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와 오토메이션은 연동되어야만 한다

컨플루언스에 추가된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오토메이션과 합쳐질 때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겁니다.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와 오토메이션은 연동되어야만 한다

노션에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부터 내가 노션을 싫어하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가끔 노션을 힐끔거린 적이 있습니다. 개인 위키에 컨플루언스 추천해요에서 밝힌 대로 개인 위키로 컨플루언스를 몇 년 째 사용해 오고 있고 컨플루언스가 제공하는 기능에 대체로 만족하지만 컨플루언스 위키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거의 아무런 쓸모가 없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위키’는 구조화 되지 않은 자료를 모아 놓고 링크를 통해 이들 사이의 관계를 구조화 하는 도구에서 출발해 처음부터 구조화 된 데이터를 추가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위키로써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온갖 정보를 한 곳에 모으다 보면 그 정보 중에는 구조화된 정보가 있기 마련인데 이 정보를 위키에 어떤 방식으로 기록해야 할 지는 항상 고민입니다.

가령 위키 문서 모양인 기획서들 사이에 이 기획서를 작성하며 사용한 게임에 등장할 몬스터들의 이름, 에셋 경로, 현재 가능한지 여부, 제작 지라 태스크를 기입한 스프레드시트가 끼어 있다고 해봅시다. 기획서는 문서 모양이니 위키에 입력하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문서를 시각적으로 작성해 위키에서 제공하는 구조적인 문서 작성 방법과 잘 맞지 않는 문서들이 나타나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서기 2023년 현재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거의 본능적으로 문서를 구조적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위키나 마크다운 같은 방법으로 시각적인 형식과 구조적인 형식의 관계를 이해하고 나면 두뇌가 위지윅으로 오염되었더라도 구조적인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스프레드시트입니다. 일시적으로 사용한스프레드시트는 위키 문서 관점에서 단순 테이블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엑셀에서 스프레드시트를 복사해 붙여 넣고 위키에 테이블 모양으로 남겨 두면 겉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문서를 공유하고 난 다음 스프레드시트를 수정해야 할 때부터 귀찮은 상황이 생깁니다. 이 데이터의 원본은 파일 모양으로 누군가의 로컬 스토리지나 형상관리도구에 바이너리 형태로 올라가 있을 테고 이는 위키 문서에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위키에 테이블 모양으로 복사한 다음 그 시점부터 스프레드시트 대신 위키 테이블을 사용한다면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할 때 누릴 수 있는 이점을 모두 없앤 채 지독하게 불편한 테이블 기능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특히 노션은 어느 정도 자신을 테이블 순수론자라고 생각하는 저 마저도 이건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테이블 기능이 빈약해 테이블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곳에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해서 짜증 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위키 문서에 노션 데이터베이스처럼 구조화된 모양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으면 스프레드시트 대신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구조화된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 데이터를 문서가 아닌 다른 전용 편집 인터페이스를 통해 편집해 어느 정도 편안한 편집 환경을 사용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문서에 첨부된 테이블 상태가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컨플루언스 위키를 사용하기 전에는 도쿠위키의 struct 플러그인을 사용했는데 컨플루언스 위키로 옮기면서 이런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록할 방법이 없어져 상당히 고통스러웠습니다. 반면 노션은 거의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제공했고 이 때문에 노션으로 갈아탈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컨플루언스는 주로 기업 단위에서 사요하는 도구로 플러그인을 개발하면 기업 대상으로 꽤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여러 서드파티 개발사들이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는데 k15t도 아틀라시안 제품의 서드파티 제품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이 회사에서 Orderly Database라는 제품을 발표했는데 노션 데이터베이스만큼 위키에 잘 통합되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대로 컨플루언스에 구조화된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이 제품이 발표된 다음부터 이를 바로 받아들여 그동안 그냥 파일을 첨부해 놓는 수준으로 사실상 방치하던 데이터들을 데이터베이스 모양으로 만들어 위키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일단 데이터 모양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이들을 아무 문서에서나 불러와 참조하고 또 아무 문서에서 바로바로 수정하고 이 수정사항이 이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하는 여러 문서에 걸쳐 바로 수정되는 등의 장점을 바로 누릴 수 있었습니다. 노션 만큼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컨플루언스에서 Orderly Database를 사용하는 정도로도 꽤 행복했습니다.

몇 달 전에 아틀라시안 클라우드의 중요한 세 가지 새 기능 소개에서 아틀라시안이 2023년에 발표할 예정인 세 가지 기능을 언급한 키노트를 소개했습니다. 컨플루언스 화이트보드,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 그리고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 컨플루언스 화이트보드는 요즘 세상에 흔해 빠진 웹에서 간단한 드로잉을 만드는 도구로 첫 인상은 피그잼과 인터페이스가 무척 비슷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지라 태스크를 불러와 이들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할 수 있어 지라 태스크 사이에 입력은 해 놨지만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쉽게 인식할 수 없었던 업무 절차를 시각화할 수 있는 강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 20주 리뷰 (2)에서 컨플루언스 화이트보드에 지라 태스크를 가져와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절차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는 인간 vs.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에서 가볍게 소개했는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비공개 위키를 읽고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하는 기능입니다. 여러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생성형 인공지능과 비슷하게 위키를 읽어 학습하는데 ‘버추얼 팀메이트’라고 설정되어 있어 질문의 범위와 형태를 자연스럽게 제한하는 접근을 한 점은 훌륭합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2023년 가을 현재 아직 까지는 신뢰할 만큼 잘 동작하지 않아 오히려 엣지 브라우저에서 현재 보고 있는 한 페이지를 읽힌 다음 질문하는 기능이 오히려 잘 동작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 힙한 기능인 만큼 집중적으로 개발해 빠르게 개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는 지금까지 설명한 구조화 되지 않은 문서를 기록하고 유지보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키에 아틀라시안이 공식으로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Orderly Database와 너무 똑같다 싶었는데 Announcing Orderly: Replace Confluence Page Properties with Notion-like Databases 🐝를 읽어보니 아틀라시안이 k15t가 개발한 데이터베이스 제품을 구입해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로 리브랜딩하고 개발을 이어갈 모양입니다. 어쩐지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 베타가 시작된 다음 눌러보니 기존 데이터베이스가 모두 깔끔하게 이전 되어 있어 신기하다 싶었는데 마이그레이션이 아니라 그냥 제품 자체의 이름이 바뀌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이전 된 것처럼 모인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컨플루언스에도 아틀라시안이 직접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생겼으니 노션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이제 노션을 힐끔거리지 않을 확실한 이유가 생겨서 기쁩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아틀라시안은 예정보다 1년 이상의 지연 끝에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올해 초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 프리뷰에서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이 제공하는 기능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좁아 이 기능만 가지고 만족할 수 있는 요구사항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라 오토메이션은 이 기능이 있기 전의 지라와 이후의 지라가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컨플루언스는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되는 게 너무 없었습니다. 사실 구조화 되지 않은 데이터에 오토메이션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벤트에 따라 페이지를 생성할 수는 있지만 페이지의 내용은 구조화 되지 않아 이를 오토메이션을 통해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들기는 아주 어려울 겁니다. 만약 이를 오토메이션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분명 사용자 입장에서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기도 하고요.

하지만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이 만약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와 결합되면 그때부터는 컨플루언스 역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처음부터 완전히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한 도구이고 오토메이션은 이런 구조화된 데이터에 기반한 자동화를 만들기에 적합합니다. 지라와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 모두 인커밍 웹훅과 아웃고잉 웹훅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가 합쳐지면 아틀라시안 제품 밖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아틀라시안 제품을 통해 기록하고 이를 컨플루언스 문서에서 불러와 인용하고 또 이 데이터가 상황에 따라 알아서 업데이트 되는 거의 꿈 같은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IFTTTZapier 같은 자동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면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과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도 그리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이전에 이 도구들을 통해 기껏해야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데이터를 쌓고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아주 고통스럽게 노션이나 컨플루언스에 연동하던 수준을 벗어나 직접 컨플루언스 위키에 완전히 통합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 다음 직접 문서에 불러와 인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2023년 초가을 현재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와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은 전혀 통합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서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아마 그들 스스로도 컨플루언스 위키를 사용하는 이상 데이터베이스와 오토메이션의 조합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고 그저 우선순위에 밀려 개발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들 스스로도 이 두 가지 기능의 연동이 가져올 매력적인 시너지를 생각하면 이를 개발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매력적인 두 가지 기능은 서로 전혀 연동되지 않아 볼 때마다 답답합니다. 지금은 여전히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을 통한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입하는 방법으로 낡고 불편한 컨플루언스의 페이지 프로퍼티 매크로에 의존하고 있는데 머지 않은 미래에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교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론. 컨플루언스 위키에는 데이터베이스와 오토메이션 기능이 있는데 이들 각각도 나쁘지 않은 기능이지만 이들이 서로 연동되면 커다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직 연동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연동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