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개발자는 던전에 누웠을까

개인이 게임을 못해서, 게임을 안해서 그런 영상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쉬운 방법입니다.

왜 그 개발자는 던전에 누웠을까

한때 영국 공영방송 BBC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아하던 것은 탑 기어였습니다. 2002년에 방영을 시작해 스무 개가 넘는 시즌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 있었고 전 지구적으로 인터넷이 충분히 보급되기 전 시대에도 동시에 수 백만 명이 시청할 정도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동차 관련 논픽션인데 드물게 자동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쇼입니다.

출연자들이 전 지구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희한한 제약 속에서 운전하고 또 임무를 완수하는 ‘탑 기어 스페셜’ 시리즈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는데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기 때문에 스튜디오에 모인 방청객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탑 기어 스페셜은 서로 오래 본 친구 세 명이 온갖 문제를 겪으며 유쾌하게 이를 해결해 나가는 에피소드로 세 명의 출연자들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 두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이자 스폰서였던 BBC와의 관계는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고 담당 프로듀서가 바뀔 때마다 새로 온 프로듀서를 비꼬는 내용을 방송에 집어넣기도 하고 또 몇몇 사례에서는 영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으로써 올바른 장면들인지를 묻는 청문회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마지막 탑 기어 스페셜 촬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못하고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방송사와 스폰서 사이에 그 동안 쌓인 앙금이 폭발하며 제레미 클락슨, 리처드 해먼드, 그리고 제임스 메이 세 명의 출연자가 진행하는 탑 기어 시리즈는 썩 예쁘지 않은 모양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 후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같은 출연자, 같은 제작자에 의해 비슷한 에피소드를 방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프로그램은 막을 내리고 이전 ‘스페셜’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는 세 출연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겪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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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기어와 그랜드 투어를 자동차 관련 논픽션 프로그램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 명의 출연자들이 평생에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관계가 스페셜 시리즈에 드러나 분명 논픽션 장르인데도 마치 잘 짜인 각본에 의한 에피소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탑 기어와 그랜드 투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2008년에 방영한 베트남 스페셜인데 미국이 10년 걸려서도 해내지 못한 일을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해낸 역사적인 에피소드입니다. 남베트남에서 출발해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이동 수단인 바이크로 열흘 안에 북베트남까지 달리는 미션을 수행하는 에피소드인데 출연자들의 성격, 취향, 그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미국이 베트남에서 벌인 일을 비꼬는 것 까지 여러 주체 사이의 관계가 이리 저리 뒤틀리면서 스페셜 시리즈 중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스페셜을 워낙 감명 깊게 본 나머지 언젠가 베트남에서 비슷한 코스로 장거리 여행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갑자기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그랜드 투어로 넘어오기 전 BBC에서 아직 탑 기어가 방영 중일 때 이 프로그램에는 스티그라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나중에 제레미 클락슨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탑 기어라는 자동차 쇼를 만들 때 자동차를 운전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말하는 형식의 서브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이를 수행할 프리젠터를 구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동차를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일과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재능은 서로 완전히 다른 재능이었고 이를 한 사람이, 그것도 운전 하는 도중에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두 가지 재능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바로 제레미 클락슨 자기 자신인데 이런 사람을 한 명 더 구하려고 하고 있었고 잘 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끝에 운전을 잘 하고 또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을 찾는 대신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 운전을 하되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캐릭터를 사용하기로 하고 그게 바로 스티그 입니다. 스티그는 대사가 없고 항상 헬멧을 쓰고 있어 여러 사람이 담당했고 한 에피소드에서는 스티그의 정체가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스티그는 2천년대 중후반 탑 기어의 전성기를 함께하며 세 명의 핵심 출연자들, 윌만 씨와 함께 탑 기어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캐릭터였습니다. 현대에는 스티그를 패러디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자동차 관련 유튜브 채널이 나타나 그들의 핵심 업무가 폐차장이라는 점을 활용해 전성기 탑 기어에 버금가는 어처구니 없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출연자를 보고 웬 스티그 짭인가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 채널의 등장인물 스피더 역시 스티그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됩니다.

갑자기 탑 기어와 그랜드 투어, 그리고 스티그와 스피더 이야기로 글 앞부분을 시작한 이유는 운전을 잘 하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설명을 하는 재능을 한 사람이 동시에 가지고 있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하는 사람은 탑 기어 제작자이자 출연자 중 한 명인 제레미 클락슨 본인이었고 이 사람은 두 가지 재능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출연자 목록에 가자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와 같은 재능을 가진 다른 사람을 원했지만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가지 재능 중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하 스티그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 시켰는데 이 캐릭터의 핵심은 두 가지 재능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기 아주 힘들다는데 있습니다.

2023년 가을 현재 얼마 전 디아블로 4 개발자 중 한 명이 등장해 게임을 플레이 하며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과 그 영상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가 나와 미리 주고 받은 대본에 따라 질문과 답변을 하고 그 사이사이에 게임을 플레이 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또 이들 사이를 적당하게 편집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또 실망스러운 게임 반대편에도 사람들이 게임을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흔한 영상입니다. 그런데 영상에 등장한 개발자는 게임을 익숙하게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데 특히 스킬 공격 대신 평타 공격만 하다가 던전에서 죽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그렇잖아도 게임에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욕설을 포함한 여러 의견을 봤는데 누군가는 영상에 등장인물을 헐뜯는데서 시작해 PC 게임을 게임패드로 플레이 하는 모습을 욕하기도 하고 또 스킬 없이 평타만 사용하다 죽는 모습을 보고 개발자들도 게임을 똑바로 안 하는데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아주 짧게 답하면 개발자들은 원래 게임을 못 합니다. 게임을 못 한다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먼저 물리적으로 게임 할 시간이 없습니다. 회사에 출근해 하루하루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이 쌓인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 만으로 이미 기진맥진한데 게임을 언제 할 수 있을까요. 종종 게임 회사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하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볼 것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이런 요구에 합당한 시간을 함께 부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게임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업무시간 동안에 게임 하는 모습을 납득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회사가 아닌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그러면서도 게임에 대한 많은 경험과 높은 이해도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를 하곤 합니다.

다른 한 가지 의미는 게임을 잘 못할 수도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 업계의 태동기에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정말 즐기는 사람들이 아무런 체계 없이 업계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여기에는 스스로가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게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도 있고 또 소프트웨어 개발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하다가 게임 만드는 일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처음 생긴 업계에는 지금은 상상하기 쉽지 않을 정도의 천재들이 여러 사람이 할 일을 해 내기도 하고 더 적은 사람들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전설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업계가 커지고 성숙해지며 이런 사람들 만으로는 업계 전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업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 하나하나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작지 않은 기여를 하지만 이들 하나하나가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즐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 게임 업계에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회사에서 업무로써 하는 게임과 업무가 아닌 게임이 구분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기도 하며 이는 산업이 확장되고 성숙해 감에 따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런 기반 위에서 한 던전디자이너가 던전에서 평타만 사용하다가 눕기를 반복하는 장면을 보고 이걸 욕해서는 안됩니다. 이 영상에는 복잡한 권력의 역학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 먼저 이 영상에 출연하기 위해 끌려 나온 사람은 아마도 개발팀 전체에서 그리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닐 겁니다. 게임은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되었고 이전에 만들어본 적 없는 장르에 기반해 개발한 데다가 전작에서 했던 것처럼 시즌 단위의 운영을 하고는 싶은데 시즌이 동작하는데 필요한 메커닉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양을 비슷하게 흉내 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첫 시즌은 이미 성공적이지 않은 모양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고 한화로 약 8만원을 내면 누구든지 제작사와 제작사 구성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을 권한을 획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개발팀의 일원으로 영상에 출연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 상황에서 영상에 나왔다면 높은 확률로 본인 스스로의 의지가 아닐 거라고 예상합니다.

또 한국의 MMO 개발팀의 일부 사례 기준으로 개발팀 전체에서 지위가 가장 낮은 사람들이 바로 게임디자이너들인데 종종 디렉터급 스탭이 인터뷰에 나와 영화감독 흉내를 내며 게임 전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좌우하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런 개발팀은 없거나 거의 없습니다. 실상은 자기 스스로는 완결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게임디자이너의 물리적인 한계, 그리고 아직 게임이 없는 상태에서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 게임이 없는 상황에서 설계만 보고 아무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나머지 스탭들에 의해 게임디자이너들은 항상 가장 낮은 지위로 개발에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임디자이너 중에서도 기술적인 이해도가 낮거나 게임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아직 익히지 못했거나 다른 부서와 협업할 일이 적으면 적을 수록 개발팀 전체에서 약간 고립된 상태가 되어 그렇잖아도 지위가 낮은 게임디자이너들 중 더 낮은 지위에 마무르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는데 이 위치에 자주 나타나는 분들이 바로 레벨디자이너입니다.

종종 슈터 장르에서 레벨디자이너는 적극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창조해 내는 역할로 그려지지만 MMO 장르에서 레벨디자인은 뚜렷한 의미를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전투는 레벨의 생김새와 별 관계 없이 진행되며 보스 전투처럼 특별한 경험을 주는 전투는 주로 보스 전투 메커닉을 담당하는 다른 부서에 의해 레벨디자인이 함께 진행되곤 하기 때문에 레벨디자인은 종종 그저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시스템과 메커닉을 짜맞춰 던전 모양을 만들고 몬스터를 배치하는 약간 기계적인 역할에 머무르곤 합니다. 게임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는 중요한 영상에 던전 디자이너가 나온 모습을 보고 이 영상이 언처티드 시리즈 처럼 각 스테이지의 레벨디자이너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다음 그 사람을 인터뷰하는 종류의 영상이 아니라 개발팀 전체에서 아무도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영상에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내비칠 수밖에 없는 종류의 영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에서 잠깐 개발자는 두 가지 의미로 게임을 못 한다고 설명했는데 어쩌면 이 사람은 불행하게도 평소에 본인이 플레이 하던 방식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발팀에서 플레이를 가장 잘 하는 사람들은 전투 메커닉을 디자인 하는 사람들입니다. 스탭롤을 살펴보면 각 클래스마다 담당자 한 명의 이름이 대응되어 있는데 이들이 클래스의 전투를 설계하고 전투를 낱낱의 스킬로 정의하고 스킬에 필요한 기능과 에셋을 요청한 다음 이들을 조립해 몬스터와 싸우며 원하는 플레이가 만들어질 때까지 이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개발 시작부터 끝까지 전투를 반복하는 사람들로 전투에 가장 익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담당한 클래스로 폭을 좁혀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자신이 만든 클래스에 한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숙련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스탭들은 그런 숙련도를 갖추기 어려운데 가령 던전에 몬스터를 배치하던 사람이 야만용사를 설계한 사람에 비해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개발팀에서는 대부분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업무를 수행합니다.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컴퓨터를 가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생산성을 내게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자연스럽게 게임 역시 이 입력장치에 기반해 개발되곤 합니다. 그런데 영상에서는 게임패드를 가지고 플레이 하는데 던전에서 평타만 때리다가 죽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혹시 이 스탭은 게임패드를 별로 다뤄본 적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봤습니다. 평소에 플레이 테스트를 할 때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해 왔지만 인터뷰를 하기에는 모양이 썩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 하는 사람 얼굴 전체가 모니터에 의해 가려져 예쁜 영상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게임패드를 사용하면 모니터와 말하는 사람 사이에 거리를 더 둘 수 있어 더 예쁜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앞에서 개발자는 두 가지 이유로 게임을 못 한다고 했지만 아무리 게임을 못 해도, 게임을 안 해도 평타 말고 더 강력한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눕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어쩌면 예쁜 그림을 만들기 위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입력 도구를 사용해 플레이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처음에 이야기했던 탑 기어와 스티그 이야기에서 다른 행동을 하며 그와 동시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낼 수 있는 특징은 그 자체가 대단한 재능이며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프리젠터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만약 영상을 만든 사람이 생각한 예쁜 그림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한 사람에게, 또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하며 한 사람이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자연스럽게 수행하려면 이를 연습하거나 행동 각각을 따로 촬영해 편집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상에서 출연자는 정말로 말하며 게임을 플레이 하고 게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며 익숙하게 조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장면으로부터 드는 느낌은 예쁜 영상을 만들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출연자에게 극히 드문 재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영상에 그대로 드러나 버렸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생각은 틀렸고 정말로 출연자는 게임에 관심이 없고 게임에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체로 시키는 대로 던전을 조립하는 역할만 했을 수도 있습니다. 영상을 보고 출연자와 개발팀을 물어 뜯는 분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 잘못한 사람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 바로 그런 모양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그렇게 누구 한 명, 어떤 사람들의 집단 하나의 잘못으로 잘못된 결과가 발생하고 그 원인을 쉽게 지목할 수 있는 사건이 얼마나 되던가요. 아마도 없거나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누구 한 명의 잘못으로 전체 결과가 망가지지도 않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는 그 결과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의 잘못입니다. 물론 그들 중 좀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그 권한의 제곱에 비례하는 잘못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선에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할 시간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로 그저 컨텐츠를 조립하는데 집중하던 사람이 모든 잘못을 한 결과 실망스러운 게임이 나온 것만은 확실히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한 가지 행동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가운데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이게 가능한 사람들을 우리는 TV 프리젠터라고 합니다. 과거 탑 기어 제작자 중 한 명이자 출연자 중 한 명인 제레미 클락슨 같은 사람이 이런 사례입니다. 그런 사람을 또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예 운전에만 집중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스티그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이 캐릭터야말로 방금 말한 그 재능이 얼마나 드문지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개발자들은 두 가지 의미로 게임을 못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실제로 그 장르를 좋아하거나 장르에 정통하지 않아서 게임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팀 구성원은 모두가 평등하지 않으며 권력 관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부서나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이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야만 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앞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게임을 몰라도 개발팀에 소속된 사람이 평타 말고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어쩌면 평소에 익숙하게 다루던 입력장치가 아닌 게임패드로 게임을 플레이 하기를 요구 받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혹은 한 부서에 모든 분노를 집중시키면 생각하기도 편하고 욕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현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며 영상을 보고 출연자 개인이나 개발팀을 욕하는 자세는 쉽기는 하지만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번 주에도 다섯 가지 다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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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피해 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한 코로나에 다른 분들에 비해 몇 년 늦게 걸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증상이 주로 고열로 나타나 짧은 기간 동안 힘들었는데 다행히도 널리 알려진 후유증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 온 바이러스는 여러 사람의 몸을 거치며 좀 약한 모양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날 태스크를 만들어 그 동안 약 먹고 체온 재는 상황을 기록한 태스크는 이제 마지막으로 자가검진키트를 사용해 바이러스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서브태스크 하나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전송한 다음 면봉을 콧 속 깊이 집어넣었다 뺀 다음 결과를 확인해보고 태스크 전체를 마무리할지 결정할 작정입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또 바이러스에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