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마지막 마일스톤으로 서비스 하는 방법

실패한 마일스톤 결과물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수준을 변경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실패한 마지막 마일스톤으로 서비스 하는 방법

여섯 번째 마일스톤은 왜 실패했을까에서 지난 마일스톤이 시작된 상황, 계획, 진행, 그리고 그 결과를 회사와 맺은 계약을 깨지 않는 선에서 제가 보고 들은 데까지 설명했습니다. 권고사직 이후 핵심 인력이 대폭 감소한 상태여서 처음 계획했던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겠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남은 인원들도 근본적으로 게임 플레이어들이기에 직접 플레이 해 보며 문제를 수정해 나가는 경험을 하며 빌드를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그 시점이 약속한 날짜와는 조금 다를 수 있을텐데 이 기간이 짧은 편이라면 인력을 줄여 훨씬 적은 비용 만으로도 마일스톤을 마무리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고 이 기간이 좀 더 긴 편이라면 위에 소개한 글에서 말한 대로 사실상 마일스톤이 실패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마일스톤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일스톤이 실패하더라도 남은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며 개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날짜에 맞추지 못해 마일스톤 자체의 평가를 놓고 보면 실패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기간을 늘려 개발된 결과를 통합하고 조립해 게임처럼 만드는 과정을 거쳐 좀 늦긴 하겠지만 어쨌든 완결된 빌드를 낸다면 실패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한다고 해서 갑자기 국가에 속한 모든 사람들의 삶이 끝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일스톤이 실패하더라도 다음 근무일에 출근한 사람들의 업무는 계속되며 이전보다는 더 느리고 당황스러운 과정을 통하기는 하겠지만 빌드는 조금씩 개발 완료에 가까운 방향으로 변해 갈 겁니다. 물론 마일스톤 기간은 늘어나고 기간에 맞춰 최선을 다해 일하던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는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 상 회사가 여기까지 신경 써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경영진이나 고위 의사결정자들의 의사결정 스타일로 미루어 권고사직을 통해 비용을 거의 절반에 가깝게 줄였거나 그렇지 않았거나와 관계 없이 마일스톤 목표를 조정해 서비스를 수행하고 이에 근거해 투자를 유치할 생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그렇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전 경험들에 따르면 고위 의사결정자들은 마일스톤이 시작할 때 우리들과 공유한 플레이시나리오나 마일스톤 계획에 관계 없이 스스로의 머릿속에 어떤 설명 시나리오를 이미 굳히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고위 의사결정자라면 다음번 회사에 개발 진척을 보고할 때 이 시나리오에 맞춰 빌드를 제시하고 설명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빌드가 이 시나리오에 맞지 않을 경우 크게 당황해 팀을 쥐어 짜 시나리오에 맞추거나 보고 준비에 동원된 사람들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밀어 넣으며 새로운 보고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미루어 여러 원인으로 마일스톤 목표를 기간 내 개발하는데 실패했고 이 실패가 서비스 일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권고사직에 의해 비용은 감소했지만 개발 속도 역시 감소해 원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졌음에도 이에 따른 보고 시나리오, 또는 투자 유치 시나리오에 변경은 없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생각해 보고 현실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계획을 세워야만 합니다. 만약 이전 회사 - 이제는 우리들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입장 - 가 규모가 더 커서 회사로부터 좀 더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이번 마일스톤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하겠음을 보고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경영진으로부터 크리스탈 재떨이가 날아올 각오를 해야 하겠지만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먼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표에 부합하는 빌드의 미션 크리티컬한 기능이 무엇인지 판단해 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겨 오피스를 떠날 때 상황은 여전히 빌드는 마일스톤의 모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모든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고 각각의 기능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동작할 뿐 짧은 서비스를 감당하기에는 전혀 조립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목표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고위 의사결정자로써 할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이전 회사의 권한이 있는 고위 의사결정자에 빙의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겠습니다. 물론 방법을 제안한다 하더라도 이는 이전 회사에 도달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전 회사에 제안이 도달하지 않을 예정임이 확실해야 좀 더 공격적인 제안을 할 수 있기도 합니다. 회사는 현재 말 그대로 돈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12월 안에 해고해야 했던 이유는 이들에게 지급할 남은 급여와 퇴직금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입니다. 1월로 넘어가 다음 해 연차가 생기면 그에 따른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며 법인 계좌에 남은 돈으로 미루어 이는 남겨진 인력의 런웨이를 거의 절반으로 줄일 지경입니다.

그런데 돈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돈을 내야 하고 누군가가 돈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설득해야만 합니다. 이전 회사는 지금까지 크립토 게이밍 업계 기준으로는 잘 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전통의 게임 업계 관점으로는 시원찮은 성과를 보였을 뿐이고 빌드 역시 전통 업계 관점에서는 그저 그런 빌드에 더 가깝습니다. 이 빌드가 블록체인에 연동된 NFT에 기반해 동작한다는 특징은 전통의 게임 업계 관점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크립토 게임에 투자하던 투자자들도 작년과 올해 사이에 관점이 크게 바뀌었고 이들은 보다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 스타일의 결과와 계획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여섯 번째 마일스톤 목표는 이전에 우리가 플레이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으니 이번에는 이를 잘 그러모아 순환구조를 만들어 반복 플레이 가능한 빌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NFT를 구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서비스 약속을 지키기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 서비스는 투자자를 향한 설득이기도 하고 잠재 고객들을 향한 약속이기도 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즉 여섯 번째 마일스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두 번째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여섯 번째 마일스톤은 왜 실패했을까에 설명한 대로 기한 내 마일스톤 목표 달성은 명백히 실패했고 이제 목표를 달성할 핵심 인력들이 해고되어 속도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는 ‘두 번째 서비스’임을 확실히 했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 이를 달성할 방법을 찾는 식으로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전처럼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계획대로 빌드를 완성하고 서비스하고 이에 기반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이 모든 것들이었기에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없었다면 가장 중요한 목표를 ‘두 번째 서비스’로 설정하면 시야를 좁혀 집중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지금 당장 모든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시간에 따라 분해해 현실적인 단계적인 목표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마일스톤 결과물로 두 번째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비스에 포함될 기능을 조정해야 합니다. 해고하고 남은 인력으로 처음 계획했던 모든 기능을 개발하고 통합한 다음 조립을 마친 상태로 제한된 일정 안에 서비스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선언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발과 서비스 중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이며 서비스에 맞춰 개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면 현재 모든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집중할 범위가 너무 넓은 상태에서 서비스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으로 집중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마일스톤은 왜 실패했을까에서 여섯 번째 마일스톤에서 가장 중요한 동작은 ‘순환구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순환구조에 반드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당장의 서비스에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약간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여섯 번째 마일스톤에 엄청난 비용을 들였지만 여전히 온전한 결과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왜 새 PvE게임모드 개발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에 설명한 PvE 모드는 불특정 고객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능이 동작하는 상태만으로는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없고 테스트를 반복해 예상한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예상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 들 겁니다. 때문에 ‘두 번째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이 새 PvE 모드는 비용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로 이를 서비스에 포함하지 않아야 합니다. 새 PvE 모드에 엄청난 비용을 들였기 때문에 이를 서비스 범위에서 제외하면 여기 참여한 여러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 수 있지만 만들다 만 상태로 공개해 욕을 있는 대로 먹고 상심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심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또한 새 PvE를 제거하더라도 PvP는 정말 저렴한가? 의사결정 따라잡기에서는 미래의 PvP는 가격이 올라갈 거라고 예상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개발 비용이 낮은 신규 PvP 모드가 추가되어 신규 PvE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필드, 상점, 아이템 개념 등 다른 요소들이 추가되어 있어 이들을 그러모아 순환구조를 실증할 수도 있습니다.

자. 지금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신규 PvE를 제거한 나머지 기능을 그러모아 순환구조를 만들면 적어도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기능을 통합하고 조립하고 테스트를 반복해 퀄리티를 끌어올릴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 마일스톤에 신규 PvE 모드를 개발하기 위해 들인 인력이 한번에 지라를 거의 폭발하게 만드는 엄청난 결함을 수정하는데 투입하고 게임디자인 인력은 - 다 잘리고 없긴 하지만 - 조립에 집중해 전투가 좀 더 그럴듯하게 돌아가게 만들고 이들로부터 얻은 보상이 플레이 시간 예측에 맞게 동작하도록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인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처음 목표로 삼은 일정에 맞춰 서비스 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일정을 조금 조정한다면 신규 PvE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으로 처음 목표로 삼은 순환구조를 실증하는 빌드를 만들어 이에 기반해 두 번째 서비스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끝나면 안됩니다.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라면 아직 개발 중인 사양을 함부로 공개하지 않아 이런 의사결정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크립토 게임 업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여러 요소를 자주 공개해 이 프로젝트가 러그풀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만 했는데 이 때문에 이미 신규 PvE 모드를 서비스에 포함할 예정임을 커뮤니티에 노출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신규 PvE 모드를 제거한 빌드로 서비스를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고객들은 게임의 나머지 부분이 온전히 동작한다는 점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라진 신규 PvE 모드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고 이는 실컷 서비스를 하고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개발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이런 고객들의 평가는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여섯 번째 마일스톤은 왜 실패했을까에서 다섯 번째 마일스톤 개발에 의한 빌드를 투자자들에게 배포해 설득하는데 사용한 다음 마일스톤 번호에 0.5를 더한 5.5에서 같은 버전을 대 고객용으로 수정해 첫 번째 테스트를 수행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섯 번째 마일스톤은 두 번째 서비스 약속을 지키고 이 빌드가 순환구조의 실증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데 집중하되 이전과 같이 다음 마일스톤은 마일스톤 번호에 0.5를 더한 6.5에서 이번에는 이전과 같은 빌드이지만 이전에는 포함하지 못한 신규 PvE 모드를 포함해 세 번째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마일스톤 번호는 소수점 첫 번째 자리로 내려가 더 적은 자원만 필요로 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 마일스톤을 설계하고 개발하던 핵심 인력 상당수가 사라진 현실을 고려하면 적어도 기간은 이전과 비슷한 기간이 필요할 겁니다. 일단 두 번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이를 수행하고 커뮤니티와 투자자들에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신규 PvE를 약속한 시점에 개발 완료하지 못해 이를 제외한 빌드로 먼저 서비스를 진행하고 신규 PvE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또 한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어차피 여섯 번째 마일스톤은 이미 실패했고 핵심 인력 상당수가 해고되어 개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상황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는 두 번째 서비스 실행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서비스의 핵심은 신규 PvE가 아니라 순환구조 실증입니다. 순환구조 실증에는 신규 PvE 모드가 미션 크리티컬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여섯 번째 마일스톤 목표에서 이를 즉시 드랍하고 나머지 기능을 그러모아 서비스 가능한 빌드를 완결짓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대신 커뮤니티에 상황을 설명하고 신규 PvE 모드 개발에 집중한 다음 마일스톤 개발을 진행해 신규 PvE 모드를 포함한 빌드를 사용해 현재 예정에 없는 세 번째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여태 까지 몇몇 고위 의사결정자 분들과 일해오면서 이런 결정을 직접 고안하고 실행하시는 분들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거의 없다고 쓰려고 했는데 암만 생각해봐도 그냥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 생각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저 같은 입장에 비해 고려할 사항이 더 많고 더 무겁고 복잡한 원인이 있으리라는 점을 깊이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고위 의사결정자 분들께서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을 제안하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무겁고 복잡한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개발 측면에서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실패한 마일스톤의 결과에 기반해 가장 중요한 약속을 지키는 관점에서 대안을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이전 회사에 전달하지 않고 뉴스레터를 독자분들께만 제공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글을 쓰는 현재 서류 상으로는 아직 회사에 고용 되어 있지만 이미 장비를 반납했고 남은 휴가를 억지로 소진하고 있는 기간일 뿐 아니라 아무도 돕지 않고 돌아서다 같은 감정 상태로 프로젝트와 회사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렇게 지금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시간이 지난 다음 실제 회사가 선택한 방법과 비교해 보고 장단을 고민해볼 기회를 기다릴 작정입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함께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