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와 자기반성

지난 권고사직 이후 구직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관련 문서를 작성하려고 할 때마다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지만 따뜻한 말씀을 듣고 용기를 얻습니다.

이력서와 자기반성

지난 권고사직 이후 구직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잠깐 쉴 계획이냐고 물었는데 누군가로부터 재산을 물려 받지 않은 이상 현대에 수도권에 살면서 일을 쉴 방법은 없습니다. 잠깐이라도 일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어 심각한 상태에 빠질 겁니다.

그렇다 보니 쉰다는 상상 자체를 아예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만약 이전 직장에 돈이 좀 있어 권고사직 때 돈을 좀 받으며 잘릴 수 있었다면 조금 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법인 계좌에는 정말 해고되는 인원의 퇴직금을 정산하고 나서 얼마 버티지 못할 금액만 남아 있을 뿐이어서 그렇게라도 조금 쉴 수 있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매달 지출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해본 지 아주 오래 되어 그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던 고용보험 규정을 오랜만에 알아봤는데 마지막으로 고용보험을 사용했을 때 이후 금액이 조금 상향 되어 있었지만 일을 쉴 수 있는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의 사회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해고 통보를 받고 나서 짧은 시간 동안에는 당장 일을 구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급했습니다. 회사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당장 여기 저기 이력서를 내고 구직을 해 이 달이 가기 전에 다음 일자리를 구해 웬만하면 일하지 않는 기간을 없애거나 최소화 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계절이 겨울이기도 하고 또 고용 시장도 겨울에 비교할 만큼 자리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무턱대고 콜드 컨텍을 하기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이제 어떻게 먹고 사나 하고 남은 대출금이 얼마인지도 살펴보고 가계부를 들춰보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산을 줄일 구석이 있는지도 살펴보는 사이에 며칠이 지납니다. 그러는 사이에 무난히 넘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궁극적으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듣고 생각해볼 기회가 된 인터뷰에서 까인 다음에는 마음이 더 급해져 이제 이런 늙고 병든 기획자를 원하는 곳은 업계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신적으로 꼴이 아주 말이 아니었는데 이전 직장으로부터 해고는 일자리를 없애 버림과 동시에 자존감도 함께 날려 버린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