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버스가 정확한 위치에 정차하면 저는 좋아요

서울시는 명동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시도했던 버스의 정위치 정차 정책을 일단은 철회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정책이야말로 버스 승차에 따른 공포를 거의 없애 주는 정책입니다.

사실 버스가 정확한 위치에 정차하면 저는 좋아요

먼 옛날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집에서 조금 먼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전에는 거의 겪지도, 또 예상하지도 못한 문제를 맞이합니다. 아침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다들 바쁘게 도착하는 버스 앞으로 달려가 버스를 타는데 제 시력으로는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버스 번호 뿐 아니라 행선지를 보고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제 입장에서는 번호보다 더 작게 적힌 행선지는 멀리서 그 자리에 행선지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 그 행선지가 각각 뭐라고 적혀 있는 것인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에 버스는 현대처럼 정보시스템에 의해 구동 되어 도착 시점을 예상할 수도 없었고 또 버스 각각의 행선지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는 버스 정류장에 있던 회수권 파는 가게 옆 유리창에 붙어 있는 안내 뿐이었는데 이 안내는 버스 앞면과 옆면에 적힌 글씨보다 더더더더더더더더더 작디 작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어 이 역시 알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인쇄물은 제가 좀 가까이 들여다 본다고 해서 갑자기 출발해버리거나 탈 건지 안 탈 건지 빨리 정하라며 저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으므로 그나마 나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