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둠 걱정이다
둠 이터널 프랜차이즈가 마무리되고 이제 둠 어둠의 시대라는 새 프랜차이즈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고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존에게 진 빚에서 둠 이야기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둠 이터널을 플레이 한 이야기를 했던 때로부터는 시간이 좀 지났고 또 둠 이터널 확장팩의 보스전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던 고대의 아레나 슈터와 현대의 슈터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로부터는 또 한 1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개인적으로 둠이 처음 세상에 나타났을 때 저는 실시간으로 둠을 플레이 할 수 있을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둠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은 다음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삼차원 일인칭 슈터 장르가 퀘이크를 통해 등장했을 때 비로소 본격적으로 이 장르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둠은 3편에 다다르며 암흑기를 겪었고 퀘이크 역시 4편에 다다르며 암흑기를 겪기 시작한 다음 시간이 흐른 현대에는 더 이상 아레나 슈터 장르가 그다지 인기를 끌고 있지 않습니다. 고객들은 이전 시대에 아레나 슈터 장르에 열광하던 사람들과 크게 달라졌고 이 장르와 산업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의 프랜차이즈는 현대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베데스다가 둠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부트하고 둠 이터널 역시 내부적으로 겪은 어려움 끝에 성공적으로 개발해 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둡니다. 이들은 이미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둠 프랜차이즈의 관뚜껑을 박살 내고 현대로 끄집어냈을 뿐 아니라 현대적인 유행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둠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작자들은 인터뷰에서 콜 오브 둠이라고 불렀던 그 시대에 유행하던 컷씬 위주의 단방향 진행을 특징으로 한 둠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사내 평가가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콜 오브 둠 개발을 중단하고 다들 모여 자신들이 둠 프랜차이즈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과정을 거쳐 둠 프랜차이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정의하고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옥으로부터 돌아온 둠 프랜차이즈는 오래 전 사람들이 둠으로부터, 그리고 둠의 데스매치로부터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을 현대적인 메커닉을 통해 재해석했고 현대의 어느 일인칭 슈터와도 비교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창조해냅니다.
하지만 둠 이터널의 확장팩에 가서는 그 스토리를 이어가는 관점에서는 의미있었지만 플레이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미 둠 이터널 그 자체만으로도 이게 둠인지 마리오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둠 이터널 확장팩에서는 좀 더 마리오스러운 움직임을 요구하는 부분이 늘어납니다. 개인적으로 둠 이터널 확장팩 1의 최종 보스전이야말로 게임을 수퍼마리오로 해석한 결과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슬레이어에 빙의해 행동하며 바랬던 상대를 죽이고 찢고 잡아 뜯고 뽑아 버리는 여러 행동들 뿐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고 악마가 펼쳐 든 방패를 뛰어넘어 악마의 뒤통수를 박살내는 플레이는 이런 기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둠 이터널 확장팩 1의 최종 보스는 악마를 찢어 발기기 위해 닫힌 공간에서 퍼즐을 풀고 그때그때 생성되는 고저차가 큰 플랫폼 위를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사이사이에 자잘한 악마를 찢어 얻은 무기를 모았다가 한 방에 보스를 공격하기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분명 둠이었지만 보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제가 조작하는 슬레이어의 행동은 마치 오래된 영화 메트릭스에서 주인공들이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이리 저리 점프하는 사이사이에 적에게 총알을 한 발 한 발 먹여 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분명 그 보스전은 흥미로웠지만 그래서 이 경험이 내가 기대한 그 둠인가 하면 썩 그렇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둠 이터널 확장팩 2의 최종 보스는 이들이 일인칭 슈터 장르를 만들며 점점 더 강해지는 보스를 설계하는데 겪었을 어려움을 여과 없이 노출한 결과라고 평가합니다. 아이소매트릭 뷰에서 거대보스의 문제만큼 이율배반적이지는 않지만 일인칭 슈터 장르에서도 거대 보스를 만들어 그럴듯한 플레이를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둠 이터널의 최종 보스는 ‘아이콘 오브 신’인데 이 괴물은 슬레이어에 비해 엄청나게 거대해 높은 빌딩 곡대기에서 간신히 이 괴물의 머리통과 상반신 일부, 그리고 양 팔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보스를 만나기 전 빌딩을 계속해서 올라가며 악마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거대 보스의 공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는 곧 만나게 될 보스의 거대함, 이로 인한 강력함을 미리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만드는 입장에서 거대 보스와 작은 주인공의 싸움을 그럴듯하게 만들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거대 보스는 너무 거대하고 강력해서 사실 발을 들었다가 정확한 시점에 주인공 위로 떨어뜨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중력에 의해 자동으로 해결되고 게임은 거기서 끝날 겁니다. 이게 현실이지만 우리의 작디 작은 주인공은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옥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악마들을 맨손으로 잡아 뜯어 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거대하고 또 강력하더라도 유저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대 보스를 쓰러뜨릴 방법을 만들어야만 했을 겁니다.
결국 그렇게 거대한 보스와 일대일로 맨 땅에서 싸우는 대신 슬레이어는 높은 빌딩 꼭대기에 올라가 빌딩 옥상에 상반신을 걸친 아이콘 오브 신과 공격을 주고 받는데 이렇게 거대한 보스의 일부분과 전투하는 장면은 아주 오래 전 메탈기어 1에서 경험한 이후 표준적인 문법이 된 것 같습니다. 메탈기어 1에서 주인공은 거대한 메탈기어와 싸워야 하지만 당시 기술적 한계로 그 거대한 스프라이트를 움직일 수가 없어 아직 미완성이라는 설정으로 메탈기어에 설치된 작지만 강력한 무기에 의한 공격을 받는 것으로 설정합니다. 이는 아이콘 오브 신 전체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이 거대한 괴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그래픽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여전히 그 전체와 조그만 주인공이 싸우는 그럴듯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어렵기에 기술적 제한이 거의 없음에도 빌딩 꼭대기에 어설프게 걸친 최종 보스와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설정 상 아이콘 오브 신의 마지막 약점은 개방된 두개골 안에 보이는 거대한 뇌였고 슬레이어는 크루시블을 뇌에 꽂아 넣고 자루를 비틀어 뽑은 다음 도망쳐 아이콘 오브 신이 폭발하는 거대한 충격을 간신히 회피하며 게임이 마무리됩니다. 이 장면을 보며 거대 보스와 전투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다시 둠 이터널 확장팩 2의 보스로 돌아가면 이번에는 이들이 인간형 보스를 만들며 얼마나 고민했을지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거대 보스도 만들기 어렵지만 인간형 보스 역시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인간형 적은 일단 주인공과 크기가 비슷하기에 이들이 말이 되는 선 안에서 할 수 있는 행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인간형인 상대가 할 수 있다면 그와 비슷한 주인공 슬레이어 역시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둠 이터널 시리즈 내내 인간형 악마들은 처음엔 맨 몸으로 등장했다가 공중에 뜬 채로 등장한 다음 사이버데몬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탈것 위에 얹힌 채 등장하고 그 다음에는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강력한 방패를 들고 나타납니다. 악마가 들고 있는 마치 경찰들이 들고 있을 것 같은 반투명한 플락시글래스 비슷한 방패는 악마와 싸운다는 몰입을 깨기 딱 좋았지만 몬스터 메커닉 측면에서, 그리고 레벨디자인 측면에서 한계를 쉽게 돌파한 새로운 문제를 낼 수 있게 해 줍니다. 정면에서 공격은 쓸모 없으므로 재빨리 회피하며 다른 정면에서 유효타를 날릴 수 있는 상대를 처치하며 서서히 방패를 든 적 뒤로 이동해 공격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주변의 기물을 사용해 방패를 든 악마 뒤로 순식간에 이동해 뒤통수를 날리고 등골을 뽑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 때 방패를 든 악마가 회전함에 따라 실시간으로 레벨디자인이 국지적으로 바뀌는 효과가 있어 설정이 좀 깨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둠 이터널 확장팩 2 끝에 나타난 다크로드는 일단 설정부터 슬레이어의 지옥 버전이어서 그냥 맨 몸으로 싸우게 만들었다가는 도무지 설명 가능한 전투 메커닉을 구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일단 뭔가의 탈것에 태워 주인공보다 조금 더 큰 모습으로 전투에 임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보스는 거대보스가 아니라 그저 슬레이어보다 조금 더 큰 인간형 몬스터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에 제한이 확실합니다. 그나마 이전에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머러우더의 메커닉을 재활용했는데 패턴을 파악하고 나면 난이도가 급격히 떨어져 최종 보스를 상대하기 위한 기대를 크게 배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러우더 메커닉을 재활용한 다크로드와 싸우며 한편으로는 바쁘게 공격을 피해야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확장팩 1 보스처럼 슬레이어가 마리오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니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인간형 보스와 상대하는 메커닉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딱히 놀랍지도 않게 다크로드를 쓰러뜨리고 자기 자신을 쓰러뜨린 슬레이어 역시 그 자리에서 모든 힘을 잃고 쓰러지며 또 다시 봉인 되는 결말을 맞이하며 둠 이터널 프랜차이즈의 이야기가 거대 보스, 그리고 인간형 보스와 말이 되는 전투 메커닉을 설계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그렇게 둠 이터널 프랜차이즈가 끝나고 리부트 되어 한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둠 시리즈 역시 한동안은 다시 봉인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제 생각을 깨고 내년 - 2025년 - 에 슬레이어의 이전 스토리를 다룬 ‘DOOM: The Dark Ages’ 트레일러를 봤습니다. 어쩌면 회사는 성공적으로 둠 프랜차이즈를 지옥 밑바닥에 있던 관뚜껑을 박살내고 현대에 끄집어낸 김에 계속해서 그 힘에 의존하고 싶었을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미 두터운 석관에 영원히 봉인된 슬레이어를 뒤로 하고 둠 이터널 시리즈에 잠깐씩 등장한 슬레이어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새로 만든다고 해도 딱히 이상하지 않습니다. 트레일러에 나타난 여러 플레이는 오래 전 퀘이크콘에 모인 사람들이 열광할 법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아무래도 모자라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굵직한 플레이와 악마를 대상으로 한 온갖 잔혹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충분합니다. 둠 이터널 프랜차이즈를 거치며 플레이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함께했으니 이번에도 옛 친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트레일러에 나타난 솔직히 조금 뻔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새 둠이 출시되면 분명 플레이 할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둠 트레일러로부터 드는 걱정은 거대 보스나 인간형 보스를 상대하는 플레이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게임디자인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걱정되는 부분은 아직 슬레이어로 불리기 이전의 주인공이 거대한 메커닉에 탑승하거나 하늘을 나는 괴물에 탑승해 넓은 지역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장면입니다. 리부트 된 둠부터 시작해 둠의 여러 연출은 상당히 철저하게 일인칭 시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 자체가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정 상 게임 상에서 주인공은 거의 말하지 않고 또 게임의 시작이 슬레이어가 그의 헬멧을 쓰며 시작하기 때문에 이 시점을 깨는 순간 슬레이어에 대한 유저의 빙의 상태를 깨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일인칭 시점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인칭 시점으로 보는 여러 연출은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 줍니다. 가령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차 뒷자리에 타고 사형장으로 끌려가 카메라 앞에서 눈 앞에 총구가 보이고 화면이 어두워지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경험은 두고 두고 일인칭 시점의 대단한 경험으로 회자됩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프랜차이즈 게임에서 핵폭탄이 폭발하고 충격파에 의해 수송기가 추락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으며 적에게 사로잡힌 다음 산 채로 몸에 휘발유가 뿌려진 다음 불이 붙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삼인칭으로 봤다면 그만큼 강렬하지 않았을 겁니다.
리부트 된 둠 프랜차이즈 역시 한동안 여러 가지 스토리텔링을 일인칭 시점을 유지한 채로 진행하며 이런 경험을 유지했지만 둠 이터널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자주 카메라 앵글 안에 슬레이어가 들어오며 제가 빙의해 있던 슬레이어가 화면 안에 나타나 슬레이어를 문득 타인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어 경험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거기 등장하는 둠가이와 현실의 슬레이어는 분명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카메라 앵글 안에 둠가이가 나타나고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는 현재 시점에 슬레이어가 이야기를 진행 시키기 위해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오는 순간 분명 그 컷씬 자체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전에는 헬멧을 뒤집어 쓰는 그 순간 슬레이어에게 이입해 의자를 고쳐 앉고 찡그린 표정으로 마우스를 붙잡고 있는 대신 등을 의자에 파묻고 저는 저일 뿐 슬레이어가 될 수 없다는 당연하지만 결코 깨닫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둠 이터널 확장팩 2에서 슬레이어가 다크로드를 쓰러뜨리자 카메라는 슬레이어의 일인칭으로부터 빠져나와 둘을 함께 비추며 두 인물의 최후를 삼인칭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며 슬레이어의 마지막을 보여주지만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으로 슬레이어가 다시 석관에 봉인될 때는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와 관뚜껑이 닫히고 어둠 속에 슬레이어의 문양만이 붉게 빛나며 게임이 끝나며 이제 슬레이어의 삶은 여기까지임을 일인칭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둠 ‘다크 에이지' 트레일러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둠가이가 뭔가에 탑승할 때 삼인칭 시점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사실 일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다가도 삼인칭 시점으로 어쩔 수 없이 전환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주인공이 뭔가에 탑승했을 때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여러 일인칭 게임에서 자동차에 타면 일인칭을 유지하며 운전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하고 거대 메커닉에 탑승하더라도 시점을 유지하며 이전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플레이하며 지금 주인공이 맨몸이 아니라 거대한 메커닉에 타고 있음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탑승한 메커닉이 충분히 거대하지 않거나 주인공이 탑승한 그 뭔가를 더 잘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이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라도 일시적으로 카메라 앵글 안에 주인공과 주인공이 타고 있는 뭔가를 함께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한 효과는 주인공이 타고 있는 뭔가를 잘 보여주고 주인공이 여기 타고 있음을 유저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카메라로부터 주인공이 멀어지며 주인공이 아무리 거대한 뭔가에 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거대함을 잘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영상에서는 하늘을 나는 생명체에 탑승한 다음 날기 시작하는데 이 때 속도감을 위해 카메라가 생명체로부터 멀어지며 모션 블러 효과를 주는데 이 때 분명 속도감은 느껴지겠지만 일인칭 시점으로 선 굵은 플레이를 하던 게임에서 갑자기 화면에 코딱지만하게 잡힌 탈것 안에 내가 빙의한 바로 그 둠가이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썩 달갑지 않았습니다.
새 둠 게임 트레일러를 보고 바로 이 점이 걱정됩니다. 둠 시리즈는 그 첫 탄생부터 그 스스로 일인칭 슈터 장르를 최초는 아니지만 대중의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해 버렸고 리부트 되면서도 꽤 오랫동안 근본을 잃지 않고서도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거대 보스와 전투, 인간형 보스와 함께하는 다양한 레벨디자인 변화, 그리고 인간형 보스와 일대일 전투 같은 아주 골아픈 문제들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레일러에서 그런 문제 해결을 계속하는 대신 남들이 사용하는 단점이 확실한 훨씬 쉬운 해결 방법을 사용한 것 같아 보입니다. 아직 트레일러일 뿐이고 출시 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제가 만드는 게임이나 잘 만들고 남이 만드는 게임 걱정을 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됩니다. 뭐 어쨌든 새 둠도 이를 플레이하며 이들의 고민을 느낄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