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의 시대와 나의 시대

책 둠의 창조자들을 읽으며 이들의 전성기와 현대 사이의 연결과 변화를 돌아봤습니다. 그들의 업적 위에 현대의 가상 세계가 서 있습니다.

존의 시대와 나의 시대

지난 존에게 진 빚왜 존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를 통해 책 둠의 창조자들을 읽고 든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한 존에게는 그 시대에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여러 게임을 플레이 했으면서도 정작 그 시대에는 합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아 이를 금전적인 빚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스팀을 통해 이드소프트가 개발한 모든 게임을 구입했지만 이 돈이 결코 존에게 가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도 이 빚을 갚을 수 없을 겁니다. 존 덕분에 삼차원 일인칭 슈터 장르의 레벨디자인에 감을 잡을 수 있게 됐고 또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게임 엔진을 접하면서도 바로 익숙해질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일인칭 슈터 장르가 그들의 회사 이름 만큼이나 인간의 근본적인 자극과 반응 모델에 가까운 장르라는 점을 게임을 설계할 때 잊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존에게는 이전에도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책을 통해 실상은 그보다 더 실망스러우며 제가 이 존의 창조물이라고 생각해 온 퀘이크 레벨이 실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았다는 현실 앞에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드를 나온 다음에 한 행동들은 현대에도 종종 프로젝트에 일어나 모두들 최선을 다 해 개발했지만 결국 런칭과 라이브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성공적으로 런칭하더라도 거기에 든 고생을 생각하면 그렇게 까지 고생하지는 않아도 됐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둠의 창조자들을 읽고 든 생각을 소개하는 글의 마지막으로 두 존이 게임을 개발하며 산업에 거대한 영향을 주고 이를 플레이 한 사람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주던 그 시대와 현대 한국에서 겪는 개발 환경을 함께 생각해 보며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그 장르와 우리들이 주로 만드는 장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만약 그들이 조금 더 이 산업에 남아 있었다면 그들이 지금 우리가 주로 만드는 장르에도 영향을 혹시 줄 수 있지 않았을지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