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에 대한 의사소통

우리들은 일상의 의사소통에 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어떤 의사소통은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절차에 대한 의사소통

제목에 포함된 ‘무엇무엇에 대한’이라는 말을 기준으로 앞에 오는 단어와 뒤에 오는 단어의 순서를 바꾸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는 제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절차’와 ‘의사소통’의 위치를 바꾸면 ‘의사소통에 대한 절차’로 바꿔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 제목이 됩니다. 보통 의사소통 방법, 의사소통의 절차 같은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 분위기여서 그런 의미로 오인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절차에 대한 의사소통’이 맞습니다. 절차는 어떤 일을 수행하는 순서나 방법을 의미하는데 바로 이 절차를 여러 사람들 사이에 전달하는 의사소통을 수행할 때 지향하는 방법과 절대적으로 지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작정입니다.

오래 전 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어떤 개발팀에 조인했다가 화들짝 놀라 도망친 적이 있는데 이 과정은 도저히 어떤 경력으로 인정해 달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력서에도 기입하지 않습니다. 이후 다음 구직을 할 때 경영진으로부터 이력 사이에 빈 기간이 약간 길어 보여 이 기간에 대한 설명을 요구 받은 적이 있었고 이 때 겪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이야기는 경영진과 면접 중이라는 사실을 깜빡 한 채 긴 한숨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점까지 제가 일하며 겪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업계에서 평균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때도 종종 다른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하다가 제 경험과 이 경험에 기반한 함께 일할 분들에 대한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너는 눈이 너무 높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시점까지 함께 일해 오며 만난 거의 모든 분들은 제 눈이 높다고 하기에는 너무 당연하게 제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기대를 충족하셨기 때문에 업계에 그렇지 않은 분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전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조인을 결정했던 그 개발팀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얼마나 좁은 시야와 얼마나 부족한 경험에 기반한 것인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수준으로는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빠르게 도망칩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 어느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위해 환자복을 입고 복부초음파 대기 공간에 앉아 있다가 그 팀에서 만났던 분과 스쳐 지나갔는데 애써 서로를 외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