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지 않다
점점 높아지는 제작비는 여러 회사와 프로젝트의 골칫거리입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지나가다 우연히 최근 구글이 미국 내에 있던 부서에서 인원을 정리하고 또 다른 부서는 지역을 유럽 쪽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팀을 정리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정책이 바뀌었거나 집중할 영역이 달라지면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럴 때 인력을 사내에서 전환 배치 하는 대신 그냥 해고해 버리는 모습은 이전에 게임 업계의 고용 형태는 프로젝트 단위 계약직에 가깝습니다에서 설명한 방식과 거의 같아 딱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몇몇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기며 분명 전환 배치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냥 해고해 버리던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나 법인 단위로 정리하면 그냥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 구글이 부서를 없애는 모습은 지금까지 수많은 서비스들을 런칭했다가 종료하기를 반복하는 행동의 연장에 있어 새롭지 않았지만 원래 미국 내에 있던 부서를 유럽으로 옮기는 결정은 한번 생각해 보고 넘어갈 만 하다 싶습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제작사는 같은 프랜차이즈 게임의 신작을 서로 다른 두 스튜디오가 개발하게 만들어 신작을 공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종종 같은 프랜차이즈의 신작 완성도가 어느 스튜디오에서 개발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너무 긴 제작기간으로 인해 프랜차이즈가 시장에서 잊혀지는 것 보다는 완성도가 일정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발매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물론 GTA 시리즈 같은 예외도 있는데 이들은 한 스튜디오가 한 프랜차이즈 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하며 신작을 출시할 때마다 제작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게임을 바닥부터 만들지 않는 확장팩이나 다른 플랫폼을 타겟으로 한 개발은 다른 스튜디오에게 맡겨 프랜차이즈 기반의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의 핵심 게임은 같은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있는데 덕분에 전작의 라이브 서비스와 후속작 개발을 함께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후속작은 전작이 출시된 시점으로부터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물론 이들은 프랜차이즈 게임의 신작 사이 간격이 그렇게 길어지더라도 프랜차이즈 자체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그 정도 세월을 견뎌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가 아닌 다른 어지간한 프랜차이즈들은 게임을 더 빨리 만들고 또 나아가 제작비를 더 낮출 방법을 궁리해야만 합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음을 비싼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제작사들은 슬슬 모바일 게임 게임을 직접 개발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은 초기에 블루오션처럼 보였지만 경쟁이 심화되며 제작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모바일 환경에서는 여러 가지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 PC 위주로 개발할 때에 비해 단기간에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역시 제작비가 증가함에 따라 무슨 짓을 해도 게임의 수명 주기 안에 의미 있는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기 불가능해졌습니다. 시장에서 여러 게임이 경쟁하는 상황일 뿐 아니라 모바일 기계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극적으로 성능이 개선되어 이제 PC에서 어지간한 저사양으로 구동하는 것과 맞먹는 퀄리티를 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고 이쯤 되면 모바일 게임이라도 PC나 콘솔 기반으로 개발할 때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제작비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몇몇 규제를 적용 받지 않은 덕분에 고객들로부터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메커닉을 사용하고 또 이를 발전시키던 시대도 있었지만 고객들은 빠른 속도로 이런 메커닉에 염증을 느껴 갔고 이런 메커닉에 의존해 수명 주기를 지탱할 수 있는 장르는 우리들이 만들 수 있는 여러 장르와 여러 메커닉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아무리 게임으로 수익을 내더라도 일단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나면 어떻게 끼워 맞춰도 현재의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제작사들이 갑자기 PC와 콘솔을 타겟으로 한 게임을 발표하고 또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은 갑자기 모바일 위주로 치우친 게임 시장을 바로잡고 고객들에게 단기간에 최대한의 수익을 얻으려는 자기 파괴적인 과금 구조를 개선하려는 문제의식이 발현된 결과일까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석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실은 모바일 게임이 한창 시장을 완전히 평정하고 있을 때 모바일 환경을 타겟으로 하지 않는 게임을 회사로부터 승인 받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다들 모바일 타겟으로 개발해 비슷한 과금 메커닉을 사용해 의미 있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방식이 여러 플레이어들에 의해 복제 및 개선되어 가는 와중에 갑자기 한동안 만들어본 적 없는 PC나 거의 만들어본 적 없는 콘솔 게임을 만들겠다는 피칭을 보면 어느 사장님이라도 크리스탈 재떨이를 힘껏 휘두르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은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PC 게임 하나가 범 지구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같은 시대에 개발한 규모가 큰 모바일 MMO 게임과 비교해 훨씬 적은 제작비를 투입했으면서도 회사를 부도의 위기로부터 순식간에 끄집어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위치로 끌어 올린 바로 그 게임은 당시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던 PC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이후 여러 회사에서 PC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피칭할 때 재떨이를 얻어맞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회사의 승인 하에 각 잡고 PC 게임을 개발하려고 보니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개발 환경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전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때는 모바일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더 높은 제작비를 투입하는 식이었다면 이제 오랜만에 PC 기반으로 개발하려고 보니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제작비를 올리던 접근과 완전히 달리 애초부터 높은 제작비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높은 제작비를 처음부터 계획하고도 이를 투입해 완성된 게임이 시장의 경쟁작들에 비해 의미 있는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바일 이전 시대에 몇몇 팀들은 몇 십 명 수준으로 3팀 체제를 구성해 개발하곤 했고 규모가 커지면 100명에서 200명 수준의 인원으로 개발합니다. 그래서 대강 인원이 세 자릿수 미만이면 시장에 흔한 적당한 규모의 프로젝트, 인원이 세 자릿수 이상이면 꽤 큰 프로젝트라고 인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창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을 겪은 다음 다시 PC 기반으로 개발하려고 보니 세 자릿수 초반 인원 기반의 3팀 체제 개발팀은 그리 큰 것도 아니었습니다. 온라인 MMO 장르는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이 직접 많은 컨텐츠를 요구했고 이 요구를 수용하려면 한정된 개발 기간 내에 이 모든 컨텐츠를 제작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 이 게임은 PC 기준에서 최소한의 룩을 갖춰야 하고 전체적인 완성도 역시 이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 받기 때문에 이전 시대에 100명이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꽤 큰 프로젝트라고 평가하곤 했지만 이제 이 정도 인원의 프로젝트를 큰 규모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모바일 환경에서 플랫폼 홀더가 꽤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떼 가고 남은 돈으로 어떻게든 먹고 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팀들이 PC와 콘솔로 타겟을 변경한 다음에는 제작 계획, 제작비 회수 계획을 수립하는데 숨통이 좀 트일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상당히 달리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근래 미국에서도 개발팀에 인원 한 명 당 1년 개발 비용이 한화로 3억원에 다다르며 이 정도 제작비로 개발한 게임이 수익을 내려면 전통의 풀 프라이스 기반으로 몇 카피를 팔아야 할 지, 또 추가 과금 메커닉을 얼마나 투입해야 할 지, 그리고 추가 과금 메커닉을 지탱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수준의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동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미국에 비해서는 임금 수준이 훨씬 낮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말이 되는 제작 비용을 통해 미국 만큼 수익을 낼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임금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어 동아시아에서도 의미 있는 수익을 낼 방법을 찾기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국내에 거의 모든 개발팀들이 자체적으로 3팀 체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핵심 요소와는 거리가 있지만 물량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아트 에셋을 대량으로 동남아시아나 중국에 위치한 스튜디오로부터 제작하고 있고 아직 실험적인 수준인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아예 동남아시아 지역에 자회사를 만들어 에셋 제작 대부분을 한국 바깥에서 수행해 제작비를 낮추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과 달리 플랫폼 홀더가 높은 수수료를 수취하지 않더라도 PC와 콘솔 시장은 애초부터 제작비가 더 높고 이를 지탱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동유럽 지역의 스튜디오들이 낸 의미 있는 성과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종종 스팀에 어처구니 없는 메커닉으로 무장한 희한한 게임을 출시하곤 했는데 이 게임들이 공통으로 가진 특징은 핵심 메커닉이 크게 복잡하지 않고 또 핵심 메커닉 자체가 많은 물량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둘러싼 컨텐츠에 엄청난 물량을 제공하는 식으로 개발되었다는 점입니다. 가령 유로트럭 시뮬레이터는 핵심 메커닉이 그리 복잡하지 않지만 이 메커닉을 지탱하기 위해 엄청난 도로와 배경 에셋을 함께 제공해야만 하는데 이런 구성을 미국에서 개발한다 치면 모르긴 몰라도 그쪽에서도 경영진에게 계획을 피칭하는 순간 크리스탈 재떨이는 아니겠지만 이와 유사한 뭔가가 날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끔 끝이 있는 과거의 패키지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원하는 고객들의 의견을 볼 때마다 그런 게임을 경영진에게 피칭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플레이 시간이 대략 50시간 정도 되는 싱글플레이 게임을 개발해 스팀에서 카피 당 7만원 받고 팔자는 이야기를 경영진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경쟁력 있는 임금 수준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오직 이들만이 개발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들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오래 전부터 범 지구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결과를 내놓았고 이는 지구 상 어디에서도 쉽사리 복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미국에 있던 부서를 미국 밖으로 옮기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앞에서 소개한 대로 이미 핵심적이지 않은 아트 에셋을 대량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회사들로부터 수급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에셋을 한국 내에서 모두 제작하려 한다면 정말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겁니다. 흥미롭게도 아주 오래 전부터 국내에 투입한 인력만으로 3팀 체제를 갖추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들도 에셋을 제작하는 인력을 수직계열화 하고 있으면서도 이 인력을 통해 에셋을 제작하는 과정은 마치 이 인력들이 회사 밖에 있는 것처럼 기획서와 별도로 발주서를 작성하고 발주서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에셋 정리 규칙을 만들어 에셋 경로, 이름 따위를 완전히 포함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에셋을 제작하는 부서가 좀 더 모호한 형태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이를 각기 다른 에셋으로 분해해 제작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경험해 본 거의 대부분의 에셋 제작 부서들은 마치 이 부서가 같은 건물의 같은 층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전한 발주서를 제출해야만 에셋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에 잠깐 소개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는 에셋 제작을 담당하는 자회사는 필요에 따라 그 역할 범위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속도를 올려야 한다면 여전히 높지는 않지만 이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임금 수준, 노동 관련 법률에 묶여 비용 대비 효율을 무한정 올릴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국내에서 소화할 물량과 국외에서 소화할 물량을 조절해 기간 내 출시 가능하면서도 제작비를 이전에 비해 더 잘 통제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에셋 제작 뿐 아니라 빌드 개발도 국외에서 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일단 같은 프랜차이즈 게임의 다른 플랫폼 버전을 국외에 있는 회사에서 완전히 담당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낸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사내에서 극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만약 같은 프로젝트를 국내에서 시작한다면 전작이 있음에도 이 전작을 다른 플랫폼 기반으로 메커닉을 재설계하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국 긴 기간과 높은 제작비를 투입해야만 간신히 출시할 수 있었겠지만 놀랍게도 전적으로 국외에서 개발한 같은 플랫폼의 다른 프랜차이즈 게임은 훨씬 짧은 기간 만에 개발되었습니다. 사실 이는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 떨어진 결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국외에서 개발 자체를 진행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프로젝트를 세팅할 때 PD가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에 인맥을 동원해 초기 인력을 얼마나 빨리 데려올 수 있는지, 그렇게 자기 팀을 세팅할 능력이 있는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팀 빌딩을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PD의 역량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PD의 능력과 팀 빌딩 능력은 서로 별개의 능력일 수 있고 특히 후자는 회사의 뒷받침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전과 같이 PD에게 팀 빌딩을 의존하다가 팀 빌딩에 실패하면 비록 본격적으로 개발비를 투입하기 이전이므로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지만 자칫 킥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접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외 퍼블리셔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이 국외 퍼블리셔가 제공하는 개발 인력을 활용해 국내에서 게임디자인을 하고 국외에서 이를 개발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실은 게임디자인을 국내에서 하고는 있지만 국내에도 퍼블리셔 쪽에서 제공한 인력이 포함되어 있어 물리적으로는 국내에서 게임디자인을 수행하지만 온전히 한국에서 게임디자인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에셋은 이전 3팀 체제일 때부터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조달해 왔고 수직계열화 된 팀이 있음에도 이 팀이 에셋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같은 층에 있는 스탭들에게 회사 밖에 에셋을 요청할 때와 완전히 동일한 발주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국외 제작 비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 역시 국외에서 진행한다면 비록 이런 개발 체계를 널리 시도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초반에 시행착오를 좀 겪기는 하겠지만 이런 체계를 빠르게 안정 시킬 수 있는 관리 인력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게임디자인과 개발 관리 인력만 있으면 이전에 비해 더 낮은 비용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방법을 확보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례에서 에셋 제작, 개발 인력을 국외로부터 충당하는 사례를 이야기했고 여기에 게임디자인은 아직 까지는 적극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미 위 퍼블리셔와 적극적 협업 사례에서 게임디자인 인력이 한국에 들어와 있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게임디자인 인력의 역할 역시 국외에서 소화하는 방향으로 변해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의 이유로 이런 상황이 아주 빨리 전개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때도 있지만 기계 번역의 급격한 발전, 인터넷을 통해 문화적 차이가 감소하는 상황, 더 이상 모바일 플랫폼을 타겟으로 개발하지 않음에도 전혀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수익 등을 고려할 때 게임디자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근래 접한 구글이 몇몇 개발 부서를 미국 밖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며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업계에서도 이미 이런 움직임은 시작되었고 구글의 사례가 전혀 남 일 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번 56호에도 지난 2주간 공유한 이야기를 함께 보내 드립니다.






몇 개월 전 따라잡기에서 새로 기여하게 된 프로젝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마치 활동을 시작한 지 25년 된 밴드의 새 드러머처럼 빨리 파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느긋하게 가자는 생각도 했는데요, 어느새 시간이 흘러 수습에서 잘리지 않고 프로젝트에서 제 역할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멱살 잡고 최소한 런칭 까지 끌고 가 보려고 합니다.
한편 수습 종료를 확정한 주에 시간을 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갔는데요, 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카페에서 예쁜 잔에 담겨 나오는 맛있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시각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지만 ... 그 뭐랄까 청각적인 경험이 제 취향은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문득 눈 앞에 여섯 면에 각기 다른 숫자가 적힌 정육면체들로 오늘 날짜를 표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잔 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이 날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정육면체 몇 개가 필요할지, 그리고 각각의 정육면체의 각 면에 어떤 숫자들이 적혀 있어야 가장 적은 수의 정육면체가 필요할지 생각하다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카페의 청각적인 경험을 완전히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또 2주 뒤에 뵙겠습니다. 더운데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