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블로그 실험

아직 글을 읽을 사람들이 세계에 남아 있을까요? 만약 남아 있다면 현대적인 전달 방식에 완전히 익숙해진 이들이 조금이라도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게 할 수 있을까요?

숏폼 블로그 실험

2024년 가을 어느 날 인터넷 상에 공들여 쓴 글을 보급해 읽게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실험을 했던 한 회사가 폐업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런 웹사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종종 그 웹사이트에 게시 된 글 링크가 제 타임라인에 나타나 웹사이트에 방문할 일이 있었지만 그 웹사이트를 어딘가에 기록해 놓고 주기적으로 찾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접한 글들이 썩 인상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 자신 역시 현대의 여느 사람들처럼 글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 자신이 생각의 멱살에 소개한 대로 머릿속 만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어서 생각하는데 반드시 종이와 펜 또는 키보드가 필요한 사람이기에 의식적으로 글쓰기를 하려고 의도하지 않더라도 어떤 ‘생각’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그 결과가 남습니다. 한동안은 여러 하드웨어와 원노트 앱을 사용해 손으로 글씨를 쓰며 생각했더니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주 많은 손으로 쓴 노트가 생겼습니다. 이 노트는 대강 살펴보면 그럴듯해 보였지만 나중에 이를 검색하기도 어렵고 또 원노트 이외의 장소에 게시하기도 어려웠으며 근본적으로 손으로 기록을 만들며 생각하기에는 생각이 더 빨랐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글씨를 쓰며 생각하는 대신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하는 것으로 습관을 바꿨고 이번에는 의도하지 않아도 그냥 생각을 했을 뿐인데 글이 남아 있는 상황에 처합니다.

글쓰기와 스트레스 해소에 설명한 대로 주말에 시간을 내 여러 시간에 걸쳐 글을 만들다 보면 나름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또 주말에 이렇게 생각하며 글을 남겨 놓으면 미래에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 해야 할 때 딱히 준비하지 않아도 제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에 대한 근거나 여러 가지 생각을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가 그 주제에 대해 질문을 받은 즉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일테지만 앞서 설명했다시피 저는 머릿속만으로는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즉시 의견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그 이전에 글을 작성하거나 생각을 하며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진 글 때문에 미리 생각해볼 수 있었고 저는 그저 기억에 의지해 이전에 했던 생각을 재생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 자신이 글쓰기를 그저 ‘미리 생각해보기’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글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으면서도 글쓰기의 효과는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온갖 영상을 봐 왔지만 정작 저 자신이 글을 쓰며 얻는 효과에는 미래에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 말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체감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글쓰기의 효과를 주장하는 매체 대부분의 형태가 글이 아니라 영상이라는 점 역시 글쓰기에 어떤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피식 거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글쓰기에 그들이 주장하는 어떤 효과가 있다면 그들 역시 그 주장을 하기 위한 글을 작성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현대에 글을 읽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에 글을 통한 주장은 그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주장 전달을 위해 영상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에도 공감합니다.

이미 윗 문단에서 여러 차례 주장한 대로 서기 2024년에는 그 누구도 글을 읽지 않습니다. 여러 글을 만들어 보급하려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가 폐업하고 출판 업계는 계속해서 시장이 줄어들어 회사 수는 많지만 그 중 의미 있는 경제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회사가 많지 않아 이직을 고민하더라도 이직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저 자신도 정보를 찾기 위해 글을 찾아볼 때도 없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영상을 찾아보곤 합니다. 특히 해본 적 없는 어떤 작업을 하기 전에 튜토리얼 문서를 찾아보기 보다는 튜토리얼에 따라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영상을 살펴보며 큰 도움을 받습니다. 가령 GL-MT6000 공유기 사용기에서 제 온프레미스 인프라에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해 테일스케일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테일스케일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해 공유기를 교체하는 결정에 테일스케일 지원 여부가 큰 지분을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맨 처음 테일스케일이라는 서비스가 존재하며 개인 수준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정확히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한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전까지 제가 경험한 VPN 서비스는 일단 VPN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면 모든 트래픽이 이 네트워크를 통하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자원에 접근하기 아주 불편해지곤 했습니다. VPN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기 전에는 멀쩡히 웹브라우저에 게이트웨이 주소를 입력해 공유기 설정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일단 VPN 네트워크를 활성화 하고 나면 게이트웨이 주소는 DNS가 인식할 수 없는 내부 주소일 뿐이어서 공유기 설정에 접근할 수 없는 식입니다. 그래서 테일스케일이 어떻게 동작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테일스케일을 설정하고 사용하는 영상을 빠르게 훑어보니 쉽게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서비스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블로그에 붙여 놓은 통계 도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matomo라는 통계 도구를 붙여 놓고 있습니다. 실은 오래 전부터 구글 애널리틱스를 사용해 왔지만 장기적으로는 통계 인프라를 구글에 의존하는 대신 제가 직접 운영하는 쪽으로 바꿔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구글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구글이 없을 때 제 블로그에 대한 통계를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도 통계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 도구는 여러 방문 기록 중 어떤 경로로든 첫 번째 페이지에 방문했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페이지를 닫거나 뒤로가기를 클릭하는 등 즉시 이탈하는 기록을 방문으로 분류하지 않고 ‘bounced’ 도었다고 분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튕겨나감’으로 인식합니다. 이 행동은 마치 제가 구글에 검색을 수행할 때 하는 행동과 비슷합니다. 검색 결과를 보고 컨트롤 키를 누른 채로 각 링크를 클릭해 여러 탭에 걸쳐 링크를 연 다음 탭을 넘겨 가며 각 웹사이트에 제가 의도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빠르게 살펴봅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필요한 정보를 즉시 보여줄 것 같은 웹사이트는 일단 남겨 두고 그렇지 않아 보이는 웹사이트는 탭을 바로 닫아 버리는 식으로 탭 각각을 순회하며 탭 수를 줄인 다음 다시 첫 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정보를 살펴보는 식.으로 행동합니다. 이 때 딱 봐도 정보가 부실해 보이거나 광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웹사이트가 로딩 되지 않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 같기는 한데 그 정보에 도달하기 위해 글자를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이미 다른 탭에 정보를 더 빨리 제공할 것 같은 웹사이트가 열려 있는 상황이라면 탭을 닫아 버립니다. 사람들은 이런 제 행동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블로그의 각 페이지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대체로 이미 알고 있으므로 검색어를 통한 유입을 살펴보고 이 사용자가 그 페이지를 살펴보고 원하는 정보를 얻었을지 그렇지 않았을지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지라와 컨플루언스의 차이라는 검색어를 통해 유입된 사용자는 그 페이지의 글을 끝까지 살펴본다면 아마도 제 의견에 가깝기는 하지만 예상하는 정보를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어떤 사용자는 도저히 의도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이상한 검색어를 통해 유입되기도 하는데 이런 사용자는 검색어를 이해할 수 없는 이상 검색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통계를 보며 상황을 짐작하다 보니 한 가지 가정을 세우게 되었는데 검색을 통해 유입된 사용자 거의 대부분은 그 페이지에서 어떤 정보를 제공하든지 간에 화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텍스트 뭉치를 보면 반사적으로 페이지를 닫아버린 다는 것입니다. 유입 검색어를 보고 그 사용자의 목표를 짐작해 본 다음 그 페이지에 제가 의도에 맞는 이야기를 해 놨는지 비교해 보면 그 사용자가 만약 페이지를 시간을 두고 살펴봤다면 원하는 정보나 제 경험을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거의 모든 사용자들은 즉시 페이지를 닫아 통계에 ‘bounced’ 기록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자신 역시 검색 결과에서 여러 웹사이트를 연 다음 하나씩 빠르게 살펴보고 이 웹사이트로부터 정보를 횓득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이미 같은 정보를 더 빨리 제공할 것 같은 웹사이트가 열려 있음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같은 말을 길게 해 많은 텍스트를 읽도록 만드는 웹사이트를 탈락 시키곤 합니다. 그런 제 행동에 근거해 유입 검색어와 유입된 웹페이지의 내용이 거의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 몇 초 안에 ‘bounced’된 기록을 남긴 방문은 저와 똑같이 뭔가 있을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이미 더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고 있다면 굳이 읽어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탈락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즉시 ‘튕겨 나가는’ 다른 이유에는 제가 더 짧고 간결한 모양으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음에도 굳이 블로그에 ‘줄글’ 모양으로 글을 쓰며 이렇게 하면서도 굳이 글을 두괄식으로 쓰고 있지 않는 것도 있을 겁니다. 흔히 문서를 작성할 때 두괄식으로 작성하고 또 말을 할 때도 두괄식으로 하라는 조언을 듣곤 합니다. 저 역시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해 다른 사람들을 행동하도록 만드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두괄식으로 작성한 문서와 그렇지 않은 문서가 사람들을 움직이는데 각기 다른 자원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문서를 읽고 요구사항을 파악해 행동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조차 절대 문서를 읽지 않으며 특히 두괄식으로 정리되지 않은 문서에 대한 인식률은 지독할 정도로 낮아 필요한 거의 모든 내용이 문서에 적혀 있지만 이를 별도로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시간을 써야만 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괄식으로 쓴 문서조차 제대로 읽히지 않아 온갖 문제를 일으킨 나머지 두괄식으로 쓰나 미괄식으로 쓰나 어차피 사람들이 읽지 않는 것은 똑같기에 문서는 필요한 모든 내용을 언급하고 그냥 문서와 별도로 세 줄 요약을 제공해 목적만 인식 시키고 목적을 수행해 나가는데 필요한 나머지 내용은 일종의 리퍼런스로 동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어차피 어떻게 써도 문서를 읽지 않기에 문서를 두괄식으로 쓰든 미괄식으로 쓰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상황 속에서도 두괄식 문서가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기에 적어도 회사에서 업무로써 문서를 작성할 때는 두괄식으로 작성하고 그보다 앞에 세 줄 요약을 제공하며 읽는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만드는 줄글 모양을 최대한 피해 공무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블릿포인트 모양의 보고서 형식으로 짤막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덕분에 이런 문서를 작성하는데 무척 익숙합니다.

반면 블로그에는 그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일단 블로그에 글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설명한 글을 쓰는 행동을 통해 제 생각을 정리하고 또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로써 문서를 만들 때와는 달리 제 개인적인 목적에 더 강한 글쓰기를 하고 있고 여기에는 읽는 사람을 배려한다는 측면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업무로써 문서를 만들 때는 문서를 읽은 사람이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결정하게 만들어야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때문에 세 줄 요약을 제공해 일단 무슨 소리인지 머리 속에 쑤셔 넣은 다음 이어서 필요한 내용을 리퍼런스 모양에 가깝게 제공해 그럭저럭 효율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업무의 히스토리나 이 기능의 맥락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를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내용을 문서에 포함해 그렇잖아도 아무도 읽지 않는 문서를 더 길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 보다는 누군가 이런 내용을 궁금해 할 때 직접 말해주는 대신 문서를 더 짧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일단 제 생각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기도 하고 또 글을 읽을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 저 자신,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하며 제 문서를 읽어야 하는 분들과 달리 어떤 공유하는 경험이나 맥락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두괄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신 애초에 주제와도 멀리 떨어진 맥락의 가장 처음부터 글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맥락의 처음을 찾아 과거로부터 시작한 글은 아직 주제와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한참이나 늘어놓은 끝에 현실에 도착하고 그제서야 이 글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설명합니다. 그 다음에서야 본격적으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결론은 맨 뒤에 있습니다.

가령 혹시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이 있다는 걸 잊었나요?는 일단 제목을 봐서는 이게 무슨 소리를 할 작정인 글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습니다. 글은 아이폰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던 먼 과거로 돌아가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지지만 그 속도는 꽤 느린 편입니다. 여러 아이폰을 전전하다가 가장 최근에 아이폰 11에서 14로 변경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왜 그 행동을 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이 내용 역시 저 글의 주제와는 아직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주제에 대한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먼 과거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명을 계속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설명의 끄트머리에 간신히 글을 쓴 시점으로부터 약 1년 전에 도달해 수명이 79%가 된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스토어에 방문해 교체하는 동안 기다리며 아이폰 15를 만져보고 그들이 오랜 세월 만에 추가한 새 버튼 인터페이스가 꽤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와 함께 드디어 간신히 현실에 도달해 주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도 아직 주제를 조금 이야기했을 뿐 본격적으로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에 따른 결론에 근접하지도 않았습니다. 글을 좀 더 스크롤 해 내려가다 보면 아이폰 16의 카메라 버튼 사진이 나오고 이 인터페이스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온갖 이상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제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한참을 더 스크롤 한 다음에야 애플이 아이폰에 새로운 버튼을 추가한지 1년만에 또 다시 새로 추가한 카메라 버튼은 제 관점에서 뭔가 이상해 보이며 의도한 바를 달성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 조만간 1년 전에 교체한 배터리 역시 수명이 79%에 도달해 교체를 위해 스토어에 방문해야 할 것 같고 그 때 아이폰 16을 직접 만져보고 제 예상을 검증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사실 방금 소개한 글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폰을 오랫동안 사용해온 사람 입장에서 최근에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할 만한 기능의 변화가 정체 된 상태이고 이 상황에서 카메라에 개선이 집중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애플 제품에 여간해서 잘 일어나지 않던 새로운 버튼 추가가 2년 연속으로 일어난 상황을 살펴보고 이런 의사결정이 썩 올바르지 않다는 제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굳이 어떤 정보를 찾는다면 아이폰 15에는 무음 스위치가 무음 버튼으로 변경되었고 아이폰 16에는 카메라 버튼이 추가되었다는 점 정도가 있지만 이런 정보는 애플 웹사이트에 더 정확히 게시되어 있기에 굳이 이런 블로그로부터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글의 형식 역시 굳이 줄글 모양을 고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더 간결하게 정리한 다음 블릿포인트 모양으로 설명한다면 훨씬 더 적은 텍스트만으로 정보도 뭣도 아닌 제 의견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여기에 문서를 두괄식으로 썼다면 맨 처음에 아이폰 16의 카메라 버튼은 뭔가 이상하고 분명 이상하게 끝날 거라고 예상한다는 제 의견을 즉시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아예 시작하기 전에 세 줄 요약을 제공했다면 애초에 줄글을 읽을 생각 자체를 안 해도 됐을 뿐 아니라 바로 윗 줄에 보여드린 대로 세 줄 요약도 필요 없이 그냥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저는 의도적으로 먼 과거로 돌아가 맥락을 설명하기 시작해 한참 동안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며 현대에 가까워진 다음 현대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주제를 시작하고 또 그 주제를 한참 따라간 다음 글 끝에 가서야 제 온전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쓴 글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당장 제가 생계를 위해 회사에서 문서를 만들며 오랜 세월에 걸쳐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종종 지인분들로부터 왜 아직도 글을 만들고 있어?글을 왜 그렇게 길게 써? 같은 질문을 듣곤 합니다. 나름 제 경험에 기반해 어떤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측면에서 사람들이 아예 관심 없을 만한 내용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현대에 아무도 읽지 않는 줄글 모양일 뿐 아니라 심지어 그 글이 길기까지 하고 또 줄글은 지독한 미괄식이고 그 시작은 주제와 맥락으로도 시간상으로도 동떨어진 시점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도무지 읽을 엄두가 한 난다는 의견을 듣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라면 글 모양 대신 영상 모양으로 설명하는 쪽이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될 거라는 조언도 들었는데 사실 현대의 여러 영상들이 화려한 시청각 자료를 포함할 때도 있지만 간단한 프리젠테이션과 이를 말하는 사람, 그리고 이 사람의 설명만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도 있고 저 자신도 그런 영상의 도움을 종종 받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굳이 이렇게 모든 내용을 읽기 어려운 모양의 줄글,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미괄식으로 이야기하는 대신 그냥 영상으로 만들어 직접 말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은 무척 의미 있습니다. 사실 그런 포멧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영상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리로 제공하면 그냥 이야기를 흘려 듣는 것처럼 동작하며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에 누군가 영상에 나와 여러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영상을 그냥 재생한 다음 폰은 주머니에 넣고 귀로만 듣는 사람들을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이런 분들께 글을 읽도록 하는 대신 제가 직접 글에 쓴 내용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실행하지 않은 데는 대략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글 대신 음성 모양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주로 ‘팟캐스트’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애플에서도 더이상 ‘아이팟’을 판매하지 않지만 아이팟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나타난 장르이기에 여전히 팟캐스트라고 부르는데 영상 없이 소리로만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입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여러 회의를 하며 제 목소리가 딱히 설득력이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촐싹거리는 가벼운 목소리는 있던 설득력 마저 없애버리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을 쓴 사람이 직접 설명하는 내용은 어쩌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대에 이미 글을 귀로 듣고 싶은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이미 그들 스스로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저 역시 출퇴근 시간에 손에 책이나 전자책 단말기를 들고 글을 읽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뭔가 읽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TTS에 익숙해지는 것을 선택했는데 제가 주로 책을 구입하는 리디북스는 앱에서 TTS 기능을 제공해 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TTS는 그저 책을 읽어줄 뿐 읽어주는 그 결과물의 개선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형식적인 기능에 불과합니다. 만약 이들이 TTS에 의한 결과에 조금이라도 신경 썼다면 챕터를 넘어갈 때 챕터 제목이 이미지로 되어 있어 이를 읽지 않는 문제, 테이블을 엉망진창으로 읽는 문제, 본문과 박스를 전혀 구분하지 않는 문제, 날짜, 숫자, 소수점, 화폐 액수 따위를 엉망 진창으로 읽는 문제 등을 수 년에 걸쳐 전혀 고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오히려 듣는 사람 입장에서 TTS가 뭔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지금 ‘아. 이 부분은 테이블 모양이겠구나’ 하고 알아서 TTS의 헛소리를 머리 속에서 재조합해 테이블을 만들어내거나 ‘일월삼일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고 ‘1/3에 불과하다’라는 말이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됩니다. 참고로 먼 옛날 글을 TTS에게 읽도록 하면서 똑같은 문제를 겪었는데 이 때는 미리 변환 테이블을 만들어 놓고 ‘1/3’을 발견하면 ‘삼분의일’로 바꿔 읽는 식으로 대응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사용했었습니다.

어쨌든 적어도 저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저는 책을 TTS로 듣는데 무척 익숙하고 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러 글을 TTS로 듣는데도 익숙합니다. 이전에는 별도로 스크립트를 만들어 아이폰에 직접 밀어 넣어야 했지만 현대에는 브라우저가 이미 페이지를 TTS로 읽어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미리 글을 음성 파일로 변환하지 않더라도 실시간으로 글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TTS가 글을 곧이곧대로 읽어 삼분의 일을 일월 삼일이라고 읽어도 그러려니 했고 또 그렇게 읽지 않게 하기 위해 별도로 변환 테이블을 만들기도 했지만 현대의 브라우저는 충분히 똑똑해 이런 오류가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기껏해야 형식적으로 TTS 기능을 넣어 놓은 리디북스 같은 낙후된 TTS 기능을 사용할 때 그런 문제를 겪을 뿐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책을 TTS가 말하면 알아듣지를 못하겠어’라며 어려움을 표하던 분들도 시간이 흐르자 TTS가 읽어주는 내용에 익숙해져 이전과 같이 불만을 표하는 대신 그냥 책을 듣고 다닙니다. 저 자신은 오래 전부터 TTS를 사용해 왔고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더더욱 익숙해져 이전에 비해 조금 더 빨리 듣는 쪽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눈으로 읽는 속도에 비해 한참 못 미치지만 어쩌면 눈으로 읽는 속도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눈으로 책을 읽을 때 여러 줄을 한번에 읽으며 내용을 더 잘 파악하는 장점은 TTS를 통해 빈 시간마다 책을 들으며 도리어 책을 여러 번 듣는 방식으로 그 차이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책을 듣다 보니 눈으로 읽은 책과 귀로 들은 책의 내용을 떠올릴 때 내용을 기억해 내는 맥락에 차이가 있음을 눈치 챌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굳이 텍스트를 목소리로 제공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미 저 자신이 그런 도움 없이 TTS만으로 텍스트를 잘 듣고 있기 때문에 저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 역시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현대에 음성을 듣기 위한 플랫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당장 저 자신의 행동을 살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상이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주로 등장인물 간의 대화나 등장인물의 계속된 설명이 중요한 컨텐츠라도 이런 컨텐츠는 오직 유튜브를 통해 유통됩니다. 이미 유튜브 앱은 프리미엄 섭스크립션을 통해 영상 없이 소리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가 아닌 장소에 음성을 배포한다 하더라도 마치 블로그를 통해 배포한 빼곡한 글이 어떤 사용자에게도 전달되지 않고 그저 ‘Bounced’ 로그를 만들어낼 뿐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유튜브가 아닌 곳에서 음성을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유튜브에도 ‘팟캐스트’를 등록하는 기능이 있기는 합니다. 처음에는 이 기능이 전통적인 ‘팟캐스트’를 올릴 수 있는 기능일 거라고 예상하고 살펴봤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유튜브의 팟캐스트 기능은 유튜브 스스로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다가 망한 제품 디자인의 실패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처음 기능을 설계할 때는 분명 ‘팟캐스트’를 만들려 했던 것 같지만 유튜브는 근본적으로 영상을 올리는 서비스이고 그 모든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는 오직 영상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팟캐스트 기능이 유튜브 플랫폼 위에서 어떤 모양으로 동작해야 할 지 별다른 고민 없이 시작된 설계는 영상이 없는 컨텐츠를 재생하려면 시스템, 웹 인터페이스, 앱 인터페이스 등 손댈 곳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현실에 직면했을 겁니다.

결국 유튜브의 팟캐스트 기능은 그냥 ‘팟캐스트’라는 이름의 재생목록이 추가될 뿐 팟캐스트를 위한 어떤 지원도 없습니다. 유튜브에 팟캐스트를 올리려면 파일은 반드시 ‘영상’ 모양이어야만 합니다. 팟캐스트가 처음부터 ‘음성’ 모양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모르지 않았겠지만 영상 모양을 강제한 이유는 설명한 대로 영상이 아닌 매체가 재생될 때 시스템부터 인터페이스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대응이 필요했고 회사 전체로부터 이런 대응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예상합니다. 게다가 어차피 모든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영상을 듣는데 익숙한 마당에 굳이 영상이 없는 형식을 지원하기 위한 비용을 투입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차라리 이 모든 고민을 회사가 스스로 하는 대신 그냥 팟캐스트 카테고리만 만들어준 다음 여전히 파일은 영상 파일만 받도록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모든 고민을 떠넘길 수 있습니다. 음성 파일을 만든 사용자가 처음으로 유튜브 팟캐스트 기능을 사용해 음성 파일을 배포하려다가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이름은 팟캐스트 기능이지만 파일은 오직 영상 파일만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회사가 해야 했을 고민을 사용자가 해야 합니다. 이대로 유튜브에 팟캐스트를 배포하기를 포기하거나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이 음성이 재생되는 동안 화면을 채울 뭔가의 영상을 만들어내거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배포하는 모습을 보면 유튜브 뮤직 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도 하다못해 엘범 로고라도 집어 넣어 영상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데 팟캐스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겁니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통한 음성 배포를 고민하다가 반드시 파일 형식이 영상이어야 한다는 점에 가로막혀 회사가 했어야 할 고민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며 영영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하면 어떨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진행됩니다. 일단 유튜브를 통한 팟캐스트 배포는 완전히 미뤄 둡니다. 음성으로 듣고 싶은 요구사항은 이미 브라우저의 TTS 기능으로 훌륭하게 동작하고 제 스스로가 그 기능에 아주 큰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통계 도구에 ‘Bounced’로 표시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볼 수 없을지 고민해봅니다. 제 예상은 검색 결과의 링크를 클릭해보니 뭔가 텍스트로 가득 차 있어 만약 이 텍스트의 어딘가에 원하는 정보나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정보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을 얼마나 써야 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검색 과정에서 탈락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에는 심지어 영상조차 길이가 길면 외면 받으며 오직 숏폼 영상만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길이가 긴 영상에 기반한 컨텐츠를 만들던 채널들도 그 영상의 일부를 잘라 숏폼으로 만들어 의미 있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읽지 않는 텍스트를, 그것도 필요한 정보가 있을지 없을지 예측 불가능한 모양의 미괄식 줄글을 곧이곧대로 올려놓고 페이지를 열었다가 즉시 튕겨 나가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이 튕겨져 나갈 모든 환경을 갖춰 놓았는데도 튕겨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입니다. TTS는 아무것도 안 해도 이미 잘 되니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고 팟캐스트는 유튜브 이외의 방식으로는 배포가 불가능하지만 유튜브는 오직 영상 모양으로만 제출할 수 있으니 당장 실행하기 뭣하지만 적어도 글 자체를 숏폼으로 작성하는 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미 유입되는 검색어와 검색엔진이 검색어에 대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표시된 페이지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앞서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검색어의 의도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몇몇 검색어는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으니 제가 파악한 의도에 완전히 일치하는 아주 짧은 문서를 만들면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사실 이런 의도를 가진 분들은 어차피 긴 글을 읽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더군다나 중간에 가입을 요구하는 구독자 전용 글을 읽을 생각은 더더욱 없을테니 그냥 제가 알고 있는 정보만 전달하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가령 ‘컨플루언스 표 안에 표 넣기’ 검색어는 분명 컨플루언스 데이터센터 버전에서는 할 수 있었는데 컨플루언스 클라우드 버전에서는 할 수 없어 고통 받는 분들이 검색을 시도한 결과라고 추정합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대로 컨플루언스 데이터센터 버전인 버전 7, 버전 8에서는 표 안에 표를 넣을 수 있지만 아마도 지금 사용하고 계실 컨플루언스 클라우드 버전은 그냥 표 하나만을 생성할 수 있음을 건조하게 딱 설명하고 끝냈습니다. 또 서기 2024년 가을에도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 방법을 찾기 위해 'Magmo Pro'를 검색하시는 시대착오적인 분들을 위해 이 기계와 그 전작을 모두 사용해본 입장에서 제 비추 의견을 짧게 전달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이전에 썼던 다른 글을 링크해 보았습니다. 일단 정보는 얻었을테니 여기서 탭을 닫거나 뭐 궁금하시면 무시무시한 텍스트로 가득한 글을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사용자의 선택입니다. 재미있게도 ‘블언블 언팔 차이’를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여기에도 제가 알고 있는 대로 정확히 필요한 말만 하고 페이지를 끝냅니다. 이런 문서들은 블로그 글 목록에 나타나지 않도록 해 검색 결과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이 짧은 페이지들이 검색어의 의도에 해당하는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잘 인식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이 정보가 무시무시한 텍스트 안에 숨겨져 있을 때는 더 높은 순위에 나타났지만 정확히 검색 의도에 맞는 정보만 포함한 짧은 문서는 훨씬 낮은 순위에 나타납니다. 하지만 실제 클릭은 ‘숏폼 문서’에 더 많이 일어났고 때때로 그 밑에 붙어 있는 본격적으로 긴 글을 가리키는 글에 대한 접근도 아주 적지만 없지는 않은 수준으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다만 통계 도구는 긴 글을 보고 즉시 탭을 닫은 사용자와 짧은 글을 보고 정보를 획득한 다음 탭을 닫은 사용자 사이에 방문 시간 차이가 거의 없어 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여전히 모두 ‘Bounced’ 되었다고 집계하고 있어 조금 웃기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합니다. 어쨌든 한동안 이 실험을 계속해볼 작정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뉴스레터 20주 리뷰 (1), 뉴스레터 20주 리뷰 (2)에 소개한 대로 글 쓸 거리를 미리 메모해 뒀다가 글 쓰는 날 몰아 작성하고 있습니다. 위 목록에서 이전과 같이 글 쓸 거리를 메모해 둔 것들은 ‘🟪 보라색’ 타입입니다. 글쓰기와 관계 없이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유지보수하는데 필요한 일은 '🟦 하늘색' 타입으로 기입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 소개한 가칭 ‘숏폼 글’은 ‘🟩 연두색’ 타입으로 기록해 놨다가 심심할 때 몰아서 작성합니다. 이 연두색 글 제목들은 네이버, 구글로부터 유입된 검색어를 보고 제가 검색어의 의도를 추측할 수 있고 이를 최대한 짧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가령 ‘마스토돈 서버 비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 서비스를 추천하며 정확히 월 6.6달러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위 목록에 따라 앞으로 심심할 때 ‘마스토돈 아이디 변경’은 불가능하고 '시간을 소수점으로 나타내려면 60진법을 100진법으로 바꾸는 간단한 수식을 쓰면 된다는 아주 짧은 글들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이 글들이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 시대에 무슨 소용이 있을지 여전히 잘 알 수 없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