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크루. 새로운 시대의 자전거 공포소설

지금까지 이화령이야말로 최고의 자전거 공포소설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장류진 작가님의 신작 연수에 실린 라이딩 크루야말로 최고의 자전거 공포소설입니다.

라이딩 크루. 새로운 시대의 자전거 공포소설

소설가 장류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 분의 글을 처음 만난 건 단편집 새벽의 방문자들에서였는데 이 책의 제목이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새벽의 방문자들’이 바로 장류진 작가님의 글이고 이 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이런 글을 쓰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래에 이 이야기를 읽으실 분들을 위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우연한 상황 때문에 겪게 된 남자들의 이중성을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무척 아프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마치 방화문 너머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이 바로 저 자신인 것 같은 한숨, 안타까움, 그리고 방화문 이쪽의 당혹스러움, 이해, 연민 같은 감정들을 한꺼번에 느끼며 복잡한 감정이 되어 책을 이어 읽지 못하고 멈췄던 기억입니다.

한편 갑자기 이 이야기와는 별개로 공포물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우연히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을 읽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잘 찾지 않는 이유는 종종 한국 공포물에서 마주치곤 하는 신파, 약자 혐오, 한 같은 소재들이 종종 제게 깊고 불쾌한 감정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왜 항상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왜 항상, 단 한번도 어김 없이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지, 또 어둠 속 저 편에 선 사람인지 뭔지 잘 알 수 없는 묘한 형체는 왜 항상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쯤 되면 차라리 알 수 없는 존재 대신 텍사스 전동톱 살인마 이야기가 훨씬 그럴듯한 공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공포 소설 이야기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소설이 하나 있었으니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이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