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영진은 항상 이상한 소리를 할까
경영진이 직원들 앞에서 자주 직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우리들의 경영진은 실리콘밸리 탑 클래스 회사들의 경영진처럼 잘 말하지 못할까요?

회사 규모가 커지면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생각, 경영 철학, 회사가 나아갈 방향 따위를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진 채 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프로젝트 구성원인 우리들이 다양한 직군, 다양한 경험, 다양한 위계로 구성된 여러 사람들에게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며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와 노력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 유명한 회사 대표들은 종종 직원들을 커다란 강당에 모아 놓고 멋진 연설을 한 다음 직원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져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고들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부서 간에 서로 내부 총질을 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일할 의욕을 잃게 만들며 회사를 암흑기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받는 스티브 발머조차 사람들일 강당에 모아 놓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이상한 구호를 외칩니다. 물론 그런 평가와 회사가 마주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발머가 엑스박스 360에 발생한 죽음의 레드링 사건에 정면으로 맞서며 커다란 손해를 감수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끝까지 실행한 모습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어느 정도 큰 회사를 경영하는 분들은 이런 모습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도 같습니다. 한때 구글의 공동 대표들 역시 일정 기간마다 직원들을 넓은 강당에 모아 놓고 이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주고 받으며 회사의 현황, 주요 사건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계획 따위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말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런 행동들이 한때 구글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빠른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라고 해석되곤 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예측 불가능한 여러 질문에 대한 생각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말하며 그 무게를 짊어지는 모습들이 대단하고 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런 시도들은 과연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을까요? 이미 마음속에 생각한 짧은 대답을 먼저 타이핑 해 버리기 전에 이전에 경험한 몇몇 사례, 그리고 전해 들은 사례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며 그 각각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큰 회사는 삼성동에 여러 건물에 걸쳐 나뉘어 있었는데 대략 반기마다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회사의 현황, 비전 따위를 설명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미 여러 오피스 빌딩에 여러 층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수가 많았고 본사 건물에 있는 가장 큰 강당이라도 우리들 모두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지는 않았습니다. 또 우리들 모두가 한 장소에 모이는 것은 안전 상으로도 그리 좋은 계획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우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사장님의 말씀을 지켜 보기로 합니다. 사장님은 회사 본사 건물에 있는 가장 큰 강당에서 말씀하시기로 했지만 사실 우리들 중 누구도 굳이 본사 건물까지 걸어 가 불편한 강당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과연 누가 거기 가야 할 것인지 잠깐 고민했지만 회사에서는 대략 ‘실장급 이상’은 반드시 강당에 출석하도록 하면서 우리들의 고민을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본사 건물로 떠나는 보스에게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시라고 말한 다음 우리들은 한쪽 모니터에는 사장님이 곧 말씀하실 영상을, 다른 한쪽 모니터에는 하던 일을 계속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사장님의 모든 말씀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대략 우리들의 성과, 시장 상황, 이로 인한 위기를 항상 강조하셨던 것 같습니다. 위기 이야기는 이제 너무 많이 들어 마치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 코르티졸 생산량이 점차 줄어들어 어느새 코르티졸이 전혀 충분하지 않아 하루 종일 멀쩡한 정신으로 깨어나지 못한 채 몸과 마음 모두 완전히 타버린 소위 번아웃 된 사람들 마냥 위기라는 말에 일단 하품부터 하기 시작했고 창을 전환해 사장님의 말씀 대신 하던 일로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또 회사는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모니터, 그리고 내선 전화를 줄 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를 주지는 않아서 원한다면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모습을 볼 뿐 합법적으로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기도 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몇몇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숙여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북미의 멋진 사장님들처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질의응답을 받는 코너도 있었지만 아까 소개했든 그 자리에는 충분히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자기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정말 궁금한 질문을 사전 협의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질의응답을 할 사람과 그 내용이 조율 되어 있었고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사람들이 손을 들고 각자가 미리 준비해 온 질문을 말하고 또 사장님은 그에 대한 미리 준비해 온 답변을 말하는 모습은 이 모든 것이 미리 준비되었음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사장님의 말씀이 모두 끝나고 동영상 플레이어가 검정색으로 바뀌자 흡연자들이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 회사 건물 옆 골목으로 모여들어 담배를 피워 대기 시작했고 재미있게도 평소에는 담배연기를 싫어해 도통 따라 나오지 않던 사람들도 함께 나와 퀭한 눈을 하고 연기로 가득한 골목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사장님이 정확히 무슨 이야기들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대강 세계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야 하고 또 우리들은 지금 위기 상황이니 다들 열심히 해야 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관점에서 위기는 바로 그 사장님의 발표 자리 그 자체였는데 사장님은 처음부터 우리들의 질문을 받을 생각이 없었고 그저 멋진 강당에서 멋진 모습으로 멋진 말, 그러면서도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시각적으로 멋지게 할 계획으로 회사에 속한 모든 직원들의 최소 한 시간 씩을 사용하게 만들면서도 아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실은 회사의 위기 그 자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회사 옆 골목은 뭔가의 행정 착오로 그 일대에서 유일하게 흡연 가능했던 그 골목은 큰 사거리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담배를 피우러 원정을 오곤 했는데 나중에서야 그들이 회사 옆 골목을 ‘사우나’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날 우리는 사우나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우리들이 처한 위기가 회사 밖에 있는지 아니면 우리들의 머리 위 맨 마지막 층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만 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회사에서도 경영진들이 가끔 회사 카페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또 사람들의 질문을 듣고 대답하는 행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경영진 뿐 아니라 각 프로젝트 리더들이 나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또 어떻게 이를 해결해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코너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 경영진은 나름 소탈한 모습으로 생활한다고 알려져 있었고 평소에도 개발팀과 가까운 곳에서 일해 회사의 일선 직원들과 접점이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저 우리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며 그들이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고 해서 우리들이 더 잘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특히 높은 분들에게 방을 주는 이유는 그 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분을 방 안에 넣어 두고 그로부터 우리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데 이 분은 경영진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를 직원들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종종 말하며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대체로 그 자신은 모른 체 상처를 주기도 해 왔습니다. 경영진은 유려하게 회사의 위기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회사의 전략, 이를 실행한 최근의 경과 따위를 이야기했는데 위기라는 말은 이제 너무 많이 들어 식상했지만 사실 회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회사는 앞으로 각 프로젝트 제작비를 얼마 동안만 낼 수 있을 현금만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덕분에 퍼블리셔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퍼블리셔의 의지에 따라 이 인력을 모바일로 돌려 간신히 회사를 유지할 현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회사는 현금이 없어 정리해고를 단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불안해 하고 있었고 지난 사장님과는 달리 이 회사 사장님은 직원들과 미리 질문을 협의하지 않고 바로 질문을 받습니다. 직원들은 회사의 부족한 현금, 그에 비해서는 방만해 보이는 프로젝트 킥오프, 이로 인한 정리 해고 가능성 따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 질문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수퍼셀 이야기를 하며 그들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가 접었다를 밥먹듯이 하며 좋은 설계와 결과를 만들어내기 전에는 런칭하지 않으며 이 점이야말로 그들이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또 의미 있는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우리들도 실패가 거의 확실한 프로젝트를 억지로 끌고 나가는 대신 프로젝트를 더 잘 중단해 가며 더 나은 결과를 회사 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할 거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틀린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중 상당수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퍼셀은 프로젝트를 중단하더라도 한국의 여느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그 인력을 회사에 전환배치했지만 이 회사 뿐 아니라 게임 업계에서는 심지어 회사에 자리가 있어도 전환배치 대신 중단된 프로젝트의 인력을 그냥 내보냈습니다. 이는 전에 게임 업계의 고용 형태는 프로젝트 단위 계약직에 가깝습니다에 소개한 적 있는데 이미 얼마 전에도 다른 프로젝트가 드랍 되며 여러 사람들이 대기발령 부서로 전환되었고 회사는 이들을 재배치할 의지도 자리도 없어 결국 이들은 모두 해고된 참이었습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회사의 각 프로젝트를 수퍼셀이 하듯 공정한 평가에 의해 진행 또는 중단 여부를 판단해 회사의 피해를 최소화 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딱히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 결과 우리들은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회사를 옮겨 다니며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 내몰려야만 했기에 경영진이 바라보는 전략과 같은 전략을 보는 우리들의 생각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자신 역시 그 회사에서 카지노 라이크 - 1.5년 정리를 통해 소개한 과정을 거쳤는데 회사는 그래도 최소한의 재배치 의사가 있었지만 당시 회사 안에 있는 프로젝트들의 상태는 하나같이 엉망이었고 재배치 절차는 흥미롭게도 일단 전환배치 부서로 발령을 낸 다음 거기서 사내의 다른 프로젝트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다시 면접을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면접을 위해 휴가를 내고 준비하는 대신 그냥 대기발령 부서에서 게임 하며 놀다가 면접 일정이 되면 그냥 같은 층에 있는 회의실로 걸어가기만 하면 됐다는 점입니다. 회사 안에서 면접을 몇 번 봤는데 그 중 한 곳으로 옮기게 됐지만 앞서 말했듯 당시 회사 내 여러 프로젝트들의 상태는 꼴이 말이 아니었고 제가 잠시 옮겼던 프로젝트 역시 꼴이 말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런칭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어 제 미래를 고려해 회사를 떠날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장님 관점에서 이 과정 역시 그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다른 기회를 노리는 수퍼셀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또 다른 회사에서도 경영진이 강당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하는 행사를 한다는 공지를 봤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기대가 없어 이를 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뻔할 테니 그냥 일이나 계속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일정과 같은 시간에 예약 되어 있던 회의가 취소되며 마땅히 집중할 일이 없어졌고 뭐 굳이 피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경영진들이 무대에 올라와 이야기하는 그 영상을 보기로 결정합니다. 이번에도 앞서 소개한 사례와 비슷하게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회사 전체에서 일정 직책 이상을 맡고 있는 사람들과 미리 신청을 받은 직원들이 뒤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경영진의 발표는 기대 없이 봐도 형편 없었는데 우리들 스스로가 잘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진심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듯한 표현으로 우리들을 피식거리도록 만들었고 또 우리들 각각이 소속된 프로젝트들은 회사 입장에서 제품, 아이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꽤 아플 수 있는 현실을 경영진의 관점에서 여과 없이 이야기해 여러 주니어님들을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경영진은 우리들이 잘하고 있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말하고 있었지만 이는 다른 한 편으로 해석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부서들을 위축시킬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경영진의 발표 역시 우리들을 충분히 당황스럽게 만들었는데 해외의 개발팀을 이끌었다는 소개와 함께 말씀을 시작하신 이 분은 마치 퇴직을 앞둔 중학교 교감선생님처럼 학생들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명언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인생 철학이라며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세 개를 보여주면서 이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려 한다든지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명료하지 않은 언어로 마치 교감선생님 말씀 마냥 두서없이 설명했는데 우리들을 위한 어떤 시설을 만들 작정이라는 점은 흥미로웠지만 일단 언어에 전혀 자신이 없는 모습이었고 또 우리들이 비포괄임금제 기반으로 15분만 자리를 비우면 바로 업무가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고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우리들이 받고 있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여기 저기에 돈을 쓰는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음을 말하며 나름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았는데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프로젝트 중단 여부에 따라 회사를 옮겨야 하는 사실상의 계약직 입장에서 회사의 그런 움직임은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또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씀 하나하나가 마치 중학생 입장에서 보는 교감 선생님의 전혀 와 닿지 않는 언어와 표현들로 채워져 도대체 어디서 저런 사람을 데려와 대표로 앉혀 놓은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기도 했는데 어쩌면 아까 다른 경영진이 말씀하신 위기야말로 이 상황을 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은 삼성동에서 겪은 것과는 달리 미리 질문을 협의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질문들은 우리들이 겪는 회사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이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경영진들의 응답은 형편 없었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들은 앞서 다른 회사 경영진들이 수퍼셀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중단 시키곤 하는 이야기를 프로젝트 중단에 따라 생계가 달려 있는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답변은 하나 같이 경영진 관점에서는 말이 되는 소리였을른지도 모르지만 이를 듣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면 대한민국 형법 상 범죄에 해당하는 방법을 통해 예절을 주입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을 만들 것만 같았습니다. 또 다른 경영진은 자신에게 온 질문에 대답하려다가 이 질문에는 미리 준비한 대본이 없어 유려하게 말씀 드리기 어렵다는 말을 내뱉으며 이를 듣던 우리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는데 우리들은 만약 다른 회사 사장님 앞에서 저런 수준으로 준비해 와서 대답하다가는 전설의 크리스탈 재떨이가 날아와 머리를 둘로 쪼개고도 남겠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영진들의 답변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어서 차마 듣고 있을 수가 없어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경영진이 말하는 모습만을 소리 없이 지켜봤는데 경영진들은 연신 진실되지 않은 종류의 이야기를 할 때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여러 제스처들을 연신 취하고 있었는데 이는 말을 듣지 않고 행동만 볼 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일정이 끝나고 분노, 실망감, 위기의식 따위를 표현하고 있는 주니어님들께 생각 같아서는 ‘어디서 저런 ㅂ신들을 데려와 경영진이라고 세워 둔거야?’라는 본심을 말하고 싶었지만 느긋하게 가자와 유년기의 끝, 그리고 10년의 밤을 통해 배운 대로 아무 일에나 분노하지 않고 저들이 왜 저런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지, 저들 스스로는 북미의 여러 탑 클래스 경영진들이 스스럼없이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지 제 스스로 아무 이유 없이 그들을 변호해야 할 것 같았고 실제로 조금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그 때 말한 경영진들이 왜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 몇 가지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저들은 직원도 아니고 프로젝트에 속해 있지도 않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프로젝트에 속해 커리어를 시작해 저 자리까지 올라간 사례가 없지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 분들은 이미 개발 업무와 관계 없는 일을 하고 있고 경영진이라는 표현만큼이나 그들은 개발 회사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사업 업무에 더 전문가입니다. 즉 저들은 한때 개발팀에 속해 있었더라도 지금은 완전히 다른 롤을 수행하고 완전히 다른 정보와 완전히 다른 업무를 마주하며 사실상 현대 개발 환경과 우리들의 노동 환경에 전문성이 전혀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직원들이 이 순간 처해 있는 회사를 지탱하는 라이브 서비스의 어려움, 신규 프로젝트의 위험성 따위에 공감하지 못하고 직원들을 위한 복지 기능을 늘리겠다면서도 이를 활용하는데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저들이 접하는 정보는 우리들이 접하는 정보와 본질적으로 다른데 우리들이 시장에 있는 다른 게임을 직접 만져보고 새로운 시도, 이전으로부터 발전한 메커닉을 보고 이를 학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자신 주변의 다른 프로젝트의 런칭을 지켜보고 있지만 이들의 시야에는 투입 대비 효용, 롱런 가능성, 라이브 수행 방식, 각국 정부의 규제, 주식 시장의 상황 등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회사의 사회 공헌을 위해 정부 부서와 협력하고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돈을 지출하고 언제까지 성과를 내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려야 할 지 고민하던 사람에게 지금 당장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커피가 유료라는 사실이 말이 되느냐는 질문을 하더라도 뇌 안에서 맥락 전환이 잘 안 되어 이런 단순한 질문에도 멀쩡한 답변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은 어느 정도 당연합니다. 또한 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면서도 이제 더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문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개발, 인사, 노무, 보상 등 직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그 무엇에도 전문성이 없는 직군입니다. 때문에 우리들이 미리 협의되지 않은 노동이나 보상 관련 질문을 하더라도 이들은 경영진 관점에서 원론적이고 의미 없으며 직원들을 실망시키고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이상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상한 답변을 해 본인들이 시장이 위기라고 말한 것 만큼이나 우리들의 경영진이 저런 ㅁ저리들이라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그런 상황들이 정상적이며 우리들이 그들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우리들 앞에 나서 북미 탑 클래스 경영진들처럼 멋진 발표를 하라고 등을 떠밀지 않았고 그저 우리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바랬을 뿐입니다. 무대 위로 그들 스스로가 스스로의 의지로 올라왔고 적어도 그 자리가 그들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라면 적어도 그 자리에서 말할 충분한 준비는 하고 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스스로가 더이상 개발에 전문성이 없고 노동에 전문성이 없으며 인사에도 보상에도 전문성이 없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 주요 현안들에 대해, 그리고 직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전문성을 준비해 왔어야 합니다. 마치 우리들이 중요한 보고 전에 내용을 철저히 이해하고 또 예상되는 여러 질문들을 참석자들 각각의 입장에서 미리 예상해 물 흐르듯 말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분들은 그 자리의 무게를 크게 자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고 저는 한동안 본의 아니게 경영진을 변호하며 저들의 전문성 결여가 당연하다는 사실을 주니어님들께 해명해야만 했습니다.
왜 경영진은 항상 이상한 소리를 할까요? 제가 주니어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던 것처럼 이들은 우리들의 관심사에 전문성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그들이 말하는 위기가 시장이나 우리들이 아니라 지금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그들 자신, 그들 그 자체라는 사실을 조금은 자각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직원들의 관심사에 전문성이 전혀 없더라도, 관심이 전혀 없더라도 그 자리에 선 무게를 고려할 때 없는 전문성을 잠깐이라도 만들어 왔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런 경영진을 보며 위기의식을 느꼈고 오래 전과 마찬가지로 흡연 하지 않는 사람들도 우르르 담배터로 몰려거 퀭한 눈으로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를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