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블로그 실험

아직 글을 읽을 사람들이 세계에 남아 있을까요? 만약 남아 있다면 현대적인 전달 방식에 완전히 익숙해진 이들이 조금이라도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게 할 수 있을까요?

숏폼 블로그 실험

2024년 가을 어느 날 인터넷 상에 공들여 쓴 글을 보급해 읽게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실험을 했던 한 회사가 폐업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런 웹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종종 그 웹사이트에 게시 된 글 링크가 제 타임라인에 나타나 웹사이트에 방문할 일이 있었지만 그 웹사이트를 어딘가에 기록해 놓고 주기적으로 찾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접한 글들이 썩 인상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 자신 역시 현대의 여느 사람들처럼 글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 자신이 생각의 멱살에 소개한 대로 머릿속 만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어서 생각하는데 반드시 종이와 펜 또는 키보드가 필요한 사람이기에 의식적으로 글쓰기를 하려고 의도하지 않더라도 어떤 ‘생각’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그 결과가 남습니다. 한동안은 여러 하드웨어와 원노트 앱을 사용해 손으로 글씨를 쓰며 생각했더니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주 많은 손으로 쓴 노트가 생겼습니다. 이 노트는 대강 살펴보면 그럴듯해 보였지만 나중에 이를 검색하기도 어렵고 또 원노트 이외의 장소에 게시하기도 어려웠으며 근본적으로 손으로 기록을 만들며 생각하기에는 생각이 더 빨랐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글씨를 쓰며 생각하는 대신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하는 것으로 습관을 바꿨고 이번에는 의도하지 않아도 그냥 생각을 했을 뿐인데 글이 남아 있는 상황에 처합니다.

글쓰기와 스트레스 해소에 설명한 대로 주말에 시간을 내 여러 시간에 걸쳐 글을 만들다 보면 나름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또 주말에 이렇게 생각하며 글을 남겨 놓으면 미래에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 해야 할 때 딱히 준비하지 않아도 제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에 대한 근거나 여러 가지 생각을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가 그 주제에 대해 질문을 받은 즉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일테지만 앞서 설명했다시피 저는 머릿속만으로는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즉시 의견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그 이전에 글을 작성하거나 생각을 하며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진 글 때문에 미리 생각해볼 수 있었고 저는 그저 기억에 의지해 이전에 했던 생각을 재생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 자신이 글쓰기를 그저 ‘미리 생각해보기’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글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으면서도 글쓰기의 효과는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온갖 영상을 봐 왔지만 정작 저 자신이 글을 쓰며 얻는 효과에는 미래에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 말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체감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글쓰기의 효과를 주장하는 매체 대부분의 형태가 글이 아니라 영상이라는 점 역시 글쓰기에 어떤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피식 거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글쓰기에 그들이 주장하는 어떤 효과가 있다면 그들 역시 그 주장을 하기 위한 글을 작성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현대에 글을 읽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에 글을 통한 주장은 그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주장 전달을 위해 영상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에도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