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들의 완벽한 의사소통

간판에 상호 대신 메뉴판처럼 제공하는 서비스와 가격을 크게 써 놓은 가게가 멋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게들의 완벽한 의사소통

다른 해 여름에는 도통 집에서 먼 곳에 가지 않습니다. 일단 여름은 성수기로 설정되어 모든 물가가 비쌌고 어딜 가도 사람들이 가득해 뭘 하든 기다려야 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이에 치어야 해 피곤했고 도시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살았는데 좀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 멀리 나가도 똑같은 상황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묘하게 처음 본 은하수점진적 닭갈비 디자인에서 사람들이 사방으로 놀러 나가 모든 지방에 북적거리는 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먼 곳까지 여러 번 갈 일이 있었습니다.

수도권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질 수록 기분 전환이 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수도권으로부터 약 200킬로미터쯤 떨어지고 나면 그제서야 일 생각도 좀 덜 들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둘러보기 시작한 주변 풍경은 사실 도시와 별로 다르지 않은데 어딜 가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익숙한 간판이 눈에 띄고 그 동네 지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아예 다른 지명으로 시작하는 상호가 눈에 띄며 어디나 똑같이 신호등이 있고 또 어디나 똑같이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굳이 똑같은 음식을 먹으러, 비슷한 풍경을 보러 굳이 수도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저 자동차 안에 앉아 흘러가는 바깥 풍경을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차이들을 발견할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