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운용성은 거짓말이다

흔히 말하는 여러 가상세계 사이에 동작하는 상호운용성의 제공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그게 블록체인에 기반한다면요.

상호운용성은 거짓말이다

지난 유년기의 끝을 겪고 나서 이전에 다른 게임을 만들던 이야기를 종종 하고 있지만 직전에 겪었던 블록체인에 연동된 게임을 만들던 이야기를 잘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역시 본질적으로는 게임 개발과 다르지 않지만 우리가 생각한 목표와 스폰서가 우리에게 요구한 목표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고 또 제품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에 깊이 관여하는 소위 토크노믹스라는 구조를 제가 직접 설계하면서도 이 구조는 번지르르한 모양으로 변경되어 잠재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이 의도 대로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웹3 게임과 코인 사기의 유사성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고 또 오래 전 다른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했던 분과 저녁때 커다란 피자를 사이에 두고 맥주를 마시다가 이 모든 문제는 그 안에 있을 때는 쉽게 눈치 채기 어렵고 또 눈치 챘다 하더라도 안에서는 문제 해결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제 커리어 관점에서 올바르지 않은 장소에서 올바르지 않은 업무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올바르지 않은 장소에서 일했던 경험은 제 인생의 일부이고 그 때 한 생각의 여러 가지 부분에 지금은 동의하지 않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제 인생을 단위 시간에 따라 시분할 했을 때 어느 한 시점에는 옳다고 생각했고 또 그에 따라 작성한 글들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그 생각 중 일부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전 글들을 딱히 삭제하거나 수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시점의 저는 그런 생각을 했고 그 단위 시간에 따른 시분할 이후의 제 스냅샷은 다른 생각을 할 뿐이며 우연히 이 블로그는 그런 제 여러 시분할 된 개체들이 작성한 글을 시간 순서에 따라 나열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얼기설기 만들어진 결과라도 오랜만에 온라인으로나마 고객을 대면한 경험은 나쁘지 않았고 내가 믿던 세계의 붕괴 경험은 고통스러웠지만 회사에서 사람을 대하는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멍석을 깔면 재미가 없어진다 같은 당연한 결론에 다시 한 번 도달할 기회를 준 것도 사실이어서 비록 올바르지 않은 장소에 있었지만 그 경험 전체를 올바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나중에는 개발비를 절약해 봅시다 같은 험한 꼴도 당하고 또 인게임 및 아웃게임 경제를 설계하다가 결국 신흥 가상화폐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 것 역시 비록 이 모든 경험이 권고사직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마냥 잃은 것만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웹3 게임과 코인 사기의 유사성을 끝으로 이전에 참여하던 일에 대한 생각을 온전히 정리했다고 여겼지만 얼마 전 나타난 검색어를 보고 이 이야기를 한 번 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어 ‘상호 운용성 NFT’.(아이피를 가리지 않은 이유는 도커 네트워크에서 돌고 있는 cloudflared 아이피이기 때문.)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전 여러 세계 사이에 물건 호환, NFT의 메타버스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접근, 메타버스를 개발하려는 당신. 남이 싼 똥을 주워 먹을 준비가 되어 있나요?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실제 세계에는 컴퓨터를 통해 동작하는 여러 가지 가상 세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가상 세계는 주로 게임에 의해 창조 되었으며 게임의 규칙에 따라 동작하고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제작한 에셋과 직접 작성한 규칙에 의해 동작합니다. 현대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들이 이전 시대에 비해 인스턴스 월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달리 흔히 생각하는 가상 세계는 퍼시스턴트 월드 모양에 훨씬 가까우며 이는 마치 이전에 읽었던 둠의 창조자들 끄트머리에 나오는 인터넷과 삼차원 세계가 결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영속적인 세계에 아주 가깝습니다. 한편 블록체인과 같은 가치 중립적 - 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 인 데이터베이스를 처음 마주한 어떤 사람들은 이 가치중립적이고 투명한 데이터베이스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사람들 사이에 금전 거래가 모두가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는 이상 불법적인 자금이 함부로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또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소유권 정보를 기록해 두면 소유권의 대여와 이전이 편리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가 일어났는데 메타버스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이름과 본질에서 대상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모호한 언어를 사용해 대상을 지칭할 경우 대상이 본질과 다른 형태를 띄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돈이 모두 사라진 지금까지도 메타버스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말하기 어렵고 또 저 단어에 돈을 냈던 사람들조차도 자신들이 무엇에 돈을 냈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했으며 왜 그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는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런 모든 시도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단어가 이 제품이 실제로 해야 하는 일, 그리고 고객들이 이 제품에 기대하는 바를 설명하기 어려운 본질과 동떨어진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런 제품에 이런 단어를 연결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그 본질을 설명하지 못하는 모호한 언어라는 점에서 이 이름은 성공했음과 동시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제품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무엇에 돈을 내는지 모르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성공했고 실제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제품의 어떤 측면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모르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실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경험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폰서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해석에 따른 제품을 만들 것을 기대했고 우리들은 우리들의 해석에 따른 제품을 만들 것을 기대했지만 이 양쪽의 기대 모두를 같은 모호한 언어로 설명했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음을 눈치채는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들은 시간을 잃었고 스폰서는 돈을 잃었습니다.

이 제품에 기대하는 중요한 기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발 주체에 의해서만 통제되지 않는 가상 세계 제품이어야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와 동시에 주로 NFT를 통해 상호운용성을 제공해야 하는 제품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지금까지 존재한 거의 모든 가상 세계는 주로 게임 개발에 의해 창조 되었으며 당연하게도 게임을 개발한 개인, 집단, 또는 회사에 의해 통제됩니다. 아제로스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새로운 공간과 규칙의 추가 여부가 온전히 통제되고 또 아덴 왕국은 엔씨소프트에 의해 완전하게 통제되어 같은 설정에 기반한 여러 가지 가상 세계의 창조 역시 완전하게 통제되며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게임을 지탱하기 위해 창조된 가상 세계에 당연한 규칙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상 세계는 이를 창조한 주체가 허용하는 규칙과 허용하는 그래픽 에셋 만이 나타날 수 있었고 오랫동안 이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 않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게임 개발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상상을 통해 여러 세계가 통합되고 또 세계를 창조한 주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가상 세계가 실현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적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가상 세계를 개발하는 비용이 이전 여러 시대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이 제품에 기대하는 두 번째 중요한 기능은 상호운용성인데 게임의 필요에 의해 창조된 가상 세계는 당연하게도 게임 개발 주체의 통제에 의해 가상 세계에 등장할 수 있는 모든 개체가 결정됩니다. 아제로스에는 그에 어울리는 에셋을 사용한 개체만이 등장할 수 있고 또 스카이림 역시 그에 어울리는 에셋을 사용한 개체만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후자는 모드를 통해 고객들이 직접 세계의 규칙을 변경하고 또 다양한 에셋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처음 베데스다가 개발한 스카이림 자체는 이런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런데 스카이림 모드처럼 고객들이 직접 규칙과 에셋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된 가상 세계라 할지라도 이는 근본적으로 에셋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규칙을 수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접근만을 허용합니다. 또한 모드를 별도로 판매하지 않는 이상 수 천 시간을 들여 제작한 모드 개발자라도 이 노동 자체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과정의 즐거움과 결과에 대한 인정 욕구에 의해 그런 노동을 수행하는데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생계를 유지할 직장을 얻는데 도움을 받거나 그 반대로 남는 시간에 열정을 불태운 노동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기술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또 그런 열정을 통한 노동을 지불할 의사가 크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미 다른 사람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를 구입한 다음 적어도 하나 이상의 가상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상호운용성의 핵심입니다.

상호운용성은 여러 가지 가상 세계에 걸쳐 한 가지 데이터에 기반한 개체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개념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말이 복잡한데 내가 어떤 경로로든 루이지라는 캐릭터를 구입해 이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여러 가상 세계에서 루이지 캐릭터를 등장 시키고 또 루이지의 특징과 루이지에 따르는 가상 세계의 동작 규칙을 함께 적용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개념입니다. 앞서 스카이림에 게임 바깥의 캐릭터를 출연 시키려면 에셋을 제작할 수 있고 또 게임 규칙을 작성할 수 있으며 나아가 스카이림 모드 제작 방식을 따를 기술적 배경이 있어야만 했지만 상호운용성 개념이 동작하는 세계에서는 누군가 이미 제작한 루이지 캐릭터를 구입하고 스카이림이 이를 게임에 구현하고 또 구입 기록을 인정해 준다면 누구라도 스카이림에서 루이지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가상 세계에 독립적인 어떤 데이터가 있을 때 여러 가상 세계들이 이 데이터를 인정하고 이 데이터에 근거한 에셋과 플레이를 만들어낸다면 이 데이터를 제출한 개인을 인증한 다음에는 가상 세계에서 이 데이터에 근거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풀어 쓰면 내가 구입한 마리오가 이를 지원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도, 이를 지원하는 스카이림에서도,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리니지에서도 등장하고 또 가상 세계에 따라서는 이 캐릭터에 포함된 특징을 반영한 게임 규칙의 변형을 허용하기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설명을 하는 내내 앞서 스크린샷을 통해 제시한 키워드 중 NFT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상호운용성은 근본적으로 NFT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이번에는 이 상호운용성에 왜 NFT가 함께 따라 다니는지 설명할 차례입니다. 방금 상호운용성에 NFT 없이 설명한 다음 끝에서 NFT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는 여전히 사실입니다. 만약 여러 가상 세계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고 이 데이터를 여전히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주체가 관리하고 운용한다면 이 데이터를 신뢰하면 될 뿐 여기에는 블록체인도 NFT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런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민간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 세계에서 한 국가에 속한 모든 경제 주체가 신뢰하고 또 신뢰해야만 하는 데이터는 주로 정부기관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리됩니다. 한국인이라면 우리들의 주민등록, 의료보험, 금융거래 등 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정보 거의 모두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 정보를 조회하고 또 여러 근거 자료를 제출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데이터의 무결성을 국가가 부장하는 이상 우리들은 이 데이터를 의심 없이 사용합니다. 물론 등기소의 정보 관리와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주민등록 등본을 발급해 거기 기재된 정보를 딱히 의심하지 않고 인정합니다. 그런데 가상 세계에서는 누가 이런 정보를 관리하고 제공해줄 수 있을까요? 이 점이 문제입니다.

앞서 블록체인을 잠깐 언급했는데 블록체인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가상 세계에서 신뢰를 유지하는 정부와 같은 주체 독립적으로 유지하고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로써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내가 닌텐도 공식 굿즈 쇼핑몰에서 구입한 마리오는 실제 세계에서 나에게 배송 되고 나면 거래가 종료됩니다. 이 캐릭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종종 내 눈을 즐겁게 해 주고 또 책상 근방에 찾아온 다른 사람들과 이야깃거리를 만들겠지만 그 이외에 다른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가상 세계에서 동작하는 마리오 캐릭터를 구입했는데 이 캐릭터를 구입했던 쇼핑몰이 없어진다면 이를 구입했다는 모든 정보가 사라지고 또 더 이상 이전에 지출한 돈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블록체인 신봉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마리오 캐릭터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이를 판매했던 쇼핑몰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구입했다는 기록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기록을 인정하는 어딘가, 이 기록을 인정하는 누군가로부터 여전히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바로 NFT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가상 세계 어딘가에서 구입한 기록을 가치 중립적으로 추정되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고 이 정보를 인정하는 가상 세계가 늘어나면 이 인정하는 행동과 인정에 의한 가상 세계의 동작이 바로 상호운용성이고 이 정보는 주로 NFT 모양이므로 NFT에 의한 상호운용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 의하면 내가 한 전자책 서비스 업체로부터 전자책을 구입하면 이 행동은 사실 구입에 가깝기보다는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서비스를 계속하는 동안에만 유효한 무기한 대여 행위에 가깝습니다.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하면 이전에 구입했더라도 더 이상 데이터에 접근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구매 사실을 외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다면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외부 데이터베이스에는 책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남아 있을텐데 만약 누군가 이 데이터에 근거해 자사의 전자책을 계속해서 제공할 주체가 존재한다면 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구매 기록이 상호운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으로 어느 한 곳에서 체결한 거래 기록이 어느 서비스에도 의존적이지 않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고 여러 서비스가 이 데이터베이스의 기록에 근거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데이터에 대한 상호운용성이 제공되고 소비자들은 가상 세계의 상품을 더 안전하게 구입하고 또 이전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도 딱히 틀리지 않을 겁니다. 가령 제가 아덴 왕국에서 획득한 검에 대한 데이터가 게임 서버 바깥에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고 이 데이터에 근거해 다른 가상 세계에서 이 데이터에 근거한 어떤 플레이를 제공한다면 여전히 이 검을 처음 획득한 아덴 왕국이 이 검에 대한 가장 높은 가치와 기능을 제공하겠지만 아덴 왕국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 데이터에 대한 동작을 제공하는 어딘가의 가상 세계가 존재하는 이상 이전 만큼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어떤 가치를 가진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마침 여러 서비스에 독립적이고 또 중앙 집중적이지 않은 분산된 주체에 의해 동작한다고 알려진 블록체인이라는 데이터베이스가 나타나면서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가치 중립적인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할 수 있게 되자 이 데이터에 의한 상호운용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이상적으로는 그런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고 모두가 그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데이터를 신뢰하며 이에 기반한 가상 세계의 동작을 구축할 거라고 가정하면 상호운용성을 달성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이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가치 중립적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가상 세계의 에셋과 규칙을 제공하려고 시도한 것 같은데 이것이 바로 앞서 모호한 언어의 사례로 소개한 메타버스에 여러 플레이어들이 주장한 동작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난이도가 낮아지고 그 비용이 급격히 감소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 여러 플레이어들을 올바르게 동기화하고 이들이 근거한 데이터베이스 상의 여러 규칙을 안정적으로 서로에게 동기화하는 가상 세계를 개발하는 것은 여전히 만만하지 않은 일입니다. 만일 이런 작업이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이 뛰어들만큼 만만했다면 시장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가상 세계를 창조하려는 게임 회사들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지간한 회사들은 MMO 게임의 근거가 되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함부로 MMO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말하지도 않고 또 기성 게임회사들이 메타버스를 더 잘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절대 함부로 가상 세계를 만들겠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제목과 같이 상호운용성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호운용성을 실현할 가상 세계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메타버스를 만들겠다며 나선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 중 기성 게임회사들이 구축한 단단한 가상 세계 수준의 가상 세계를 구현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유지하는데 성공한 곳은 없습니다.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꾼 메타조차 머리가 큰 달걀귀신들이 걸어다니는 세계를 만들었지만 이 세계가 의미 있는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유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아덴 왕국은 지난 30여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 세월에 걸쳐 가상 세계에서 생활하는 고객들에게 역사에 남을 만한 의미 있는 경험을 부여해 오고 있습니다. 또 아제로스 역시 지난 20여년에 걸쳐 존재해 오고 있으며 이들 역시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깊은 경험을 부여해 지금도 뭘 좀 만들라 치면 이제 아무도 해 본 사람이 없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플레이 경험을 말하기를 반복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게임 회사들의 실적에 비해 이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아직 까지 잘 동작하고 한정된 단위 시간 안에서 영속적이며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 세계를 만들고 또 유지해 내지 못했습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큰 도전일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큰 도전이며 동시에 여러 고객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또 지속적으로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만 하는 개발사와 고객들 사이에 벌어지는 레이스에 가깝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잠깐 동안 적은 돈을 들여 잠깐 동안 이와 비슷해 보이는 것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게임 회사들은 지난 30여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며 가상 세계를 구축해 왔는데 이 과정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해 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일 때 이들 모두의 행동을 서로에게 동기화 하는 여러 가지 기술에서부터 시작해 그리 똑똑하지 않은 우리들의 작은 실수로 세계의 경제가 비가역적으로 파괴되는 불상사를 여러 번 겪었고 세계의 작은 어뷰징 가능한 규칙의 틈을 발견한 사람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 전체의 규칙을 망가뜨리고 성장 경험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또 고객들이 서로 의미 없이 싸우게 만드는 잘못된 규칙 설계로 인해 고객들이 서로를 모욕하고 의미 없는 감정적 상처를 의도하지 않게 얻는 모습을 지켜봐 왔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결국 가상 세계의 실패로 귀결되곤 했고 그런 경험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 사람들은 흩어지기를 반복할 뿐이었지만 그 때마다 아주 천천히 시행착오에 의한 교훈이 누적 되어 왔습니다. 그 가장 큰 증거로 현대에는 어지간하면 메인 퀘스트에 반드시 파티를 구성해야만 클리어 할 수 있는 목표를 절대 만들지 않는데 지금은 이렇게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때 이런 퀘스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넣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하다가 시간이 지난 다음 로그를 보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지만 이미 수많은 고객들이 게임을 떠난 다음일 때도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느리지만 서서히 발전해 왔고 이제 이런 경험들은 생각보다 큰 격차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현대에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이 낮아졌음을 근거로 여러 세계로부터 상호운용성을 제공 받는 가치 중립적인 데이터베이스 상의 데이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데이터가 존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데이터를 실체화 할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으며 기성 게임 회사들이 그런 세계를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하고 유지해 옴에 따라 여러 가지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새롭게 가상 세계를 만들어내려는 시장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이 일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시장에 여러 플레이어들 모두가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각자가 가상 세계를 통해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단위 시간 안에서 영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상호운용성을 실현하는데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상호운용성을 달성함으로써 각 가상 세계의 운영 주체들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이 전혀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근본적으로 이들이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가 과연 가치 중립적이라고 신뢰할 수 있는지 그 자체입니다.

앞서 제가 구입한 가상의 마리오 데이터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만약 제가 가상 세계를 만들려 한다면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나는 가상 세계를 통해 이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어떤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상 세계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쩌면 의미는 전자에 더 있지만 이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목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합니다. 만약 어떤 기적이 일어나 영속적이고 또 확장성이 뛰어난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서비스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돈이 필요합니다. 서버를 구축해야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프로그램을 유지보수 해야 하며 고개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세계를 수정하고 또 게임 바깥에 있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추측되는 데이터베이스의 업데이트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에 근거한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상호운용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게임 회사들은 이 과정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만들어낼 방법을 오랜 세월에 걸쳐 연구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자체를 직접 판매했고 2천년대 초반 넥슨이 마이크로트랜잭션을 말명하면서부터 금전적 이익을 만들어내는 완전히 세로운 세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가상 세계가 근본적으로 게임이라는 형태와 규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그저 가상 세계 그 자체만으로는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입니다.

또한 게임 외부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데이터에 대응한 에셋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규칙을 추가하는 일은 게임 업계에서는 라이브 서비스라는 별도의 분야로 나뉘어 경험을 쌓아 왔지만 가상 세계를 처음 만드는 주체들 관점에서는 이런 업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계획을 세우기조차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 따르는 어떠한 금전적 이득도 없고 이 과정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만들어낼 노하우도 없는 이상 상호운용성을 유지하며 가상 세계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몇몇 플레이어들은 블록체인에 근거한 인게임 가상 화폐를 발행해 이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거래됨에 따라 이 가상 화폐를 통해 에셋의 창작자들, 가상 세계를 유지보수 하는 사람들, 상호운용성을 지탱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 역시 비슷한 아이디어로 출발했고 가장 신경 쓴 부분 역시 인게임의 행동으로부터 고객들에게 가상 화폐를 발행하고 이들이 유통되는 과정과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게임의 인게임 화폐가 여러 장소에서 실제 세계의 돈으로 교환되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라고 예상합니다. 초기 몇몇 프로젝트는 이런 모델이 실제로 동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이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한 가치는 폰지 스킴과 같은 방식으로 동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부의 이전 과정을 통해 분명 누군가는 의미 있는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지만 다른 대다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또 웹3 게임과 코인 사기의 유사성에 첨부한 영상의 사례와 같이 가상 세계에 통용되는 화폐의 가치에 급격한 등락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 화폐에 함부로 실제 세계의 돈을 연결할 생각을 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상 세계, 상호운용성, 메타버스, 가상화폐 등이 존재하게 하는 근거인 가치 중립적일 거라고 예상하며 중앙 집중화된 관리 주체가 없을 거라고 예상되는 데이터베이스인 블록체인 자체가 과연 이런 속성들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2024년 현재 비트코인은 여전히 수많은 컴퓨팅 자원을 댓가로 비교적 높은 보안성에 기반한 가치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이를 상호운용성의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확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상호운용성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된 여러 가치 중립적 데이터베이스는 한때 비트코인과 비슷한 컴퓨팅 자원을 통한 수학적인 근거에 의해 가치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며 로직이 변경되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데 이런 방법 각각을 모두 충분히 파악하기에 사용자일 뿐인 우리들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고 또 이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록 비용이 낮아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널리 사용되곤 하는 몇몇 블록체인은 진지하게 과연 이들이 정말 가치중립적이며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으며 충분히 분산된 환경에서 동작하고 있을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세계에는 수많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이들에 기반한 토큰이 난립 하고 있지만 과연 이들 중 가치 중립적으로 동작하고 중앙 집중화 되지 않은 개인 또는 집단이 개발 및 유지보수를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고 또 충분히 분산된 환경에서 동작하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없거나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NFT를 통한 상호운용성은 허상이며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온갖 자원을 구입하고 가상 세계를 유지할 돈이 외부에서 끝없이 유입되지 않는 이상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견해를 설명했습니다. 파동함수 붕괴를 통해 생성될 수도 있는 레벨 3 다중우주 중 어딘가에는 정말로 가치중립적이고 분산화된 환경에서 동작하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이에 기반한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는 여러 가상세계가 존재하는 지구가 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저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존재하는 이 지구가 같은 지구라고 가정한다면 적어도 그 지구에서 상호운용성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며 이를 달성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