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끝

저 자신의 유년기를 마무리하고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작정입니다.

유년기의 끝

작년(2023년) 연말의 권고사직 이후 구직 과정을 겪으며 제 경력이 여러 모로 많이 망가져 있다는 점을 이력서와 자기반성에 어렴풋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상적인 이력서는 모든 이력이 출시한 게임들의 나열이고 각각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으며 각 프로젝트마다 초기부터 라이브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한 모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경험의 습득 이외에도 프로젝트에서 담당한 역할과 영향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는 과정이 이력서를 통해 점진적으로 표현 되어 있다면 정말 이상적인 이력서이자 이상적인 커리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진 이런 이력서의 이상적인 모습에 비해 제 이력서는 고객을 만난 프로젝트가 적고 개발에 실패한 프로젝트가 더 많으며 심지어 10년의 밤에 소개한 것처럼 프로젝트가 드랍 되거나 런칭 되기 전에 프로젝트를 떠난 기록이 있기까지 합니다.

지난 크립토 게임은 언제 어떻게 돈을 벌까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이전 약 2년에 걸쳐 하던 일의 본질을 정리하고 투자사의 의도와 우리의 의도를 통해 잘 해보려고 시작한 일이 어쩌다가 저 자신이 해고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각각을 간단히 요약하면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비교적 잘 만들어 온 가상 세계는 이 세계를 구동하는 핵심 규칙 역시 회사가 직접 설계한 결과에 의해 잘 구동 되어 왔으나 준비 없이 가상 세계를 개발하려고 한 여러 팀들은 이런 개발에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몰라 의도이든 의도가 아니었든 고객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또한 가상 세계에 가치 중립적일 것으로 해석되곤 하는 외부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하려는 행동은 사실 제품의 본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단지 거래 참여자들의 부를 이전 시키는데 기여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사는 우리들이 비디오 게임을 만들기를 원하지 않았으나 우리가 이 사실을 너무 늦게 눈치 챘습니다. 자. 이제 이 생각을 끝낸 다음 이렇게 좁은 시야 안에서 생각하는 것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지금까지 커리어의 진행과 이제부터 커리어의 진행이 어떻게 달라야 할 지, 그리고 왜 달라야 할 지에 대해서 약간 더 넓은 시야에서 생각해 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