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업무 부재

다른 업계에 비해 대관 업무가 부족한 점은 분명 장기적으로 약점이지만 그 안에서 활로를 찾아 온 관성 덕분에 어지간한 규제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관 업무 부재

정확히 어디서 들은 말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기억 속에 이 업계가 유난히 대관 업무를 잘 못 한다는 말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대관 업무는 관, 즉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업무라는 의미입니다. 여느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부 기관에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전달하기도 하고 업계가 일관된 목소리를 내 의견을 형성해 입법 과정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일종의 로비를 통해 업계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켜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도 있을 겁니다. 의견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 회사, 이들의 집합이 목소리를 내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업계는 이런 업무를 잘 못할 뿐 아니라 이런 업무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령 오래 전 저는 어느 작은 라이브 팀에서 매달 업데이트 되는 게임의 심의 요청 서류를 작성하고 전달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사실 회사에는 실제 외부 심의 기관과 직접 서류를 주고 받는 부서와 담당자가 따로 있었고 제가 하는 일은 프로젝트 단위에서 다음 업데이트 사항을 형식에 맞춰 작성한 다음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업데이트를 실행하기 전까지 기관으로부터 등급 판정을 받아 게임이 실행될 때 구석에 큼직한 모양으로 ‘전체이용가’ 표시를 하더라도 이 표시가 우리가 멋대로 붙인 표시가 아니라 실제 기관으로부터 승인된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관에서 게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테스트 서버를 열어 놓고 기다리면 기관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을 살펴봤고 어렵지 않게 심의를 마무리 할 수 있었지만 이 뒤에는 분명 회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대외 업무 담당 부서가 이 어렵지 않아 보이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을 겁니다. 덕분에 전체이용가 게임에 들어갈 텍스트를 작성하다가 야근에 지쳐 암만 해도 적을 처치하라는 목표에 적절한 텍스트를 떠올리지 못해 애라 모르겠다 하고 ‘적을 죽여라’라는 텍스트를 섰지만 무사히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고 이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무책임한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