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크루. 새로운 시대의 자전거 공포소설
지금까지 이화령이야말로 최고의 자전거 공포소설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장류진 작가님의 신작 연수에 실린 라이딩 크루야말로 최고의 자전거 공포소설입니다.
![라이딩 크루. 새로운 시대의 자전거 공포소설](/content/images/size/w1200/2023/10/OIG-13.jpg)
소설가 장류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 분의 글을 처음 만난 건 단편집 새벽의 방문자들에서였는데 이 책의 제목이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새벽의 방문자들’이 바로 장류진 작가님의 글이고 이 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이런 글을 쓰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래에 이 이야기를 읽으실 분들을 위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우연한 상황 때문에 겪게 된 남자들의 이중성을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무척 아프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마치 방화문 너머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이 바로 저 자신인 것 같은 한숨, 안타까움, 그리고 방화문 이쪽의 당혹스러움, 이해, 연민 같은 감정들을 한꺼번에 느끼며 복잡한 감정이 되어 책을 이어 읽지 못하고 멈췄던 기억입니다.
한편 갑자기 이 이야기와는 별개로 공포물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우연히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을 읽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잘 찾지 않는 이유는 종종 한국 공포물에서 마주치곤 하는 신파, 약자 혐오, 한 같은 소재들이 종종 제게 깊고 불쾌한 감정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왜 항상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왜 항상, 단 한번도 어김 없이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지, 또 어둠 속 저 편에 선 사람인지 뭔지 잘 알 수 없는 묘한 형체는 왜 항상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쯤 되면 차라리 알 수 없는 존재 대신 텍사스 전동톱 살인마 이야기가 훨씬 그럴듯한 공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공포 소설 이야기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소설이 하나 있었으니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이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