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시스템에 대한 다른 접근

개인적으로는 신처럼 동작하는 퀘스트 시스템을 설계하기를 더 좋아하지만 완전히 반대 관점으로 설계된 시스템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퀘스트 시스템에 대한 다른 접근

비슷한 장르 게임을 여러 번에 걸쳐 만들다 보니 게임마다 비슷한 기능을 여러 번에 걸쳐 만들게 됩니다. 가령 게임들이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으로 옮겨 간 초기부터 채팅이나 파티 같은 커뮤니티 관련 기능은 게임이 조금씩 달라짐에 관계 없이 거의 비슷한 형태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회사는 이 점에 착안해 채팅, 길드, 파티 같은 여러 게임에 걸쳐 사용될 기능을 별도로 개발한 다음 게임마다 이를 사용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웹 기반으로 개발된 이 시스템은 기획서를 쓸 필요도 없고 인프라를 준비하거나 게임에 더 어울리는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 없이 게임에 어울리는 컬러 스킴을 설정하면 한 주 안에 인게임에서 동작하는 파티, 채팅, 길드 기능을 탑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파티나 길드를 활용하는 인게임 상의 경험과 목표에 따라 한계가 뚜렷했지만 언제나 비슷비슷한 오래된 채팅 기능을 매 프로젝트마다 이를 처음 담당하시는 주니어님들을 고생 시켜 가며 개발하는데 비하면 분명 장점이 있는 접근입니다.

게임마다 비슷한 또 다른 기능에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매치메이킹, 인벤토리, 업적 같은 기능도 있습니다. 한동안은 게임마다 서로 다른 구조로 캐릭터를 만들어 어쩔 수 없이 커스터마이징을 각각 개발해야 했고 사실 현대에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각자 개발하고 있지만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최소한 인간형 캐릭터는 게임마다 구조가 거의 비슷해져 이론적으로 서로 다른 여러 게임에 걸쳐 거의 같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할 여지가 있습니다. 여러 게임에 걸쳐 제각각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개발해야 했는데 항상 이 기능의 정점에 도달한 다른 게임을 따라 하고 싶으면서도 그 게임에서 제공하는 불러오기와 저장, 프리셋, 언두와 리두 같은 보조 기능을 포함할라 치면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결국 간신히 체형과 최소한의 물량을 갖춘 의상을 교체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개발한 다음 모든 사람들이 이 기능의 존재를 잊어버린 채 인게임 개발에 집중하다가 개발 후반이 된 다음에야 사장님이 꼴 사나운 그 상태를 보고 극대노하신 다음에야 갑자기 중요도가 높아져 이미 개발한 기능은 모두 그대로 두고 에셋 퀄리티에만 집중해 마무리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