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이 절대 떠나지 말았어야 할 곳

넷플릭스 스포츠 시리즈 본능의 질주 시즌 6을 보다가 문득 커리어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다니엘이 절대 떠나지 말았어야 할 곳

몇 년 전 시작된 넷플릭스 스포츠 시리즈 본능의 질주를 계속해서 보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별 생각 없이 봤고 이 때는 F1이라는 게임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 딱히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어쩌다 레이싱 장면을 잠깐씩 봐도 딱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 시리즈는 짧은 영상에서 그저 특이하게 생긴 자동차들이 서킷을 빠르게 달리는 모습으로만 F1을 인식해왔던데 비해 그 안에 타고 운전하는 사람들, 이들을 둘러싼 팀의 미케닉들, 자동차 개발자들, 전략팀, 로지스틱, 최고 책임자, 스폰서, 경기 운영진, 심지어 케이터링을 담당하는 스탭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드라마로 인식을 바꿔 줍니다. F1 역시 근본적으로 엘리트 스포츠이기 때문에 경쟁이 극도로 치열하고 성적에 대한 압박이 엄청나며 성적에 따라 팀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걸려 있어 경영진의 압력도 대단합니다. 그런 배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 각각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자 단순히 서킷을 달리는 자동차들이 뒤엉킨 화면으로부터는 느낄 수 없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야구를 좋아하게 된 것과 비슷한 과정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공중파 방송을 통해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한동안 재미있게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애니메이션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 정도 또는 이를 능가하는 진짜 세계에서 일하나는 진짜 스포츠와 진짜 스토리가 있는데 뭐하러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볼까요. 본능의 질주 시리즈는 F1 그랑프리 뒤에 있는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일단 인간적으로 이 게임에 접근하게 만든 다음 이들의 경기와 그 뒷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서킷 위를 달리는 특이한 자동차들만 보이는 인격이 없는 차가운 자동차들의 경주에서 그 자동차 하나하나에 사람이 타고 있고 또 그 뒤에 수 백에서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생계를 걸고 있는 인격으로 가득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중계되는 그랑프리 퀄리파잉과 레이스를 한국 시간 기준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면 꼬박꼬박 챙겨 보고 레이싱을 해설해 주는 다른 유튜브 채널, 그리고 온갖 루머를 설명하는 또 다른 채널을 챙겨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3년 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열심히 중계를 보고 동시에 무료 범위에서 제공되는 타임테이블을 실시간으로 새로고침 해 가고 있는데 덕분에 2024년 2월 공개된 시즌 6은 지난 2023년 시즌을 랩업 해 주는 느낌이 들어 흥미로웠습니다.

현재 F1에는 열 팀이 참여하고 각 팀마다 두 명의 드라이버가 매 경기에 참가합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스무 명의 캐릭터가 있고 얼굴을 자주 비추는 팀 수석, 주요 경영진, 팀의 주요 인물을 포함하면 몇 십 명 정도가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데 게임 진행이나 결과에 관계 없이 이들 각각의 인격과 이들의 고민, 목표 따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성적과 관계 없이 그 캐릭터들의 결정에 따른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됩니다. 가령 5년 전 본능의 질주 시즌 1이 처음 시작할 때는 넷플릭스의 촬영을 허락한 팀이 거의 없었고 또 촬영을 허락한 개인도 거의 없었습니다. 때문에 처음 촬영을 허락한 팀인 하스, 그 팀의 당시 감독이던 귄터 슈타이너는 다들 돈을 펑펑 쓰며 게임에 참여하는 가운데 땡전 한 푼 없이 배고픔에 시달리며 게임에 참여하는 언더독 포지션을 선점해 관심을 받았고 또 나름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또 당시 개인적으로 촬영을 허락한 소수의 드라이버 중 하나인 다니엘 리카도는 당시 레드불 레이싱에 소속되어 몇 년에 걸쳐 인상적인 성적을 냈지만 자신의 시대가 서서히 끝나 가고 있음을 느끼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첫 시즌에 알게 된 몇몇 캐릭터들에 자신을 이입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몇 년이 흘렀는데 그러는 사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캐릭터들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며 여러 감정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령 이제는 F1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전 하스 감독 귄터 슈타이너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영어로 F-word를 내 뱉으며 배고픔에 시달리는 팀을 어떻게든 쥐어 짜 팀 소유주인 진 하스에게 성과를 만들어 내야 했는데 예산도 기술도 부족한 상황에서 적당한 드라이버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있는 드라이버는 심심하면 첫번째 코너에서 다른 차량에 충돌해 리타이어를 일삼아 팀 예산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 때 하스 소속 드라이버였던 로만 그로장은 기복이 심한 드라이버여서 때때로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때때로 게임을 완전히 말아먹거나 게임만 말아먹는 것으로 모자라 자동차를 박살 내곤 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박살냈습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팀을 이끌다 보면 입에 그 단어가 붙어 아무 때나 튀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그런 자신의 고충을 카메라 앞에서 솔직하게 털어 놓고 또 팀 사람들, 그리고 팀 바깥 사람들에게 그런 자신을 솔직하게 내 보이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고 최근 감독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을 보고 안타깝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그런 고통으로부터 좀 해방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했습니다.

초반에 주로 등장한 다니엘 리카도는 그 쾌활한 성격 덕분에 시리즈 초반부터 등장해 시리즈 내내 자주 나타납니다. 그런데 본능의 질주가 시리즈를 거듭해 가는 사이에 다니엘은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아주 서서히 정점으로부터 내려오는 중이었습니다. 레드불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다음 팀메이트로 아주 어린 막스 베르스테판이라는 드라이버가 들어왔고 이 새 드라이버와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이에 이 새 드라이버는 순식간에 월등한 성적을 내며 팀에서 다니엘의 입지를 뒤흔듭니다. 바로 직전까지 최고의 성적을 내며 팀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젊은 드라이버가 나타나 입지를 뒤흔들고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다니엘의 모습은 마치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다음에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할지, 아니면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지, 또는 이 업계에 남을지 떠날지 따위를 고민하는 저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최고의 성적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이 다니엘과 다릅니다. 그런 고민은 시즌 1에 잘 드러났고 결국 레드불 레이싱 팀을 떠나 당시 엔진 공급사이자 경쟁팀이던 르노 - 지금의 알핀 - 로 이적하기로 결정하며 팀과 선수의 갈등이 극에 달합니다.

르노로 이적한 다니엘 리카도는 다니엘의 이적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시릴 감독이 당시 일어난 르노의 어뷰징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새로 옮긴 팀에서 입자가 위태로워집니다. 르노에 올 때만 해도 감독의 초대를 받아 이적한 드라이버로써 레드불에서 점점 더 약해지던 입지를 공고히 할 새로운 팀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고 또 다니엘 역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이전보다 점점 더 나쁜 성적을 내기를 반복했는데 이 모습은 시리즈에서 종종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즌이 계속되며 다니엘은 다시 르노를 떠나 맥라렌으로 이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F1 드라이버로써 입지는 점점 더 약해지기를 반복합니다. 특히 맥라렌에서는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F1 드라이버로써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지경에 이르렀고 맥라렌 감독인 잭 브라운이 몇 년 사이에 폭삭 늙게 만든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맥라렌의 새 루키 드라이버로 알핀의 리저브 드라이버이던 오스카 피아스트리를 주전 드라이버로 계약해 버림으로써 이전 레드불에서 경험한 입지의 위협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상태가 됩니다. 결국 몇 년 사이에 팀을 두 번 옮기면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가능성만을 지닌 모호한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다니엘 리카도의 경험은 저 자신에게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 번 언급한 10년의 밤 고민에서 만약 과거에 팀을 떠나지 않고 의지를 발휘해 끝까지 살아 남았다면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생각해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니엘 리카도 역시 이제는 2회 월드 챔피언이 된 막스 베르스테판과 함께 지금까지도 가장 나은 레이스카를 설계하고 있는 레드불 레이싱에 남아 있었더라면 르노와 암흑기의 맥라렌을 거치며 경쟁력이 부족한 차량과 마주하지 않고 또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흡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미 결정을 내려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과거의 결정은 나중에 그 결정이 잘못 되었거나 더 나은 결정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 결정을 내리던 그 순간에 얻을 수 있던 정보에 기반해서는 가장 나은 결정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니엘 리카도는 팀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해져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적을 결심했으며 이는 이 시점에는 올바른 결정입니다. 가령 지난 두 시즌에 걸쳐 막스 베르스타펜의 팀메이트로 달린 세르지오 페레즈가 레이스카 세팅을 자신의 취향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도 계속해서 막스 베르스타펜이 선호하는 세팅이 강요 되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다니엘의 결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니엘은 맥라렌에서 두 번째 최악의 시즌을 보내다가 중간에 방출됩니다. 각각의 시점에 주어진 정보에 기반해 최선의 의사 결정을 했지만 각각의 결정은 결국 한때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이 드라이버가 방출되는 결말에 다다랐고 넷플릭스는 처음 시리즈를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 촬영을 허락해 준 다니엘 리카도를 존중해 지난 시즌이 끝날 때 약 3분에 걸쳐 이 드라이버에 대한 영상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다니엘은 방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에 최고의 성과를 보였던 레드불 레이싱의 서드 드라이버로 채용되어 여전히 F1 게임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됐는데 리저브 드라이버는 종종 주전 드라이버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달릴 수 없을 때 이들을 대신해 달리는 역할을 하지만 서드 드라이버는 정의가 모호하지만 어쨌든 실제로 달릴 일은 거의 없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주로 팀의 행사에 얼굴을 비치며 주전 드라이버들이 이런 행사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한때 최고의 성적을 내던 드라이버가 고작 몇 년 사이에 소속 팀에서 방출되고 또 레이싱을 하지 않으면서도 레이싱 팀에 소속되어 마이크를 들고 인사하고 또 여러 사람과 악수하고 사진에 찍히는 역할을 하는 모습은 비록 그 사람이 특유의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결코 그 상태가 행복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3년 시즌에 알파타우리에 새로 올라온 드라이버 닉 더프리스가 2023년 시즌 절반에 다다르는 동안 의미 있는 성적을 전혀 거두지 못하며 적응하는데 완전히 실패하자 팀은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고 선수를 방출한 다음 마케팅 역할을 하던 레드불 레이싱의 서드 드라이버 다니엘 리카도에게 시트를 줍니다. 지난 5년 동안 넷플릭스 스포츠 시리즈 본능의 질주가 계속되는 동안 다니엘 리카도는 최고의 자리에서 시작해 서서히 커리어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겪어 왔습니다. 르노로 이적한 다음에는 감독이 경질되며 팀에서 입지가 위태로워졌고 맥라렌으로 이적한 다음에는 저조한 차량 성능, 슬럼프가 동시에 찾아와 최악의 성적을 낸 나머지 방출되기까지 했습니다. 한때 최고의 성적을 내던 드라이버가 겪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맥라렌에서 방출된 다음에는 스스로 떠났던 레드불 레이싱의 서드 드라이버로 계약했지만 레이스카를 운전하는 대신 사람들 앞에서 웃고 사진 찍히고 또 악수하는 역할을 맡아 서킷 바깥에서 할 일이 있었지만 드라이버는 아닌 미묘한 입장에서 복잡한 감정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레드불 레이싱의 2군 팀인 알파타우리 - 2024 시즌에는 RB 팀 - 에 자리가 났고 이번에는 팀에서 자신의 입지 확보 같은 일종의 근시안적인 목표 대신 현재 위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이를 발판으로 과거의 영광을 어느 정도 되살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다니엘이 찾아 다니던 환경 중에서는 가장 나은 상황일 수 있습니다. 레드불에서 팀메이트는 지난 2년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막스 베르스타펜이었고 맥라렌에서 팀메이트는 F2 최고의 유망주이며 F1에 올라와 고작 반 년 만에 완전히 자리 잡은 오스카 피아스트리였습니다. 그런데 2024시즌 RB에서 팀메이트는 꾸준한 성과를 내며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지만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츠노다 유키이고 여기서 적당한 성적을 내면 과거 알렉산더 알본이 그랬던 것처럼 1군 팀인 레드불 레이싱으로 콜업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서 적당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과거 피에르 가슬리, 그리고 알렉산더 알본이 그랬던 것처럼 방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다니엘 리카도가 처해 왔던 여러 가지 상황에 비하면 지금이 가장 가능성 있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지난 2023 시즌에 다니엘 리카도가 부상으로 결장하던 사이에 등장해 훌륭한 성적을 낸 리암 로슨은 아쉽게도 예측 가능한 성적을 내는 드라이버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2024년 드라이버 라인업에 의해 여전히 리저브 드라이버로 서킷을 달릴 기회는 적겠지만 만약 현재 레드불의 세컨 드라이버인 세르지오 페레즈가 충분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다니엘 리카도에게 그 자리가 주어지고 RB의 세컨 드라이버 자리가 리암 로슨에게 주어지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지도 모릅니다.

이 드라마에서 레드불 레이싱과 RB의 가장 큰 실권을 가진 레드불 레이싱 수석 크리스천 호너는 다니엘 리카도를 다시 레이스에 복귀시키며 ‘절대 떠나지 말았어야 할 곳에 돌아왔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다니엘 리카도를 그 사람 바깥에서 둘러본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이 결정을 내리던 그 시점에 기반한 정보 만으로는 르노로 이적하고 또 맥라렌으로 이적한 행동이 올바른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긴 호흡으로 상황을 평가해 보면 다니엘 리카도는 서서히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중이었지만 지난 몇 년의 경험처럼 썩 부드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내려올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레드불 레이싱은 성적이 저조한 드라이버에게 가혹하기로 악명 높기는 하지만 다니엘 정도의 실력이면 한 번에 시장으로 쫓겨나는 대신 당시 토로 로소로 옮겨 적당한 성적을 내며 지난 몇 년 사이 경험보다 훨씬 느리게 아주 서서히 커리어를 쌓고 또 유지해 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다시 가능성이 있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가장 나은 상태가 됐고 만약 여기서 더 나은 성적을 보여준다면 그가 팀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했을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넷플릭스 시리즈를 통해 다니엘 리카도라는 드라이버를 지켜보며 커리어의 후반 또는 유년기의 끝을 경험하는 입장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종종 회고해 봅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 선택이 썩 훌륭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지만 선택을 하는 그 시점에 주어진 정보로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것과 그 선택이 썩 훌륭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이들 둘 다 사실입니다. 다니엘 리카도가 2024년 시즌에 지난 몇 년 사이에 가장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놓인 것과 마찬가지로 저 자신도 지난 10년을 돌아볼 때 가장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고 오래 갈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적당한 실적을 내는 것이 드라마 속의 그 드라이버가, 그리고 제가 제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 사족으로 어쩌면 다니엘 리카도는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2024년 시즌에 RB에서 잘 달리더라도 레드불 레이싱에 시트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바레인 그랑프리가 진행 중인 3월 초 현재 윌리엄스 팀의 알렉산더 알본에 대한 두 가지 루머가 있는데 하나는 루이스 해밀턴이 떠나는 2025년부터 메르세데스의 두 번째 시트로 알렉산더 알본이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만약 2024년 시즌에 세르지오 페레즈가 성적을 충분히 내지 못할 경우 이 자리가 다니엘 리카도 대신 알렉산더 알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에 대해 가혹한 레드불의 전통에 따라 쉽게 자리를 바꿀 수 있는 다니엘 리카도 대신 향후 수 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는 알렉산더 알본을 선택하는 쪽이 레드불에 더 어울리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2024 시즌 기준으로 지난 몇 년 사이에 다니엘 리카도에게 가장 가능성 있는 상황이 시작되었지만 F1 선수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