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총무의 더치페이 앱 소개
여러 사람이 모여 여행한 다음 더치페이로 정산할 때 생각보다 골치아픈데 이 때 A형 총무의 더치페이 앱을 추천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짧은 여행을 갈 일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인원이 늘어나면 할 수 있는 경험이 늘어납니다. 가령 인원이 많으면 식당에 가서 여러 가지 메뉴를 시켜 먹어볼 수 있어 좋고 또 인원이 늘어나면 입장료나 숙박요금 따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 좋습니다. 그렇다고 막 열 몇 명 씩 돌아다니는 그런 그림을 선호하지는 않고 그저 지인 너 댓 명이 자동차 한 두 대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수준의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처음 본 은하수나 점진적 닭갈비 디자인이 그런 작은 그룹이 함께 다녀온 이야기의 일부를 소개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임에서 항상 골아픈 부분이 바로 정산입니다. 여행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벌이가 대략 고만고만하다는 사실을 서로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쏘기도 힘들고 또 다른 사람이 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산 규칙은 항상 당연히 더치페이인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여러 사람이 돌아다닐 때 일어나는 여러 지출 형태를 모두 기록했다가 정산하는 문제는 예상보다 좀 더 복잡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 한 사람이 계속해서 지출한 다음 나중에 이 금액을 기준으로 입금을 받는 건데 다들 사정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신용카드를 그렇게 긁었다가는 순식간에 한도 초과로 생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미리 입금을 받은 다음 이 안에서 사용하고 부족한 금액을 더치페이 하거나 남은 금액을 똑같이 돌려 받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여전히 돈이 부족한 상황이 시작되면 입금 받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더라도 누군가는 특정 액티비티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는 이 사람이 결제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저 사람이 결제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숙소에서 머지 않은 곳에 이 동네에서 만드는 맥주집이 있어 거기서 술을 마시고 싶은데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기에는 비용이 너무 높고 또 행정구역 경계선 바깥에 있어 택시를 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들 중 한 명이 희생해 운전을 맡기로 하고 자동차 한 대에 비좁게 타 그리 멀지 않은 맥주집에서 맥주를 맛있게 마셨습니다. 그 다음 위에서 언급한 ‘한 사람이 결제’하는 방법으로 계산을 편하게 하려고 제 카드를 냈지만 한도 초과도 아닌데 갑자기 처음 보는 에러를 내며 결제가 안 됩니다. 그래서 일행 중 다른 사람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습니다. 우리들 중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술을 마시고 술값을 나눠 내면 되지만 이전에 제가 지출한 비용을 포함해 더치페이를 하려면 제 수준의 보통보다 멍청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 그냥 머릿속으로 계산하기에는 좀 더 복잡해집니다.
엑셀을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긴 합니다. 참여 인원이 많지 않다는 가정 하에 첫 행의 가로축에 사람 이름을 적고 첫 열의 세로축에 지출 항목을 나열한 다음 지출 항목 바로 옆에 이 항목을 지출한 사람 이름을 적고 지출 항목과 사람 이름이 만나는 셀에 이 액티비티에 참여한 사람일 경우 O
표시를 합니다. 그 다음 맨 아래에 조건에 일치하는 합을 구하는 SUMIFS
함수를 사용해 액티비티에 참여한 사람 수에 따라 비용을 사람 수로 나눈 값을 O
표에 맞춰 더해 양수가 나온 사람은 돈을 돌려 받고 음수가 나온 사람은 그만큼 돈을 내면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결과가 양수이든 음수이든 이 돈을 정확히 누구에게 내고 누구로부터 돌려 받을지 정확히 계산하려면 방금 설명한 짧은 텍스트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테이블과 수식이 필요하고 엑셀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이를 모든 사람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작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앱을 살펴봤는데 다들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었습니다. 어떤 앱은 그냥 전체 지출을 나눠 엔빵 할 수 있게 해 주기는 했지만 액티비티에 참여한 사람과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수 없는가 하면 또 다른 앱은 여러 액티비티에 걸쳐 서로 다른 사람이 결제한 상황을 반영할 수 없어 사실상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A형총무의더치페이라는 앱을 발견합니다.
역사적으로 혈액형 A형 어떤 성격에 연관되는지 잘 기억 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누군가 총무를 수행할 때 이를 도와주는 앱으로 인식했습니다. 이 앱은 처음에는 무료였는데 A형총무의더치페이 앱은 광고를 표시하는 앱으로 변경 되었고 기능이 똑같지만 광고를 표시하지 않는 A형총무프로 앱이 새로 생겼습니다. 이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광고가 표시되는 앱을 다른 분들께 소개하며 새로운 유료 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료 백업과 복원 과정에 대한 공지를 제대로 못 본 덕분에 기존 데이터를 옮기는데 조금 애를 먹기는 했지만 지금은 A형총무프로 앱에 완전히 정착했습니다.
이 앱 덕분에 여러 사람이 움직이며 각기 다른 사람 조합이 각기 다른 액티비티에 참여하고 각 액티비티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결제하는 꽤 복잡한 상황에서도 누가 참여했고 누가 얼마를 결제했는지만 기록해 두면 끝에 가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주면 정산이 끝나는지 보고서 모양으로 만들어 줘 총무 역할이 엄청나게 편리해졌습니다.
먼저 더치페이 후 정산할 모임을 생성해야 합니다. 다른 여행과 구분하기 위해 YYYY-MM 여행이름
의 형식으로 생성하고 있습니다. 모임을 생성하고 정보를 입력하고 나서 다시 이 화면으로 돌아와 보면 총 결제가 몇 번 일어났는지와 모임이 몇 명이 참여했는지를 표시해 줍니다. 만약 단순 엔빵을 한다면 그냥 열 한 번의 결제를 사람 수 네 명으로 나누면 되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누군가는 어떤 액티비티에 참여하지 않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서로 다른 액티비티에 결제하기 때문에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임을 생성한 다음에는 옆 탭으로 이동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을 추가하는데 모임 전체 기간 중 일부 기간에만 참여한 사람이나 나중에 온 사람들도 그냥 구분 없이 쭉 추가하면 됩니다. 핵심은 각자가 언제부터 참여를 시작했거나 참여를 종료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액티비티에 포함되거나 포함되지 않았고 또 액티비티마다 누가 결제했는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개인들이 모인 모임이라면 각자의 이름을 추가하면 되고 만약 두 가족이 참여했고 더치페이를 가족 단위로 할 작정이라면 가족 이름을 쓰면 됩니다.
모임도 만들었고 모임에 사람도 추가했으면 이제 결제가 일어날 때마다 기록합니다. 기록할 때는 결제한 날짜와 시각을 기입한 다음 결제한 사람을 선택하고 결제 금액을 입력한 다음 마지막으로 이 액티비티에 참여한 사람을 선택하면 됩니다. 가령 제가 결제했다면 참여자 목록에서 저를 선택하고 결제금액을 입력한 다음 이 액티비티에 참여한 사람을 선택합니다. 기본으로 모든 사람이 액티비티에 참여하도록 설정 되어 있는데 앞에 이야기한 술을 안 마신 사람이나 관광지에서 입장하지 않고 차에 남아 있던 사람, 숙소를 이용하지 않고 먼저 집에 간 사람 등을 간단하게 터치로 넣고 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기록을 직접 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냥 결제 문자를 보내달라고 해서 기입하면 그 쪽 액티비티에 제가 참여하지 않았더라고 기록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 편했습니다.
이제 이 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가장 웃긴 부분인 더치페이 보고서 부분인데 여행을 진행하는 도중 아무때나 이 마지막 탭을 눌러 보면 그 시점까지 정산 결과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 중간에 떠나는 사람의 정산을 바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웃긴 점은 이 앱 이름이 ‘A형총무의더치페이’라는 점에서 끝까지 설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인데 정산 보고서를 A, B, O, AB의 네 가지 타입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A는 가장 자세한 보고서로 참가자 각각 마다 어디에 참여했고 얼마를 내야 하며 액티비티 각각마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를 따로 보여준 다음 맨 아래쪽에 각자의 정산 결과를 따로 보여주는 식입니다. 비슷한 정보가 반복되기 때문에 보고서가 길어지지만 각자가 자신이 관여한 부분만 자세하게 볼 수 있는 보고서입니다. 이어서 차례대로 보고서 내용이 조금씩 단순해지며 AB는 지출 목록에 참여자만 짧게 보여준 다음 정산 결과에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하는지만 표시해 그냥 자세한 정보는 됐고 그냥 누구한테 얼마를 줘야 하는지 궁금한 그룹에게 어울립니다.
나눗셈에 의한 자잘한 비용을 절사할 수 있고 절사 여부를 보고서에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거나를 선택할 수 있어 1원 단위까지 보고서에 표시하거나 하지 않아 사람들에게 이 정산의 이미지를 서로 달리 느끼게 할 여지도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미지와 텍스트로 만들 수 있어 서로 다른 방법으로 공유하기 편한데 특히 모임 참여자들이 같은 채팅방에 있다면 이미지로 공유하면 무척 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앱을 사용하기 전과 후에 여행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액티비티에 참여하며 제각각 결제하는 상황을 더 이상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냥 빠짐 없이 기입하기만 하면 알아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하는지 결과를 내 줄 뿐 아니라 각 액티비티에 참여했지만 정산에서는 뺄 만한 상황에서 이른바 ‘유도리’를 발휘할 여지도 충분해 더치페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칼 같이 굴 필요도 없지만 그와는 별개로 여러 수준의 보고서를 제공해 가장 자세한 버전과 가장 간단한 버전을 함께 공유해 서로 다른 참가자들의 요구를 만족할 수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인터페이스가 미려하다고는 말하기 어렵고 또 전통적인 혈액형 스테레오타입을 반복하고 있는 점 등 완전히 만족하는데 살짝 방해가 되는 특징들이 있기는 하지만 요구사항에 맞게 잘 동작하고 사용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 더치페이를 계산할 일을 종종 겪는다면 아이폰 기준 그냥 만원 내고 사 두면 두고두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