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칭하면 인센티브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우리 프로젝트가 무사히 런칭 하고 돈도 꽤 번 것 같은데 우리들은 인센티브를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업계에는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달성했다는 전설이 돌아다닙니다. 업계 초기에 아주 유명한 게임 개발에 참여해 회사에 커다란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이 회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아 삶을 크게 바꾼 이야기들은 이후 시대가 바뀌며 더 이상 그런 보상이 아주 어렵게 되었음에도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이상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전설 중에는 회사 대표님이 회사가 대기업에 매각되자 매각 대금의 큰 부분을 잘라 직원들의 근속 기간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줬다는 이야기부터 회사 자금 사정이 너무 나빠 급여 대신 회사 주식을 받았다가 미래에 회사의 어느 프로젝트가 엄청난 성공을 달성하고 회사가 상장하면서 커다란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다는 이야기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곤 합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한 사람들은 그저 멀리 있는 사람들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가 주말에 자전거로 하오고개 올라가는 길에 차가 많이 다니는 운중로를 피해 판교원로로 우회하면 마주칠 수 있는 온갖 대단한 집들 사이를 지나가다가 아는 분들을 만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이 집은 지난번 그 프로젝트 출신 아무개님의 집, 저기 저 집은 지난번 그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계신 아무개님 집, 또 저 집 앞에 벤틀리가 서 있는 집은 앗. 아무개님 안녕하세요? 여기 살고 계셨어요?
하지만 현실은 판교역 1번출구 길 건너에 있는 가게에서 매주 로또를 사지만 5천원에도 한 번 당첨되지 않고 가로로 맞아야 하는 숫자가 세로로 맞는 어처구니 없는 우연에 한탄하며 매년 상반기에 주로 일어나는 연봉 통보를 받은 다음 몰려나가는 흡연자들을 따라 나가 메케한 담배연기 속에서 삶의 의미와 아스키 코드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곤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프로젝트나 회사의 성공은 고사하고 프로젝트를 런칭하는 단계까지 끌고 나가는 것만 해도 생각보다 훨씬 어려우며 어떤 일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런칭까지 남은 기간을 단 1초도 줄이지 못하기도 하며 어느 때는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는 프로젝트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프로젝트를 드랍하며 우리 모두를 한동안 회사 안에서 또 다시 면접을 보러 다니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재배치 되지 못한 사람들을 졸지에 실직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이력서에 분명 일하긴 했지만 시장에 결과를 내지 못한 프로젝트를 몇 번 추가하다 보면 분명 연차는 늘었는데 그 연차로 인한 경험과 성과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일은 일대로 하고 결과는 결과대로 못 내고 경력은 경력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데 이쯤 되면 앞으로도 이 업계에 남아 일할 수 있을지 아니면 슬슬 한계가 찾아와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지난 실직을 겪으며 게임 개발 이외에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다는 사실과 그런 일을 선택해 업계를 떠나신 분들의 사례를 지켜봤습니다. 어떤 분들은 교육 일을 시작하셨고 또 다른 분들은 다른 개발 업계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시작하시기도 했습니다.
이 글의 주제와 약간 벗어나지만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업무 이야기를 잠깐 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온라인 게임 소프트웨어 또는 비디오 게임 개발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해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릅니다. 현대 게임 업계는 분업을 통해 이전 시대보다 훨씬 많은 게임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는 팀에 게임디자이너가 50명쯤 된다고 하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어느 순간 프로젝트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이 정도 게임디자이너 없이 프로젝트를 지탱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요구사항을 작성하고 기능을 처음으로 테스트하고 게임의 나머지 부분과 잘 연결되도록 기능을 조율하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등의 업무를 당연히 게임디자이너들이 해 왔고 이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님들은 단위 기능의 명세를 작성하는데서 시작해 좀 더 모호하고 범위가 넓은 기능의 명세를 작성하고 개발을 진행해 나가며 경험을 쌓으면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동시에 자기 스스로도 여전히 단위 기능의 명세를 작성하고 협업 부서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본격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해 게임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하는 비 엔지니어 조직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 밖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는 이런 역할을 모두 엔지니어가 직접 수행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요구사항은 개발 조직 밖에 있는 클라이언트로부터 나오는데 엔지니어가 직접 클라이언트를 만나 모호한 상태의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이를 직접 엔지니어들에게 전달하면 각자가 모호한 요구사항을 분석해 개발 가능한 목표로 바꿔 개발을 진행하고 테스트하고 이에 따른 문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직접 하는 모양입니다. 요구사항을 제시한 클라이언트는 종종 우리들 스스로가 그렇듯 자신이 말한 요구사항의 정확한 의미와 영향과 위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요구사항에 따른 개발은 종종 개발팀에 상당한 비용을 들이게 만들었으면서도 클라이언트의 생각과 달라 실컷 개발한 결과를 버리거나 아주 많은 부분을 수정하는 일도 벌어지는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들은 초기에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클라이언트와 이를 개발 가능한 기능 모양으로 기술하는 역할을 하는 게임디자인 직군, 그리고 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 직군이 대체로 한 사무실에 모여 있어 일이 완전히 잘못되기 전에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버 개발 직군들은 종종 게임 업계와 비 게임 개발 업계 사이를 오가시곤 하는 것 같은데 게임 개발 업계에 처음 오신 분들이 우리들이 게임디자인이 작성한 문서에 기반해 개발하는 모습을 보고 ‘이걸 해 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라며 놀라워 하신 적도 있습니다.
게임디자인 직군이 처음부터 지금 수준으로 많은 사람들에 의존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이 결과는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들을 고용해 생산성을 올리는데 집중할 만큼 경제적으로 성공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과거로 돌아가도 시스템디자인과 컨텐츠디자인, 밸런스디자인을 구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게임디자인 직군이 있고 이들로부터 여러 가지 요구사항이 도출되면 이를 개발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게임디자인 직군의 업무범위가 조금 더 명시적으로 변하고 또 명시적인 범위가 조금 더 세분화되면서 지금처럼 더 많은 비 엔지니어 직군을 고용하게 되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다른 업계에서는 경제적으로 비 엔지니어 직군을 고용하는 것보다 엔지니어 직군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게임 업계에서 게임디자인 직군이 하는 역할을 맡기는 편이 경제적으로 더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 업계에서는 당연히 게임디자인 직군이나 개발관리직군, 그리고 디렉터나 프로듀서 같은 직군 구분을 받아들인데 비해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고 또 이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함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와 그 바깥 사이에 인력 교환이 일어나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 엔지니어가 아니면서도 모호한 요구사항을 개발 가능한 기능으로 해석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하고 개발 진행을 관리하고 첫 번째 테스터 역할을 하며 팀 밖에 있는 모호한 요구사항을 내는 클라이언트를 인터뷰 해 모호하지 않은 요구사항을 도출하는 등의 역할을 오랜 기간에 걸쳐 해 온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 이상 게임을 개발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 남아 있는 비 엔지니어 직군이 생깁니다. 지난 실직 이후 다음 일자리를 찾으며 여전히 습관처럼 게임 만드는 일 위주로 탐색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업계 바깥에도 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며 심지어 그들은 이런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런 사람들을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개발 회사의 비 엔지니어 직군으로써 역할을 할 기회, 또 강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함께 살펴보고 직접 개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흥미로운 기회들이 있음을 알게 됐지만 직접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는 일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 결국 이번에도 직접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고 이 선택에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좀 했으니 다시 제목의 주제로 돌아가 이 업계의 전설에는 여러 기회를 훌륭히 붙잡아 경제적 성과를 달성해 삶을 바꾼 분들이 적지 않고 이 분들은 그 전처럼 생계를 위해 일하는 대신 자아 실현과 재미를 위해 이전보다는 덜 치열하지만 행복하게 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저 전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생각보다 그런 분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주말에 하오고개에 가려고 자전거를 타고 판교원로를 지나갈 때 혹여 그 분들을 길에서 마주치게 되지 않을까 주변을 살피며 달리는 자신을 보면 저 자신에게는 그런 행운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한번쯤 기대한다 하더라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판교역 1번출구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가게에서 로또를 사는 것보다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달성해 저도 그런 분들처럼 더 이상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면 꽤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고 로또에 비해 이는 운이 여전히 관여하지만 로또에 비해서는 운이 좀 덜 관여하는 꽤 괜찮은 시나리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초기에 천재들의 손에 의한 업계의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를 거친 다음 성숙기와 쇠퇴기 사이의 모호한 구간을 지나며 그런 놀라운 전설을 제가 직접 경험을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은 몇 년 사이에도 위기에 처한 회사의 프로젝트를 맡아 이를 깊은 심연으로부터 끄집어내 완성 시켜 고객들로부터 훌륭한 평가를 받도록 만드는데 기여한 분이 회사로부터 크게 인정 받아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시는 모습을 봤지만 그런 능력과 기회, 그리고 보상이 일치할 가능성은 저 같은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런칭하면서 다들 엄청난 노동시간을 투입해 자신을 갈아 넣으며 고생합니다. 회사 역시 우리들이 자신들을 갈아 넣어 런칭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런칭에 도달한 우리들에게 뭔가 보상해 주지 않을까 기대한 적이 있었는데 회사는 이에 화답해 런칭 보너스를 지급했습니다. 다만 그 액수는 사람들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나 사람들을 열 받게 만들었고 그만 회사는 돈은 돈대로 주고 욕은 욕대로 먹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그렇게 피똥 싸며 일한 결과가 고작 이 정도 액수로 보상 받을 만한 수준의 일인가 싶어 사기가 크게 떨어졌고 저 자신 역시 실망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회사가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분배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고 나니 제 계좌에 입금된 그 작고 귀여운 금액이 결정된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는 그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현대의 게임 산업은 이전과 달리 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참여자들의 삶을 바꿀 만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우며 프로젝트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으며 고객들의 눈은 계속해서 높아져 제작비가 상승하고 있고 이에 비해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게임 산업 전체가 어쩌면 지속 불가능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가령 여러 공개된 정보에 기반해 추정한 GTA 6의 예상 개발 비용은 이전에 그 어떤 게임 개발 비용보다도 높은 어처구니 없는 액수인데 만약 그 정도 개발 비용을 정말로 투입하려면 그 전작이 출시 시점부터 지금까지 벌어 들인 돈을 전부 다 투자해도 감당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금액입니다. 그렇다면 그 정도 비용을 들여 제작한 게임을 런칭하면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할 지 생각해보면 과연 이 업계가 지속 가능한지 심각하게 의심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은 업계에 나름 알려진 프로젝트에 뭔가 좋지는 않은 일이 일어났으리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블라인드 계정이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정보를 접할 길은 없었지만 뭔가 일어났다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블라인드는 분명 재미있는 곳임에 틀림없지만 그 재미를 위해 제가 지불해야 하는 감정적 고통, 저 자신에 대한 평가 따위를 직접 대면하는 일은 그 재미와 비교할 때 결코 작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재미는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는 수준으로 만족하기로 한 바람에 다른 사람들보다 업계의 주요 사건에 조금 둔감해지는 댓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라인드에 계정이 없어도 어떤 프로젝트에 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마치 지진파를 통해 지하 핵실험 여부를 감지해낼 수 있는 알고리즘이 존재하는 것처럼 업계 동향을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이력서입니다. 구직을 위해 시장에 돌아다니는 이력서를 살펴보면 굳이 직접 사정을 듣지 않아도 어디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분명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프로젝트라도 그 프로젝트를 포함한 이력서 여러 개가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다면 외부에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거기 뭔가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주 작은 인맥을 동원해 한 다리 건너 누군가를 통해 알아보면 블라인드에 계정이 없어도 시장에 이력서가 지진파를 일으키며 돌아다니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프로젝트로부터 이력서가 돌아다니는 이유 중에는 회사가 곧 프로젝트를 드랍하고 최소한의 서비스만 유지할 거라는 결정부터 프로젝트에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싸이코가 있어 런칭하자마자 모두가 이 사람을 뒤로 하고 도망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앞서 소개한 것처럼 회사가 지급한 인센티브에 불만을 가지고 더 이상 프로젝트에 정을 붙일 수 없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지진파를 감지하고 상황을 알아보다가 문득 이번에 감지한 지진파는 업계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해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과거 업계에는 분명 큰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나 회사 구성원들이 그에 합당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업계가 성숙기를 지나며 업계를 창조한 천재들이 떠난 그 자리에 보통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또 제작비용이 계속해서 상승해 전통 방식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겉보기에는 제법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프로젝트도 사실은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현대에는 애초에 월급 이외의 인센티브를 기대하기 어렵고 또 기대해서도 안됩니다. 방금 다 설명해 버리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이 성장할 때는 다양한 기회가 있고 기회와 운, 그리고 개인의 실력이 조합하면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한때 제 친척들은 제가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항상 개인이 개발한 게임이 엄청난 성과를 거둔 사례를 말하며 너도 그런 걸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는 그 시점에 이미 최소한 세 자릿수 사람들이 참여해야만 만들 수 있는 커다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마인크래프트 같은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평범한 우리들이 만든 결과가 그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대는 우리들의 정신을 장기적으로 파괴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들이 회사에 소속되어 개발하는 게임은 현대에 이익을 내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환경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가상의 모바일 게임 개발 사례를 여러 가지 요인을 무시해 단순하게 만들어 생각해 봅시다. 어떤 회사에서 모든 사람에게 연봉 5천만원을 주며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한 사람을 운용하는데 드는 총 비용은 대략 연봉의 두 배로 계산하는데 여기에는 개인에게 지급되는 복지 비용, 사무실 임대 요금, 세금, 장비 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회사에 모든 직원들이 연봉 5천만원을 받고 있고 개발 기간 동안 연봉을 인상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 이미 이것 만으로도 시장에 이 프로젝트 출신 이력서가 나돌겠지만 - 한 사람을 지탱하는데 드는 연 비용은 1억원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연 인원 100명을 투입한 프로젝트는 1년에 100억원을 사용하게 되며 만약 게임을 3년 동안 개발한 다음 바로 런칭할 경우 총 개발 비용은 무식하게 3백억원이 소요됩니다. 만약 이 게임을 한 카피에 1만원 씩 받고 판매한다면 3백만 카피를 판매해야 개발비 본전에 도달할 수 있는데 아마도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데 돈을 낸 스폰서는 이런 결말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더군다나 패키지 방식 판매는 거의 기도 메타에 가까워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 가지 소액결제를 통해 게임 서비스를 유지해 보겠습니다.
운이 좋아 서비스 첫 1년 동안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고 가정합니다. 다만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런칭 다음부터 라이브 기간 동안 계속해서 들어가는 제작비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일단 모든 매출은 애플과 구글이 30%를 가져가므로 매출은 70억원으로 감소합니다. 여기서 퍼블리셔를 끼고 게임을 런칭했으니 남은 돈을 반으로 나눠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받게 됩니다. 이제 개발사는 첫 1년 매출로 35억원을 받은 상태입니다. 여전히 지난 3년 동안 들어간 개발비를 회수하기까지는 길이 멀어 보이지만 일단 지금까지 고생한 스탭들을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려 한다 칩시다. 그런데 만약 언리얼 엔진 같은 미들웨어를 사용했다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아마도 복잡한 계산이 뒤따르겠지만 간단히 매출의 5%를 지불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에픽에 로열티로 5억원을 지불해 남은 돈은 30억원으로 줄어듭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고생한 스탭들을 생각해 순이익 대신 매출 기준으로 10%를 인센티브로 지불하기로 결정해 개발사에 남은 30억원 중 10%인 3억원을 첫 1년 동안의 인센티브로 지불하기로 했는데 이 금액은 직책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할 필요도 없이 인센티브로 할당된 3억원을 연인원 100명으로 나누면 간단히 직책에 관계 없이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는 3백만원입니다.
3백만원. 이 금액이 지난 3년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대가로 보기에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면 자신의 선택을 한번 점검해 봐야 합니다. 먼저 회사는 현대에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은 애플과 구글에서 매출의 30%를 가져가니 그만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서비스 기간이 늘어날수록 제작비는 감소하고 그에 따른 매출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도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결국 손익분기에 도달할 수도 있고 또 게임이 롱런하면 게임 자체의 수익 이외에도 다른 사업을 통한 수익이 생길 수도 있으니 무조건 애플과 구글이 가져간 30%만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 정도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음으로 회사는 퍼블리셔를 끼고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현대에 퍼블리셔는 런칭 단계의 마케팅 뿐 아니라 개발사의 위험관리, 사업 영역 확장 등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당장 모든 개발 비용을 직접 조달해야 하고 런칭 단계의 온갖 사업 영역의 업무를 직접 해 내야 합니다. 퍼블리셔는 이 모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 주는 댓가로 매출의 절반을 가져갑니다. 이 무식하게 단순한 시나리오에서는 런칭 후 서비스 기간에 소요되는 제작비를 고려하지 않았고 또 미들웨어는 오직 언리얼에만 로열티를 지급한다고 가정했음에도 서비스 첫 1년이 지난 다음 총 3백억원을 투입한 프로젝트에 남은 돈은 30억원에 불과합니다. 이 돈은 이전에 개발비용으로 1년에 들어갈 비용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회사가 받은 돈의 10%를 인센티브로 준다고 할 때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돈은 평균 3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무식하게 고려한 시나리오에서도 이 금액을 올릴 방법을 찾 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센티브를 최대한 올려 우리들도 전설에 등극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일단 이미 상장한 회사, 이미 이익을 내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 회사를 피해야 합니다. 이미 상장했다면 직원들에게 줄 인센티브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하며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모습은 주주들에게 결코 좋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또 이미 이익을 내고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우리들이 참여한 새 프로젝트가 수익을 내면 이 돈은 회사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분배되어야 합니다. 또 퍼블리셔를 끼고 출시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선택해야 합니다. 모바일 게임이라면 이미 구글과 애플이 매출의 30%를 가져가겠지만 적어도 그 나머지를 개발사가 모두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퍼블리셔 없이 초반에 엄청난 모객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적어도 한국에서는 규모가 큰 개발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은 언리얼 엔진 없이 자체 개발한 미들웨어를 사용한다면 매출의 5%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내지 않을 수 있으니 자체 엔진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다만 바닥부터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채용해야 할 인력을 이 시나리오 대로 연 1억원의 운용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 안됩니다. 모바일 게임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국 매출의 70%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여기서부터 실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이는 막을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많은 돈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모든 경우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많은 돈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는 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모바일을 제외한 플랫폼을 타겟으로 개발하면서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지도 않아야 하며 동시에 퍼블리셔를 끼지 않고 출시할 수 있도록 직접 투자를 성사시켜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비용을 줄이려면 아마도 직원들 개개인에 대한 복지는 그리 훌륭한 수준은 아닐 겁니다. 만약 회사가 개발비를 조달하는데 실패하면 3년의 개발기간이 경과하기도 전에 직원들을 내보내며 구조조정을 겪어야 할 수도 있고 또 높은 확률로 포괄임금제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을 겁니다. 만약 급여가 밀릴 가능성이 낮고 개발비용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다른 수익을 내는 프로젝트가 이미 회사 안에 있으며 이전에 런칭을 여러 번 함께한 퍼블리셔가 있다면 안정적으로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런칭하더라도 인센티브를 거의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삶을 바꿀 수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그 동안 바꾸고 싶었던 전자기기 하나 정도를 바꾼 다음 그걸 들고 동네 카페에 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예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정도가 한계일 겁니다.
많은 돈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모든 경우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이 어떤 프로젝트에 속해 있는지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하고 프로젝트가 해줄 수 없는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좌에 입금된 3백만원을 보고 3년에 걸쳐 피똥싸며 일한 결과에 실망하며 이력서를 쓰는 슬픈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미리 주변을 잘 살펴봤다면 기대하지 않았을테니 실망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기쁘게 새 맥북을 사 할 일도 없으면서 카페에 들고 가 사진을 찍으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제목으로 돌아가 런칭하면 인센티브를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업계의 생애주기를 볼 때 아닐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주변을 살펴보고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여부를 판단해 기대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할 수는 있습니다. 이 설명에서는 오직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만 했지만 고위 의사결정자의 성향이나 회사의 성향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올 때 따로 해 보겠습니다. 주변을 잘 둘러보고 기대할 수 있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잘 구분해 의미 없는 기대와 실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