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들 게임에 부동산을 넣는데 실패했을까

분명 오래된 게임에서는 하우징 기능이 더 잘 작동했던 것 같은데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의 기술력이 더 나았기 때문일까요?

왜 모두들 게임에 부동산을 넣는데 실패했을까

이번 직장에서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게임 사례를 들기 위해 게임 이름을 말할 때 아주 주의 깊게 게임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특정 연령 집단과 이야기한다면 제한 없이 제가 알고 있는 아무 게임 이름이나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가령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 상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인카운터에 대한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에버퀘스트를 끄집어내기도 합니다. 에버퀘스트에서 필드에서 만난 다른 플레이어는 반가움 그 자체였는데 일단 필드에서 플레이어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현대와는 달리 필드 몬스터들은 아주 강하고 인정 사정 없이 별 생각 없이 혼자 모험을 시작한 플레이어들에게 지독한 절망을 안겨줍니다. 이 게임의 필드는 반드시 서로 가까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함께 플레이하기를 강제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게임 경험이 아주 고통스러워집니다. 이런 게임의 강제에 순응하기로 마음 먹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력하기 시작하면 게임은 고객들에게 아주 강렬한 경험을 주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도 이 게임에서 겪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장해서 이야기 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어떤 연령 집단과 이야기할 때는 사례를 위한 게임을 선택하는데 훨씬 신중해야만 합니다. 한때 사람들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보고 퀘스트 기반의 진행과 서로 시작 지점이 완전히 다른 종족, 강력한 설정에 기반한 깊은 스토리 따위를 대단하다고 여겼지만 비슷한 경험은 이전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처음 마주했을 뿐입니다. 시간이 흘러 로스트아크가 나타나자 새로운 고객들은 로스트아크로부터 과거 사람들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통해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 자신들의 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장해서 이야기하게 만드는 경지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시간대에 따라 서로 비슷한 경험을 한 매체가 달라짐에 따라 여러 연령 집단이 모여 있을 때 게임을 잘못 선택하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에 모바일 리니지 라이크 장르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필드에서 마주친 다른 플레이어는 그저 짜증나는 방해자 이상으로 인식되지 않는데 자리 잡고 자동사냥 돌리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디아블로 4 필드에서 마주치는 다른 플레이어 역시 지금 퀘스트로 잡으러 가는 필드 보스를 먼저 털어버려 한동안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멍하니 기다리도록 만들어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필드에서 마주친 다른 플레이어가 반가워지는 사례로 에버퀘스트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한편 여러 MMO 게임들은 게임에 부동산 개념을 넣으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 왔습니다. 삼평동에서 현금을 세는 단위인 ‘개리엇’을 만들어낸 리처드 개리엇은 초창기 MMO 게임 울티마 온라인에서 빈 땅에 지형이 적절하다면 인벤토리에 있는 건물 블루프린트를 바닥에 내려놓아 건물을 만들고 건물이 차지하는 영역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마당이 있는 개방된 모양부터 커다란 성도 있고 또 자폐 건축이라는 오명을 받곤 하는 운중동에 있는 네 면이 모두 벽으로 막힌 모양도 있습니다. 이들을 입수해 인벤토리에 넣어 다니다가 적당한 넓이의 빈 땅을 발견하면 인벤토리에서 건물을 내려놓아 퍼시스턴트 월드에 건물을 세운 다음 그 안에 여러 가구와 아이템을 내려 놓을 수 있습니다. 특히 건물이 차지하는 영역은 건물 주인이 통제하기 때문에 마당이 있는 개방된 형태의 건물이라 하더라도 건물 영역 안에 내려 놓은 아이템은 다른 사람이 건드릴 수 없어 건물은 게임 상에서 플레이어의 본거지 역할을 하는 동시에 거의 제한이 없는 인벤토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이런 퍼시스턴트 월드 일부를 플레이어가 단독으로 통제하는 메커닉이 큰 부작용 없이 동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 서버 당 플레이어 수에 비해 월드가 충분히 넓었고 또 건물 아이템 가격이 매우 높은 기간이 꽤 길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곳곳에 플레이어 수에 비해 충분히 넓은 필드가 있었기에 게임을 쉴 새 없이 플레이 한 끝에 큰 재산을 모은 사람들은 건물을 구입하고 이 건물을 내려 놓을 땅을 찾으러 온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기왕이면 길에서 가까운 곳이면 좋겠지만 그런 좋은 입지 주변 빈 땅에는 이미 집들이 들어서 있어 좀 더 멀리 떨어진 깊은 숲 속을 뒤진 끝에 빈 땅을 발견해 건물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가방과 가축을 통해 힘들게 들고 다니던 아이템을 집안 곳곳에 내려놓고 가구를 놓고 정리한 끝에 세계에 터를 잡고 좀 더 세계에 정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일단 게임에 부동산을 가지고 나면 그렇잖아도 이 집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 노숙을 불사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며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끝없이 물건을 안전하게 내려 놓을 수 있는 거처를 유지하고 이 안에 더 많은 물건을 내려 놓을 수 있도록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됩니다. 초창기에 건물 아이템은 엄청나게 비쌌기 때문에 모두가 이를 구입하기 어려워 우리들 중 누구 한 명이 건물을 구입하면 모두가 건물 열쇠를 나눠 가지고 함께 플레이 하곤 했는데 이 경험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대에 퍼시스턴트 월드에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이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장해 말하기에 이르렀는데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MMO 게임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우리들이 만들기 시작한 MMO 게임은 이전에 경험한 퍼시스턴트 월드에 부동산을 가질 수 있었던 게임과 여러모로 달랐습니다. 일단 충분히 넓은 세계를 만들기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어려웠습니다. 특히 게임이 2D에서 3D로 옮겨 오면서 레벨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원이 필요했는데 초창기에는 그저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숲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지만 3D 환경에서 수많은 나무를 표현하는 일은 굉장히 비쌉니다. 또 세계를 만드는 배경 디자이너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항상 신규 레벨을 발주하고 이를 완성해 처음으로 게임 상에서 뛰어 다닐 수 있게 되는데까지 항상 3개월이 걸렸는데 이 기간과 비용은 게임이 처음으로 출시될 때 갖출 최소한의 레벨을 제작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만든 세계는 이전에 경험했던 세계에 비해 압도적으로 좁았고 또 세계에 상호작용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MMO 게임을 만들려 할 때 이미 알려진 같은 장르 게임들에서 가능한 상호작용은 오직 몬스터와 다른 플레이어가 전부여서 우리들도 일단 이 정도 수준의 상호작용만을 염두하고 개발합니다. 상호작용 가능한 대상이 몬스터와 다른 플레이어로 한정되면서 게임 메커닉은 이 상호작용에 집중해 성장 위주로 만들어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와 상호작용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게임 내에서 상호작용 가능한 대상이 이전에 비해 훨씬 제한된 형태로 게임을 만들고 보니 이번에는 게임 상에 인플레이션이 너무 빨리 찾아오는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 세계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게임 속 가상 세계는 경제적으로 외부에 닫혀 있어 그 안에서 생산된 자산이 빠르게 쌓이는데 이 때 이 자산을 소모할 메커닉을 제공하지 않으면 게임 상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낮아져 게임을 새로 시작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거의 진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릅니다. 가령 처음 만들던 게임은 게임 상에서 플레이어 개개인이 직접 아이템과 재화를 교환하는 상점을 열 수 있었는데 마을 광장에 여러 사람이 상점을 연 채 가만 앉아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고 정말 가상 세계가 살아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게임 내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 이 효과가 즉시 게임 전체에 퍼지게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만들어 파는 포션이 처음에는 1골드였다면 나중에는 10골드에 팔리기도 합니다. 물론 인게임 상점으로부터 인플레이션 독립적으로 아이템을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여기서 판매하는 아이템은 초급 아이템 뿐이었고 아이템 수준이 올라가면 이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게임 내 자산이 늘어나며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나중에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들은 좀처럼 상위 컨텐츠에 진입할 수가 없게 됩니다. 당시 경제시스템을 너무 순진하게 설계한 우리들의 잘못이 근본적이지만 그 이전에 세계에서 발생한 자산을 한 번에 엄청나게 빨아들이는 부동산 시스템이나 부동산을 지탱할 만큼 충분히 넓은 세계 같은 완충장치 없이 오직 몬스터,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만 상호작용이 허용된 세계에서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예정된 결과입니다.

여러 게임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방법을 고민했는데 이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 설계하는 사람들을 귀찮게 만드는 용어 ‘하수구’가 이 즈음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몬스터를 사냥함에 따라 이들이 드랍하는 아이템을 상점에 팔면 게임에 재화가 만들어지는데 이 재화를 사용할 마땅한 용도를 만들지 못하면 이들이 계속해서 쌓이며 이는 앞에서 설명한 개인 간 거래 시스템을 통해 게임 전체에 쉽게 퍼집니다. 이 때 까지는 개인 간 거래를 통제할 당시로는 급진적인 개념을 생각해내지 못한 채 게임 곳곳에서 작은 행동이라도 할라 치면 계속해서 재화를 조금씩 소모하게 만들어 가상 세계에 재화가 너무 많이 쌓이지 않도록 하곤 했습니다. 장비는 내구도가 하락함에 따라 주기적으로 마을에 돌아와 대장간에서 수리해야 했고 이 때마다 대장장이에게 수리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또 장비를 강화할 때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동시에 종종 강화에 실패하며 장비를 없애버리거나 고객들에게 좀 더 관대한 경우에는 내구도 최대치를 영구적으로 낮춰 장비의 가치를 비가역적으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조삼모사에 가깝지만 이렇게 영구적으로 망가진 장비를 다시 복구하는데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고 또 먼 거리를 순간 이동 할 때 비용을 요구했는데 이런 하수구 메커닉에 집중한 끝에 몇몇 게임은 거의 가상 세계에서 숨만 쉬어도 재화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릅니다.

몬테크리스토백작 결말에서 애드몽 당테스는 당글라르의 엄청난 재산을 모두 소모 시키지만 가상 세서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게임에서 숨만 쉴라 쳐도 재화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고객들을 열 받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 정도 자잘하게 받는 돈 만으로는 좋은 하수구 역할을 하지도 못합니다. 일단 고객들은 실제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상 세계에서도 재산을 축적하고 싶어합니다. 게임의 핵심이 몬스터,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상호작용 하는 것이더라도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또 실제 세계와 마찬가지로 돈은 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데 이는 마치 스크루지 영감이 돈탑을 만들어 놓는 이유와도 비슷합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 그 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마음의 안정을 주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상 세계에서 숨만 쉴래도 돈을 내야 하는 소위 하수구로 가득한 게임 규칙은 당글라르가 며칠만에 완전히 늙어 버리도록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상에서 도전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데 간단히 실패한 행동 하나하나에 돈을 내야만 하기 때문이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몬스터들과 어쩌면 필요 없었을 지루한 상호작용이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때 매월 이용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게임이었다면 이런 규칙이라도 어느 정도 동작했을른지도 모르지만 현대에는 로그아웃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면 그만이라 전혀 동작하지 않습니다.

가상 세계에 큰 자산을 구축했더라도 이를 직접 자랑하기는 쉽지 않은데 인벤토리 스크린샷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릴 수도 있겠지만 뭔가 졸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영리한 게임들은 초반부터 상점에 너무 비싸 혹시 개발자들이 가격 설정에 실수한 것이 아닐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비싼 물건을 진열해 놓았습니다. 이들은 고객들이 편안히 구입해서 가지고 놀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상점에 들를 때마다 의도하지 않게 일종의 목표로 동작해 저 정도 돈을 모아 저 아이템을 살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돈을 모으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 부동산 메커닉을 원활하게 동작 시키던 게임은 건물 아이템을 아주 비싼 가격에 팔았을 뿐 아니라 성 아이템은 더더욱 어처구니 없는 가격에 팔았습니다. 그래서 게임 상에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게임에 어지간히 시간을 쏟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게임은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의미 있는 탈것을 아주 높은 가격에 판매했는데 결국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이 탈것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지만 초반에는 도무지 그 정도 돈을 모을 수 없을 것 같아 그 탈것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고 나중에 스스로 그 목표를 달성할 때 큰 성취감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큰 재화를 한번에 제거하고 고객에게 깊은 성취감을 주며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고 매번 다음 목표로 설정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게임 상에서 재화를 제거하는데 심지어 고객이 스스로 원해서 구입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과거 게임 상의 부동산으로부터 즐거운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같은 장르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자 여러 차례에 걸쳐 게임 상에 의미 있는 부동산 메커닉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성공이란 우리들이 쉽게 하우징이라고 부르곤 하는 시스템이 게임 상에서 동작하며 게임 상에서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목표와 경험을 주고 나아가 고객들이 이를 통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장해 이야기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어지간한 게임들은 이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유사한 메커닉을 설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들 역시 결국 만들기는 만들었지만 고객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채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낭비한 채 사장 되는 결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부동산 규칙은 왜 잘 동작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규칙이 왜 잘 동작하지 않았는지 앞에서 이어 좀 더 생각해보고 부동산 규칙이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에서 동작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 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과거에 부동산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플레이어들을 받쳐 줄 충분히 넓은 세계에서 동작합니다. 이 시대에는 애초에 퍼시스턴트와 인스턴스 구분조차 없이 가상 세계의 모든 공간이 퍼시스턴트여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했지만 플레이어 수에 비해 세계가 충분히 넓어 게임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 적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게임 상에 부동산을 좀 점유한다 하더라도 가상 세계 전체가 이들을 받쳐 줄 수 있었습니다. 꽤 나중에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라도 게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면 건물 아이템을 구입해 좀 외딴 곳이긴 하지만 작은 집 하나 내려 놓을 공간을 찾을 수 있었고 게임을 플레이 하다가 빈 땅을 지나치면 나중에 저 땅에 건물을 내려 놓을 생각을 하고 이 계획을 목표 삼아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현대에는 레벨 제작 비용이 매우 높아 넓은 세계를 만들기 어려운데 일단 3D 기반에서 그럴듯한 레벨을 제작하는데 비용이 높고 현대에는 그럴듯한 레벨을 제작하는데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물은 흐르지 않고 나뭇가지는 흔들거리지도 않으며 땅 위에 그림자를 만들지도 않았지만 현대에는 이 모든 것들이 움직이고 플레이어와 상호작용 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레벨 제작 비용이 높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 수에 맞는 충분히 넓은 세계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게임 플레이 방식이 과거에 비해 훨씬 직선 모양으로 바뀌어 이 플레이 구간의 레벨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함부로 반영구적으로 점유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과거의 몇몇 게임이 완전히 퀘스트에 의해 초중반까지 플레이어의 주요 행동과 목표를 완전히 통제하자 어지간히 복잡한 MMO 게임이라도 과거에 비해 이탈하는 고객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그 댓가로 고객은 모두가 똑같은 초중반 경험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은 초중반 퀘스트를 수행하는 퍼시스턴트 월드를 바꿀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퍼시스턴트 월드에 어떤 변화가 생긴다면 초중반 퀘스트가 영향을 받아 고장 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오직 퀘스트에 이끌려 게임을 플레이 하도록 훈련된 고객들이 게임 상에서 완전히 길을 잃도록 만들게 됩니다. 또 한번 점유 된 부동산이 언제까지 점유되도록 할 지 규칙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실제 세계에서는 같은 장소를 그 장소의 소유자가 있다는 사실을 점유자와 소유자 양측 모두가 모른 체 20년이 지나면 장소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20년은 업계 전체가 나타났다 사라지기에도 충분한 긴 시간입니다. 과거에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집이 천천히 부서지다가 2주가 지나면 한번에 집이 부서지고 그 안에 있던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 제한이 사라져 아무나 가져갈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 시대에는 매월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 결제해야 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다면 요금을 지불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앞으로도 게임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전에 경험했던 한 MMO 게임은 퍼시스턴트 월드에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세계 전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부동산이 낡아 사라지도록 한 다음 물건이 낡는 시간을 꽤 빠르게 설정했는데 고객들은 퍼시스턴트 월드에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경험할 수 있는 재미보다는 이들이 빠르게 낡아 사라질 때 느끼는 상실감에 큰 반감을 가진 것 같습니다. 또 이 게임의 충분히 넓지 않은 세계는 많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부동산이 빠르게 사라져 가도록 만들었고 또 여러 플레이어들이 주요 퀘스트 이동 경로 상에 부동산을 제한 없이 소유함으로써 앞에서 소개한 퀘스트를 고장 내는 지경에 이릅니다. 결국 이 규칙은 부동산을 소유한 플레이어들과 소유하지 못한 플레이어들 양쪽 모두에게 자기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부동산을 소유한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극도로 적극적으로 플레이 하지 않는 이상 퍼시스턴트 월드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빠르게 낡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고 그보다 덜 플레이 하는 고객들은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게임 상에 구축했던 부동산이 모두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한 허탈한 상황을 맞이합니다. 또 부동산을 아예 소유하지 못한 고객들은 퀘스트 수행이나 자원 획득을 위해 다른 플레이어들이 제한 없이 점유한 부동산의 담장을 피해 멀리 돌아가야만 했고 이는 어떻게 생각해도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을 겁니다. 현대 MMO 게임에 부동산 개념을 도입하려면 이런 이미 잘 알려진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 부동산 점유 플레이가 게임 고객들에게 얼마나 가 닿을 만한 요소인지 고려해야 합니다. 가령 지난 몇 년에 걸쳐 시장을 평정한 바 있는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의 주 고객은 개인적으로 살인마라고 부르며 분류하는 고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게임 상에서 항상 다른 사람을 죽이는데 열중하지는 않으며 그런 행동이 항상 이익을 가져오지도 않지만 게임은 살인을 허용하고 이런 환경에서 플레이어들 각각은 자기 자리에서 가능한 한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최대한 효율적인 플레이를 통해 성장하는 플레이를 즐기고 이 과정을 방해하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살해하는 행동이 별로 이상하지 않습니다. 필드는 언제 어느 때 돌아다녀도 여러 플레이어들이 자동 사냥을 돌려 놓고 경험치 한 방울이라도 더 쥐어 짜기 위해 노력하고 보상 시스템 역시 이런 행동을 유발하도록 특정 몬스터에서 예상 가능한 보상을 드랍함과 동시에 세계 전체에서 사냥하더라도 낮은 확률로 예상하지 않은 보상을 드랍하도록 만들어 경험치를 쥐어 짜는 플레이가 더 의미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을 점유하고 소위 생활컨텐츠로 분류된 행동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고객들이 이런 컨텐츠에 잘 반응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게임의 지향에 따라 서로 다른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며 부동산과 생활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기능을 개발하는데 높은 비용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게임 상의 모든 행동이 성장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살인마 고객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면서 부동산과 생활 역시 성장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지 못하게 됩니다. 강한 경쟁 속에서 게임 상의 거의 모든 메커닉은 많든 적든 성장에 영향을 끼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가령 게임 상의 여러 장소를 방문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고 한 지역의 모든 장소를 방문하면 성장 재료를 보상으로 주는 식입니다. 여러 장소를 방문하는 행동은 전통의 MMO 게임 관점에서 그 경험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행동이지만 강한 경쟁을 유발하는 게임에서 이런 요소는 살인마 타입 고객들을 짜증 나게 만듭니다. 성장에 영향을 주지도 않으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객들을 위해서는 게임의 모든 행동이 강박적으로 성장에 영향을 주도록 설계하게 되며 왜 룩템을 PvP 보상에만 넣나요?에 설명한 설인마 타입이 아닌 고객들 입장에서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에 부동산이나 생활 플레이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면 생활 플레이 역시 성장에 영향을 줘 궁극적으로 살인마 타입 고객들을 짜증 나지 않게 만드는데 집중하게 만들어 경험 자체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만들 수 없게 됩니다.

프로젝트에서 부동산이나 생활 컨텐츠가 얼마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지 역시 부동산 기능 개발에 실패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여러 MMO 게임은 소위 전투라고들 부르는 코어 메커닉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몬스터와 전투하게 만들며 퀘스트에 의한 초중반 플레이 가이드, 그리고 성장을 통한 목표 부여에 집중하곤 합니다. 이미 여기 까지 개발하는데 프로젝트 자원 대부분을 사용하는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지금까지 개발해 온, 그리고 앞으로 개발해 갈 기능과 별 관계 없어 보이는 부동산이나 생활 컨텐츠를 개발하겠다고 하면 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무한히 우선순위가 낮아져 결국 의미 있는 기능 개발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여러 MMO 게임이 출시 전에 이런 기능을 넣으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출시한 다음 긴 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소극적인 부동산 점유 기능을 아주 조심스럽게 넣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라이브를 시작해 버렸기 때문에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라이브를 시작해 코어 메커닉이 어느 정도 고정되어 개발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 상태가 되기 전에는 부동산이나 생활 기능을 개발할 자원을 아예 확보할 수 없어 여러 게임이 생활 기능을 염두했다가도 출시할 때는 이런 기능 없이 출시하고 결국 서비스를 마무리할 때까지 관련 기능이 없는 채 끝나기도 합니다.

왜 모두들 게임에 부동산을 넣는데 실패했을까요. 일단 과거에 비해 퍼시스턴트 월드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이 높기 때문인데 이를 돌파할 방법을 고안하지 않는 이상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퍼시스턴트 월드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의 유지 기간을 영구적으로 할 수 없는데 항상성을 공격적으로 유지하려 하면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의 원활한 플레이를 보장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을 보유한 플레이어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하며 이들 사이의 적당한 선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성장에 영향을 줘야 하는 살인마 스타일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집중하다 보면 부동산 기능 역시 성장 요소로써 뒤틀린 모양이 될 수 있고 살인마 고객들은 이런 플레이를 썩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내에서 이 기능들에 적극적으로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면 우선순위에 밀려 영원히 개발할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