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악의 평범성의 개념에 해당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멀리 있지 않으며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

이 블로그에서는 종종 개함우월주의 처럼 실제 제목과 내용이 다른 글을 종종 작성할 때가 있습니다. 개함우월주의는 열강들의 해군군축조약에 발이 묶인 일본이 태평양에서 미국에 비해 군사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방법으로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 몬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제목을 한 저 글에서는 글 제목에 그 단어를 차용했을 뿐 실제로는 개함우월주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게임 프로젝트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시스템들이 서로가 어우러져 동작하기보다는 각자가 최대한 다양한 기능을 포함해 최대한의 자기주장을 가지는 모양으로 만들어지기 쉽다는 이야기와 그 결과 각각의 세부 기능은 적어도 문서 상으로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실제 이들이 통합되어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 역시 ‘악의 평범성’이라는 제목을 선택했는데 이 말은 한나 아렌트가 1963년 공개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소개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스스로 어떤 악한 의도를 품지 않더라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여기며 행하는 일, 그리고 이런 일들이 모여 악이 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목과 달리 이 글은 ‘악의 평범성’의 개념에 빗대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명백히 잘못된 관리 시도를 설명하는 글이 될 겁니다. 미리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난번 ‘개함우월주의’를 작성한 다음 완전히 잘못된 검색어를 통한 접근이 일어났기 때문인데 분명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검색엔진이 충분히 똑똑하다면 분명 이 글은 악의 평범성에 대한 글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시작했으니 사람들을 잘못된 검색 결과로 이끌지 않을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