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할 때는 왜 그랬는지 알고 따라해야 합니다
덮어놓고 베끼다 보면 나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매 순간 매가 무엇을 위해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잊지 않는데 집중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이상한 말을 하게 됩니
오늘은 어떤 면으로는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이고 또 다른 면으로는 적어도 당당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또 부끄럽다고만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주제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 직업은 게임디자이너이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 주로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으며 그 상당수는 기반 장르가 MMO입니다. 또 그런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 주로 여러 세부 기능을 설계하고 협업 부서 중 주로 엔지니어들과 의사소통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있어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게임디자이너로써 가장 많이 해 온 일은 다름 아닌 다른 게임을 플레이 하며 그들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기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보고 만약 그들의 결정이 우리 마음에 든다면 그들의 동작을 복제해 문서로 만든 다음 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런 작업을 종종 리서치 혹은 벤치마크라고 불렀지만 좀 더 현실에 가깝도 더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면 그 게임을 베낀다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우리가 만드는 게임에 어쩌다 보니 야만용사라는 클래스가 등장한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클래스가 등장하는 다른 게임을 살펴본 다음 야만용사의 핵심 전투 메커닉을 설계한다 하더라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아주 우연하게도 야만용사라는 클래스가 있는 다른 게임을 살펴보니 그 게임의 야만용사는 양 손에 도끼를 들고 빙글빙글 돌아 주변의 적들에게 대미지를 주는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게임에 등장할 우연하게도 이름이 같은 야만용사가 같은 스킬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우리 게임의 야만용사의 스킬 기획서 중 하나에 똑같은 스킬 메커닉을 설명하고 이를 개발하고 있어도 분명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