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MMO 게임이 유저 간 직접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

현대 MMO 게임은 왜 예전처럼 유저 간 직접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걸까요? 지난 오랜 세월에 걸친 값비싼 시행착오의 결과입니다.

현대 MMO 게임이 유저 간 직접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

MMO게임 여러 개를 만드는데 참여한 적 있지만 그때마다 재 역할은 주로 구인공고에 ’시스템디자인’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게임디자인 직군의 여러 가지 분류 중에서 아무 일이나 할 수 있지만 또 막상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모호한 직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경제시스템을 만들고 또 밸런스를 잡는 사람들은 쉽게 구할 수가 없는데 이들에게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의 범위를 넘는 요구사항이 종종 전달되어 입장이 아주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시스템 디자인‘이나 ’밸런스 디자인‘ 할 사람을 찾는다고 구인공고를 올리면 이력서를 좀처럼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이 직군이 하는 역할의 불확실성, 그리고 권한을 넘어서는 요구사항 때문 겁니다. 그렇다고 이 역할을 할 사람을 영영 구인하지 못한 채로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정확히는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사실 중 일부만을 이야기하는데 가까울 겁니다. 이 역할을 해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주로 시스템디자인 할 사람을 채용한 다음 앞서 좀처럼 구인하기 어렵다는 직군의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조금씩 그 계열의 업무를 지시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경제시스템이나 밸런스는 시스템디자인의 하위 분류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뭔가 특별히 이상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일을 지난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겪을 때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제 자신이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각적으로는 실제 세계의 경제가 돌아가는 모양을 두서없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MMO 게임 경제 역시 감각적으로는 어떻게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맍 근본적으로 기반을 설계해 특수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또 지표를 보고 보상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컨텐츠의 역할을 정의하며 고객들의 경험을 조율하는 일은 솔직히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이런 일들은 분명 제가 돈을 받고 잘 할 수 있는 일의 범주에 넣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 중에 이 일을 맡을 사람이 저 밖에 없다는 상황이나 결국 그 일이 제게 할당되는 상황을 막으려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MMO 게임의 경제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전통적인 MMO 게임 경제 뿐 아니라 이와 연결되는 게임 바깥의 경제를 포하한 경제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구인을 기다릴 수 없는 이상 누군가는 해야 했고 이를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 일은 제 관점에서 근본적인 실패로 마무리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아무렇지도 않게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그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 재화 교환 메커닉, 현대적인 경제시스템의 형태와 이런 모양이 된 원인 따위를 두서 없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은 단순한 숫자 게임을 넘어 가상 사회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경제시스템의 안정성은 플레이어 유지율, 게임 수명, 개발사의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플레이션 통제 전략으로는 앞서 소개한 노스텔지어 온라인이 희귀 재료 드랍률을 조절해 가격 변동성을 감소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또 V4는 골드의 레드젬 전환을 통제해 인플레이션율을 연 2.1% 수준으로 유지한 바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경험과 사회적 상호작용 측면에서 리니지는 고대의 검 드랍률을 낮게 설정해 희소성을 활용하기도 했고 이터널 리턴은 50시간 플레이 보상으로 배경 스틴을 제공해 진행 보상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또 커뮤니티 역학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알비온 온라인은 앞서 소개한 대로 상위 0.3% 길드의 자원 점유율을 65%로 제한해 플레이어들의 경제적 상호작용과 커뮤니티 역학의 균형을 조절했습니다. 개발자 관점에서는 길드워 2의 젬스톤을 통해 다중 화폐 체계를 선보인 바 있고 경제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한 게임들은 인게임 화폐를 단순하게 유지하면서도 게임 외부 경제와 연동을 통해 다중 화폐를 채용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달성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경제시스템을 살펴보면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블록체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지만 오늘의 핵심은 아니어서 설명하지는 않을 겁니다.) 경제시스템을 리스크 관리에 활용하기도 하는데 로스트아크는 스팀 신용등급 강제를 통해 봇 계정을 크게 감소시켰고 디아블로 4에서는 고가 아이템 거래를 차단해 PvP가 유효하게 동작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MMO 경제시스템이 게임을 유지하고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지하게 만들며 개발사에게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함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한편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은 단순한 가상 거래를 넘어 현실 경제학의 원리를 구현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초기 텍스트 기반 MUD의 등장부터 현대의 게임 외부 경제에 대한 연결에 이르기까지 시대 별 변화는 기술 발전과 플레이어들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나타났습니다. 최초의 MUD인 MUD1은 180분마다 리셋되는 일시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현대의 시즌제를 도입한 게임이나 과거 일정 기간마다 새 서버를 여는 방식으로 운영하던 모바일 게임의 전략과 비슷합니다. 플레이어 간에 권한 거래가 일어났으나 시스템의 불안정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일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루카스필름의 ‘Habitat’은 그래픽 기반 가상 경제를 구현했으며 전자 화폐와 가상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분당 0.08달러에 이르는 접속료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대중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울티마 온라인은 완전한 플레이어 주도 경제를 구축했습니다. 유저가 제작한 아이템의 거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유통되었습니다. 하지만 골드 복제 버그와 현금 거래의 폭발적 증가로 이후 아이템 보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최초로 개발사가 시장에 개입한 사례로 평가되며 이후 MMO 경제시스템 설계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에버퀘스트는 고급 아이템의 계정 귀속을 시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시장 유동성이 크게 감소한 반면 제작 재료 거래량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크로스 서버 경매장을 도입해 지역 별 가격 편차를 5% 이내로 줄였으나 아이템을 주로 제작하는 유저의 수익이 크게 감소하는 부작용을 초래했습니다. 이브온라인은 단일 서버 경제 모델로 시장 가격 변동을 안정 상태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게임 내 시간을 판매해 커다란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검은사막은 거래소 수수료를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며 화폐 유동성 증가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스타포스 강화 시스템으로 매소 소각량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억제했습니다. 반면 ' Runes of Magic’은 골드 복제 버그로 24시간 만에 물가가 1200% 상승하면 서비스 종료의 교훈을 남겼습니다. 한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매장 데이터가 IMF의 신흥국 금융 정책 시물레이션에 활용되며 가상 경제의 학문적 가치가 인정 받기 시작했습니다. ‘Second Life'는 린든 달러 - 인게임 화폐 - 와 법정화폐 사이의 교환 시스템을 도입해 가상 경제의 실제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입증했습니다. 노스텔지어 온라인은 실시간 수요 예측을 통해 희귀 재료 드랍률을 1.5배까지 조정해 가격 변동성을 감소시켰습니다. 알비온 온라인은 상위 0.3% 길드의 자원 점유율을 전체의 65%로 제한하는 규칙을 도입해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도 했습니다.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을 설계하는 첫 단계로 화폐 순환 과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먼저 ‘Faucet-Sink’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이는 경제시스템의 구성요소를 화폐 생성원(Faucet), 소멸장치(Sink)로 구분합니다. 화폐 생성원은 몬스터 사냥, 퀘스트 보상, NPC 거래 등이 있습니다. 이들을 조금 더 살펴보면 몬스터 사냥에는 일반 더 적은 위험을 감수하는 필드 몬스터 사냥과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던전 사냥, 그리고 보스 몬스터 사냥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들 각각에 서로 다른 정책에 따라 보상을 집행합니다. 몬스터 사냥에 의한 아이템 드랍은 NPC 거래와 연결하는데 만들기에 따라 몬스터가 직접 골드를 드랍하거나 몬스터가 재료, 장비를 드랍하게 만들어 NPC가 판매 과정에 끼어들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몬스터가 장비를 드랍하지 않도록 하자!에서 이 미묘한 차이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화폐 소멸장치는 게임에 따라 장비 수리 비용, 거래소 수수료, 상급 아이템 제작에 따른 재료 요구 등이 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단일 화폐만으로는 경제정책의 실패, 실수, 장기적인 경제 체계의 유지를 수행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에는 다중 화폐를 통한 계층화 기법을 널리 사용합니다. 여러 게임이 골드, 실버 등의 기본 거래 수단을 사용하지만 이 외에 화폐 역할을 하는 다른 요소들을 동시에 채용합니다. 검은사막의 크론석, 길드워2의 젬스톤 같은 프리미엄 토큰이 대표적입니다. 게임에 따라 이들은 기본 거래 수단인 골드와 교환 가능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골드와 교환 대신 법정화폐와 교환하도록 합니다. 여기에 이벤트 또는 컨텐츠 단위의 별도 화폐를 사용합니다. 제한된 기간 동안만 획득 및 사용할 수 있고 또 특정 컨텐츠로부터 획득할 수 있으며 지정된 상점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재화가 축적되더라도 이들이 경제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시킵니다.

다음으로 자원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게임의 특징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 구조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먼저 이브온라인의 단일 서버 경제가 있습니다. 이 사례는 자유시장 유형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플레이어가 주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검은사막처럼 시스템이 주도적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중앙집중식도 있고 또 로스트아크 경매장 시스템처럼 기본 용품을 정가로 판매하도록 하되 희귀 아이템에 한해 경매를 적용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플레이어 행동 유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심리적 경제 모델이 있는데 전망 이론을 적용한 이브온라인의 함선 손실 보험 사례가 있습니다. 이브온라인의 함선 손실 보험 가입률은 약 73%로 알려졌는데 이는 실제 자동차보험 가입률 68%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또 사회적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아크라시아 전기의 트레이드 감시관을 통해 사기 거래를 감소시킨 사례가 있는데 이는 고객들의 생산 활동 - 게임 플레이 - 의 가치가 유지된다는 신뢰를 심어 플레이를 지속할 동력을 유지하는데 기여합니다. 동적으로 균형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한 노스텔지어 온라인은 수요 예측을 통해 희귀 재료 드랍률을 조정합니다. 또 마비노기는 높은 정확성의 현금 거래 탐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뢰 기준을 직접 정의하기도 합니다. 가령 로스트아크는 아이템 레벨 1375 미만 계정의 거래를 금지하기도 하고 디아블로 4는 PvP존에서 획득한 재화로 교환할 수 있는 아이템 중 고가 아이템은 거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국가 별 규제를 지켜야 합니다. 한국은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법률로 명확히 금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사 약관에서 아이템 및 계정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계정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아이템 현금거래 중계사이트 역시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으나 게임사 약관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률 상 직접적인 금지 규정이 없기 때문에 거래 자체는 사적 자치 원칙에 따라 허용 혹은 금지될 수 있습니다. 단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다른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며 사기 등 부정행위가 발생하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2024년 자율규제에서 강제규제로 전환되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가 의무화 되었습니다. 벨기에, 네덜란드는 루트박스 판매를 도박으로 규정해 금지합니다. 벨기에는 2018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했으며 미성년자에게 판매할 경우 가중 처벌됩니다. 영국은 2024년부터 자율규제를 재택해 확률형 아이템 포함 여부 및 확률 고지 의무화, 미성년자 보호장치 마련 규정이 있습니다. 강제성은 약하지만 모니터링 체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확률형 아이템애 대해 청소년 보호법을 적용해 18세 이상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도박 요소가 있으면 등급을 상향 조정합니다. 또 오스트리아는 법원 판결을 통해 도박 사업 서가 없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한 사례가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17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 효과, 획득 확률 등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8세 미만은 구매 금지, 미성년자 구매 한도 설정 등의 규체를 시행 중이고 실제 공개된 확률과 결과가 다를 경우 법적 제재를 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자율규제 중심이며 컴플리트 가챠 등 일부 유형만 금지하고 있습니다.

게임 경제시스템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이미 예상하시겠지만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처음에 제가 경제시스템을 설계하기에는 경제 원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음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게임 상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메커닉을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게임 상에서는 화폐가 무제한 생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몬스터 사냥, 퀘스트 완료 등의 행동을 통해 화폐가 지속적으로 생성됩니다. 가령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는 고렙 플레이어가 한 시간에 약 5000골드를 획득할 수 있으며 이는 게임 출시 초기 대비 7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직접적인 화폐 생성 외에도 재화를 NPC에게 파ㄴ매할 때마다 새로운 화폐가 시장에 유입됩니다. 이브온라인에서는 함선 제작 과정에서 전체 화폐 공급량의 0.3%가 함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화폐 소멸장치가 필요합니다. 앞서 소개한 ‘Rune of Magic'은 골드 복사 버그로 24시간 만에 물가가 1200% 상승하며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효과적인 골드 소멸을 위해 장비 수리, 거래소 수수료 등의 장치가 필요하며 이런 장치가 부족할 경우 시장에 화폐가 쌓여 인플레이션이 빨라집니다. 하지만 내구도 수리는 낡은 메커닉일까요?에 생각해본 것처럼 이런 화폐 소모 방식은 좀 낡은 측면도 있습니다. 또 직접적인 화폐 소멸의 실패가 아니더라도 희소성 관리에 실패한 사례도 있는데 디아블로 4의 아이템 복사 버그로 인해 희귀 재료가 대량으로 유통되었습니다. 기술적인 결함은 경제시스템을 급격히 무너뜨리고 고객들의 신뢰를 크게 저해합니다.

인플레이션은 현금 거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로스트아크에서 봇 계정이 전체 골드 공급량의 18%를 차지하며 현금 거래로 인한 화폐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촉진했습니다. 알비온 온라인에서는 상위 0.3% 길드가 전체 자원의 65% 까지만 점유할 수 있도록 강제해 물가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데 2024년 철 광석 가격이 1200% 폭등한 사례로부터 기인합니다. 개발 단계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고객들의 효율적인 자원 획득 전략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가속될 수도 있습니다. 디아블로 4 시즌 3에서 플레이어들은 특정 던전을 반복 클리어하며 1시간에 150만 골드를 생성하는 전략을 발명했습니다. 이는 일반 던전 대비 300% 높은 효율로 화폐 유입을 가속합니다. 메이플스토리의 스타포스 강화 시스템은 메소 소각량을 300% 증가시켰지만 고가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어 특정 아이템의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개발사의 정책 실패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령 ‘뉴월드‘는 화폐 공급 부족과 세금 시스템의 결합으로 디플레이션이 유발되었습니다. 이는 오히려 화폐 가치 급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했는데 국내에서는 아키에이지가 비슷한 문제를 겪은 바 있습니다. 또 과도한 보상 이벤트 역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로스트아크의 신년맞이 이벤트에서 무제한 보상 교환으로 인해 시장에[ 과도한 아이템이 유입되며 가격 붕괴가 일어난 바 있습니다.

컨텐츠 업데이트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GTA 온라인 ’마약 전쟁’ 업데이트에서는 신규 차량 가격이 2013년 대비 1700% 상승해 기존 아이템의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기술 진보의 역살로 꼽을 수 있는 현상도 있는데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발전으로 성능이 향상되어 실질 가치가 증가하더라도 명목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는 게임에서도 비슷합니다. 이브온라인이 시간을 화폐화 하면서 큰 수익을 창출했지만 이는 화폐 유통량 증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유발했습니다. 또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크로스서버 시장의 역설을 들 수 있는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크로스서버 경매장은 서버 별 가격 편차를 5% 이내로 줄였지만 유저 수익이 62% 감소하게 만듫었습니다. 이런 온갖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해 한동안은 하수구 시스템을 쥐어짜곤 했지만 점점 더 다중 화폐를 통한 경제시스템 격리, 예측 기반 거시 경제 밸런싱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2025년 기준 주요 MMO 게임의 연간 인플레이션률은 15-20%로 추정됩니다. 이는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 상승과 경제 붕괴 위험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상황을 맞아 화폐 생성과 소멸 사이에 균형을 통해 경제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먼저 금융 정책 기반의 전략을 생각해 봅시다. 주로 하수구라고 부르는 메커닉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흐트는 장비 수리 비용으로 연간 2400억 골드를 소멸시킵니다. 길드워 2에서 레전더리 무기를 제작하는데 2000골드를 소모해야 합니다. 또 검은사막은 거래소 수수료율을 15.5%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화폐 공급 제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노스텔지어 온라인의 동적 드랍 확률 조정 사례, V4의 레드젬 교환 통제를 통한 연간 인플레이션률을 2.1% 수준으로 유지한 사례가 있습니다. 시장구조 개편 전략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크로스서버 통합 경매장을 통해 서버 별 가격 편차를 5% 이내로 축소했습니다. 이는 실제 세계에서 경제규모를 키워 단일 경제적 충격이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국소적으로 바꿉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브온라인의 함선 파괴 보험을 앞에서 언급했고 알비온은 PvP구역의 운송 위험을 35%로 설정해 자원을 소멸 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게임디자인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개입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아키에이지는 제작 자료의 83%를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에 의존하도록 강제합니다. 이는 재화 교환을 필수적으로 요구해 재화가 시스템 일부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합니다. 테라는 재화 재활용으로 78%의 자원을 소멸시킵니다. 컨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재화 가치를 제어하기도 하는데 앞서 GTA 온라인의 신규 차량 가격의 큰 폭 인상은 기존 시장에 유통되는 재화의 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충성 고객에게 큰 실망을 느끼게 만들어 이탈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사례의 정 반대 사례에는 리니지가 있는데 리니지는 충성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업데이트마다 재화 가치 보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업데이트를 설계해 왔다고 알려졌습니다. 디아블로 4와 같이 시즌제를 도입한 사례도 있습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재화는 해당 시즌에서만 유효합니다. 이는 MMO 게임 기준으로 대규모 업데이트 때마다 신규 서버를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게임들은 기존 고객을 잔류시키면서도 신규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점핑권 같은 인위적인 지원을 종종 선택합니다. 디아블로의 시즌제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론 이해하지 못하는 시즌제에서 생각해본 대로 MMO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이와 유사한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하기 쉽지 않게 만들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사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현대 MMO 게임들이 유저 간 직접 아이템 교환을 제한하는 이유는 단순한 결정이 아닌 복합적, 경제적, 기술적, 법적 요인에 의한 결과입니다. 전통적인 PC MMO에서는 유저 간 자유로운 거래가 게임 내 시장 경제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현대 게임들은 점차 제한적인 거래 시스템과 중앙화된 경매장 시스템을 고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 경제의 안정성 확보, 불법 활동 방지, 개발사의 수익 모델 보호라는 여러 층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은 현실 경제와 비슷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인게임에서 발생하는 자원과 화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아이템 가격이 급등하고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심화됩니다. 자유로운 유저 간 거래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인게임 경제시스템 전체에 걸쳐 더 빨리 퍼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합니다. MMO 게임의 경제시스템에서 자원의 총 획득량과 총 소비량의 차액 비율이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경제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유저 간 직접 거래가 허용될 경우 특징 유저 그룹이 시장을 독점해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검은사막 사례에서 개발사가 정한 상한가와 하한가를 통해 아이템 가격을 통제하고 거래소 수수료를 통해 화폐량을 조절하는 것이 경제 안정성을 위해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유저 간 직접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에는 당국의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앞서 알아봤듯 한국은 유저 간 아이템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되지는 않았으나 개발사의 약관을 통해 금지된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로스트아크 운영정책은 현금 또는 현물 획득을 목적으로 한 게임 재화 거래 행위에 대해 1차 15일, 2차 30일, 3차 영구 정지의 단계적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이템 거래 자유화는 사행성 문제와 직결됩니다. 법정화폐로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슬롯머신에서 당첨된 금액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면 게임 전체의 사행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도 마찬가지로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입하고 우편함을 통해 아이템을 최종적으로 획득할 때 확률에 따라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 아이템을 안정적으로 판매해 현금화 할 수 있으면 사행성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또 자동화 프로그램이 대량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로스트아크 스팀 버전에서 스팀 계정이 ‘in good standing' 상태가 되려면 구매 임계값인 5달러를 충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계정은 유저 간 거래 개시, 게임 내 선물 발송, 로열 크리스탈을 골드로 교환, 첨부 아이템을 포함한 인게임 메일 발송을 제한합니다. 이를 통해 사기 계정 탐지에 주요 개선이 일어났다고 알려졌습니다.

유저 간 직접 거래를 제거함으로써 유저의 경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게임은 유저들이 게임 컨텐츠를 적당한 속도로 경험하기를 원합니다. 자유로운 아이템 거래가 허용되면 일부 유저들이 법정화폐를 통해 상위 장비를 즉시 획득해 게임의 진행을 건너뛸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다른 유저들의 반감을 사게 됩니다. ‘Understanding Real Money Trading in MMORPGs‘에 따르면 게임 컨텐츠가 지나치게 횡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유저가 지속적으로 게임에서 일한다고 느끼게 되면 법정화폐에 의한 거래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거래 제한을 통해 유저들이 정해진 컨텐츠 경로를 따라 게임을 진행하도록 유도합니다. 또 신규 유저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 사례에서 과도한 거래 제한이 유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유저들은 유저 간 아이템 거래 제한이 제거되지 않으면 무료 플레이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신규 유저들이 기존 유저들과 경제적 격차로 인해 게임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래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이유에는 개발사의 독점적 판매권 확보를 통한 수익 모델 보호와 비즈니스 전략 수립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유저 간 거래는 개발사의 수익 모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유저 간 거래를 제거함으로써 개발사가 독점권을 갖게 되고 유저들이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법정화폐가 됩니다. 이상황은 개발사에게는 분명 좋지만 유저 경험을 무력화시키고 이런 게임들이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상호작용 하기 위한 목적과 직접적으로 충돌한다고 볼 수도 있긴 합니다. 검은사막의 거래소는 이런 접근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이템 거래는 전적으로 거래소를 활용해야 하는데 사실상 정액제에 가까운 밸류 패키지를 사용하더라도 15.5%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개발사는 거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또 앞서 설명한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과금 아이템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현대 MMO 게임의 수익 모델은 주로 과금 아이템 판매에 의존합니다. 만약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면 개발사가 판매하는 과금 아이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원신 같은 가챠 게임에서 캐릭터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 역시 부계정, 유료 캐릭터를 캐릭터를 판매 등의 남용을 막기 위함입니다.

기술적 구현의 어려움과 관리 측면의 이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중앙화된 거래 시스템은 기술 및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입니다.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과 함께 PC MMO 게임들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경매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중앙화된 거래 시스템은 유저들이 서로 만나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으며 시세 불균형을 완화하고 ‘선제시‘의 고통으로부터 유저들을 해방 시키는 시스템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개발사 입장에서 거래 과정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유저 간 직접 거래에 흔히 발생하는 사기, 분쟁, 기술적인 오류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어 관리 측면에서 고객 지원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국의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 MMO 게임은 여러 국가의 규제를 준수해야 합니다. 각국의 도박 관련 법규, 세금 정책, 소비자 보호 법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유저 간 거래를 허용할 경우 법적 리스크가 증가합니다. 중앙화된 시스템을 통해 거래를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모양으로 설계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현대 MMO 게임이 유저 간 직접 아이템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인게임 경제시스템의 중요성과 대략적인 발전 과정 및 설계 방식, 인게임 인플레이션의 발생 원인과 완화 전략에 이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현대 MMO 게임이 유저 간 직접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에는 인플레이션 완화, 신규 교객 보호, 아이템 가치 조정, 시장 확대를 통한 위험 관리, 기술적 난이도 하향, 관리비용 감소, 여러 국가에 걸친 규제 준수를 통한 법적 리스크 절감, 사기, 분쟁 등으로부터 고객 보호, 사행성 조정 등이 있습니다. 얼마 전 퇴근길에 버스정류장 벽에 붙은 ‘개인 간 거래 완전 자유‘를 내세운 이름 모를 게임 광고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게임에 관여하는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지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개인 간 거래를 제공하는 게임의 경제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모양으로 유지되고 또 동작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어떤 고객들은 지난 변화와 이로 인한 현실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는 인게임 경제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발전의 결과로써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