활발히 답글이 달리는 반면 어떤 미디어에는 거의 절대 영원히 답글이 달리지 않기도 합니다. 답글 시스템 자체도 미디어에 따라 기능 수준의 편차가 큰데 어떤 시스템은 광범위한 서비스에 의해 제공되는 편안한 답글 작성 환경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유지보수 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유지되어 온 서비스들은 서기 2024년에도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답글을 입력하고 나중에 이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어야만 수정, 삭제할 수 있는 낡은 시스템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실은 사람들이 이렇게 낡은 시스템에 답글을 달 때 ‘비밀번호’에 딱히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답글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단 몇 번만 시도해봐도 쉽게 비밀번호를 찾아 다른 사람의 글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지경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시스템을 쓸 정도로 낡은 서비스들은 현대에 더이상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식으로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현대적인 답글 시스템을 갖춘 서비스들도 보다 거대한 인증 제공 서비스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여간해서 답글을 획득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인데 가령 이 블로그는 보다 현대적인 인증을 통해 답글을 달 수 있지만 이 블로그 자체적인 인증을 사용하므로 이메일을 등록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만약 누군가 답글을 달고 싶은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이를 통해 도착한 메일의 링크로 이동하는 귀찮은 절차를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편안한 등록 과정과 답글 작성 경험을 제공할 방법을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가령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답글 서비스인 DISQUS를 오래 전에 적용해봤는데 이 서비스는 한 번만 등록하면 같은 인증을 사용해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장소에 추가 인증 과정 없이 답글을 달 수 있었기에 꽤 괜찮은 접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웹사이트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지만 이 서비스는 답글을 웹 주소 기준으로 표시할 수 있어 웹사이트에 변화가 일어나면 답글을 유실하거나 엉뚱한 답글을 보여줄 수 있었고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다 보니 웹사이트의 변경에 따라 답글을 마이그레이션 할 가능성도 전혀 없었습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괘 널리 사용되는 답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권에서는 썩 널리 사용되지 않아 이 서비스에 한 번만 로그인 하면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어지간한 웹사이트에 답글을 쓸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등록 과정으로 보였기에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의 낡고 위험한 방식과 비교해 별다른 우위를 제공할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지 고민해봤는데 한동안은 OpenID 같은 중앙화된 인증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인터넷의 훨씬 넓은 영역을 차지한 거대한 서비스들이 자기 자신의 인증 방식을 널리 보급하면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분위기로 변합니다. 결국 현대에는 구글, 페이스북, 깃헙 같은 규모가 큰 서비스에 인증을 위탁하는 방식이 과거의 OpenID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동작하게 됩니다. 이제 드디어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고 또 한국어권에서도 익숙한 표준 인증 방식이 널리 퍼졌으니 드디어 웹사이트에 현대적이고 또 편안한 답글 작성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트위터 같은 서비스가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이야말로 과거의 DISQUS나 OpenID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었지만 이들은 인증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었을 뿐 근본적으로 특정 서비스에 로그인 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습니다. 분명 페이스북 인증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답글 시스템에 쉽게 로그인해 답글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DISQUS 역시 이런 방식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페이스북은 근본적으로 인증 서비스가 아니며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컨텐츠를 올리고 이 컨텐츠에 대한 답글을 페이스북 그 스스로에 남기는데 익숙할 뿐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해 페이스북 바깥에 있는 컨텐츠에 대한 답글을 남기는데는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가령 페이스북에 속하지 않은 인터넷 상의 위치에 어떤 글이 있고 이 글에 답글을 달기 위한 시스템에 페이스북을 통해 로그인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 글에 직접 답글을 남기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은 페이스북을 사용해 온 사람들 입장에서 너무 이상하고 불편한 행동입니다. 만약 누군가 인터넷 상의 위치에 있던 글을 긁어 페이스북에 붙여 넣어 페이스북 안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글 모양으로 만들면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글에 답글을 편안히 남기고 이 글을 인용해 또 다른 글을 만들며 그 글에도 답글이 편안히 달리기 시작할 겁니다. 페이스북 바깥의 위치에 페이스북을 통한 인증을 사용해 답글을 다는 것과 페이스북 내에 글을 옮겨 놓고 여기에 답글을 다는 행동은 기술적으로 거의 동일한 행동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이 둘은 완전히 다른 행동입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에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규모 서비스가 늘어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존재함에도 여전히 이들 바깥에 있는 서비스 입장에서 답글을 받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사용자들의 습관을 바꿀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답글을 획득하고 싶다면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바꿔 블로그 같은 생김새도 구시대적이고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도 않으며 의견을 남기기도 불편한 현대 관점에서 이상한 서비스를 통하는 대신 직접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 제공자의 웹사이트에 직접 컨텐츠를 제공하면 이런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 방식 역시 꽤 오랫동안 고민해 봤습니다. 그냥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새로 만들어 이를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면 블로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것과 사실상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블로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고 컨텐츠를 읽거나 답글을 달고 싶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번거롭게 이메일을 등록하거나 어딘가에 로그인 할 필요 없이 그냥 ‘항상 로그인 되어 있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컨텐츠에 접근하고 또 같은 로그인 된 상태를 사용해 편안하게 답글을 달 수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돈을 쓸 필요가 없고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귀찮게 어딘가에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암만 생각해도 양쪽 모두에 완벽한 접근으로 컨텐츠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획득하는 시나리오 상으로는 어떤 단점도 생각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이렇게 하지 않았는데 이는 순전히 컨텐츠를 제공하는 제 입장에서 감수해야만 하는 손해를 감수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컨텐츠를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 같은 특정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통해 제공할 때 저는 이들을 무료로 사용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이들이 제 컨텐츠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가진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소위 ‘블라인드’ 처리 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저 어떤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본 다음 그에 대한 의견을 올렸을 뿐이지만 제품 제조사가 그 글이 더 이상 인터넷 상에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글을 쓴 사람에게 연락하는 대신 그저 서비스 제공자에게 연락해 글 쓴 사람의 동의 없이 조용히 인터넷 상에서 글이 사라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법적으로 올바른지, 헌법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정규화된 어떤 신청 절차가 있고 이 과정에 관여하는 누군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전체 과정이 이루어질 뿐이며 여기에 컨텐츠를 만든 사람의 의견이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일단 실제 행동이 일어난 다음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이 대단히 잘 정규화된 가운데 어떤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되었던데 비해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은 의도적으로 정규화되지 않은 모양으로 동작하며 이 과정에는 마땅히 개입해야 할 인간이 최소화된 모양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쉽게 포기하도록 의도된 여러 절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 독립적인 방법을 사용해 컨텐츠를 공개하는 이유는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최대한 컨텐츠에 대한 통제 권한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제가 작성한 글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 글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는 소위 표현의 자유에 따른 댓가로써 온전히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의 통제 범위 안에 들어 있으면 제가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할 여지가 사라지고 모든 통제 권한은 오롯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가지게 되며 여기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어집니다.

컨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서비스가 아닌 곳을 통해 공유하는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퍼스널 브랜딩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인데 사실 이는 처음 생각했던 것과 서기 2024년 가을 현재의 상황에 꽤 큰 차이가 발생했다고 평가합니다. 한때 개인 웹사이트 또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도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자사의 브랜드와 개인의 브랜드를 모두 포함한 주소를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개인 웹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한다면 웹사이트 주소는 네이버 브랜드 / 개인 식별자의 형태가 되는데 사용자가 워낙 많아 어지간한 개인 식별자는 대부분 사용중이기 때문에 개인 식별자로 그리 식별성이 좋지 않은 이상한 단어를 사용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결국 웹사이트 주소에서 확실히 구분 가능한 부분은 서비스 제공자인 네이버 브랜드 뿐이며 그 뒤에 붙는 개인 식별자는 그리 식별 가능하지 않은 의미가 적은 문자열일 뿐이어서 내가 직접 주소를 만들더라도 결국 네이버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페이스북 등 다른 글을 올릴 수 있는 대형 서비스도 모두 똑같이 가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상의 퍼스널 브랜드를 유지할 적당한 방법은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물론 도메인 역시 처음 개인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한지 수 십 년이 흘러 어지간한 주소들은 모두 누군가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개인 브랜드에 어울리는 도메인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이를 통해 내가 사용하는 서비스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는 웹 주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저는 이 블로그에 고스트라는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웹사이트 구석에 작은 글씨로 ‘Powered by Ghost’라는 문구가 표시되는 것을 제외하면 웹사이트 디자인, 주소 등 어지간히 인식될 만한 위치에 서비스의 브랜드를 노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범 지구적으로 사용되는 컨텐츠 서비스가 너무나 널리 사용되면서 오히려 웹사이트 디자인이나 주소를 통해 다른 브랜드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모양으로 가 닿는 상태가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각 서비스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거대해졌기 때문에 각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형태에 따라 사실상 범용 서비스, 범용 표현 방식에 가까운 위상을 차지합니다. 가령 적당한 주기마다 동영상을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려고 한다면 이런 서비스를 직접 구축하고 자체적인 브랜드를 유지하는데 비해 서비스를 유튜브에 완전히 의존하고 사용자들에게는 그저 식별자만을 인지시키는 쪽이 퍼스널 브랜딩에 훨씬 유리한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서비스 이름과 식별성이 떨어지는 식별자를 함께 공유할 때 서비스 이름이 더 잘 알려지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일어날 것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이들이 너무나 커져 사실상의 매체 종류처럼 인식되어 유튜브에서 식별자를 검색하라는 식으로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편이 사용자들이 컨텐츠를 찾기 더 쉬워집니다. 서로 많은 부분이 겹치기는 하지만 웬만한 영상은 유튜브, 웬만한 사진과 짧은 영상은 인스타그램, 이들과 비슷하지만 텍스트가 조금 더 많다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그저 각 서비스 브랜드와 식별자를 공유하기만 하면 사용자들은 이미 로그인 된 편안한 환경에서 컨텐츠에 접근하고 또 답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도리어 도메인을 통해 이런 서비스들과 독립된 위치에 독립된 서비스를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면 각각의 서비스, 또는 사실상의 매체 종류를 말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뿐입니다.

이런 고민의 맥락에서 얼마 전 제가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사용하는 서비스인 고스트가 액티비티펍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고 이에 관심을 가지고 검토해 보고 또 생각해봤습니다. 정확히 설명하려고 마음먹으면 꽤 복잡해지지만 대략 액티비티펍은 인터넷 상에서 주로 텍스트 기반의 컨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표준으로 인터넷 상에서 컨텐츠를 공유하기를 원하는 각자가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서비스를 구축하면 서로가 각자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컨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 답글을 통해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부터 트위터 대신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에 기반한 마스토돈이라는 서비스로 완전히 옮겨 왔는데 이 결정을 한 맥락 역시 앞서 설명한 개인적인 컨텐츠의 통제 권한이 서비스 제공자에 의해 급격하게 축소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하게 생각한 사람은 극 소수일 뿐이었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는 서비스 대신 완전히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서비스를 통해 아무말을 주고 받는 댓가로 사용자 풀이 급격하게 감소한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이전에 트위터에 말할 때는 꽤 넓은 범위의 여러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서비스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완전히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었고 주로 수도권에서 정보기술에 기반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이들이 하는 말 위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종의 에코 챔버 안에 있는 상태를 조금은 완화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마스토돈으로 옮겨 오면서 컨텐츠에 대해 상당한 통제 권한을 얻었지만 그 댓가로 꽤 지독한 에코 챔버에 스스로 들어온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에게 컨텐츠를 더 편안하게 제공하고 동시에 더 편안하게 반응을 남길 수 있으며 이전과 같이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 각각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이 모든 컨텐츠 제공 방식을 바꿔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고집스럽게 퍼스널 브랜딩, 컨텐츠에 대한 통제 권한 유지 같은 주제가 저 자신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글은 널리 사용되는 서비스의 통제 밖에 있어 글을 전달하고 또 반응을 획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또 보다 폭넓은 분들의 글을 보고 반응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저는 여전히 제 글에 대한 거의 모든 통제 권한을 유지하고 또 이전보다는 좁지만 여전히 제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이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트위터에 들러 사람들의 글을 살펴보곤 합니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은 글을 인용해 마스토돈에 남기지만요. 이렇게 지난 몇 년에 걸쳐 인터넷을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법, 이에 대한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반응을 획득하는 방법, 제가 에코 챔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 더 다양한 사람들의 말을 보기 위한 방법들이 어느 정도 정립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로그 도구인 고스트가 액티비티펍을 지원한다는 소식은 지금까지 설명한 개인적인 맥락과 관점에서 상당히 이상해 보이고 또 도대체 어떤 모양의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인지 예측하기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액티비티펍은 여러 가지 미디어를 지원하지만 근본적으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를 작성해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마스토돈 같은 서비스가 주로 마이크로블로그 영역에 치우쳐 있기는 하지만 표준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를 확장해 일반적인 블로그처럼 보다 긴 텍스트나 여러 미디어가 뒤섞여 있는 모양의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모양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는 오래 전 블로그라는 모양의 웹사이트가 처음 나타나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기 자신이 직접 웹사이트를 호스팅하고 이를 통해 직접 컨텐츠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여러 컨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들이 나타났지만 이들이 컨텐츠를 관리한 결과는 모두 웹사이트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워드프레스나 고스트, 드루팔, 줌라 등등은 모두 조금씩 다른 형태로 여러 컨텐츠를 관리하지만 이들이 실행된 결과는 모두 컨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양으로 이 서비스들의 핵심은 자기 스스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자기 스스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와 비교할 때 보여주는 가장 큰 시각적 특징은 마이크로블로그가 컨텐츠를 자기 자신의 ‘서비스 모양’으로 보여주는데 비해 주로 블로그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컨텐츠 매니지먼트 서비스들은 ‘웹사이트 모양’으로 컨텐츠를 제공합니다. 이는 웹사이트가 특정 서비스의 일반적인 형태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운 형태의 웹사이트에 기반해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런 서비스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행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블로그 서비스 중 하나인 고스트가 액티비티펍을 지원한다는 말은 마치 지금까지 고스트가 전통적인 컨텐츠 매니지먼트 서비스로써 컨텐츠 매니지먼트의 결과로 웹사이트 모양으로 서비스 되는 모양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직 고스트가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을 지원한 서비스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려진 바 없지만 만약 블로그 웹사이트를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법과 동시에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을 통해 컨텐츠를 제공한다면 고스트는 두 가지 서로 상당히 다른 컨텐츠 제공 방법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는 전통적인 웹사이트를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들이 타임라인이 시간 순으로 흘러가는 모양에 기반해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에 따라 이미 구축된 다른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모양에 기반해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사용자에게 컨텐츠를 전달하는 것은 같지만 한쪽은 전통적이고 또 서비스 독립적인 방법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데 비해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의 시각적인 형태에 기반해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웹사이트 기반의 컨텐츠 제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겁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컨텐츠를 이메일을 통해서 제공하면 뉴스레터가 되는데 이 역시 전통적인 웹사이트를 통한 컨텐츠 제공과는 꽤 다른 형태입니다. 어쩌면 블로그에 뉴스레터 기능을 핵심 기능으로 만들어 놓은 고스트가 이 의사결정을 한 것과 거의 같은 관점에서 액티비티펍 네트워크를 통해 컨텐츠를 제공할 생각을 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 스스로 웹사이트를 이메일 모양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채용했고 그 다음 단계로 웹사이트를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에 호환되는 글 모양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채용하는 또 다른 확장의 일환일 뿐입니다.

전통적인 블로그 웹사이트가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을 통해 제공될 때 기존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던 컨텐츠가 이메일, 그리고 주로 마이크로블로그 모양으로 제공되는 것 외에도 이 글의 첫 부분에 고민했던 컨텐츠에 대한 답글을 얻는 문제를 아주 조금 완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웹사이트가 이메일에 기반한 현대적인 로그인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사용자들은 이미 거대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는 로그인 시스템을 너무나 편안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 서비스를 통한 인증을 제공하더라도 최대한 자신이 사용하는 서비스 안에 머무르는 것을 당연하고 또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웹사이트가 이들을 지원하는 인증 방식에 기반해 답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하더라도 답글을 얻을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에 호환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마스토돈과 같은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일 뿐이므로 블로그에 작성한 글이라도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을 통해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에 전달되면 이 글은 마치 블로그 글을 직접 페이스북에 붙여 넣은 새 글을 통해 공유하고 이 글에 페이스북에 로그인 된 사용자들의 답글을 받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블로그가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에 기반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글을 널리 배포하고 또 답글을 얻으려면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에 직접 진입해 직접 글을 만들거나 이 과정을 자동화 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서비스가 액티비티펍 프로포콜을 지원하면 컨텐츠가 다양한 서비스 형태에 나타나고 이를 본 사용자들이 자신이 사용하던 서비스를 떠나지 않은 채 그 글에 대한 답글을 바로 제출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블로그 웹사이트 관점에서 이 답글들을 조회해 전통적인 답글 모양으로 표시할 수 있다면 거대 서비스 제공자들에 독립적인 꽤 괜찮은 컨텐츠 제공 및 피드백 획득 기능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여기에는 전통적인 블로그 웹사이트를 유지해 오던 사람 관점에서 마음 속 한 구석에 아주 조금 불편한 감정을 설득해야 합니다. 일단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들은 웹사이트가 직접 돈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웹사이트에 대한 직접 방문이야말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가장 큰 크레딧입니다. 방문자들의 기록을 참고해 컨텐츠를 개선하고 또 유입된 검색어를 통해 새 글 주제를 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 글이 얼마나 널리 읽히고 있는지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컨텐츠가 액티비티펍 네트워크를 통해 배포되면 이제 전통적인 방식으로 웹사이트의 방문자를 통한 크레딧을 확보할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웹사이트를 통해 광고라도 하고 있었다면 이제 이 체계는 완전히 망가질 겁니다. 액티비티펍 호환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서비스 관점에서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블로그로부터 전송된 글은 특정 웹사이트의 글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그저 마이크로블로그에 나타난 글 하나에 불과하며 이 글에 대한 여러 기록은 더이상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 관점에서 방문자가 줄어들고 이를 일종의 크레딧이라고 생각해 왔다면 크레딧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또 이메일을 통해 뉴스레터를 제공하던 입장에서 이제 글이 웹사이트, 이메일 뿐 아니라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제공되므로 주로 이메일을 활용해 멤버 전용으로 제공하던 컨텐츠 제공 전략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블로그 사용자들이 글의 나머지 부분을 읽기 위해 서비스나 앱을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좀 불편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블로그가 이메일을 통해 뉴스레터 모양으로 배포될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전통적인 블로그가 액티비티펍 프로포콜을 지원해 현재 이를 주로 사용하는 마이크로블로그에 나타나게 되면 또 다른 컨텐츠 배포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는 관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또한 이메일이 그랬던 것처럼 액티비티펍 프로토콜 역시 양방향으로 컨텐츠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서 고민했던 웹사이트를 통한 독립된 컨텐츠 제공 방식을 고집하면서도 컨텐츠에 대한 반응을 이메일 뿐 아니라 마이크로블로그를 통해서도 얻을 가능성이 새로 생깁니다. 이메일 역시 양방향 매체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어권에서는 뉴스레터 이메일에 대한 회신으로 피드백을 받는 사례는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거의 없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현대에 이메일은 좀 더 잘 갖춰진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딱딱한 도구로 변해 가고 있어 보입니다. 반면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로 마이크로블로그 모양으로 구현되었고 이는 어떤 글에 보다 편안하게 피드백을 남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거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요구사항에 꽤 가깝기는 하지만 여러 문제가 있던 DISQUS 같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블로그 자체가 일종의 액티비티펍 인스턴스로 동작하면 세월의 흐름에 따른 웹사이트의 변경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비록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 같은 대규모 서비스 제공자들이 확보한 대규모 사용자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없지만 그나마 그 바깥에 흩어져 있는 액티비티펍 호환 서비스 사용자들을 새로운 컨텐츠 제공 대상, 그리고 피드백 획득 대상으로 삼을 수는 있고 이는 없는 것 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그냥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복잡하고 비싸고 어려운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거의 가능성 없는 해결 방법을 고민해 오기를 반복했고 그 최선이 현재의 이메일 기반 뉴스레터이며 솔직히 이 방법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대규모 서비스 제공자에 의존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고스트가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어떤 기능을 선보인다 하더라도 이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리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전에 웹사이트에만 의존할 때, 여기에 더해 이메일에 의존할 때와 비교해 대단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기회로써 동작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비록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 가 닿지는 않을 테고 또 이들로부터 원활한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만 적어도 그 대다수의 사용자들 바깥에 있는 사용자들을 가장 널리 묶고 있는 이메일 바로 다음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액티비티펍 프로토콜 호환 서비스 사용자들과 직접 컨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의미가 없지 않은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