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지원
누군가를 지원하는 일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기부, 모금 같은 곳에 관심이 없습니다. 주변에 여러 분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또 여러 선한 의지를 가진 단체들에 기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저는 이기적이게도 일단 저 자신이 잘 먹고 잘 사는데 관심이 있고 그 다음에는 제 일을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고민을 위해 책이 필요하다면 도서관에서 빌리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바로 주문해서 읽어보고 또 어떤 하드웨어가 필요하면 또 깊이 고민하지 않고 직접 사용해 봅니다. 또 어떤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지면 직접 체험해 본 다음 의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에는 돈이 들고 항상 저를 가난하게 만들며 저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께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볼 때 ‘아니 나도 지갑에 3돈이 없어 로또를 못 사는데 무슨 기부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동아시아 끄트머리에 있는 제 3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가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의 일부로 생활을 바꿀 수 있는 분들이 이 지구상에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팩트플니스 같은 책에서 한가롭게 세계는 통계상 더 나아지고 있고 이것이 직관적인 통찰에 반하는 실제 사실이라고 말하는 동안에도 지구 전체의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빈곤선 미만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계시며 이 분들과 연결할 방법이 있다면 제 선에서는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수준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뭔가 모금, 기부 같은 방식에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를 수행하는 단체에 대한 불신, 저 자신을 포함해서 지구에 한 사람이 조금 더 살아서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 제 알량한 인정욕구를 충족하는데 돈을 내는 것 같은 얄팍한 느낌이 어우러진 복잡한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모금, 기부에 응하지도 않고 또 관심을 가지지도 않습니다.
한편 유튜브 앱을 실행했더니 알림이 하나 나타나 있었습니다. 유튜브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구독과 알림설정을 해 달라고 영상에 포함되어 차단할 수도 없는 모양으로 아주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지껄이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 어떤 곳도 구독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신이 때가 되면 굳이 구독하지 않아도 제가 지난번에 재미있게 본 그 채널의 새로운 영상을 알아서 제 타임라인에 배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영상이 새로 나오는 순간 바로바로 볼 필요도 없고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음을 알림을 통해 알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뉴스가 아닌 이상 모든 영상은 타임 크리티컬 하지 않기에 굳이 구독을 해서 제 주의를 분산 시킬 이유가 없고 알림설정을 할 이유는 더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몇몇 채널을 구독하고 있고 또 이들 중 극 소수는 알림 설정을 켜 놓은 곳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DMT PARK’이라는 채널입니다.
수학, 물리학, 화학, 영자역학 등 딱히 주제를 한정하지 않는 다양한 과학 영상이 올라오는데 그 설명의 깊이가 여느 채널에서 쉽게 만들어지는 영상에 비해 압도적으로 훌륭해 영상을 보고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해도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생각할 거리, 새로운 공부할 거리, 새로운 읽을거리를 계속해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쓴 이야기 6만년은 이 유튜브 채널의 영상 ‘우주문명을 위한 조건’을 보고나서 든 생각을 쓴 것입니다. 또 오일러 등식에 대해 설명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을 이해해보자’는 이미 3백만번 가까이 재생되었을 뿐 아니라 수학을 잘 몰라도 어릴 때 배운 수직선으로부터 시작해 복소평면에 도달한 다음 이에 기반해 다음 단계로 나가는 설명 방식은 감히 제가 이런 강의에 공짜로 접근해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숙연해지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광속의 신비 — 광속은 왜 불변일까?' 같은 영상은 지금까지 유튜브에서 본 여러 상대론을 설명하는 영상 중 가장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여러 다른 채널에서 상대론의 여러 피상적인 주제를 연달아 늘어놓으며 시청자의 다양한 수준에 따라 이를 이해하든 말든 그냥 욱여넣듯 전달했다면 이 영상은 일상 속의 현상에서 출발해 광속과 상대론까지 차근차근 도달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미분은 행렬이다.’나 ‘당신이 몰랐던 공전궤도의 비밀’은 멍하니 영상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어?’ ‘어어어?’ 하며 예상하지 못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제가 연결되어 마치 머리 속에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던 뉴런 사이에 전기 신호가 통해 새로운 경로가 형성되는 것처럼 이전에는 서로 가까이 두지도 않았을 사실들이 서로 아주 가까이에 있으며 일상의 여러 현상은 그냥 당연히 일어나고 있지 않음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 분의 모습도 알고 이 분의 목소리도 알지만 그 외에는 어떤 분인지,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는 전혀 모릅니다. 다만 영상에 광안대교가 등장한다든지 남부지방 억양을 사용하시는 점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채널에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알림을 통해 받아 보고 틈 날 때마다 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며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찾아내며 이전에는 관심 있게 생각하지 않던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하고 또 제가 여러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멍하니 앉아 가상의 대상에게 제가 알게 된 사실을 설명해 보는 연습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름만 되면 도대체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모기를 상대하며 ‘모기는 입자인가 파동인가’ 같은 농담을 하며 모기야말로 관측하지 않을 때는 파동으로 존재할 것이 틀림없다는 농담을 하지만 '원자를 이해하는 가장 우아한 방법'을 보기 전까지는 이중 슬릿 실험에 대해 알고 있고 이를 농담에도 사용하지만 정작 이를 똑바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을 통해 드디어 원자의 실제 형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이번에는 모기에 대해 농담 대신 이 주제를 좀 더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 여러 영상들은 단지 영상으로 그치지 않고 영상에 등장한 여러 설명을 이해하기 위한 다른 노력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어 줍니다.
도대체 이런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할지 궁금해 하곤 했습니다. 왜 아직도 글을 만들고 있어?에서 현대에 더 이상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 세계에서 아직 생각을 영상 대신 글로 나타내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생산 비용이 앞도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양자역학은 생각보다 쉽습니다’에서 '와인잔으로 배우는 양자역학'이라는 유료 영상을 홍보하는 것을 보고 바로 결제합니다. 사실 이 내용은 이전에 이 채널로부터 원자 모형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을 살펴봤다면 그리 새로운 내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료 영상은 양자역학을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시작해 그 역사와 수학적인 구조에 이르는 다양한 설명을 하고 있어 이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해 수준을 더 깊게 해 주고 앞에서 설명한 다른 사람들에게 간단하게나마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금 더 올라서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유일한 불만은 플랫폼 설정인지는 몰라도 구입한 다음 일정 기간 동안만 영상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인데 시청 기간이 종료되자 결제를 다시 해야만 영상을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아무 기계에서나 보는데 지장이 있었고 출퇴근하며 듣기에도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이전부터 과연 이런 영상들을 무료로 봐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걱정이 현실화 되며 이 채널 역시 채널 뒤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스토어에서 오일러 등식이 적힌 컨버스백을 하나 샀는데 딱히 품질이 좋지도 않고 또 너무 표준적인 컨버스 백일 뿐이어서 출퇴근 할 때 랩탑 하나만 딱 넣고 나면 더 이상 뭘 넣을 수도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영상으로부터 받은 도움에 대한 댓가를 지불할 수 있는 것이 어딘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건은 물건의 원가, 플랫폼의 수익이 있기에 실제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거의 없을 것이 뻔했고 과연 이런 채널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여러 기성 언론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실험하고 있지만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수익이나 효과가 미미해 훌륭한 컨텐츠를 제작했음에도 최근 채널 운영을 종료한 듣똑라 같은 사례가 생각나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습니다. 유튜브 영상에 답글을 달며 돈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런 일회성 수익이 장기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글을 만들며 '제게 커피 한 잔 사 주시겠어요?' 페이지를 통해 기부를 실험해 봤는데 소액이 모이기는 했지만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고 매 해 도메인을 연장하는데 사용하는 수준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반년 전 어느 날 이 채널에 '🎉 DMT PARK 멤버쉽 ⟪i'm in the empty park⟫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그동안 걱정했던 이야기가 고스란이 담겨 있었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본업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데는 결코 적지 않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 자원을 오롯이 개인이 부담하면 물론 보는 사람들은 무료로 훌륭한 컨텐츠를 볼 수 있으니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취미라도 개인이 그 정도 노력을 본업과 동시에 하기는 쉽지 않으며 강한 소명의식 같은 기반이 있다 하더라도 현실의 경제적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멤버십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소액이었는데 이 금액 역시 긴 고민의 결과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분명 답글을 통해 기부하시는 분들은 매월 지불하는 멤버십에 비해 훨씬 큰 금액을 기부하시기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어서 여기에 기반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더 적은 금액이라도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면 이에 기반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유튜브 프리미엄이 처음 생길 때 유튜브 레드이던 시절부터 가입한 다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특정 채널 멤버십에 가입했고 이제 반 년이 지납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2024-03-09)로부터 이틀 전 뜬금없이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도 풀지못한 문제’라는 짧은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테트레이션에 의한 프랙탈을 보여주는데 5분 정도 진행되는 영상은 뜬금없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아니 저건 뭐지?’라는 나레이션처럼 저 자신도 이 영상의 존재를 보고 ‘아니 이건 뭐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뭔가 설명해 주실 것처럼 시작했지만 정말로 ‘아니 저건 뭐지?’ 하고 끝나버린 영상은 아니 이게 뭐야, 현기증 날 것 같은 감정이 들게 만들었지만 정말로 영상은 거기서 끝나 버렸고 다른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 커뮤니티에 멤버십 공개로 글이 하나 올라왔고 이제 그 동안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몇 달 전에 멤버십 후원금으로 칠판을 사셨다는 글이 올라왔었고 그 칠판은 이후 '당신이 몰랐던 공전궤도의 비밀'에 등장합니다. 이제 이에 기반해 더 빠른 컴퓨터를 구입하시게 됐고 이를 통해 프랙탈을 이전에 비해 더 빠르게 출력할 수 있어 관련 영상을 제작하다가 그 일부를 편집해 올리신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수식을 설명할 때 그리 간단하지 않은 그래픽을 자주 사용하셨는데 노트북으로 그런 모션 그래픽을 만드는데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을 겁니다. 더욱이 이런 이미지를 만들 엄두를 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꽤 강력한 컴퓨터를 사용해 이제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빠르게 설명하고자 하는 바를 영상을 통해 설명하실 수 있게 되실 것 같습니다. 오전에 이 글을 보고 기분이 확 좋아졌습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소액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이런 식으로 실질적인 효용감을 주며 심지어 얼마 후에는 ‘대체 이게 뭐지?’ 싶은 영상의 본편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 없이 적은 소액으로 이런 효용감을 느낄 수 있는 이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저 고가의 장비를 단지 멤버십을 통해 받은 금액으로만 구입하실 수 없었을 겁니다. 그저 작은 도움이 조금 될 뿐일 것 같습니다.
한편 저는 후세 없이 결혼을 통해 연결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나 제 가족 역시 어릴 때 지방에서 별로 풍족하지 않게 살았는데 덕분에 재능이 있어 발전할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흘러 수도권으로 옮겨 와 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저나 제 가족이 얼마나 큰 차이 속에 성장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쳤는지, 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마지막으로 그 기회를 결코 잡을 수 없었을 금전적인 사정이 합쳐진 복잡한 현실을 인식합니다. 그렇게 가족과 저는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살아 왔는데 몇 년 전 어느 날 가족은 어릴 때 소질이 있었던 미술 공부를 계속해볼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음악에 강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와 관련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습니다. 키보드를 연주하는 취미를 가지게 됐지만 때를 놓친 이후에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가족은 어릴 때 강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미술 공부를 계속해볼 결심을 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런 우리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셨지만 지금의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뭐라도 해볼 수 있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그간의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렀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또 전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시 날짜가 가까워짐에 따라 가족은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지만 첫 전시를 무사히 마치고 나면 또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족이 이럴 때 기회를 얻지 못한 일을 지금 우리들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또 계속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작할 때 사람들이 미술을 급하게 상업적인 뭔가와 연결하기 위해 무리하기도 하고 또 급한 의사결정을 통해 악수를 두기도 하는데 비해 우리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 무리한 악수를 두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결정하자며 시작했는데 이제 처음으로 그 현실적인 결과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전시에 나갈 결과들이 집안 곳곳에 굴러다녀 이들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좁은 집안을 돌아다닐 때 아주 조심해야 하지만 조심조심 돌아다니는 저 자신의 행동을 볼 때 웃기기도 하고 또 ‘이게 정말로 되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즐거운 감정을 가집니다. 이 역시 항상 제 지적 허영심을 아름다운 방법으로 채워 주고 또 조금 더 공부할 진입점을 제시해 주는 채널에 소액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 할 수 없었던 일을 미래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 그 결과에 아주 조금씩 다가가는 기분 좋은 지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저는 기부, 모금, 후원 같은 단어에 별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동아시아 끄트머리의 제 3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을 돕기 위한 작은 행동을 여러 변명을 늘어놓으며 회피하던 것과 달리 저 자신의 작은 효능감, 지적 허영심의 충족,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 같은 저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한 기분 좋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행동은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관심 갖지 않아 왔던 일들도 제 상상과 달리 좀 더 나은 일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