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

이력서에 또 다른 실패한 프로젝트 한 줄을 추가하고 지난 2년여 동안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는 왜 실패했을까요?

권고사직

이렇게 될 것을 아예 몰랐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잘렸습니다.

올해 초 작성한 2022년 직업생활 회고를 2023년 겨울에 와서 다시 살펴보니니 적어도 소제목 중 하나인 ‘세상이 변할 거라고 생각함’이라고 생각한 것 까지는 그럴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멀쩡히 만들던 게임을 놔두고 훨씬 작고 훨씬 위험하고 또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시도를 할 작정임을 알면서도 자리를 옮기는 결정을 한 이유는 지금까지 고객과 회사 사이에 체결한 계약의 회색 영역을 근거로 일어나던 인게임 자산을 법정화폐로 바꾸는 행동이 지금까지와 달리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양성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 시대에 가장 빨리 이 조류에 올라 탄 국내 제품이 MMO 게임에서 드랍된 자원을 특정 재화로 바꿔 블록체인에 등록하는 기능을 적어도 밖에서 보기에는 정말 순간적으로 도입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해 내는 모습을 보며 이미 퍼스트 무버가 되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바심을 냈습니다.

지난 궁극적으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들은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휴가를 내고 생각 안하기, 생각만 하기를 하러 지방으로 떠나기 전날 저녁에 강남 어딘가에 모여 마시던 술자리에서 업계 지인 분들과 이야기하다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끝에 질문을 하나 들었습니다. ‘우진님은 그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라는 질문입니다. 그 게임은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MMO 게임으로부터 만들어진 특정 재화가 블록체인에 등록되어 거래 가능한 기능을 순식간에 도입한 바로 그 게임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견이 있는데 먼저 지금에 와서 보면 이 결정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순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