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시즌 2 계획 안내
50호 까지 시즌 1을 마무리하고 개인적으로 약간 더 느슨하게 운영할 시즌 2를 51로부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게임 만드는 일을 하며 Thinking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 봄부터 매 주 메일을 통해 인사 드려 온 김우진입니다. 이번 49호 뉴스레터의 한 가지 주제로 갑자기 인사 드리게 된 이유는 앞으로 블로그와 뉴스레터에 글을 쓰고 또 공유하는 방식을 바꾸려고 하며 이를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미리 안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결론을 먼저 요약하면 지난 1호부터 다음 주에 공유할 50호 까지는 지금과 같이 매주 금요일에 커버스토리를 포함해 총 여섯 가지 주제의 글을 메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51호부터 격주 금요일에 메일을 보내되 그 사이에 새 글을 만들 때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글을 공개하고 격주 금요일에는 지난 메일 이후 새로 공개한 글을 묶어 보낼 작정입니다. 이전에는 매주 금요일 한 번에 글을 한번에 공개했다면 이제 메일과 무관하게 글을 공개하고 격주로 그동안 공개한 글을 묶어 메일로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시즌 1 (현재) | 시즌 2 (51호부터 변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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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 | letter-1 ~ letter-50 | letter-51 ~ |
메일 간격 | 1주에 한 번 | 2주에 한 번 |
포스트 수 | 6개 | 5개 |
메일 내용 | 커버스토리 + 다른 주제 다섯 개 링크 | 커버스토리 + 지난 2주간 공개한 글 링크 |
메일에 포함된 글 공개 시점 | 매주 금요일 메일 보낼 때 한번에 공개 | 각 주 월요일, 수요일마다 |
1년 전 블로그 대신 뉴스레터 포멧을 시작하면서 한 가장 큰 고민은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글 형식으로 컨텐츠를 만들면서도 그 글이 누군가에게는 가 닿기를 바라며 마치 낚시하는 것처럼 모든 글을 공개해 놓고 누군가 와서 읽어 주시기를 기다리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스레터 형식으로 만들어 글을 한번 읽어 보기로 결정하신 분들께는 글을 만들 때마다 직접 메일을 통해 글이 새로 생겼음을 알려 드리는 형식을 시도해 보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에 제가 쓰는 글 대부분은 뉴스레터로 받아볼 만한 정보를 가진 글 보다는 제 경험에 기반한 생각을 나열한 거의 일기나 에세이에 가까운 글에 가까워 뉴스레터 포멧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또 현대에 사람들의 메일박스는 이미 다른 온갖 광고 메일로 가득할 것이 분명해 그런 메일박스에 또 다른 딱히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메일 하나를 더 추가하는 행동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고민도 해 왔습니다. 생각 끝에 가만히 기다리기 보다는 글을 한번 읽어 보시기로 결정하신 분들께 죄송스럽지만 메일 박스에 또 다른 메일 하나를 추가하며 새 글이 있음을 알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또 1년 전 지금의 형식으로 글을 쓰고 공개하면서 한 시도는 지난 2022년 글쓰기 회고에 소개한 ‘글을 못 쓰는 병’을 몇 년 만에 극복한 것 같지만 스트레스를 잘 제어하지 못하면 언제 다시 똑같은 상태에 빠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왕 다시 글을 써낼 수 있게 된 김에 약간 무리하더라도 여러 가지 글을 낮은 비용에 기반해 써 내 보자는 것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 주 총 여섯 가지 아무 주제로 글을 만든 다음 공개하며 이 상태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글 만드는 비용을 최소화 할 생각의 멱살 같은 전략에 기반해 글을 만들고 있었지만 퀄리티가 떨어지더라도 분량 자체에 집중해 보면 아주 적지는 않은 분량을 만들어내고 있어 머지않아 생각할 거리가 바닥나면 매주 글을 그렇게 만들어 낼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주 중에 생활하며 생각할 거리를 메모해 놨다가 토요일 오후를 글 쓰는 날로 만들어 오후 3시 경부터 시작해 연속으로 8시간 정도를 들여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생각할 거리를 글로 만드는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처음 예상한 것보다 훨씬 긴 기간에 걸쳐 규칙적으로 매 주 글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오랜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신체적으로는 쉽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주제를 그 주를 넘겨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다시 생각을 떠올려 쉬지 않고 한번에 쭉 적어 내려가 글 하나하나를 완성하는 과정은 토요일 오전에 이 일을 시작할 생각을 하면 하기 싫어 오후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가득 찬 채 시간을 보내면서도 결국 토요일 오후가 찾아오면 자리에 앉아 주중에 준비해 놓은 주제를 살펴보고 오늘 생각할 거리 다섯 가지를 끄집어낸 다음 하나하나 작성했습니다. 다섯 가지 주제를 모두 생각해 글을 만들고 나면 저녁 시간을 훨씬 넘겨 꽤 피곤했지만 그런 생각을 미리 해 놓으면 나중에 비슷한 주제로 말할 일이 있을 때 훨씬 잘 말할 수 있어 좋았고 또 그런 생각을 글을 읽어 주실 결정을 하신 다른 분들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좋았습니다. 또 글을 달력에 쭉 늘어놓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금요일을 제외한 주중 아침에 공유되도록 해 놓으니 오래 전에 쓴 글이 나타나면 저 자신도 이를 생소하게 느끼며 읽어보고 생각이 이전과 달라졌다면 달라진 생각을 이전 글을 인용한 새 글로 만들며 생각을 업데이트 할 수도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얻으면서 단점 역시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 주마다 토요일 오후에 여덟 시간 짜리 연결된 시간 블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가령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려면 웬만하면 주말, 그 중에서도 토요일에 타면 더 좋습니다. 이유는 토요일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자전거를 탄 다음 일요일에 집 밖에 안 나간 채로 회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 전체를 글을 만드는데 사용하면서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됐고 이는 고스란히 체중 증가와 체력 저하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글 쓰는 날을 일요일로 옮기면 되지만 글 쓰는 일 역시 연속으로 여덟 시간 이상 가만 앉아 글을 만들고 있으면 그저 가만 앉아 있을 뿐인데도 체력이 제법 소모되어 이를 마치고 나면 마치 자전거를 열심히 타 만신창이가 된 몸처럼 웬만하면 다음 날 쉬고 싶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글 쓰는 일 역시 토요일을 고집했고 덕분에 자전거를 열심히 타지 못했습니다.
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려면 글을 쓰며 출력하는 것 만큼이나 입력하는 것 역시 중요한데 주말 전체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항상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주중에 미뤄 둔 입력이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가령 넷플릭스 영상을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자료를 찾아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다른 입력 행동을 할 시간에 계속해서 글을 쓰며 출력하기만 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글 쓸 거리가 부족해질 때도 있고 또 매번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출력하는 것 이상으로 입력하는데 소홀하지 않아야 하며 그러려면 시간을 추가로 투자해야만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입력에 투자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출력에 사용하는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래서 1호에서 50호 까지는 시즌 1로 정의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새 글을 묶어 한 번에 공유하고 이를 메일로 알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51호부터는 시즌 2로 정의해 격주 금요일마다 새 글을 공유하되 시즌 1처럼 한번에 모든 글을 공개하는 대신 블로그에 조용히 새 글을 월요일, 수요일마다 공개하되 격주 금요일에는 그 사이에 새로 공개한 글을 묶어 시즌 1과 거의 같은 포멧을 사용해 글을 소개할 작정입니다. 글은 이전의 60% 정도를 쓰고 메일은 2주에 한 번만 받으시게 됩니다. 시즌 2부터는 글이 주중에도 공개되니 메일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메일 대신 가끔 블로그에 찾아와 새 글이 있나 둘러보시는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만 시즌 1, 시즌 2 모두 글 전체를 읽기 위해 등록을 요구하는 체계는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합니다. 한동안은 시즌 2를 시작하면 시즌 1은 이제 시일이 지났으니 전체 공개로 전환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는데 그동안 글을 읽기 위해 등록하는 수고를 해 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할 때 혹시 거기 계시면 제게 알려주세요라고 말한 것처럼 암흑의 숲 속에서 제가 피워 놓은 모닥불 주변에 오셔서 글을 읽으시려면 읽으시는 분의 존재를 저에게 달려달라는 요구를 했었는데 이 요구는 암흑의 숲 속에서 제가 저 혼자 떠들고 있지 않다는 감각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계속해서 등록을 요구하는 편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앞으로도 글 전체를 읽으시려면 수고스러우시겠지만 등록과 로그인을 부탁 드립니다. 별 것 아닌 제 생각을 공유 드리는데 대한 작은 요청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그저 한국에서 게임 만드는 사람이 하는 온갖 잡다한 생각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또 제가 암흑의 숲 속에서 외롭지 않게 생각하고 또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51호부터 시작할 지금보다는 약간 더 느슨해진 글쓰기에도 작은 관심을 유지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