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가 고민할 차례입니다

한때 자기파괴적인 게임이라 평가하며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게임을 계승하며 그들이 남긴 고민도 함께 계승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고통 받을 차례입니다.

이제 제가 고민할 차례입니다

어쩌다 보니 경력의 거의 대부분이 다른 게임의 후속작입니다. 현대에는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이전에 공개한 적이 있어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이 여러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걸쳐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영화나 드라마의 리메이크하고 오래된 곡을 다시 편곡해 다른 가수가 부르기도 합니다. 게임 역시 영화, 드라마, 웹툰 같은 매체를 빌려와 개발되기도 할 뿐 아니라 이전에 이미 고객들에게 알려진 게임을 리메이크 하기도 하고 아이피를 활용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에 존재하는 게임의 후속작을 만드는 일은 전작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그 사이에 변화한 세계의 눈높이에도 대응해야 하는 난처한 일이기는 하지만 항상 이 모든 결과를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대단합니다.

이미 공개된 적 있는 게임의 후속작은 방금 소개한 두 가지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먼저 전작을 플레이 했던 고객들이 그 게임 프랜차이즈 신작에 대한 기대입니다. 인생에 일부를 투자해 전작으로부터 경험을 획득한 고객들은 게임을 그만 두고 시간이 흐르며 기억이 조금씩 흐려져 실제로 경험한 것 보다 더 나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경험 미화를 경계하기에서 비슷한 경향을 설명한 적 있는데 과거에는 분명 다른 사람들과 대장간 앞에 놓인 용광로를 사용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부대끼던 기억, 배가 고프면 제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대담하기 짝이 없는 제한, 단검 하나 들고 맞서 싸웠던 거대한 드래곤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144프레임으로 재생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과거 경험을 미화하지만 정작 과거에 경험했던 바로 그 게임을 다시 시도해 보면 현대 기준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인터페이스, 지독하게 불편한 시스템, 게임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컨텐츠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과거에 온 신경을 집중해 대항했던 거대한 드래곤은 대강 구글 이미지 검색에 아무 검색어나 넣으면 얻을 수 있는 실뱀장어 그림보다도 못해 고작 이런 것에 인생의 일부를 바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절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