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돕지 않고 돌아서다

어느 퇴근 시간이 가까운 저녁 다른 이유로 회사에 갔다가 습관처럼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제가 당장 기여할 수 있을 일이 일어났지만 결국 아무도 돕지 않고 돌아섰습니다.

아무도 돕지 않고 돌아서다

약 두 달 전 지난 2년 동안 몸담은 프로젝트가 앞으로 존속 가능할지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을 반복하고 또 일상 업무를 수행하면서 뭔가 삐걱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를 일시적인 직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집, 회사와 거리를 두고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었고 1년에 15일이 부여되는 유급 휴가를 도통 사용하지 않아 휴가가 남아 도는 마당에 시간을 좀 내 집, 그리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아무것도 안 하며 생각 안하기, 생각만 하기를 합니다.

별 건 아니고 그냥 멀리 가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이나 좀 오르며 아무 생각도 안 하다가 또 하루는 주의력이 부족한 사람의 할 일 관리 방법과 비슷하게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랩탑 키보드를 두드리며 손가락이 움직이는 속도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속도를 맞춰 요즘 느끼는 것,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정보의 나열, 이로부터 제가 도출한 결론 등을 무작정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상당한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하며 기록한 꽤 많은 텍스트가 만들어질 무렵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확신에 가까워집니다. 팀에는 미안하지만 탈출 버튼을 누를 때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