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리뷰
이전에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에서 고스트 매니지드로 변경을 결정한 이야기와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에서 고스트로 마이그레이션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 이 고스트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고스트를 이용해 블로그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또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이 서비스에 느낀 장단점, 제가 생각하는 이 서비스의 적절한 용도에 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전 스토리를 잠깐 요약하면 처음에는 웹사이트 전체를 컨플루언스 위키를 통해 운영했는데 근본적으로 위키 모양의 웹사이트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이 링크를 타고 들어와 글 하나를 훑은 다음 더 이상 사이트 탐색을 멈추는 것을 보고 사용자들에게 보다 익숙한 읽기 환경을 제공하기로 합니다. 여러 도구를 검토했지만 글을 읽는 웹사이트를 만들기에 적합할 것 같은 워드프레스 매니지드 서비스를 사용해 글을 제공하기로 하고 시험 삼아 블로그 웹사이트를 만들어 게임디자인 글만 추려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예상 대로 이전에 비해 글 하나를 훑은 다음 다른 글을 탐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이전에 비해서는 기왕에 쓴 글을 사람들에게 좀 더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몇 달을 보내면서 글을 쓰며 뉴스레터를 보내는 분들을 보게 됐는데 흥미로워 보이기는 했지만 약속한 기간마다 글을 써서 보내야 하고 또 한정된 독자분들을 상대로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2년 어디 즈음에 일론님이 트위터를 샀고 트위터가 당장 어떻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전처럼 글을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써 안정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스토돈 서버를 만들어 이야기 하기 시작했는데 이 플랫폼은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고 또 안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사용자층의 한계가 명확해 글을 공유하는데 사용할 플랫폼으로는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이 즈음 작년(2022년) 여름부터 시작한 매 주 주중 하루에 글 하나를 공유하는 실험을 1년째 성공적으로 수행해 냄에 따라 규칙적으로 무슨 이야기든 글을 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 들기 시작했고 또 불안정한 트위터로부터 이런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글 공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 고스트라는 매니지드 및 호스팅을 모두 지원하는 블로그 및 뉴스레터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워드프레스에 비해 CMS로는 뭔가 만들다 만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뉴스레터 기능이 플러그인 같은 모양이 아니라 핵심 기능으로써 구현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이전을 실행합니다.
우선 고스트는 어디서나 보던 블로그와 똑같은 모양으로 동작합니다. 외부에서는 포스트, 페이지, 태그 기능을 통해 글을 구분하고 내부에서는 글마다 공개 일정 설정, 공개 권한 설정,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주요 서비스에 링크가 공유될 때 임베딩 형태 설정을 할 수 있고 크게는 사이트 외형 설정과 내부 관리용 태그 설정, 그리고 멤버 설정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워드프레스와 가장 큰 차이는 뉴스레터 기능이 핵심 기능으로써 구현되어 있다는 점인데 다른 블로그 소프트웨어처럼 포스트를 작성한 다음 이 포스트를 웹사이트에만 게시할지, 이메일로 전송할지, 아니면 양쪽 모두 다 할 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회원 등록 기능이 있는데 회원 등록에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 요구하며 패스워드를 요구하는 대신 이메일로 로그인 링크를 보내는 방식으로 가입을 완료할 수 있는 점이 쓸데 없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회원 등록은 무료 회원, 유료 회원, 유료 회원의 경우 회원 등급을 구분할 수 있지만 고스트가 유일하게 지원하는 결제 플랫폼인 스트라이프를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관계로 한국에서는 유료 회원 관련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없으며 덩달아 무료 회원에 등급을 나눌 수도 없습니다.
고스트는 뉴스레터를 전송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메일을 전송해야 하는데 호스팅 버전을 사용하며 메일을 발송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더라도 오직 메일건을 통해서만 뉴스레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사실 호스팅 버전이라면 자체 메일 발송 환경을 통한 메일 전송을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지난 수 십 년에 걸친 스팸 메일 발송의 역사를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싶기도 합니다. 한편 고스트 매니지드 서비스의 가장 싼 요금제가 월 9달러인데 여기에는 메일 발송 요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고스트를 직접 호스팅을 통해 서비스하려면 메일건의 가장 싼 요금제인 월 35달러를 항상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구독자가 아주 많지 않다면 호스팅에 비해 매니지드 서비스가 가격적으로 훨씬 매력적입니다.
고스트는 뉴스레터 발송 기능을 핵심 기능으로써 내장하고 있지만 CMS로는 뭔가 만들다 말았다는 인상을 주는데 워드프레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실한 글 관리, 필터링, 여러 글을 한 번에 수정, 검색 기능이 한참이나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또한 태그 간에 위계를 지원하지 않아 태그를 여러 용도로 확장해서 사용하면서도 이 태그를 외부에 노출해야 할 경우 태그가 아주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또 시스템의 주요 관리 기능인 업그레이드, 캐시 관리, 데이터베이스 백업과 복원 등의 기능을 웹 인터페이스에서는 완전히 사용할 수 없고 호스팅 버전에 한해 CLI 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니지드 버전에서는 CLI 환경에 아예 접근할 수 없어 사실상 이런 기능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나마 업그레이드, 캐시 관리 같은 것은 매니지드 서비스에서 알아서 해 줄 영역이라 하더라도 백업과 복원의 온전한 기능은 CLI에서만 접근할 수 있고 웹 인터페이스 상에서는 같은 기능이 실험실에 붙어 있어 과연 이 기능이 미래에도 올바르게 동작할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남습니다.
에디터는 요즘 세상에 온라인에서 글을 편집하는 여러 도구가 제공하는 기초적인 기능을 제공하는데 에디터로 글을 작성할 수는 있지만 텍스트를 타이핑 하거나 이미지를 삽입하는 것 이외에 조금이라도 더 복잡한 뭔가를 하려면 반드시 전용 기능 블록을 삽입해야만 합니다. 고스트 에디터에서 가장 충격적인 문제는 리스트에 여러 단계 들여쓰기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저 리스트를 만들고 탭 키를 사용해 들여쓰기와 내어쓰기를 하며 내용을 정리하고 싶을 뿐이지만 고스트는 오직 한 단계 짜리 리스트만을 지원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용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근본적으로 고스트 에디터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었고 엄청나게 황당했습니다. 여러 단계로 된 리스트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닌데 마크다운 블록을 삽입한 다음 그 안에서 여러 단계로 된 리스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차피 지원할 거면서 도대체 왜 이런 기본적인 기능을 에디터에서 직접 제공하지 않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고스트 에디터에 충격적인 점은 테이블 기능이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온라인 상에서 문서를 편집할 때 테이블은 '표'로써의 기능 뿐 아니라 레이아웃을 설정하는 용도로도 널리 활용되는데 고스트는 표를 그릴 수 있는 기능이 아예 없습니다. 노션 처럼 테이블 순수주의에 입각해 의도적으로 허접한 기능만 제공하는 느낌과는 완전히 달리 테이블 관련 어떤 기능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테이블을 아예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닌데 이전과 비슷하게 HTML 블록을 삽입한 다음 그 안에서 테이블을 작성하거나 마크다운 블록을 삽입한 다음 그 안에서 테이블을 작성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테이블 안에 이미지를 삽입해야 한다면? 여기부터는 완전히 다른 바보 같은 삽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션 처럼 테이블 순수주의를 주장할 만한 입장도 아닐 것 같아 보이는데 왜 버전이 5가 되도록, 첫 버전 출시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나도록 이 정도 수준의 에디터만을 제공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권한에 따라 글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또 글 공개 일정을 설정할 수 있는 도구 치고는 설정 수준도 빈약하고 설정 방식은 말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합니다. 일단 글의 공개 범위는 전체 공개, 무료 회원 공개, 등급 별 유료 회원 공개로밖에 설정할 수 없습니다. 한 번 이 설정을 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정을 바꾸거나 할 수도 없습니다. 가령 지금은 뉴스레터를 본문은 전체 공개하고 뉴스레터에 연결된 다른 글은 회원 공개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 글은 일정에 따라 대략 글 쓴 시점으로부터 반 년 후에 공유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는 글을 전체 공개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스트는 한 번 설정한 공개 범위를 자동으로 변경할 수는 없어 가만 놔두면 반 년 뒤에 글이 공유될 때 여전히 회원 전용으로 공개되며 이를 막으려면 반 년 뒤에 수동으로 글 공개 범위를 조정해야만 합니다.
글의 공개 일정 설정을 반드시 별도의 발행 화면으로 넘어간 다음에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점도 황당했는데 글을 쓴 다음 미래에 공유되도록 설정하고 싶어서 글 오른쪽에 나타나는 패널의 날짜에 미래 날짜를 입력하자 에러 메시지를 표시하며 미래에 글을 공개하려면 발행 인터페이스로 이동하라고 합니다. 발행 페이지에서는 글을 웹사이트에 공개할지 이메일을 통해 발송할지 양쪽 모두를 할 지를 선택하고 이 작업이 일어날 미래 시점을 설정할 수 있는데 만약 글 여러 개를 미래에 일정에 따라 공개되도록 설정하려면 글 각각을 눌러 발행 화면으로 이동한 다음 거기서 일정을 설정하고 다시 글 목록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만약 글 각각이 매일매일 공유되도록 하려면 발행 화면에 갔다가 다시 글 목록으로 돌아올 때 이전에 며칠에 공개되도록 설정했는지 기억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공개 일정을 예쁘게 표시하는 인터페이스 같은 것을 기대할 수도 없는 수준의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인터페이스입니다.
고스트가 자랑하는 외부 서비스와 통합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습니다. 가령 구글 애널리틱스를 지원한다길래 대략 아이디를 복사해서 인터페이스 어딘가에 붙여 넣는 식으로 설정하면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황당하게도 구글 애널리틱스 코드를 포함한 다양한 코드를 붙여 넣을 수 있는 인젝션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다양한 통합에 추가 구현 없이 대응할 수 있으니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냥 코드를 붙여 넣을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이걸로 구글 애널리틱스를 지원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과장 광고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외부 서비스 통합도 비슷한 방식이어서 이런 식이라면 통합 목록에 표시되지 않은 웬만한 서비스도 다 붙일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똑똑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무책임해 보이기도 합니다.
상위 요금제를 통해 제공하는 재피어 통합은 그나마 다른 서비스를 연동해 사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스트 에디터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익숙한 컨플루언스 위키에서 글을 작성한 다음 고스트로 보내고 있는데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 또 고스트에서 글이 공개될 때 글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공유되도록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동을 사용하려면 근본적으로 재피어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며 재피어에서 본격적인 기능을 사용하려면 최소 월 19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편의 기능을 굳이 별도 외부 유료 서비스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야만 했을까요?
핵심 기능에 집중하기 위해 그랬다면 이해를 아예 못 할 것도 아니지만 고스트의 여러 기능을 돌아보면 리다이렉션, 백업, 복원, 라우팅 같은 기능은 JSON과 YAML 파일을 직접 입력 받으며 웹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이 따위로 만들면서 무슨 자원이 부족해서 외부 서비스에 이렇게 깊게 의존하게 만들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스트는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서비스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을 아주 간단하고 초보적인 수준으로 제공하는 좋게 말하면 아주 단순하고 사용하기 쉬운 도구이고 나쁘게 말하면 글 여러 개를 체계적으로 다루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도구이며 개발을 시작하고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완성도 있게 제대로 동작하는 기능이 거의 없는 이상한 도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다른 서비스에 직접 의존하지 않고 블로그 웹사이트를 운용할 수 있는 점, 고스트 매니지드 서비스에 한해 별도 메일 전송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뉴스레터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만약 컨텐츠가 아주 많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공개 범위나 일정을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고스트는 올바른 도구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재피어에 의존해 아슬아슬하게 의도대로 동작하는 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거기에 거의 월 20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지출하기에는 한국에서는 스트라이프를 통한 유료화가 불가능하므로 장기간에 걸친 운영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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