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 쓰기, 글 공유 회고
2023년도에는 이전부터 습관을 들인 뇌를 거의 덤프하다시피 하는 글쓰기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동안 이대로 계속 가 볼 작정입니다.
이 글은 2024년 둘째 주에 공개될 38호 뉴스레터에 포함되어 나갈 예정이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아직 2023년도 마지막 주입니다. 실제 공개 시점과는 거리가 있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했던 것처럼 지난 1년 동안에 일어난 몇 가지 주제를 돌아보며 생각해 보고 반성하고 또 잘 된 것 같으면 계속해서 이어 가거나 개선해 보려고 합니다.
글 쓰기와 글 공유에 대해서는 1년 전 2022년 말에 2022년 글쓰기 회고와 2022년 글 공유 회고로 나눠서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이미 글 쓰는 날 소개와 뉴스레터 20주 리뷰 (1), 뉴스레터 20주 리뷰 (2)를 통해 어떻게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는지 소개한 적이 있어 굳이 글 쓰기와 공유를 서로 구분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2023년도 글 흥행 순위를 통해 2023년 연말 전까지 많이 읽힌 글을 알아보기도 해서 이번에야말로 글 쓰기와 공유를 묶어 한 번에 회고해 볼 작정입니다.
모든 것은 엑스(구 트위터)에 새로운 소유주가 나타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직접 만나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지만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그 분은 뭔가 예측하기 어렵고 무슨 일이든 생각나면 약간 즉흥적으로 실행해 버릴 것 같은 느낌이어서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아무말을 해 오던 서비스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화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때로는 그때까지 익숙하게 하던 어떤 일의 방식을 바꾸거나 가능했던 일을 불가능하게 바꾸거나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등 한동안은 변화를 따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고 때로는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도 합니다. 일단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블로그 글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이런 글 공유에 어려움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엑스(구 트위터)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액티비티펍 네트워크에 호환되는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처음 생각은 엑스(구 트위터)에 문제가 생겨 글을 공유하기 어렵게 되거나 효과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새 아무말 및 글 공유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었는데 1년이 넘게 지난 지금 와서 살펴보면 아무말 채널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글 공유 채널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엑스(구 트위터)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다른 한 가지 방법으로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는 글 배포 체계를 구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작년 까지는 느슨한 네트워킹의 대부분을 엑스(구 트위터)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 서비스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사람들이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기도 하고 이 서비스 자체에 대한 주목이 떨어질 테고 그렇잖아도 현대에 아무도 읽지 않는 텍스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그나마 텍스트를 편안하게 읽던 분들을 잃으면 이 분들을 다시 회복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런 걱정 때문에 액티비티펍 네트워크에 둥지를 틀었지만 스스로 액티비티펍 네트워크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과정을 겪으며 사용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어려움을 뚫고 액티비티펍에 자리를 잡을 사용자는 거의 없을 거라고 예상했고 개인적으로 이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안정적으로 동작하고 사람들의 오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독자분들께 글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 시점에 가장 쉬워 보이는 방법이 뉴스레터였습니다. 뉴스레터를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제공하는 고스트를 선택해 블로그를 이전하고 지난 2023년 4월 말일에 뉴스레터 1호 혹시 거기 계시면 제게 알려주세요를 작성해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는 방법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뉴스레터에 글쓰기의 핵심은 평소 생활하며 글 쓸 거리를 생각하고 메모해 뒀다가 일주일 중 어느 하루에 한 주 동안 생각해 둔 주제에 대해 쏟아내듯 한 번에 초안을 작성하고 글로 풀어 쓴 다음 최소한의 퇴고와 최소한의 오타 수정을 마친 다음 바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텍스트로 만들어 공유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제목과 한 줄 정도로 최소한의 생각을 기록해 둔 메모에서 시작해 글 전체를 한 번에 써 내려간 다음 거의 그 상태를 그대로 공개하는데 퇴고라기 보다는 그냥 눈에 띄는 오타를 수정하는 수준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여러 생각을 텍스트로 옮기는데 집중한 이유는 글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생각과 메모로만 맴돌다가 텍스트로 만들어지지 못하는 생각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타가 나타나고 표현이 어색하거나 심지어 문장 안에서 주술 호응이 안 맞는 등 어처구니 없는 표현이 나타나기도 해서 종종 나중에서야 이를 발견하고 쪽팔려 하며 수정하곤 했는데 그 때는 이미 수많은 분들께 오타가 널리 퍼진 다음이어서 부끄러워 해봐야 이미 늦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의 뇌에 있는 전기 신호의 변화를 거의 그 상태 그대로 손가락을 이용해 한국어 모양으로 덤프 해 내는 느낌으로 글을 쓰려고 하고 있고 이런 의도와 결과는 의도에 맞게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뇌를 거의 덤프하다시피 하면서 얻은 장단점은 무척 명확한데 일단 장점은 지난 1호 뉴스레터로 시작해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공개된 36호 뉴스레터에 이르기까지 한 주에 총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해 뇌를 덤프한 텍스트를 규칙적으로 작성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 템포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예상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유지하고 있어 나름 신기하기도 하고 또 이 상태를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며 또 기왕 이렇게 된 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유지해 보자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지금의 목표는 일주일에 한 번 글 뭉치를 공유하기를 52주 연속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딱 1년을 채우고 나면 그 후에도 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뭔가 변화가 필요할지 판단하기에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점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명확한데 앞에 소개한 대로 글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기 보다는 거의 뇌를 덤프하는 느낌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읽어 보면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은 글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이를 다시 설명한 글을 새로 만드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이 시차를 두고 같은 생각을 반복해 비슷한, 혹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 줘 도움이 되지만 이를 읽으시는 분들께는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때로는 별 의미 없는 뇌의 덤프에 가까운 텍스트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같은 중간 필터링 장치 없이 바로 독자 분들의 메일박스에 꽂아 넣는 일이 도의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듭니다.
새 글은 매주 금요일마다 뉴스레터를 통해 보내고 있는데 이 글들은 동시에 구글 캘린더에 예약해 놨다가 이 예약에 맞춰 이전에 사용하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매주 평일마다 하루에 하나 씩 공유되도록 했습니다. 원래는 이 방법이 글을 공유하는 핵심 방법이었지만 뉴스레터를 통해 직접 독자분들의 메일박스에 글을 보내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보조 방법이 됩니다. 그런데 평일마다 글이 하나 씩 공유되는 속도에 비해 글을 쓰는 속도가 약간 더 빠르기 때문에 캘린더에 예약된 글은 어느새 2024년을 가득 채우고 2025년 3월까지 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받지 않은 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글을 읽는다면 약 14개월 전에 작성한 글을 읽게 됩니다. 이는 글을 읽는 분들께는 갑자기 아주 오래된 주제에 대해 오늘 이야기하는 약간 헛소리에 가까운 글을 읽게 되는 문제를 일으키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공유된 14개월 전 작성한 글을 다시 만나는 경험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오래 전 작성한 글이 14개월 후 미래의 저에게 도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위에서 이 글들은 모두 뇌에 일정 시간에 걸쳐 오간 전기 신호를 손가락을 이용해 그대로 덤프해낸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런 글은 당연히 나중에 읽어 보면 오타도 있고 문법에 맞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또 그렇게 잠깐 과거의 제 뇌를 스쳐 지나간 전기 신호는 미래의 제가 볼 때 의견이 달라졌거나 좀 더 미려한 문장으로 다시 설명하거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본 다음 생각을 풀어내는 구조가 달라지는 등 과거와는 다른 전기신호를 뇌에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나타난 과거에 작성한 글과 다시 마주쳐 과거의 제가 쓴 글을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글처럼 읽어본 다음 지금과 생각이 다르면 과거의 글을 수정하는 대신 현재의 제가 비슷한 주제로 다시 생각을 덤프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한동안 캘린더에 잠자고 있다가 또 다시 1년 이상이 지난 미래의 저에게 배달 되어 또 한번 같은 주제로 생각을 반복해볼 계기를 만들어 주는데 이 과정의 반복을 경험해 보니 상당히 재미있어 이 체계는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2022년을 지나 2023년에도 글을 쓰고 글을 공유하며 한 해를 보냈고 지난 해와 달리 2023년에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며 글을 이런 방식으로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며 배울 수 있어 좋았고 이 자리를 빌어 뉴스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뉴스레터를 받아 주시는 모든 구독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뇌를 스치는 전기 신호를 손가락으로 덤프하는 수준의 글이지만 혹시 어느 분이라도 조그만 영감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2024년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느낌으로 습관을 계속해서 유지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