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운용성은 거짓말이다
흔히 말하는 여러 가상세계 사이에 동작하는 상호운용성의 제공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그게 블록체인에 기반한다면요.
지난 유년기의 끝을 겪고 나서 이전에 다른 게임을 만들던 이야기를 종종 하고 있지만 직전에 겪었던 블록체인에 연동된 게임을 만들던 이야기를 잘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역시 본질적으로는 게임 개발과 다르지 않지만 우리가 생각한 목표와 스폰서가 우리에게 요구한 목표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고 또 제품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에 깊이 관여하는 소위 토크노믹스라는 구조를 제가 직접 설계하면서도 이 구조는 번지르르한 모양으로 변경되어 잠재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이 의도 대로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웹3 게임과 코인 사기의 유사성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고 또 오래 전 다른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했던 분과 저녁때 커다란 피자를 사이에 두고 맥주를 마시다가 이 모든 문제는 그 안에 있을 때는 쉽게 눈치 채기 어렵고 또 눈치 챘다 하더라도 안에서는 문제 해결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제 커리어 관점에서 올바르지 않은 장소에서 올바르지 않은 업무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올바르지 않은 장소에서 일했던 경험은 제 인생의 일부이고 그 때 한 생각의 여러 가지 부분에 지금은 동의하지 않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제 인생을 단위 시간에 따라 시분할 했을 때 어느 한 시점에는 옳다고 생각했고 또 그에 따라 작성한 글들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그 생각 중 일부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전 글들을 딱히 삭제하거나 수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시점의 저는 그런 생각을 했고 그 단위 시간에 따른 시분할 이후의 제 스냅샷은 다른 생각을 할 뿐이며 우연히 이 블로그는 그런 제 여러 시분할 된 개체들이 작성한 글을 시간 순서에 따라 나열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얼기설기 만들어진 결과라도 오랜만에 온라인으로나마 고객을 대면한 경험은 나쁘지 않았고 내가 믿던 세계의 붕괴 경험은 고통스러웠지만 회사에서 사람을 대하는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멍석을 깔면 재미가 없어진다 같은 당연한 결론에 다시 한 번 도달할 기회를 준 것도 사실이어서 비록 올바르지 않은 장소에 있었지만 그 경험 전체를 올바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나중에는 개발비를 절약해 봅시다 같은 험한 꼴도 당하고 또 인게임 및 아웃게임 경제를 설계하다가 결국 신흥 가상화폐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 것 역시 비록 이 모든 경험이 권고사직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마냥 잃은 것만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웹3 게임과 코인 사기의 유사성을 끝으로 이전에 참여하던 일에 대한 생각을 온전히 정리했다고 여겼지만 얼마 전 나타난 검색어를 보고 이 이야기를 한 번 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