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에 대한 적극적 대응
잘 자기 위한 온갖 검증되지 않고 또 가까운 방법들이 있지만 어쩌면 이 방법들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올바른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전에 처음 집중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시려는 분들께에서 집중하기 어려운 문제를 검증되지 않은 집중 방법이나 개인의 노력 영역에서 해결하려고 하며 고통 받는 대신 검증되고 또 좀 더 현대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또 생각의 멱살, 주의력이 부족한 사람의 할 일 관리 방법, 주의력이 부족한 사람의 일상 기록 같은 글을 통해 적극적이고 또 현대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이전에 이 세계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살아 남기 위해 시도하고 또 확립한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확립한 방법, 그리고 현대적인 적극적 대응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가 완화되었고 이 완화된 상태에 무척 만족하며 건강이 허용하는 한 이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방법을 감당하기 위한 체력이 필요한데 다행히 이전에 자전거를 조금 타 둔 덕분에 장기간에 걸쳐 현대적인 방법을 감당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열심히 자전거를 탈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
그런데 집중력에 대한 문제에 현대적인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처음부터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이 상태가 문제라는 사실조차 몰랐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 해 보면 다들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만 일을 하려면 좀 더 집중력이 필요했기에 필기를 하고 타이핑을 하고 위키 같은 기록 도구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도구를 시도해 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그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기록에 관심이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런 기록은 종종 왜 개인 공간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나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개인 위키로 컨플루언스 추천해요 (2024)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을 정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들 이런 줄 알았고 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여러 매체에서 이런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제 경험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여러 해 전 어느 여름날 아침,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이 즈음 회사 일은 저를 좀 빡치게 하고 있었지만 회사 지하에 있던 샤워실은 회사와 프로젝트에 대한 어지간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족했습니다. 덕분에 아직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전 시간대이기는 했지만 여름날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회사와 가장 가까운 경로를 선택하는 대신 동네 오르막 하나를 경유하는 경로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다음 씻고 옷을 갈아입어 말끔한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었고 덕분에 일이 저를 좀 빡치게 만들어도 멀쩡하게 행동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출근 시간대가 비슷한 다른 자전거 타는 분들과 마주치며 이 분들이 어디서 일하시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자전거와 옷으로 사람을 알아보고 인사하고 또 방향이 같으면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병림픽을 하는 등 출근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지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였는데 잠을 아예 못 잔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여름날 아침의 선선한 공기를 가르며 동네 고개를 내려와 좌회전 해 자동차 도로로 합류합니다.
인도로 달리는 따릉이에서 자동차들이 합법적으로 자동차 도로를 돌리는 자전거에게 얼마나 적대적으로 구는지 대강 이야기한 적 있는데 이 날도 자동차들은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근 시간이 살짝 지난 상태였지만 자동차들은 도로 오른편으로 달리는 제 옆을 스치듯 지나갔는데 자동차 도로를 달릴 때 제 옆을 지나는 첫 번째 자동차의 행동이 아주 중요합니다. 신기하게도 첫 번째 자동차의 행동에 따라 그 다음 자동차들의 행동이 결정되는데 가령 첫 자동차가 비상등을 켜고 자전거와 거리를 유지한 다음 조심해서 지나가면 뒤따르는 다른 자동차들도 똑같이 행동합니다. 반면 첫 번째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제 왼편을 스치듯 지나가면 뒤따르는 다른 자동차들도 똑같이 행동하는데 이 상태가 몇 초 지속되면 그 다음은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는 자동차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뒤에 자동차가 붙으면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이 자동차가 어떻게 지나갈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가 아닌 이상 엔진 소리를 들어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 날 제 뒤에 붙은 첫 번째 자동차는 분명 위험하게 제 옆을 지나갈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 첫 자동차를 온순하게 만들지 않으면 이후 몇 백 미터에 걸쳐 자동차 여러 대가 공격적으로 굴 것이 뻔했기 때문에 잘 대응해야 하는데 대응 방법은 도로 오른편으로 완전히 붙는 대신 오로 중앙 근처를 달리되 자전거가 지켜야 할 도로교통 관련 법률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살짝 오른편으로 달리는 것입니다. 이러면 제 왼편을 스치듯 위험하게 지나가려는 자동차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도 저를 스치듯 지나가며 왼쪽 차선을 넘어 자기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왼쪽 차선을 넘는 대신 속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한국의 여러 운전자들은 많이 망가져 있긴 하지만 그렇게 까지 망가지지 않은 이상 이 상황을 맞으면 자라니라고 욕하며 나중에 블박 영상을 인터넷에 올릴지언정 속도를 줄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이렇게 교통을 통제하는데 제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혼자 다니며 누군가를 함께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얌전히 도로 오른편에 붙어 조용히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날 따라 저는 평소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도로 한 칸을 완전히 다 막았고 등 뒤로 들려오던 회전수가 줄어들지 않는 엔진 소리는 제 등 뒤 왼편으로 이동해 더 커지며 경적 소리와 함께 제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괜히 짜증이 솟구쳐 어차피 보이지도 않을 손을 들어 욕설을 날린 다음 무사히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출근할 때 제가 했던 행동은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날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날은 밤에 좀처럼 잠들지 못한 채 몇 시간 동안 눈을 감고 누워만 있다가 일어날 시간이 되기 한 시간 쯤 전에 잠깐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한지 4일째 되는 날이었고 어쩌면 아침의 제 위험한 행동과 부족한 잠 사이에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사이에 정말 어떤 관계가 있다면 잠을 똑바로 잘 때까지 자전거 출근을 포기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여튼 이 생각은 뒤로 한 채 또 일을 하다 보니 날이 저물고 주변 자리들이 비어 간 다음에야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집으로 가는 최단 경로로 전조등을 켠 채 조심조심 돌아옵니다. 최단 경로에는 자동차 도로가 거의 없어 아침 같은 일을 겪을 일은 거의 없었고 또 날이 어두워지면 자동차가 저를 못 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뒤를 따라오면 눈이 빠질 것 같은 후미등을 사용하면서도 조심조심 다니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날 밤은 드디어 전혀 잠들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누워서 온갖 생각을 하고 또 주변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또 각각의 소리를 내는 원천이 무엇일지 생각하기를 반복하다가 알람이 울릴 시간을 맞이합니다. 사실 이쯤 되니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분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잠을 안 잔 것 같았지만 어쩌면 잠을 안 잔 꿈을 꾼 것일지도 모릅니다. 눈을 뜨면 그나마 잠들려던 상태가 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자리에 누운 순간부터 알람이 울릴 때까지 눈을 뜨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밤을 세운 것인지 꿈을 꾼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몸 상태로 미루어 잠을 잤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머릿속은 엉망이 되어 있어 오늘은 출근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없을 것이 확실했습니다. 일단 회사에 연락해 오늘 휴가를 선언한 다음 바닥에 앉아 이제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제대로 잠을 못 자기 시작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고 특히 오늘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완전히 잠을 못 잔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동안에는 그나마 한 시간 정도는 잠을 잔 것 같았는데 그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고 아직 잠을 안 잔 꿈을 꾼 것인지 정말 잠을 안 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몸 상태로 미루어 잠을 안 잔 것에 가까워 보였으며 심지어 아침 내내 휴가를 냈으니 좀 더 주워 있을 작정이었지만 그냥 피곤할 뿐 잠은 전혀 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병원. 그렇잖아도 알고 지내는 분들 중 잠 문제를 겪는 분들이 계셨고 이 분들로부터 평소에 잠을 못 자 고통 받거나 병원에 가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당장 이 분들과 상담을 시작합니다. 지난 며칠에 걸쳐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오늘은 다섯 번째 날인데 이제 아예 잠에 든 것 같지 않다고 저는 심각하게 이야기했는데 모두들 쿨하게 ‘병원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시 질문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가장 가까운 가정의학과에 가면 될까 생각했는데 잠 문제로 오래 고생하신 분이 결국 이 문제는 신경정신과에서만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처음부터 그 쪽으로 가라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가까이에 병원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다른 병원 갈 때처럼 무턱대고 병원에 가 접수를 시도하면서 당황스런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 과는 완전히 예약제로 운영되며 예약은 2주 뒤까지 가득 차 있었다는 점입니다. 맨 처음 어떻게 오셨냐는 물음에 5일째 잠을 못 잤다고 이야기한 참이어서 접수하시는 분도 곤란해 하던 차에 그 날 오후 즈음에 빈 시간이 잠깐 있으니 이 때 다시 오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날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 잠깐의 시간이 비지 않았으면 다른 병원을 찾아 다니거나 정말로 2주 뒤에 예약을 잡았어야만 했을 테고 그 사이에 상태가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그 날 오후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진료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가 느끼는 잠을 못 잤다고 생각하는 체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여러 질문을 받아 답했는데 그 중 하나는 제 음주 습관에 대한 것입니다. 한 주에 맥주 한 두 캔 정도를 마시며 본격적인 술자리는 두어 달에 한 번 정도 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질문,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은 제가 약물을 남용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행히 상담 후에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었고 플라시보 효과인지 아니면 정말 약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저녁에는 드디어 잘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지도 받은 약 복용 방법은 잘 시간 즈음에 약을 먹고 그냥 평소처럼 있다가 졸리기 시작하면 가서 자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을 먹고 운전 하면 안된다는 주의를 들었습니다. 나중에 가족의 말에 따르면 먼저 자러 들어갔고 나중에 들어가 보니 맹렬하게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플라시보이든 아니든 어쨌든 약은 쓸모가 있었고 이 날부터 제대로 잘 수 있게 된 겁니다. 일주일 뒤 다음 상담 예약 전까지 계속해서 문제 없이 잘 수 있게 됐고 혹시나 해서 그 한 주 동안은 자전거를 타지 않았는데 한 주 정도 지나자 자전거를 다시 타고 출퇴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주에 한 번 병원 신세를 지며 멀쩡하게 잠을 자며 몇 주를 보낸 다음 병원에서는 이전과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잠을 못 자는 상황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상황을 만든 원인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잠을 못 자는 문제는 일시적인 거라고 생각했고 그냥 스트레스가 좀 있어 잠을 좀 못 잤다가 이제는 다시 잘 수 있게 됐으니 약을 끊고 마무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의사선생님 관점에서는 잠을 다시 잘 수 있게 된 것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한 것 뿐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시작된 겁니다. 흔히 스트레스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몸에 영향을 끼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아들임에 따라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고 이 영향이 누적됨에 따라 여러 증상이 발현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불면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불면을 해결한 것 같으니 이제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제 자세, 제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정확한 단어를 피하며 이야기하느라 말이 좀 꼬였는데 제 상태는 우울증으로 정의할 수 있고 지금까지 상담한 바에 따르면 병원에 찾아오기 몇 주 전부터 슬슬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했으며 결국 불면으로 나타난 거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 상태를 판단하는데 상담과 함께 여러 페이지로 구성된 질문지를 작성해야 했는데 이 질문들은 마치 징병검사 때 봤던 질문지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러 질문은 같은 주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러 번 답하게 만들어 솔직하게 답해 일관된 답변을 하지 않으면 같은 내용의 질문에 서로 다른 답변을 해 답변의 신뢰성을 추측할 수 있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징병검사 때는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때 받은 질문지는 모든 문제가 문장의 빈 칸을 채우는 주관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어떤 문항은 이전에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 내용이어서 이걸 도대체 뭐라고 답해야 하나 한참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지에 답하는 요령은 깊이 생각하지 말고 처음 생각나는 답변을 쓰는 것이어서 아예 생각해본 적 없는 답변을 제외하곤 최대한 규칙에 따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질문지를 모두 작성한 다음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질문한 문항들을 손가락으로 모두 짚어 일관된 답변을 했는지 살펴봤는데 딱히 거짓말을 하진 않아 대체로 일관된 답변을 한 것 같아 보입니다.
이후 저는 제 불면의 근원을 해결하는 과정을 시작했고 그 후로 시간이 꽤 많이 지났습니다.그러는 사이에 제 자신도 꽤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 가령 이전에는 좀 더 날카롭게 반응했을 것 같은 상황을 좀 더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 됐고 흔히 말하곤 하는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는 말의 관점에서 머릿속의 생각이 몸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령 머릿속에서 화가 나면 그 화 난 상태가 몸으로 전달되어 말과 행동에 영향을 끼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제 머릿속으로 감지한 상태가 곧이곧대로 몸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앎이 행동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데 이는 원시시대였다면 저를 잡아먹으려는 맹수로부터 도망치는데 필요한 신체 상태를 만들지 못해 문제를 일으켰겠지만 현대에는 이 상태가 제 행동에 큰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전에 비해 사람들을 좀 더 부드럽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노력하기 위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불면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은 서서히 감소했고 나중에는 뉴스에 가끔 오용 사건으로 보도되곤 하는 본격적인 이름에서 진정 작용을 하는 보다 덜 본격적인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현재 상태에 만족하며 살게 됐지만 사실은 저 때 이후 불면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일정 기간마다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밤 늦게 까지 잠들 수 없는 상태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방문해 받은 처방을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꽤 편안히 잠들 수 있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제 상태도 확실히 마음에 듭니다. 처음 집중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시려는 분들께에 이야기했던 대로 이 상태 역시 나이가 아주 많이 들면 더 이상 지금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때가 온다고 하는데 그 때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데 불만이 없습니다. 또 최대한 그런 시점을 늦추기 위한 체력을 유지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늘 이런 생각을 해 본 이유는 오래 전에 스크랩 해 둔 국내 불면증 환자 70만 시대… 억지로 자려는 ‘강박’이 불면증 키워 라는 기사를 다시 마주쳤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대충 훑어보면 잠을 자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쳐다보지 말고 또 운동하고 카페인을 멀리하라는 조언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언들에 틀린 점은 없어 보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며 실질적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쳐다보지 말고 또 잠자기 몇 시간 전부터는 스크린을 피하라는 주문은 잠깐만 야근해도 쉽게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페인을 멀리 하라는 조언은 낮 시간에 덜 멀쩡한 상태로 생활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곧 낮 시간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겁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병원에서도 조언했지만 제 운동량을 이야기하며 서로 확인해본 결과 제 경우에는 운동이 수면에 적어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에 서로 동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저 조언을 따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만약 가능하다 하더라도 어쩌면 불면에 시달리는 개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잠들기 위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기절 베개, 수면 양말, 온갖 침구와 인센스, 암막 커튼 같은 방법에 시간과 돈과 정신력을 낭비하기 보다는 이 상태가 분명 문제이며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검증된 현대적인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개인의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겠지만 현대의 여러 가지 자원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오직 개인의 노력과 검증되지 않은 여러 물건들을 사용하고 또 스마트폰을 멀리하거나 카페인을 줄이라는 조언들은 개인에게 썩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검증된 현대적인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고 그 효과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삶의 여러 부분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침구류를 통한 소극적 대응 보다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낀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