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년
인류 문명이 영향력을 확대하는데는 공간적 측면 뿐 아니라 시간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만 합니다.
제가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소설 삼체 이야기를 한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이전에 행동 공리와 상태 객관화, 첫 뉴스레터였던 혹시 거기 계시면 제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바로 지난 주 뉴스레터 20주 리뷰 (1)에서도 소설 삼체를 언급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 많은 이야기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만 삼체는 크게 두 가지 장면에서 인류와 우주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삼체 2권의 제목이기도 한 ‘암흑의 숲 이론',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때 같은 시간대에 살았던 인물들이 ‘긴 시간을 초월한 연락’을 하는 장면입니다. 이전에 소설 삼체를 언급할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조금씩 늘어놓은 적이 있지만 굳이 다른 글을 찾아볼 필요 없이 기억에 기반해 두 가지 이야기를 먼저 한 다음 주제로 이어 보겠습니다.
암흑의 숲 이론은 우주 속에서 기술을 충분히 발전 시킨 문명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대하는 기초적인 규칙을 설명합니다. 삼체 2권에서 주인공은 지구를 향해 함대를 보낸 삼체 세계에 맞서는 방법으로 이른바 ‘저주의 주문’을 실험하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 시도에 성공했음을 알게 됩니다. 저주의 주문은 지구로부터 우주의 여러 방향으로 특정한 행성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신호를 발신하는 것입니다. 신호를 발신한 다음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인류는 이 사실을 잊어버리지만 더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관측한 결과 이전에 발신한 특정 행성은 파괴되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결국 저주의 주문을 사용해 삼체 행성과 협상해 지구로 다가오는 함대가 태양계 안으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성공합니다. 여기서 ‘저주의 주문’이 행성을 파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주에서 기술이 충분히 발달한 문명들이 살아남기 위한 규칙인 ‘암흑의 숲’ 이론이 우주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지구 관점에서 관측 가능한 우주 만으로도 이미 영원히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우주 전체를 이루는 질량은 엄청나지만 그 우주 안에 나타난 문명들은 우주의 긴 시간 속에서 결코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토록 넓다고 생각했던 관측 가능한 우주는 그 안에 살고 있는 문명의 관점을 긴 시간 축에 펼쳐 놓고 보면 이전에 인식한 것 만큼 넓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주를 살아가는 여러 문명들은 문명을 확장 시키기 위해 이미 충분히 넓지 않을 수도 있는 우주를 향해 뻗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하나 이상의 문명이 행성계 밖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문명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지구인의 관점에서 행성계 밖에서 마주친 외계 문명과 충돌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게 됩니다.
마치 죄수의 딜레마처럼 서로 협력하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지구인 관점에서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 끼리 서로를 신뢰하기 대단히 어려운 마당에 외계 문명을 신뢰하고 서로 협력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둘 이상의 문명이 서로를 지켜보며 어디까지 의심하고 또 어디까지 협력할 수 있을지 함부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 때 서로에 대한 ‘의심이 사슬'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서로 다른 외계 문명이 서로 온전한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를 이루기 전까지는 각각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 역시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우리 문명이 다른 문명에 대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문명이 그렇지 않다면 외계 문명과의 충돌은 자칫 하나 이상의 문명이 파멸하게 됩니다. 이 의심의 사슬은 너무나 길어서 그 의심의 끝에는 결국 자기 자신마저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이는 서로 다른 외계 문명이 충돌할 때 결코 섣불리 상대를 신뢰할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런 의심의 사슬에 의해 외계 문명 간에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로 의사소통 하는 대신 관찰하는 수준에 머무르더라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기술 폭발’이라는 요소가 나타납니다. 이는 서기 2023년 현재 관점으로 볼 때 지난 몇 백 년 사이에 현대 기술 대부분이 발전했으며 기술 발전 속도는 현대에 가까워질 수록 가속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류가 처음 나타나고 1만여년이 흐르는 사이 이 시간의 대부분은 등락은 있었지만 현대와 비교할 때 뚜렷한 기술 발전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쉽지 않지만 지난 일 이백 년 사이에 일어난 기술 발전은 지난 거의 1만여년 동안에 일어난 기술 발전을 완전히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한 명이 상상할 수 있는 시간 관념으로는 기술 발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지난 백 년 정도의 기간도 상상하기 쉽지 않은 기간인데 시야를 넓혀 태양계 바깥의 우주 관점으로 백 년 정도의 시간은 그저 찰나에 불과합니다.
만약 한 문명이 기술 발전을 통해 행성계 밖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고 현생 인류 이상의 관측 가능한 우주를 확보하게 되었으며 이 안에서 다른 문명을 발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새로 발견한 외계 문명은 아직 기술적으로 너무나 열악해서 우리 문명을 관측 하기는커녕 자신들이 거주하는 행성에 분포한 다른 문명들과 접촉 하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명은 앞으로 긴 기간 동안 우리 문명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겁니다. 심지어 우리 문명의 존재를 알지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문명 역시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을 통해 행성 전체를 지배하고 행성계 밖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며 결국 우리 문명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결코 섣불리 짐작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몇 십 년 동안은 확실히 아닐 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몇 백 년 후에도 지금처럼 새로 발견한 외계 문명이 우리 문명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만약 우리 문명의 기술이 충분히 발달해 그리 높지 않은 비용으로 다른 행성을 영원히 지워버릴 수 있다면, 이야기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총 한 방 정도를 쏘는 수준의 노력'을 통해 그 행성을, 그 문명을 지워 버릴 수 있다면 앞으로 단위 기간마다 그 외계 행성과 그 외계 문명을 관찰하는 수고와 그들의 문명 폭발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지금 당장 그 문명을 지워버리고 우리 문명의 문제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대단히 비인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과 우리들 사이에 압도적인 기술 차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평화롭게 문명의 종말을 맞이할 겁니다. 그저 어느 순간 주변이 하얗게 빛나고 인체를 구성한 통각 세포가 신경을 통해 뇌까지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끝납니다. 아무도 고통스럽지 않고 또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한 문명이 사라지고 우리 문명은 이전과 같이 평화롭지만 조금은 긴장된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낼 겁니다.
이런 ‘암흑의 숲’ 이론에 기반해 삼체 2권에서 주인공은 지구를 공격하려는 삼체 세계에 지구와 삼체 세계의 위치를 전 우주로 발신하는 장치를 작동 시킬지 여부를 놓고 삼체 세계와 협상해 지구를 향하던 삼체 세계의 공격 함대를 태양계 안에 들여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이제서야 행성계 바깥으로 발걸음을 내딛던 인류에게 암흑의 숲 이론은 너무 늦기 전에 간신히 깨달은 이론이었지만 삼체 세계는 이미 전부터 이 이론을 알고 있었고 삼체 1권에서 지구로부터 발신된 지구의 위치를 나타내는 신호를 보고 바로 탐색을 시작하고 또 이어서 함대를 파견했습니다. 인류는 이러한 전 우주에서 살아남은 문명들이 서로 직접 접촉하지 않고서도 경험과 관측을 통해 알고 있는 ‘암흑의 숲’ 이론을 이제서야 배웠고 배운 즉시 삼체 세계와 협상하는데 이를 활용합니다.
이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인류가 짧은 기간이나마 여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외계 문명의 신호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충분히 발전한 문명은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다른 더 발전한 문명이 미래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총알 한 방 쏘는’ 수준의 수고를 들여 자신들의 문명을 즉시 파멸 시킬 수도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행성계 밖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와중에도 최소한 자신들의 존재를 더 넓은 우주에 노출 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행성계 밖으로 우리 문명의 존재가 알려지고 이 사실이 우리들보다 훨씬 발전한 다른 외계 문명에 알려지는 순간 우리는 그 즉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암흑의 숲 속에서 우리는 소리를 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내 존재를 노출할 만한 모든 흔적을 지우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구 수준으로 발전한 문명이 아무리 우주를 향해 귀를 기울여도 우주로부터 어떤 신호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매력적이지만 그런 우주를 생각하면 쓸쓸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우주라는 암흑의 숲 속에는 여러 문명들이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다른 문명을 찾아 다니고 또 다른 문명에 발견되지 않도록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지우고 있습니다. 암흑의 숲 속에는 여러 문명들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어느 한 순간 각 문명들은 우주 속에서 자기 혼자 살아갈 뿐이며 다른 문명들이 주위에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들과 마주치는 순간 자기들의 문명이 종말을 고할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숨기고 애써 다른 문명을 무시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관에 다른 수 백 명의 사람들과 영화를 보며 같은 시간대에 같은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영화가 끝나고 스탭롤이 올라가면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느낌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와 다른 관점으로 인류와 외계 문명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된 계기도 있었는데 ‘별의 계승자'시리즈와 '프로젝트 헤일메리’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우주에 살고 있는 외계 문명들은 암흑의 숲 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쩌면 쓸쓸하고 또 어쩌면 삭막한 모습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별의 계승자에서는 이미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문명을 발전시켜 인류가 최근에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자기파괴적인 시간을 견뎌내고 문명의 발전과 존속이 서로를 향한 공격과 배제에 있지 않음을 깨달은 외계인들이 그들에 비해 아직 훨씬 덜 발달했고 또 여전히 극도로 공격적인 인류와 마주치며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러 권에 걸친 이야기 내내 친절한 거인들과 우리 지구인들의 행동을 비교하며 우리 지구인들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또 상호 배타적이며 인류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무엇에 얼마나 폭력적으로 대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좀 더 스케일이 작고 좀 더 귀여운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류가 처한 멸망의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우주까지 왔지만 지구인 혼자 힘으로는 결코 임무를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 서로 다른 경로를 밟았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한 거의 비슷한 위기에 처한 외계인 로키와 비슷한 장소에서 만나 서로를 파악하고 서로를 신뢰한 다음에야 각자의 문명이 처한 위기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고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장면은 서로 외계인의 입장에서 아무 언어도 통하지 않을 때 서로가 거주하는 환경을 알아내기 위해 대기 구성 성분을 화학적 언어를 통해 주고 받는 장면입니다.
서로 언어는 커녕 상징 체계조차 완전히 다른 문명이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언어중 하나인 화학에 기반해 의사소통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할 뿐 아니라 그 최초의 의사소통 과정이 서로가 살아가는 서로 다른 환경에 대한 이해라는 점을 생각할 때마다 이 장면이 무척 인상 깊고 또 귀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암흑의 숲’ 이론에 따라 조금 암울하게 생각했던 우주와 현생 인류가 지금까지 겪고 있는 우주로부터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현실은 다른 이야기로부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외계인들, 그리고 오랜 발전 끝에 상호 배타성과 폭력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님을 이해하는 단계를 초월한 외계인들의 눈에 비친 아직 덜 발전한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결국 어떤 기술 발전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서로를 포용하고 배려하는 다정한 자세를 취해야만 한다는 접근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삼체 시리즈에서 ‘암흑의 숲’만큼이나 인상깊었던 장면은 삼체 3권에 나오는 이전에 같은 시간대와 같은 세계에 살았던 사람들이 아주 긴 시간을 거쳐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었는데 3권의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인물은 ‘암흑의 숲’ 사건 이후 여러 가지 일을 겪은 끝에 완전히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게 됩니다. 설정 상 이 우주에는 광속으로 가속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이 기술을 통해 광속으로 가속하면 그 항적 상의 공간이 왜곡됩니다. 이런 공간의 왜곡을 관찰해 광속 이동 기술이 있는 문명이 존재함을 알아낼 수 있고 이 흔적을 따라가면 결국 다른 문명을 발견해 그들을 파멸 시킬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광속으로 가속하는 기술을 발명한 문명들은 우주로부터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면서도 광속 추진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들의 행성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다음 광속 추진을 사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광속 추진에 의해 발생한 왜곡은 외계 문명에 광속 추진 기술을 가진 다른 문명이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실수로 이 왜곡된 공간에 진입하면 광속이 느려져 강한 시간 수축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 사건 끝에 광속 추진에 의한 왜곡에 주인공이 갇히게 되면서 왜곡 안팎에 큰 시간 차이가 생기게 됐고 낮은 광속에서도 우주선을 운용할 수 있게 준비한 시스템을 통해 가까스로 공간을 탈출하지만 이미 공간 밖에서는 1800만년이 흐릅니다. 주인공들이 왜곡된 공간에 빠져 시간 수축을 겪게 되면서 왜곡 밖에 있던 인물은 주인공이 죽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평생에 앞으로 주인공을 다시 만날 일은 없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머나먼 미래에 주인공이 왜곡으로부터 빠져나왔을 때 자신의 메시지를 발견했으면 하는 희망 속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현대 문명은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할 수 없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메르의 석판은 수 천 년이 흐른 지금도 남아 있지만 정보 집적도가 낮습니다. 반면 현생 인류가 남기는 정보는 집적도가 높지만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그저 고철더미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1800만년은 어떤 문명이 나타나 번성하고 사라지기를 여러 번 반복할 수 있을만큼 긴 시간으로 이런 긴 시간에 걸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어쩌면 땅에 아주 거대하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 뿐일 지도 모릅니다.
이 장면에서 인류가 공간을 초월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방법을 발명했지만 이는 오차가 아주 적은 상대적 시간 안에서만 올바르게 동작하며 시간의 오차가 커지면 전혀 동작하지 않아 시간을 초월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방법은 아직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 주었고 또 어떤 문명이 아주 긴 시간에 걸쳐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생 인류의 오차가 아주 작은 상대적 시간 안에서의 삶 뿐 아니라 오차가 훨씬 큰 상대적 시간 안에서 살아가야 함을 인정해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줬습니다.
현생 인류에게는 표준으로 사용하는 시각 표기 방법이 하나 뿐이고 모두가 그 시각에 각자의 위치에 따라 시간을 더하거나 빼서 시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오차가 적은 상대적 시간 속에 인류 전체가 살고 있을 때만 유효하고 인류가 광속에 가까운 이동을 하기 시작하면 각자가 경험하는 시간의 오차가 훨씬 커져 현대에 서로 다른 공간에 살고 있음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음을 당연하게 생각할 때 인류가 그만큼 발전한 상태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인류가 외계 행성계로 영향력을 넓힘과 동시에 인류의 여러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기 시작하며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기 시작한 인류는 이제 서로 직접 의사소통할 방법이 사라져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상호작용 하기는 아주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유튜브 DMT PARK 채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2023년 9월 13일 현재 기준의 어제 공개한 우주문명을 위한 조건은 광속 불변의 원리와 상대론이야말로 인류를 태양계에 묶어 두는 제약이 아니라 인류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태양계 밖으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지구에서 항상 서로 아주 작은 오차의 상대적 시간만을 경험한 인류 관점에서 광속 불변은 인류가 결코 우리 은하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파 통신이 가능한 외계 문명과의 평균 거리 3만 광년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상대론 관점에서 이는 단지 지구의 관점일 뿐이며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하면 그렇게 이동한 사람들의 시간은 수축되어 그 사람들의 일생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3만 광년은 물론 그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구 관점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행성까지의 거리 3만 광년은 이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출발한 사람들이 행성 탐사를 마치고 결과를 가지고 다시 지구에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6만년이지만 탐사를 수행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이 시간은 각자의 한 평생에도 미치지 못하는 훨씬 짧은 시간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지구에 살던 인류와 같은 인류이지만 이들이 사는 세계는 이제 과거의 공간 뿐 아니라 시간 상에서도 서로 완전히 다른 시점을 살게 됩니다. 그래서 인류의 지평을 공간 뿐 아니라 시간으로도 넓혀 생각하면 인류가 광속에 가까운 이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전 우주에 대한 공간의 확장 뿐 아니라 위 사례에서 성공적인 탐사 후 복귀를 가정할 때 6만년의 넓은 시간대에 걸쳐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광속에 가까운 성간 탐사를 달성하게 된 문명은 삼체 3권의 에피소드처럼 서로 다른 공간 뿐 아니라 서로 완전히 다른 시간에 존재할 수 있음이 그리 낯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또한 한 문명이 이렇게 우주 관점에서 아주 넓은 시간대에 걸쳐 살 수 있게 되려면 그 문명이 아주 안정적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존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문명이 스스로를 파괴할 만큼 폭력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최소 6만년에 걸친 가장 가까운 외계 문명에 대한 탐험을 마치고 지구로 복귀한 사람들 앞에 오래 전에 완전히 멸망한 지구 또는 과거에 알던 인류가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 또는 기계들이 지구를 가득 채우고 있다면 현생 인류는 외계 문명을 탐사하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오차가 아주 작은 상대적인 시간 속에 살아가는 지구 기준으로는 6만년 전, 그들 기준으로는 한 사람의 평생에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세월 동안 살아남은 문명이 될 뿐입니다.
언젠가 인류가 광속에 아주 가까운 속도로 아주 큰 질량을 가속시키는데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 인류의 여러 부분들이 광속 이동을 시작할 때 그 시점의 인류는 지금의 자기파괴적인 폭력성을 초월해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유지할 문명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인류의 일부가 이동하기 시작할 때 이들을 포함한 현생 인류가 우주 관점에서 아주 큰 오차가 나는 상대적인 시간 속에서도 살아가는 문명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암흑의 숲’ 이론을 소개하며 행성계 밖으로 영향력을 넓힌 문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실은 문명이 행성계 밖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데는 공간적인 영향력 뿐만 아니라 공간에 도달하는 속도에 의해 시간적인 영향력을 넓히는 측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시간적인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그 문명이 상대적인 시간을 견뎌낼 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 바로 자기 파괴적인 폭력성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제목 ‘6만년’은 지구 기준으로 우리 은하에 있는 전파 통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적 문명이 거주하고 있을 행성 까지의 평균 거리를 왕복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냈습니다. 직접 이동하는 이들에게 이 시간은 한 사람의 일생에도 미치지 않는 짧은 기간이겠지만 지구에 남은 우리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가 지구로부터 3만 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내의 어느 장소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그 거리에 해당하는 시간 만큼 우리 스스로가 서로에게 협력하고 서로를 다정하게 대하며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살아 남아야 합니다.
이 영상을 통해 그 동안 우주에 대한 인류의 확장을 지구 관점에서 공간적인 측면으로만 생각해 왔고 이로 인해 암흑의 숲 이론 같은 주장에 흥미를 가져 왔습니다. 또 지금도 흥미롭다고 생각하지만 우주에 대한 인류의 확장은 광속에 가까운 이동으로 일어나는 공간적 측면 뿐 아니라 시간적인 측면이 있으며 이 시간적 측면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때 비로소 인류 문명이 우주를 향해 더 지금보다 큰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관점에 깊이 동의합니다.
오늘도 다섯 가지 다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중간에 소개한 유튜브 DMT PARK 채널은 개인적으로 유튜브에서 구독하는 모든 채널 중 유일하게 모든 새 영상에 대한 알림을 켜 놓은 채널입니다. 현대 물리학의 어려운 측면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만 또 너무 얕지 않게 설명하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긴 업로드 주기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엄청난 영상이 올라옵니다. 혹시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빛과 원자의 성질 같은 주제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 저 채널을 못 보셨다면 완전 완전 완전 추천합니다.
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