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가 고민할 차례입니다
한때 자기파괴적인 게임이라 평가하며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게임을 계승하며 그들이 남긴 고민도 함께 계승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고통 받을 차례입니다.
![이제 제가 고민할 차례입니다](/content/images/size/w1200/2024/03/OIG2-4.jpg)
어쩌다 보니 경력의 거의 대부분이 다른 게임의 후속작입니다. 현대에는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이전에 공개한 적이 있어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이 여러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걸쳐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영화나 드라마의 리메이크하고 오래된 곡을 다시 편곡해 다른 가수가 부르기도 합니다. 게임 역시 영화, 드라마, 웹툰 같은 매체를 빌려와 개발되기도 할 뿐 아니라 이전에 이미 고객들에게 알려진 게임을 리메이크 하기도 하고 아이피를 활용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에 존재하는 게임의 후속작을 만드는 일은 전작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그 사이에 변화한 세계의 눈높이에도 대응해야 하는 난처한 일이기는 하지만 항상 이 모든 결과를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대단합니다.
이미 공개된 적 있는 게임의 후속작은 방금 소개한 두 가지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먼저 전작을 플레이 했던 고객들이 그 게임 프랜차이즈 신작에 대한 기대입니다. 인생에 일부를 투자해 전작으로부터 경험을 획득한 고객들은 게임을 그만 두고 시간이 흐르며 기억이 조금씩 흐려져 실제로 경험한 것 보다 더 나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경험 미화를 경계하기에서 비슷한 경향을 설명한 적 있는데 과거에는 분명 다른 사람들과 대장간 앞에 놓인 용광로를 사용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부대끼던 기억, 배가 고프면 제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대담하기 짝이 없는 제한, 단검 하나 들고 맞서 싸웠던 거대한 드래곤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144프레임으로 재생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과거 경험을 미화하지만 정작 과거에 경험했던 바로 그 게임을 다시 시도해 보면 현대 기준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인터페이스, 지독하게 불편한 시스템, 게임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컨텐츠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과거에 온 신경을 집중해 대항했던 거대한 드래곤은 대강 구글 이미지 검색에 아무 검색어나 넣으면 얻을 수 있는 실뱀장어 그림보다도 못해 고작 이런 것에 인생의 일부를 바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절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